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해설] 테셀레이션 / 강인한
테셀레이션
강인한
에셔의 도마뱀은 연푸른 스카프를 두르고 책으로 쌓은 층계를 오르다 지금 발치에 걸린 삼각함수에 골몰하고 있다.
도마뱀을 덮은 후박나무 이파리, 초록에서 초록이 다 빠질 때까지 위가 허약하고 근골이 약한 나는 반하후박탕이나 달여 먹을까.
내가 당신의 안으로 들어가고 당신이 또한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 그걸 사랑이라고 번역하면 될 것이다.
아침 식탁에서 삶은 가지무침을 먹을 때 내 혀가 감아 들이는 물컹한 당신의 혀 혹은 당신이 빨아들이는 가지처럼 말랑한 내 혀.
어제 떠난 이별의 그림자가 내일 저녁 우리들의 발치에 붙어서 빗발처럼 머뭇거릴 것이다. 푸른 여름의 은행알들은 작년의 황금빛을 기억하며 후드득 떨어진다.
거울 속으로 눈이 내린다, 영하 5도의 사랑이여. 거울 속 내 체온은 내려간다, 자꾸만 내려간다, 영하 10도의 사랑이여, 내 발가락이 사라지며 잿빛 꼬리가 돋아나는 게 보이느냐.
—《포엠포엠》 2014년 가을호 ................................................................................................... 에셔의 석판화 「도마뱀」을 보고 학창시절 마르크 샤갈을 좋아하다가 살바도르 달리 그림을 알게 됐고, 중년 넘어선 나는 르네 마그리트에 이어 최근에는 네덜란드 석판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1898∼1972)에 꽂히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다가 화가 에셔는 14세기 이슬람 궁전 알람브라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답니다. 에셔는 두 번째 알람브라를 방문하여 이슬람 인들의 독특한 평면 분할 구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훗날 “알람브라에서 본 분할 양식은 지금껏 나를 사로잡아 온 가장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고백할 정도였습니다. 에셔의 작품 중 1943년의 작품 「도마뱀」은 개구리 모양으로 채워진 테셀레이션을 보여줍니다. 유명한 도마뱀 그림은 2차원 평면에서 나와 3차원 공간으로 옮겨가고, 그 도마뱀이 다시 2차원 평면으로 되돌아가는 순환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에셔의 도마뱀 그림이 졸시의 제재입니다. 테셀레이션, 우리말로 ‘쪽매맞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똑같은 형태의 정다각형을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빈틈없이 채우는 걸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형식의 도안 배치를 우리 생활 주변—보도블록이나 꿀벌의 집 모양, 벽지나 옷감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에셔는 새와 물고기, 손을 그리는 손, 그리고 오르내리는 이상한 층계의 반복 등 그림의 마술적 표현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꿈을 꾸는 듯, 착시 현상에 빠지게 합니다. 세계적인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에 나오는 경기 참가자들이 침대를 오르내리는 층계의 구성은 마치 에셔의 작품 무한히 연속 순환하는 층계를 본뜬 세트장 같았습니다.
졸시의 3연에서 나와 당신의 안과 밖이 상호 소통하는 사랑의 방식. 그리고 내 혀와 당신의 혀가 가지무침이 되었다가 가지무침이 다시 혀로 바뀌는 순환을 그려낸 4연의 앞부분, 이런 것들로 나는 우리들 사랑의 테셀레이션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에셔의 테셀레이션은 평면의 규칙적인 반복과 기하학적 분할로 수학과 예술의 만남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첫댓글 테셀레이션[tessellation]
도형이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빈틈이 없이 평면 또는 공간을 전부 채우는 일.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