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창 밖엔 소리 없는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 한 주전자 끓여 놓은 이 양주 빛깔 차(말린 대추, 양파 껍질. 말린 도라지, 보리차)를 살짝 데워
한 컵을 마셨지요.
달이다시피 끓인 이 '대양도보' 차는 그 맛이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하지만 약간 쓴 맛이 돕니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요즘 들어 이런 따뜻하면서도 약물 같은 차가 좋아집니다.
기온은 후덥지근한 여름 같지만, 입추가 지난지는 벌써 1달 여가 되었는데도 올해는 더위가 늦게까지
얄밉게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마치 초대받지 않은 녀석이 잔치상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떠들어대는 얌체족과 흡사....^^
기상학적으로 9∼11월을 보통 가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입추(8월 8일경)부터 입동(11월 8일경)이 오는 그 사이가 정확히 가을인 셈이죠.
가을을 쪼개서 초가을, 가을, 늦가을로 구분한다면, 최고기온이 25℃ 이하로 내려가는 초가을,
일평균기온이 10∼15℃이고 일최저기온이 5℃ 이상인 가을,
일평균기온이 5∼10℃이고 일최저기온이 0∼5℃인 늦가을로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초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옥상에 심은 대추가 벌써 부분적으로 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맨 늦게 꽃을 피우며 추석 제사상엔 맨 먼저 오른다는 날쌘돌이 녀석들, 약도 치지 않았는데
탐스럽게 무척 많이 열렸네요.
대추나무는 ‘대조목(大 棗:대추나무 조 木)’이란 한자 이름에서 왔다고 합니다..
꽃은 노랗고 너무 작으며, 잎도 나무들 중 늦게 피는 특징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잎도 꽃도 늦게 피지만
열매가 일찍 달리기 시작하고 가을이면 붉은 대추 열매를 파란 하늘 가득 매달고 있으니
제 할 일은 묵묵히 다하는 착하고 기특한 나무지요.
대추는 조율이시(棗栗梨柿)라 하여 잎은 잎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그 쓰임새가 많습니다.
감초처럼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과일 중의 과일이고요.
잎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끓는 물에 5~10분간 우려내어 마시면 좋습니다.
기호에 따라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것도 괜찮고요.
동의보감에도 살을 빼는데 좋고, 불면증 개선, 혈압을 낮추며, 당뇨개선, 혈관과 모세혈관의
탄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내일부터 잎을 따서 말려둬야 겠습니다.
열매는 항산화 물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여 기억력 증진, 변비, 위궤양, 대장암 예방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하여 그런지 모든 음식에 다 들어가지 않은가...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나이 들수록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대추를
가까이 하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10년 차 서울 한 복판에서 잘 자라고 있는 우리집 옥상 대추나무.
작년에 약을 치지 않아 많이 버렸지만 골라서 딴 것만해도 한 말을 되었답니다.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긴 글 보아조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