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가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코로나 서약서'를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위험 장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면 본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서약서인데요.
서약서를 강요받은 학생들은 과도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학교 측은 최근 기숙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한 만큼 서약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학생들에게 코로나 서약서 강요한 대학교
지난 3일 서강대학교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기숙사 사생 전원에게 외출 서약서를 받았습니다. 서약서에는 "감염 위험이 많은 장소 방문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모든 경제적 손실 및 민사상 형사상으로 책임질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학교가 지목한 위험한 장소는 주점, 노래연습장, 실내 운동 공간, 공연장 등입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런 처사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개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서약서 내용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서약서를 반강제적으로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에 일부 학생은 이번 코로나 서약서 내용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제 소지가 있을까봐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서약서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출시 민형사상 책임'…서약서 합법일까?
방역수칙을 모두 지킨다 하더라도 우연히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면 의도치 않게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는 거죠. 서강대의 서약서는 이런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시설을 위험장소로 지목하고 해당 장소를 방문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모든 책임을 학생 본인이 져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서약서란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다짐을 적은 문서입니다. 당사자 간의 합의하에 맺어진 계약의 전반을 모두 이행할 것을 확실히 약속하는 서류인 셈입니다. 그 내용과 형식이 무효가 아니라면 법적 다툼이 생길 때 명백한 증거로 사용되고 진술증거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러나 서약서가 전혀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바로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서약서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 등에 반하거나 공정성을 잃었다면 그 서약서는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민법 103조, 104조)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형사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고의적으로 방역수칙을 어기는 등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할 때입니다. 민사상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 또한 이런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때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PC방이나 공연장, 노래방에 가는 행위 자체를 이에 준하는 불법행위로 볼 수는 없습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내용의 서약서는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법적 분쟁에서 유효한 근거로 쓰일 수 없습니다. 아울러 원하지 않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개인에게 감염 책임 묻는 사회
코로나19 감염 책임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방역수칙을 위반하지도, 일탈을 추구하지도 않았는데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합니다.
심지어 코로나19에 걸린 직원에게 인사상·업무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도 존재합니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해고 처리되거나 권고사직을 당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완치자가 보험 가입을 거부 당하거나 완치 학생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서를 요구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 완치자의 취업, 근무 복귀, 등교, 병원 치료 등을 제한하는 것은 불법 소지가 있습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퇴사를 종용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