언제 끝나는 돌림노래인 줄도 모르고 외 1편 / 유계영 시인
언제 끝나는 돌림노래인 줄도 모르고
불행을 느낄 때 최대한 많은 사람을 탓하기
다지증의 발가락처럼 달랑거리는
다섯 아닌 여섯, 외롭지 않게
모르는 사람의 기념사진에 찍힌
나를 발견하듯이
오늘날의 태양은 상상의 동물이 되었다
아름다운 건 왜 죄다 남의 살이고 남의 피일까
강물에 돌을 던지고 물의 표정을 살핀다
내가 던진 돌을 잊어버린다
컵 안을 응시하면서 컵에 담긴 것을 마시기
너밖에 없어 같은 말을 믿는 짝눈이 되기
안색이 왜 그 모양이냐
바깥에서 형형색색이 묻는다
잠든 사람의 감긴 눈꺼풀 속에서
눈동자가 바라보는 곳에서
내가 거의 완성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껴요
꼭 길이 아닌 곳으로만 가려 하는 개와 어린이가
수풀 속으로 뛰어든다
검정색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사라지면서 휘날리면서
나의 내부에 더 깊고 긴 팔이 나를 끌어안고
강바닥을 향해 가라앉는 돌
여섯 아닌 일곱, 외롭지 않게
드라마투르그
주렁주렁이라고 처음 쓴 사람과 주렁주렁이라고 처음 발음한 사람은 모르는 사이다
사과가 부재한 자리에 열린 입술과 사과가 몫으로 가져간 붉은 목젖이 서로 모르고 굴러간다
격심히 깊어진다
사과는 잘 씻고 잘 깎아 잘 씹어 잘 먹으면 사과이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허허벌판의 입속으로 뛰어드는 것도 사과
내가 덮었던 이불에서 모르는 냄새가 났다
누군가 오늘 아침 나의 이불을 빠져나갔을 것이고
아마도 나는 아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몸집만큼 꺼져 있다
가볍게 잠든 자라면 가볍게 걸어 나갔을 것이고
무겁게 쓰러진 자라면 옆구리가 벗겨진 채로
끌려 나갔을 것 아직도 이불 끄트머리를 붙잡고
보도블록 위를 휘청거릴 수도
어쩌면 그게 나일 수도
사과일 수도 있다
꼬리를 흔들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간 개가 고개 숙인 사람이 되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어둠을 질질 끌고 갈 때면
오래 쓰다듬어준 후에
마침내 무엇이 되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따뜻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공포를 무릅써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근사한 기분을 느낀다면 당신을 다 큰 걸로 하자 다 큰
당신을 바라보는 모르는 눈동자가 있다고 하자
주렁주렁이라고 누군가 적을 때
가위를 들고 태양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다
빈 나뭇가지를 주렁주렁이라고 발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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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나는 돌림노래인 줄도 모르고 외 1편 / 유계영 시인
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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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8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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