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집이 거기에 있을까
수방(繡防)골이 있던 청진동 골목
추억은 놀랍게도 오십 년의 풍상 속에
당신과 내가 쟁쟁 젊은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나는 왈칵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
태산을 뒤설머진 듯 믿음직한 당신 품을 찾습니다
내 어리척척한 철없는 얘기를 들어주며
당신은 뚜벅뚜벅 황소걸음
당신 등에 업히려고 노랑떼를 쓰다가
더덤썩 당신 손목 다가오면
한 발 삐딱 미끄러지며
한 묶음으로 나동그라지던
함흥은 얼마나 추운 곳인가요
얄개뺨을 에는 듯한 새벽바람에
서울집으로 돌아가 장가를 든 당신
밥을 먹어도 식불감(食不甘)
칠흑같아 어둡고 고요한 늦은 밤에
당신은 몹시도 바삐 우뚝 들어섰지요
외롭고 슬픈 담판의 길을 다녀오시어
새가슴같이 작아진 내 간장을
단박에 샅샅이 읽어 챙기고
송장을 끌어안듯 와지끈 부서지게 쓸어안은 당신
내 가는 허리는 짜늑짜늑 늘어져
야릇한 감격에오싹 자지러집니다
말없이 높고 외롭고 쓸쓸한 당신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서
슬픈 정열의 독백은 홀로 빛나고 있을까
지는 해는 가물가물 어둑발로 걸어오고
한번 곧장 갈작시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함흥발 서울행 기차에 당신 몰래 올라탄 일
후회의 향심만이 쇠리쇠리 꺼져가고
옛 추억의 청진동 골목을
자야 혼자 헤매이다 돌아갑니다
[쾌락의 뒷면], 천년의 시작,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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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夜歌자야가/ 박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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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21 13:3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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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나가고 나면 모든 것이 쇠리쇠리하야...
참으로 촌스러운 이름도 시인의 연인이면 낭만적으로 느껴지니.
'그 남자의 집'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