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는 대구와 인접한 '대학 도시'다. 무려 12개의 대학과 140여개의 부설 연구소가 있는, 인적 자원이 풍부한 고장이다. 1700개가 넘는 중소기업체와 경북테크노파크·섬유기계연구소 등 산업 인프라도 풍부해 첨단산업정보 도시로 발전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경산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고대국가 압독국의 터전이자 신라 삼국통일의 전초 기지였다. 민족의 스승인 원효대사와 설총, 일연 스님을 배출한 유서 깊은 고장이기도 하다. 지역 곳곳에 이들의 발자취와 우리 민족의 전통과 역사가 서려 있다.
경산은 경북의 중앙 남부에 자리하고 있다. 면적 411.7㎢, 인구 24만3600여명인 도·농복합지역이다. 대구와 영천시, 청도군과 접해 있다. 깨끗한 자연경관에다 교육과 문화·농업·산업이 잘 어우러진 역동적인 고장이다.
성암산에서 바라본 경산 시가지 전경. 경북 경산시는 대구와 인접해 있으며 12개의 대학이 있는 '대학 도시'다.
대표적인 명소는 경산의 북쪽에 위치한 팔공산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다. '갓바위 부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발 850m의 험준한 팔공산 관봉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된 통일신라시대 불상이다. 선덕여왕 때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갓바위 부처를 조성하는 동안 밤 마다 큰 학이 날아와 지켜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준다는 영험 많은 부처로 알려져 연중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입시철에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대구와 접해 있어 대구 쪽에서 많이 오르지만 경산 와촌면 대한리에 속해 있다. 경산시에서는 해마다 10월쯤 '경산 갓바위축제'를 열고 있다.
기도객 발길 끊이지 않는 갓바위, 팔공산 자락 신라 불교의 향기
팔공산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갓바위 부처'로 잘 알려져 있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이뤄주는 영험 많은 부처로 알려져 연중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갓바위 부처'는 관봉 아래 선본사에 속해 있는 문화재다. 선본사는 신라 소지왕 13년(491년)에 극달화상이 창건했다. 경산쪽 팔공산 자락에는 선본사 외에도 유서깊은 사찰이 많다. 와촌면 강학리의 불굴사에는 원효대사가 수련한 석굴이 있다. 김유신 장군이 이 곳에서 삼국 통일을 염원하며 기도하다 천신으로 부터 깨달음과 지혜를 얻었다고도 한다. 불굴사는 신라 신문왕 때 창건된 사찰로 적멸보궁 앞에 있는 삼층석탑은 보물 제429호다. 경쾌한 느낌을 주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이다.
팔공산 동쪽 기슭에 있는 천성암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바위와 암반에 둘러싸여 있어 '독좌암(獨座庵)'으로도 불린다. 산령각 좌우에 있는 천도복숭아나무 두 그루는 의상대사가 중국에서 가져와 심었다고 전해온다. 와촌면에서 갓바위쪽으로 오르다 선본사에 이르기 전 오른쪽 언덕에는 원효암이 있다. 원효암 뒤편에는 얕게 감실을 파고 새긴 마애여래좌상이 신라불교의 향기를 전한다.
계정숲에 전해오는 조상들의 얼과 멋
자인면 서부리에 있는 계정숲(경상북도기념물 제123호). 굴참나무와 이팝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경산자인단오제의 본거지다.
자인면 서부리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평지에 가까운 자연숲이 있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123호인 계정숲이다. 굴참나무, 이팝나무, 참느릅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 안에는 한장군의 묘와 사당, 자인단오제보존회 전수회관이 있다. 조선시대의 전통관아인 자인현청의 본관이 보존돼 있으며 한장군 놀이의 본거지다. 한장군은 9세기 전후 신라시대에 왜구들이 자인의 도천산에 성을 쌓고 기거하면서 주민들을 괴롭히자 누이와 함께 꽃관을 쓰고 춤을 추면서 유인해 섬멸한 인물로 전해온다. 당시 한장군 오누이가 장정들과 여자로 가장해 함께 추었던 춤을 여원무, 다르게는 한장군 놀이라고 한다. 한장군이 죽은 후 주민들은 사당을 세우고 단오절이면 추모 제사를 지낸 뒤 3~4일간 여원무와 무당굿, 씨름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도 전승되고 있는 '경산자인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가 여기서 유래했다.
민속 가면극인 자인팔광대놀이도 이 단오제에서 전래됐다. 지방무형문화재 제31호인 자인계정들소리도 경산의 곡창지대인 이 곳에서 이어져왔다. 계정들소리는 풍물장단에 흥겹게 춤을 추며 상일꾼을 소에 거꾸로 태워 마을로 돌아오는 내용으로 구성된 농업 노동요다. 1998년 제39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원효·설총 등 위인들의 자취를 따라
경산시립박물관/ 박물관 내부 모습. 경산은 원효대사와 설총, 일연 스님이 태어난 곳이어서 이들 '삼성현(三聖賢)'의 삶과 업적을 조명하는 전시물이 많다.
인근 자인면 북사리 제석사는 원효대사가 태어난 곳이란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음력 5월4일을 전후해 원효성사 다례제가 열린다. 용성면 용전리 반룡산 기슭의 반룡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아들 설총이 자란 곳으로 알려졌다. 태종무열왕이 딸 요석공주와 손자 설총을 만나기 위해 이 산의 왕재를 넘나들었다고도 전해온다. 남산면 하대리에 있는 도동재는 설총을 추모하기 위한 제당이다. 해마다 3월에 설총선생의 학덕을 추앙하는 향사가 열린다.
하양읍 사기리의 환성사 대웅전은 보물 제562호로, 경산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환성사는 신라 흥덕왕 10년(835년)에 심지왕사가 창건했다. 남천면 산전리의 경흥사는 신라 무열왕 6년에 혜공화상이 창건했으며 임진왜란 직전에 영규대사가 주석하면서 중창했다. 대웅전의 목조삼존불상은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246호다.
압랑면 압량리와 내리, 진량읍 선화리 일대는 삼국 통일의 전초기지로 불린다. 김유신 장군이 압량주 군주로 있을 때 군사 훈련장으로 사용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 일대 병영 유적은 사적 제218호로 지정돼 있다. 용성면 곡란·곡신리에 있는 해발 435m의 용산 정상에는 태종무열왕 3년(656)에 축조한 용산산성(지방기념물 제134호)이 있다. 이 일대는 신라의 주요 요새였다.
고대왕국 압독국의 도읍지이자 삽살개의 고장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삽살개/ 경산삽살개연구소에서 순수 혈통의 삽살개를 육성, 전국으로 보급하고 있다.
영남대 앞 임당동과 조영동 구릉지대에는 고분들이 많다. 지름이 30m에 이르는 대형 고분과 7m 정도인 작은 고분 30여기가 분포해 있다. 금동관을 비롯해 금 귀걸이·반지 등 장신구류, 마구류, 여러 형태의 토기류 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4~6세기에 조성된 압독국 지배자들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진량고교와 경부고속도로 경산휴게소 주변 구릉지대에도 고분들이 분포해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묘제의 고분들이 층위를 달리해 밀집해 있다. 조선시대 생활유적지도 일부 확인됐다.
이들 고분군이 고대국가의 형성과 발달, 생활전반에 관한 중요한 연구 자료라면 하양읍 금락리에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구 생명체의 근원과 탄생의 역사를 밝히는데 유용한 자료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생물체(박테리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특이한 형태의 생물 퇴적 화석이다. 대구가톨릭대 자연대학 뒤편에 있는 이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기념물 제512호다. 인근 은호리에서도 스트로마톨라이트(지방기념물 제136호)가 발견됐다.
귀신과 액운을 쫓는다는 삽살개(천연기념물 제368호)도 경산의 자랑이다. 경산 삽살개연구소에서 순수 혈통의 삽살개를 육성, 전국으로 보급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지난 해 8월 하양읍 대조리에서 와촌면 박사리로 옮겼다. 삽살개는 대담하고 정이 많고 충직한 동물로 이름 높다. 삽살개들은 각종 행사 등에 나가 묘기를 선보이며 공연도 하고 자폐아 등을 상대로 치료견 활동도 한다. 삽살개는 사람과의 교감이 뛰어나 관객들과 잘 어울려 인기가 높다.
산·저수지·캠퍼스 명소도 많아
성암산 전경/ 대구스타디움 인근에 있어 경산은 물론 대구 시민도 많이 찾는다.
경산 서쪽의 성암산(해발 469m)은 대구스타디움 인근에 있어 경산은 물론 대구시민도 많이 찾는다. 초입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의 거리지만 주변 등산로와 연계해 6시간 정도의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하양읍에 있는 환성산(해발 811.3m)은 팔공산과 갓바위를 조망하며 산행할 수 있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팔공산의 명성에 가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울창한 소나무숲길과 암봉 아래로 펼쳐지는 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다. 남산면 상대리에 있는 해발 554m의 산은 '삼성산(三聖山)'으로 불린다. 경산에서 태어난 '3성현(聖賢)', 즉 원효대사·설총·일연 스님을 기리기 위해서다. 북쪽 자락에 맥반석 온천인 상대온천이 있어 등산과 온천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진량읍 대구대 앞 문천지와 남산면 외반지(반곡지)를 비롯한 각종 저수지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문천지는 만수면적 130.4㏊, 총저수량 253만여t 규모의 대형 저수지다. 조정 등 수상레포츠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외반지는 아름드리 버드나무들이 드리워져 있고 주변에 복사밭이 있어 웨딩 촬영객과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촬영 명소'다.
'대학 도시'답게 캠퍼스 명소도 많다. 진량읍 내리리 대구대 뒤편에 있는 구연정(문화재자료 제415호)은 조선시대 상류층의 정자다. 금호강변 절벽에 위치, 경관이 빼어나다. 대구대 캠퍼스에는 전국에서 유일한 점자출판 박물관도 있다. 점자와 관련한 각종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영남대 본관 뒤편에는 대형 야외 박물관인 민속촌이 있다. 전통가옥과 신라시대 우물 등이 복원·전시돼 있다. 벚꽃길을 따라가는 2시간 가량의 산책로 코스도 조성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영남대 천마아트센터는 수준높은 공연과 전시가 끊이지 않는 경산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지다.
<최슬기 기자 skchoi@kyunghyang.com>
자료 협조 경산시청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나 대구~부산고속도로, 포항~대구고속도로 등을 이용해 경산으로 갈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는 경산IC, 포항~대구고속도로는 청통·와촌IC, 대구~부산고속도로는 수성IC에서 빠지면 된다. 차량으로 서울에서는 4시간, 부산에서는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경부선 경산역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가 선다. 고속철(KTX)이 정차하는 동대구역에서 경산역까지 20분 간격으로 무궁화열차가 운행된다. 시내버스가 대구와 경산을 수시로 오간다. 전화 지역번호도 대구와 같이 053이다.
연락처/
경산자인단오제 전수회관 053-856-5765
경산시립박물관 053-801-0624
경산삽살개연구소 053-856-0370
선본사 053-851-1869
불굴사 053-851-9547
제석사 053-857-2271
반룡사 053-852-1919
천마아트센터 053-810-1527~8
대구대점자출판박물관 053-850-5481
경산시 새마을문화과 053-810-5363~5
경산자인단오제/
경산자인단오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다. 해마다 단오를 전후해 며칠간 열린다. 경산인의 호국정신이 담긴 여원무를 재현, 전통을 잇고 문화의식을 드높이기 위한 축제다. 계정숲 일원에서 열린다. 여원무를 비롯해 한묘대제, 팔광대놀이, 큰굿, 호장굿(가장행렬), 계정들소리 공연, 창포물에 머리 감기, 원효성사 다례 봉행, 씨름대회, 그네 뛰기 등의 각종 민속 연희가 이어지는 방대한 고을 굿이다. 올해는 6월 23~24일 열린다.
갓바위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예불(禮佛)하고 있다.
불굴사/ 팔공산 자락에 있는 불굴사 전경. 원효대사가 이 곳의 석굴에서 수련한 것으로 전해온다.
원효암 뒤편에 있는 마애여래좌상(지방유형문화재 제386호).
선본사/ 팔공산 관봉 아래에 있는 선본사 전경. 갓바위는 선본사에 속해 있는 문화재다.
창포물/ 경산자인단오제에서 여성들이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