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리나 하라 글 | 임효영 그림 | 김정하 옮김
발행일 2024년 12월 24일 | 판형 253×250mm, 양장본
페이지 40쪽 | 값 17,000원 | ISBN 979-11-93074-43-5 77810
분류 창작 그림책, 한국 그림책
주제어 가족, 죽음, 이별
그리움의 평원을 달려가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기차 여행
| 책 소개 |
한국 작가의 그림과 칠레 작가의 글로 양국의 출판사가 공동 출간한 그림책.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아이의 애틋한 마음을 따라 할아버지의 마지막 기차 여행이 시작됩니다. 할아버지는 시간 저 너머에 있는 플랫폼에서 온갖 색을 띤 기차를 타고, 기억과 망각과 그리움이 어린 너른 들을 달려, 삶에서 겪은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되짚는 기나긴 여행을 떠나갑니다. 시공을 초월한 여정의 끝에는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마중 나오는 영원한 고향이 있습니다.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는 어린이의 깊고도 다정한 애도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영원한 문을 향해 떠나는 마지막 여행
할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 온 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어요. 그 사이에서 할아버지와 특별히 마음을 나누었던 아이는 조금 다른 상상에 잠깁니다. 편안히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는 할아버지의 몸에서 가벼이 날아오른 영혼은 이제 어디로 떠나갈까요?
할아버지는 시간 저 너머의 플랫폼에서 온갖 색을 띤 기차에 오릅니다. 물빛 나는 객실의 모래로 된 좌석에 자리 잡고서, 슬퍼하는 아이와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겠죠. 기차가 너른 들을 느릿느릿 지나가는 동안, 할아버지는 길게 늘어뜨린 수염만큼이나 오래된 추억들, 함께한 사람들, 그 소중하고 그리운 순간들을 차근차근 떠올릴 거예요. 문득 할아버지에게 미처 들려주지 못한 말이 떠오른다면, 이른 아침의 새 한 마리와 떠도는 구름이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주겠죠.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 또 다른 영혼들과 함께 부엉이 기관사가 이끄는 대로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나면, 그 길의 끝에는 영원히 변치 않는 금빛 문이 나올 것입니다. 마침내 샛노란 마리골드꽃 무더기가 너울거리는 그 문으로 들어서면, 할아버지가 사랑했던 먼저 떠나간 이들이 그를 맞이하러 나오겠지요. 아이가 마음의 눈으로 따라간 할아버지의 여행은 이렇게 종착지에 다다릅니다.
시공을 초월한 애도의 여정을 담은
한-칠레 공동 출간 그림책
《할아버지의 여행》은 칠레의 글 작가 파울리나 하라, 호주에 사는 한국 그림 작가 임효영, 그리고 한국과 칠레의 출판사가 협업하여 공동 출간한 그림책입니다. 파울리나 하라 작가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리며 쓴 시를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젊은 출판사 무녜카 데 트라포(Muñeca de Trapo)와 계약하고 어울리는 그림 작가를 찾던 가운데, 임효영 작가의 첫 그림책 《밤의 숲에서》에 깊은 인상을 받아 한국의 노란상상 출판사로 작업 제안을 해 왔습니다. 임효영 작가 또한 다정하고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할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이 아름다운 시에 반했고, 곧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붙잡고자 기꺼이 작업을 수락하였습니다. 글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이나 할아버지와 함께 즐겨 먹던 ‘엠파나다’라는 음식, 할아버지가 오래전에 세웠던 작은 학교 같은 추억이 임효영 작가의 배려로 곳곳에 새겨져 있는 동시에, 임효영 작가가 두 대륙에 걸쳐 살아온 삶의 흔적 또한 이미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두 작가가 마음을 모아 빚어낸 이 그림책에는 목 놓아 외치는 슬픔보다 소중한 존재를 향한그리움과 그의 충실한 삶을 기리는 차분한 애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가 떠나가는 마지막 여정은 어쩌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기차 여행일 거라고, 그 길의 끝에서는 기어이 먼저 떠나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거라고, 그렇게 이 책은 담담한 어조로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 작가의 말 |
파울리나 하라
제 할아버지는 삶의 마지막을 칠레 남부의 칠로에섬에서 보냈습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칠레는 아주 긴 나라라, 그 섬에 가려면 내가 살던 산티아고에서 14시간이나 육로로 이동하고도 다시 배를 타야 합니다. 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 슬픔에 빠진 채 장례식장으로 가던 그날 밤, 저는 시 한 편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가 이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살며 대학 공부를 하던 제게 일요일마다 전통 음식과 홍차를 들고 찾아오셔서, 함께 산책하면서 온갖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이 함께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나 새벽 4시까지 춤추고 노래하며 축제를 즐긴 일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즐기는 분이었지요.
할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을 기꺼이 섬세하게 담아 주신 임효영 작가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내가 생일마다 즐겨 입었던 빨간 원피스 입은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그려 주셔서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임효영
제게 이 작품은 파울리나 하라 작가의 기도문으로 들립니다. 시각적인 표현으로 함축된 시어가 마치 낭송되듯 읽힙니다. 할아버지가 당신의 마지막을 알고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저는 모두가 행복과 감사함으로 다음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길고 푸른 수염 안에 그가 기억하는 것들, 잊힌 것들, 그리고 붙잡고 싶은 것들을 담았습니다. 이 장면은 제가 2018년에 작업한 〈이상한 수염, 선장〉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초안으로 남은 작업이었는데, 마침 파울리나의 할아버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장면에서 20년 전 돌아가신 저의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때로는 이제 여러 손주의 할아버지가 되신 저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그러다 때때로 제가 할아버지가 되어 부엉이 기관사의 기차를 타고 의연하게 먼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책이 누군가에게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그래서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속삭임이 되길 바랍니다.
★ 교과 연계
국어 1-2 10. 인물의 말과 행동을 상상해요
국어 2-1 8. 마음을 짐작해요
국어 3-1 4. 내 마음을 편지에 담아
국어 4-2 9. 감동을 나누며 읽어요
| 저자 소개 |
파울리나 하라 글
칠레의 어린이책 작가이자 스토리텔러, 독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지속 가능한 세계를 주제로 한 시적인 어린이책을 꾸준히 발표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아기 동물들의 탄생》이 출간되었으며, 그 밖에도 《숲의 뿌리》, 《창백한 달의 공주》, 《채소들의 서커스》 등 여러 어린이책을 썼습니다.
임효영 그림
호주 바이런베이에 살며 Myo Yim이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나라의 그림책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밤의 숲에서》, 《Rajah Street》,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있으며, 《당연한 것들》, 《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덮인 날》, 《Wilder Child》, 《Dorothy》, 《White Sunday》, 《Filo’s Butterflies》, 《Shoes Off, Please》 등 다수의 그림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김정하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스페인 문학을 공부한 뒤, 오랫동안 스페인 문학 전문 번역자로 일해 왔습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몬스터 마을〉 시리즈와 《우리가 태어났을 때》, 《자신만만한 음치 거북이들》, 《도서관을 훔친 아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