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
2024.10.31.연중 제30주간 목요일 에페6,10-20 루카13,31-35
영적 전쟁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 평화의 전사”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
주님과 그 권능을 구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시편105,3-4)
오늘은 묵주기도성월 10월의 끝날이자 내일은 11월 위령성월의 첫날이자 모든 성인들의 대축일입니다. 여전히 계속되는 기도의 계절, 공부의 계절입니다. 어느때 보다도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가 절박한 시절입니다.
강론쓰기전 인터넷 뉴스를 일별하면 온통 어둔 소식들에 힘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국내외가 온통 전쟁이야기들이고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는 무지의 어리석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평화를 희구하는 인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인류와 함께 시작된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류사는 그대로 전쟁사처럼 생각됩니다. 며칠전 교황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부단히 성령의 선물인 평화를 역설하여 전쟁중단을 호소하는 교황입니다.
“누구도 전쟁에서 승리는 없다. 모두가 잃는다. 전쟁은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패배다.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전쟁에 희생된 이들이 참 많다. 아이들과 가정들이 첫째 피해자들이다. 오늘은 10월29일이고 지난 19일동안 필레스틴에서는 770명이 죽었다.”
얼마전 일간지 컬럼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서로가 공멸이요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는 내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나쁜평화가 좋은전쟁보다 백배 천배 낫다는 생각입니다. 남북이 폐허에서 일어나 간신히 좀 살게 되었는데 서로 파괴하는 전쟁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국가지도자의 우선적 책무가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전쟁금지임을 절감합니다.
인간내에 잠재해 있는 선성과 더불어 폭력성, 잔인성, 공격성의 악성입니다. 참으로 물리적 폭력의 전쟁을 영적 전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성서영성, 수도영성이 보여준 진리이자 지혜입니다. 삶은 영적전쟁이요 우리 믿는 이들의 주님의 전사라는 것입니다.
수도사제생활 초창기부터 무려 35년 동안 강론에 참 많이 인용했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은 예외없이 제대가 없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라는 것입니다. 믿음의 전사, 희망의 전사, 사랑의 전사,평화의 전사요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입니다.
삶은 반복입니다. 강론을 통해서도 많이 깨닫는 진리입니다. 하늘 아래 새것은 없습니다. 제 강론도 참 많이 반복됩니다. 반복도 깨달으면 늘 새롭게 들립니다. 다음 담쟁이란 26년전 이 자리에서 썼던 시도 참 많이 반복하여 나눴습니다. 지금도 수도원 곳곳에서 여전히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담쟁이들입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 가을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 갔던 담쟁이
어느새 다시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 하늘 향해 담벼락, 바위, 나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
가을 서리내려 사라지는 날까지 또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정주의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향해 타오를 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정주의 영성이다”<1998.6.3.>
늘 새롭게 시작하는 정주의 영성은 그대로 파스카 영성입니다. 밖으로는 한결같은 정주의 산이지만 안으로는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맑게 흐르는 강같은 삶입니다. 바로 ‘산과 강’의 영성을 살아가는 우리 정주의 수도자들입니다.
오늘 강론 제목은 “영적전쟁,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 평화의 전사”로 그대로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반영합니다. 제1독서 에페소서는 오늘 끝납니다만 마지막 주제는 영적투쟁이고 여기서 착안한 강론 제목입니다. 에페소서 내용 전부가 단숨에 읽힙니다만 일부만 인용합니다. 지옥은 텅 비어 있고, 악마들은 모두 뛰쳐나와 세상에서 활개치고 있는 세상이라 합니다.
“주님 안에서 그분의 강한 힘을 받아 굳세어지십시오.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히 무장하십시오.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
그리하여 진리로 허리에 띠를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굳건히 서십시오. 발에는 평화의 복음을 위한 준비의 신을 신으십시오. 믿음의 방패를 잡으십시오. 구원의 투구를 받아쓰고 성령의 칼을 받아 쥐십시오. 성령의 칼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늘 성령 안에서 온갖 기도와 간구를 올려 간청하십시오. 인내를 다하고 깨어 있으십시오.”
그대로 영적승리를 위해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무장한 주님의 전사, 바오로 사도의 모습입니다. 바오로 사도뿐 아니라 주님의 제자들인 모든 사도와 성인들, 그리고 우리가 주님의 전사들입니다. 평생 영정전쟁중에 영적승리로 이끈 장엄한 전사가 순교의 죽음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믿는 우리들의 신원 역시 하느님의 무기로 무장한 주님의 전사, 믿음의 전사, 평화의 전사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십자가의 길 예루살렘 도상에 있는, 죽음에 직면한 하느님의 전사, 예수님의 단호한 결의가 또렷합니다. 해로데가 당신을 죽이려 하니 어서 이곳을 떠나 피하라는 바리사이 몇 사람이 전갈에 대한 주님은 지체없이 헤로데를 여우로 지칭하며 그에게 다음 말씀을 전하라 합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전사로서 결연한 전의가 진하게 와닿습니다.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를 쫓아내며 병을 고쳐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일을 마친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가야한다. 예언자가 예루살렘이 아니 다른 곳에서 죽을수야 없기 때문이다.”
평생 휴식이 없이 예루살렘에서 순교로 전사하는 그날까지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책임을 다했던 영원한 현역의 하느님의 전사 예수님입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완전히 무장시켜 주시어 하루하루 날마다 영적승리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다음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제 좌우명 마지막 고백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