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다 금둥아.
이미 좋은데는 다 돌아다녀 봐서 이제는 가 보고 싶은데도 없고
집에서 몸에 달라붙은 때나 벗겨보자.
느낌, 감정, 기분, 마음, 감각, 공감, 동정, 연민, 위로, 애도, 침착, 조용, 진정, 유감, 애석 등등등.
넓게 널린 세상으로부터 저것들이 나에게로 날아와
때로 달라붙은 내 몸이 무거워졌어.
목욕소금 한 통 털어넣은 욕탕물이 콸콸콸 매우 뜨겁다.
얼마나 뜨거울까.
데일까, 안 데일까, 삼계탕처럼 흰 가죽 알몸으로 서서 고민 중.
한쪽 다리를 높게 들어 올려서 열탕물 위로 가져간다.
아슬아슬 예술적인 한 쪽 다리의 부드러운 움직임.
그리고 가장 긴 엄지 발가락 한 개를 열탕 물속에 살짝 담가봤다.
데일까, 안 데일까?..
잘 모르겠다.
엄지 발가락은 언제나 방향 잡는 묵직한 일만을 하던 녀석이라
얌체 같은 퐁당-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나 보다.
긴장했던 혓바닥이 딱딱해졌다.
평생동안 빨고 돌리면서 오직 느끼는 일만 하던 혀가
자기 역할을
지금 엄지 발가락에게 빼앗겨서 삐쳤나 보다.
사자는 떡 벌어진 어깨에서 머리를 길게 뺀 다음
그의 턱에서 빼낸 혀로 물과 거래를 하더라.
그래서 나도 욕탕의 터브를 두 팔로 꼭 붙잡고 길게 내 민 나의 턱에서 혀를 꺼냈다.
그리고 열탕의 물속에다 혀끝을 쏙 담가봤다.
데일까, 안 데일까?.. 잘 모르겠넹.
짭짤함도 있고 맛이 드럽다.
혀를 확 깨물어 줄까보다.
내 말이, 혀는 맛의 느낌에만 쓰여야 하는 거다.
천 가지 생각을 하다가
지금은 드디어 열탕속에 들어와 앉아 있다.
쾌감이 난다.
따꿈하게 피부를 꼬집는 열탕의 매력.
마사지 스위치를 눌러서 물을 회전시킨다.
혼자 사는 나는 위안이 친구다.
세상의 부당함들이 전해주는 슬픈 소식들은 싫어.
내가 흔들 수 없는 그림자 처럼
삶방의 누님들 이름이 수증기 속에서 아롱 거리고
한분씩 그 이름들을 출석 부르듯 불러 드린다.
웃는 분도 계시고 찡그리는 분도 있으시다.
그분들의 호흡에서 뱉은 바람이 여기까지 불어오는 것 같다.
사모님들의 분 냄새가 불어온다.
어떤 분이 라면을 드셨나? 라면 냄새도 불어온다.
앗! 그렇다.
내가 욕탕에 물 받으며 주방에 올려 놓은 라면이 쫄고 있는 거임.
오메 욕탕에서 얼른 뛰쳐나와 주방으로 달린다.
전율적으로 드러난 나의 흰 가죽에서 모랑모랑 김이 피어 오르고
삼계탕 같은 내 닭 다리는 매우 빠르다.
하지만 주방 까지의 여정에 놓여있는 대리석 바닥 위에서
젖은 내 엄지 발가락이 미끄러졌다.
양다리가 활딱 벌어지면서 하체가 수평이 되어 골반이 바닥을 때린다.
나도 다리 찢기가 되는 인간이었구나.
하지만 그 뽀개지는 아픔이란 것은 목석이 아이를 낳는 듯.
다리를 모아 꼬고 오 주님!
사나이는 일어나야 한다.
쫄아서 빗자루가 된 라면 냄비를 차가운 싱크 물통에 던져 넣었다.
아! 상쾌하다.
이 상쾌함으로 쭉 가고 싶다.
욕실 청소도 싹 다 하고 설거지도 깨끗하게 마치고
사다 먹은 햄버거에 배 두들기며
누워서 골반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콜라를 빨면서 쓰는 이 글은 여기서 마쳐야겠다.
나는 왜 이렇게 매일 분주한지 모르겠다.
12월 3일까지 논다.
내일은 또 무슨일이 있으려나.
첫댓글 미끄덩~~~꽈당~~~ ㅎㅎ 단디 하이소~~ㅎ^^
골반 뽀개지게 아팟습니다. ㅜㅜ
미국사람들도 거실바닥을 대리석으로 하나 봅니다
저는 카펫만 까는줄 알았지요
혹시 김장김치 냄새도 나셨나요?
제가 오늘 김장 했거든요
요런거 7통
밖에서 어쩌다 기회가 되면 김치를 먹습니다.
김치가 먹고 싶은 때는 동양마켓에 가서 작은 사이즈 한 병 사와요.
그런데 누님의 김치를 보니까 7통을 다 사오고 싶네요.
미국집도 바닥 디자인이 취향따라 다 달라요.
대부분은 전체 다 대리석으로 된 집은 별로 없고 부분적으로만 된 집이 많더라고요.
하여튼 여러모로 특이합니다
욕조의 물 온도를 발가락 끝으로 체감 하시는군요
보통은 그보다 민감한 손가락 끝으로 알아내려 하거든요 천재들의 유별난 감각이지 싶습니다
또한, 웬간히 큰 신체가 아니고는 발가락 끝부터 욕조에 들기는 어색한 자세가 되지싶기에
문득, 진격의 거인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쫄아서 빗자루가된 라면냄비" 라는 비유는 또 뭘 말하는걸까요 편수냄비?
스틱하나에 골프공 두개?
가 연상되긴 합니다 ㅋㅋㅋ
삶방 누님들을 위한 출석부 아닐까 싶지만, 심심해서 끼어들어 봤습니다
삶을 즐길줄알며 사시는듯 해서 느낌 좋습니다
유쾌,상쾌,통쾌한 삶
죽 ~ 이어가시길요~^
보통은 그보다 민감한 손가락 끝으로 알아내려 하거든요 천재들의 유별난 감각이지 싶습니다 ㅎㅎ
전 왜 댓글이 더 재미있죠 ?? ㅎㅎㅎ
함박산2 화이팅 ~~~
ㅋ 발가락 쇼는 자칫 용암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위험이 따르지만 스릴으로는 만땅입니다.
제 몸으로 보여드릴 수 없어서 떠 도는 사진한장으로
영감을 전해 올립니다.
편수냄비는 처음보는 단어인데 뭘까요?
오늘은 누님들 이름이고 언제 형님들 이름으로 해 보겠습니다.
ㅋㅋ
푸하하하 ㅎㅎㅎ
엄청나게 재미있게 사시는 듯..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안녕하십니까?
댓글을 유쾌하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무슨 일로 하루를 보낼까 머리가 걱정되면서
아침 식사를 말똥말똥 조용히 먹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생활을 글로
전해주시니 반갑습니다.
욕조의 물을 보니 풍덩 뛰어
뛰어들고 싶은데
제가 답답증이 있다보니ㅠ
다리 찢기~
이젤 누님 따라하셨나 보네요.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닌 것 같아요.ㅎㅎ
도깨비불 님 글 늘 반갑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아 맞네요. 이젤누님의 그 다리찢기. ㅋㅋㅋ
뜨거운 물 속에서 답답한 거 누구나 같아요.
그걸 견뎌내고 그래야 승질이 죽는다고 하던데요.
https://youtu.be/2xjAiXKhnEk?si=O97iHBSA8pky6t06
PLAY
찾으려던게 이노래가 아닌데 기억이 안나서 적당한걸로 드립니다.
@커쇼
https://youtu.be/Q_0ALXqdzRM
PLAY
혼자사니께
별스런 검증도 하면서
버라이어티하게 삽니다 ㅋㅋ
나도 타지의 밤을 보내고 있네요
한밭이라고 모르쥬?
앗
한밭에 오셨군요
저는 유성에서 의성으로 왔습니다
@이젤
의성서 김장한다고 봤어요 ㅎ
한밭서 일보고 하룻밤 유하고 내일
대구엄니한테 갑니다
넘 급하게 쇠약해진다니 걱정이구요ㅠ
이젤님 손끝맛 김장
맛날것 같아요
@정 아
한밭
유성
의성
대구~
두분 아주 바쁘시군요 ㅎ
@뭇별 노래 연습중이쥬? ㅋ
한밭이라는 한식당 이름이 있어요.
뜻을 물어본께 다내꺼 라고 하든뎅.
잠은 집에서 자야 합니다. 특히 여성분.
쌩쓰 기빙데이 휴가시군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경제학 교수로 일하는 제 조카(제 외사촌 언니의 딸)이 우리 딸에게 잘해줘요.
우리 애 입장에서는 드넓은 미국 땅에서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지요.
재작년 쌩쓰 기빙 데이 때 자기 집에 와서 쉬다 가라 불러서 3박 4일 간 다녀왔는데
그 조카의 5살 짜리 딸내미가 우리 애만 졸졸 따라다녀서
졸지에 베이비 시터 되어 힘들었다고 당분간 안 간다네요. ㅎㅎ
그래서 이번에도 기숙사에서 밀린 글쓰기나 하며 지낸답니다.
샤워하는 짧은 시간을 글감으로 이렇게 찰지게 글을 풀어가시다니,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
쉬러 갔다가 베이비시터 일만 잔뜩 하고 오다니. ㅜㅜ
시카고에서 저의 집 까지 쉼 없이 10시간 운전 거리밖에 안되는 거리인데
남는게 방이고 음식이건만
제가 혼자 사는 남자라서 쉬러 오라할 수도 없고
안타깝네요. ㅜㅜ
기숙사 생활이 익숙하면 밀린 일도 좀 하고
또 기숙사 카페테리아 식사가 뷔페식이고 아주 좋아요.
걱정 안해도 괜찮은데 부모 마음은 늘 걱정.
운이 좋은 도깨비님,
대리석 바닥에서 미끄러져 잘못 꽈당했으면 하늘나라도 갈 수 있답니다.
도깨비불님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발칙한 상상을 해보며
ㅋㅋㅋ 야심한 이밤 올만에 다녀갑니다.
오. 하늘 나라 골로 갈 뻔 했네요. ㅜㅜ
운 좋았던거 맞습니다. ㅋ
야심한 밤에, 여자들은 남자 생각할까 무슨 생각을 할까.
저는 여자 생각 많이 많이. ㅋㅋㅋ
몸에 때는 한번, 밀었다고
다 된게 아니더군요
며칠만 있으면 또
때가 생기고요
하물며
영혼의 때는. 얼마나 더 자주. 때가 끼이는지
모릅니다
네. 영혼 때가 늘 문제로 갑갑해 지는 거지요.
영혼 때 벗기는 개인적인 기술을 익혀두면 좋고요.
몸 때 샤워는 매일해야.
하루만 걸러볼까 했다가도 기어코 자다말고라도
일어나서 샤워는 해야만 하게되더라고요.
눈부신 햇님이 빌딩사이로
퍼지고 있는 찬란한 아침^^도깨비불님예 굿잠하셨지예
역시나 도깨비불님 다운
기발하신 상상력이 가져다준 글에 ᆢ
아침부터 웃움보 터졌네예
넘 웃겨용 ㅋㅋ 배꼽 집 나갈뻔ㅋ
천만 다행이네요
앞으론 그저 조심조심하세요
다치면 내만 서럽고 손해 ㅋ
재미있는 글 잘읽었어예
이 하루도 행복만 하세요
찬란한 아침 해 그리고 웃음은 천당의 모습.
말씀대로
저도 행복하겠습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군요
샤워장에서 급하게 움직이는건 절대 금지요건이건만
어쩔수없이 다리찢기를 하셨네요
다행입니다
물묻은채 옷을 입다가도 큰변을 당하기도 합니다
어쨋거나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생각만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네. 행복한 시간이요. ㅋㅋ
강제적으로 다리찢기를 당했는데 그게 되더라고요.
절벽님도 조심해서 움직이셔야 합니다. ㅋ
크게 안 다쳤으니 다행이여 물 묻은 발은
어디든 흔적을 남기지
덜렁거리며 뛰다 보면 중심이 안잡히제 ㅋ
조심해라
평소에는 조심해서 안전한 인간인데
어쩌다가 급한 마음 때문에 다리찢기를 했습니다. ㅜㅜ
바쁘게 살아요. 행복합니다.
많이 많이 행복하시길요. ㅋ
각 장면이 연상되게끔
글을 잘 쓰시네요.
덕분에
재미있는 동영상 하나 본 듯합니다. ^^
위안이 되는 댓글을 주셔서 감사해요. ㅋㅋ
행복합니다.
뜨근한 욕조에 내몸을 뉘이고
온몸 근심걱정이 때로 환생해서
닦여 나가는걸 보면 기분이 참
유쾌해지죠..
그 라면 때문에 널부러 지지만
않았어도 퍼펙트 였는데..
인간미? 가 돋보인 하루?ㅋㅋㅋ
아뭏튼 널부러진 도깨비불
상상플러스 ㅎ
널부러져 ㅋㅋㅋㅋ
내가 한번도 써본적이 없는 단어. ㅋ 웃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