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효 거문고 앨범 발매 [Ebony]
거문고의 매력, 그 여백과 여운
오랜 시간 전통악기들의 새로운 실험들은 계속되어 왔다. 퓨전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서양악기와의 결합을 애써왔고 그를 통해 보다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였다. 이러한 시도들 속에서 많은 악기들은 개량을 통해 보다 더 서양음악 음계에 익숙한 음색과 음계를 만들어 내는 시도들을 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악기 나름의 독특한 매력과 색깔들을 잃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러한 환경에서 보다 더 지켜내어야 할 것이 오랜 동안 내려온 악기의 특성을 잘 표현해 내는 것이 아닐까? 이번 음반은 그러한 고민에서 출발 하였다.
악기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며 그 악기의 매력을 담아낼 수 있는 좋은 곡들을 통해 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번 음반의 목표였다.
거문고는 악기의 특성상 지속음이 길지 않고 음량이 크지 않다. 이로 인해 저음악기임에도 베이스로서의 역할로 부족하였고, 그러한 이유로 그 동안 퓨전음악에서의 역할도 크지 않았다. 이번 음반은 베이스의 역할이 아닌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로서 그 매력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거문고 음악이 만들어내는 여러 여백들을 청자들에게 여운으로 느껴지게 하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 솔로 악기로서 거문고를 다시금 돋보이게 할 수 있게 하였다.
새로운 음악, 새로운 느낌
이번 음반은 다양한 음악 색깔의 작곡자들이 만든 네 가지 빛깔의 거문고 음반이다.
전통음악과 거문고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들이 한 음반에 존재한다. 클래식음악을 기반으로 전통음악의 선율을 만들어 내거나(배음조), 중국과 북한의 음악어법을 통해 거문고의 매력을 담아내기도 한다(동해지곡). 또한 전통음악의 관점에서 느껴왔던 거문고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곡(경신수야)과 재즈화성으로 풀어가는 곡(나룻배, 그리움이 전하는 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듯 작곡자 각자의 음악관점에서 바라보며 거문고를 새롭게 표현하고 있으며, 각 곡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거문고의 주법과 표현방식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거문고의 음색을 감상할 수 있는 멜로딕한 음악을 통해 전통의 악기로만 느꼈던 거문고의 새로운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거문고 연주자 '김선효'
거문고 연주자 김선효는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거문고 연주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음악활동을 하였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국내 최초의 국악오케스트라로서 창작음악의 보급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러한 오케스트라에서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음악들을 연주하며 새로운 음악적 시도들을 경험해 왔다.
이와 더불어 개인 연주회와 협주, 협연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활동을 해 왔으며 다수의 해외 공연을 통해 한국의 전통악기와 세계 민속음악과의 교류들을 해왔다. 이러한 활동들 속에서 쌓여왔던 그녀의 음악색깔이 이번 음반을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거문고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다.
곡목해설
<경신수야> (작곡/이경은 거문고/김선효)
경신수야는 도교에서 내려온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나라에서도 600년간 이어져 내려온 풍속이다. 60일에 한번씩 꼬박 밤을 새어 술을 마시고 놀이를 즐기며 본인의 죄를 털어버리는 놀이문화의 한 종류였다. 작곡자는 200년 전 갑자기 사라져 버린 이 풍속이 오늘까지도 전해지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며 그 정취와 흥을 담아 표현하고자 하였다.
<나룻배> (작곡/김호주 거문고/김선효 25현 가야금/곽재영)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 날, 비바람에 배는 부서져 있다.
배를 고쳐서 출발하지만 바다는 안개로 가려져 있다. 절망에 빠진 남자는 잠이 든다. 그리고 꿈에서 임을 만난다. 다시 깬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거친 물살을 가르며 노를 저어간다. 인제는 희망의 물결이다.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선다. 내게 소중한 것을 정말 아낀다면 어떤 어려움에도 지키고 사랑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가장 큰 힘이고 용기인 것이다. 한 편의 작은 이야기를 만들고 선율을 작곡했다. Dorian Mode에 근거한 거문고와 가야금의 2중주곡이다.
거문고 독주를 위한 <배음조 허튼 가락> (작곡/이건용 거문고/김선효)
거문고는 저속음을 위한 현을 풍부히 가지고 있다. 이 점을 잘 살린 곡을 쓴다는 것이 첫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연 배음의 기음을 저속음으로 삼고 그 배음에서 나오는 여러 음들을 일종의 선법으로 삼아 이를 기초로 해서 곡을 풀어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배음조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구조적으로 느슨한, 그리고 악기의 성능을 이렇게 저렇게 탐색하는, 일종의 토카타로 이 곡을 구상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허튼 가락이란 산조를 풀어놓은 말이라기보다는 장단의 틀조차도 없이 말 뜻 그대로 분방하게 펼쳐진 곡이라는 뜻이다.
<동해지곡> (작곡/박위철 거문고/김선효 25현 가야금/곽재영)
강원도 동해가 주는 느낌을 바탕으로 아름답고 조용하면서도 새로운 한 해를 여는 장소로서 갖는 시작의 의미를 담았다. 동해지역 민요의 특징을 담아 표현하였고 본 곡은 원래 거문고를 위한 협주곡이었으나 이번 음반에서는 거문고와 25현가야금의 2중주로 연주한다.
<그리움을 전하는 달> (작곡/김호주 거문고/김선효 25현 가야금/곽재영)
각자의 많은 사연들… 그 중에서도 마음 깊이 사무치는 그리움을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고민을 해본다. 그리고 그것이 혹시 하늘에 떠있는 달이면 좋겠다란 생각을 표현하였다. 민요풍의 간단한 곡의 구성을 통해 애틋함을 표현하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