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구름, 황혼, 지리멸렬한
늦은, 황혼, 동요, 완전치 못한, 저녁의
강물은 세월을 생각나게 하지
이승의 날들은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하늘은 형편없는 나의 행적을 기록할 필요가 없으리라
지난날의 내 삶은 헌 책방의 유고시집
처럼 기구하였고, 별로 떠든 적도 없는데
내 목은 자주 아팠다
하여 오랜 세월 나는 ---, 약방에서 타온
믿을 수 없는 알약을 탄띠처럼 두르고 살았다
처방전은 많은데 잘 낫지 않는다
밤마다 문병 오던 고요한 바람의 넋들아!
세상에게 나는 지리멸렬했는가 그대가
나에게 ---, 무심했는가
밥 먹듯 약을 퍼먹고 집을 나서면
거리에, 집 밖의 휘날리듯, 추운, 떠도는 사람들은
가루약 같은 안개 속을 출근하고 있다
누군 과감히 자신의 인생을 강물과 맞바꾸는데,
난 이 푸대 같은 육체를, 자루 속의 영혼을
세상의 악기로 내어주길 저어하는 것이다
기껏 상처받은 사랑이니 탄주하자고
떠돌이 악사를 흉내냈던가, 두고 온
마음이 언제나 나를 뒤돌아보게 했지만 ---,
이 구구절절한 강물 앞에선 누구라도 때묻은
영혼을 퉁길 수 있지 않은가
떠나지 못해 내내 떠돌고 있는 세상 언저리,
오랜만에 몸 떠나온 강가에서 ---, 이 구름들은
틀림없이, 잊어버린, 전망, 기억, 흐린, 그리고
모든 것들의 과거로부터 빠르게 나를
인도해 갈 것이다.
- 이용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