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많이 안 간 길일수록
달릴만한 가치가 있다."
2019년 9월에 방문했던 숨겨진
오지를 지나는 [소양호 나루터길]을
오늘 다시 한번 다녀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양호
꼬부랑길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소양호 북쪽 꼬부랑길: 40 km>
꼬부랑길 루트는 소양호를 기준으로
북쪽에 있지만 소양호 나루터길은
소양호의 남쪽에 있는 임도다.
<소양호 남쪽 길: 36km>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완전 꼬불꼬불한 시멘트 협로로
통과하는데 2시간 이상 걸린다.
후반부에 본격적인 하드코어
루트가 숨 막히게 이어지지만
100% 포장도로라서 서행하면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2019년에 갔을 땐 큰 비와 태풍이
온 직후라서 도로가 이런 상태였다.
이렇게 2년 전에 처음 가봤던
물로리, 조교리, 품걸리를 경유하는
[소양호 나루터길]을 다시 찾는다.
2년 전에 갔을 때 길이 험하고
노면도 좋질 않아 초심자들은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늘의 투어 멤버는 나를 포함하여
모두 여덟 명으로 구성됐다.
펀치
한울
구성태
노바
설표범
너바나
후니
미사
양만장까지 가는 길에 손이 많이
시릴 정도롤 날씨가 쌀쌀하다.
다들 일찍 나오셔서 여유 있게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09:30 정시에 출발한다.
1차 휴식지인 화양강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도착하자마자 너바나님이 손이
많이 시렸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가죽장갑이 아니라
보온용 털장갑을 끼고 있다.
방풍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따뜻한
장갑도 무용지물인데.ㅠㅠ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의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인다.
밤부터 아침까지 기온이 영하라서
다리 밑에는 벌싸 얼음이 얼었다.
우리가 오늘 가는 임도는 얼지
않았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왠지 낯익은 이 분은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기셨다.^^
기온이 아직 많이 낮은 관계로
차 대신 따끈한 어묵과 국물로
몸을 녹인다. (탁월한 선택)
원동 임도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바리케이드로 막아 놨다.
우리가 이 길을 타려는 것은 아니다.
원동조교로 위에 위치한
[홍천고개]를 넘으며 정상에서
잠시 인증 샷을 남긴다.
다시 조금 달려 이번엔 물로리에
있는 [물로고개]를 넘는다.
[물로교]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임도가 이어지는데 여기서부터
무려 23km가 임도 구간이다.
시멘트 임도 구간의 초입은
그런대로 노면 상태가 양호한데,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분위기가
음산해지기 시작한다.
소양호 나루터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문득문득 소양호의 모습이
수줍은 듯 살짝 드러난다.
2년 전 여름에 왔을 때에 비해
도로 상태가 너무 깨끗한다.
돌덩어리도 말끔히 치워졌고
노면 보수도 많이 한듯한다.
소양호 나루터길 푯말을 따라
계속 투어를 진행한다.
노면이 너무 좋아졌다며 방심하던
차에 의외의 복병을 만난다.
오르막 도로 중간에 물길이 지나는
수로 위에 놓인 작은 다리인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도로 위로
흐르면서 얼어 온통 얼음판이다.
여름에도 물이 길 위로 흘러 항상
노면이 적어있는 곳인데 벌써
며칠 전부터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되다 보니 얼음이 계속 쌓여
두터운 빙판을 만들어 버렸다.
내가 선두에 서서 가다 보니
얼음판인 걸 모르고 진입했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져 바이크가
얼음 위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5m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린다.ㅠㅠ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스크래치
자국이 내가 넘어진 흔적이다.
팀원들이 모여 비상회의를 시작한다.
얼음이 보기보다 두꺼워 깨고
지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팀원들에게 건널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다들 해 보자고 한다.
역시 더할리의 DNA는 포기라는
것을 모르는 전사의 DNA다.
우리가 생각한 탈출 루트는 이렇다.
얼음과 배수로 턱 사이에 딱
바이크 한 대가 지날만한 공간이
있는데 거기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오르막 경사이고, 차의 방향을
틀어야 하는 곳도 급경사이며,
배수로 턱 넘어는 2m 깊이의
낭떠러지라는 사실이다.
다행이도 경사가 아래를 향하고 있어
배수로에 빠질 일은 없어 보여서
혹시라도 넘어지면 얼음판 위에
제꿍 할 것을 각오하고 출발한다.
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내가 먼저
얼음판을 건넜는데 조심해서
천천히 건너니 건널만하다.
나머지 팀원들도 한 명씩 서로의
도움을 받으면서 탈출을 시도한다.
그 와중에 이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동영상을 찍었다.^^
이렇게 8명 전원이 무사히
얼음판을 넘어 탈출에 성공한다.
무사 탈출을 기념하여 얼음판 앞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왜 오늘 투어 제목이 익스트림인지
모두 실감을 했을 것이다.
이후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얼음판이 또
나오면 투어를 중단하기로 하고
계속 투어를 이어간다.
여름에 이끼가 끼었던 도로 가운데
지금은 낙엽들이 덮여 있어서
자동차 바퀴가 지난 좁은 도로로만
달려야 하는데, 왜 2종소형 면허에
협로 코스가 있는지 이제야 깨닫는다.
ㅋㅋㅋ
다행히 그 후론 얼음판은 없고
계속 낙엽이 쌓여있는 도로만
계속되어 전망데크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도착한다.
산림청이 잣나무를 키우고 있는
국립 춘천 잣나무 숲 근처다.
저 산에 보이는 나무들이 모두
산림청이 키우는 잣나무들이다.
마른나무 오른쪽으로 보면
저 멀리 소양호가 보인다.
구성태 님이 준비해 온 커피와 빵을
꺼내 나눠먹으며 얼음판을 건너온
무용담을 즐겁게 추억한다.
힘든 남관들을 넘어 넘어 여기까지
왔지만 모두들 행복한 표정이다.
이 임도의 끝으로 나오면
국도 제56호선 가락재로
상걸보건진료소 앞으로 나온다.
가락재 터널 앞에서 인증 샷!!
오늘 점심은 돼지불백으로 유명한
홍천의 맛집, 신내 기사식당이다.
힘든 길을 지나 맛있는 식사를
기대했으나 넷째 일요일은 휴무란다.
지난번에 일용일에 여기서 식사를
한 기억이 있어 영업 여부를 묻지
않고 그냥 온 것이 패착이다.
인근 아무 식당이나 가야 해서
이 식당 앞에 주차했는데
그 고생을 하고 백반을 먹는 건
아닌 것 같아 다시 식당을 수배한다.
신내교 옆에 식당이 하나 보여
선발대로 가서 물어보니 토종닭을
잡아 닭볶음탕을 만들어 준다고
하여 이곳으로 식당을 정한다.
주문 후 30분 정도 지나 음식이
나왔는데 양도 푸짐할 뿐 아니라,
맛도 훌륭해서 대만족이다.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홍천강,
비발디파크, 소리산 코스를 따라
복귀를 시작한다.
오늘의 전사들 모습이다.
백운봉휴게소에 무사히 도착한다.
언제나 그렇듯 모두들 바이크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바이크와 함께 하는 또 다른
추억을 하나 더 만들며,
진짜 익스트림다운 하드코어
투어를 무사히 마무리한다.
(추신)
할리를 타고 왜 그런 험한 길을
가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지만
막상 가보면 대부분 다 할리로도
충분히 안전하게 달리만 한 곳들이고,
무엇보다 이런 길을 먼저 정복하는
쾌감을 잊을 수가 없어 계속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아 일이
많았던 투어인데 누구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서로 도우며 투어를
잘 마무리해 준 형제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첫댓글
대단 합니다..
멋지십니다!,
개인적으로 고속도로를 좋아하지않는1인입니다.
아주 오래전 현리에서 백운계곡을 가는데 당시 로드가 길을 잘 못들어 공사중인 도로를 가게된 적이 있는데요.
약 20분을 급경사 내리막 길을 내려가다 넘어지고 내려서 거의 들듯이 옴겨가며 탈출한 적이 있는데
할리로 비포장은 아니더군요.
암튼 무지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역시 더할리팀 대단 합니다.
펀치형님..빙판길 넘어짐 안다치셔서 다행입니다..
옜날 할리를 처음 탄날 강원도 를 따라갔는데 참 힘이 들었습니다 아스팔트 계속 ~~ 깍두기 타이어 동두천 산 잠깐씩 타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아스팔트도로에 힘들무렵 로드에게 힘들다고 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콜롬보님 할리는 끝없이 공도를 달리는겁니다 목포까지 ~ 전에 타던 오프로드 깍두기는 잊으세요~~ 근데 더 할리팀에서 그 임도를 탑니다 대단 하십니다 ~
겨울 영하 날씨에 공도로 끌고 나오는거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열정인데 그 험한길을 찾아 다녔으니 모두들 대단하십니다.
* 부하 직원은 주말에도 열심히 일하는데 팀장님은 바람 쇄고 다니시네여 ... ㅠㅠ
팬아메리카로 갔어야 하는건 아닌지요? ㅎ
얼마 전 멋모르고 들어간 백운동길이 생각납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아름다운 팀입니다
하...갔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