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27 주체적 삶 시 34:1-8; 욥 42:1-6; 히 7:23-28; 막 10:46-52
기억한 켠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십수 년의 설교에 간헐적으로 등장한 인물이 있습니다. 한 살 많은 사촌누이입니다. 한때 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씩씩하고 대담하고 기죽지 않는 성질이라 무엇이든 척척, 잘 해냈습니다. 누나와 함께 있을 때면 항상 즐거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뜻밖의 너무나 끔찍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나날을 맞습니다. 경운기에 신발을 싣고 오일장을 전전긍긍하던 삼촌이 교통사고로 즉사한 것입니다. 늦둥이 여동생도 아빠를 따라갔습니다. 엄마는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로,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했습니다. 10대 중반 소녀의 원망은 오롯이 하나님뿐이었습니다. 달리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 특별한 위로자도 없습니다. 어쩌면 하소연도, 위로도, 원망도 모두 하나님 몫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여전히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왜? 하는 의문을 품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축하할 일이 생겼습니다. 지금쯤 28살 딸이 믿음직한 사람 옆에서 반짝이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많은 사람의 박수와 환호 속에 행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일이라 직접 가서 축하하지 못하고 전화로 대신해서 미안하다는 목소리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그녀의 아픔이 치료되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벌써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수성 예민한 10대 소녀가 받아들이기에 정말 과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위로하며 하나님을 건넵니다. 당사자는 말합니다. 그렇게 믿었는데, 어떻게 나에게..., 오늘 욥기 본문에 욥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히 주님의 뜻을 흐려 놓으려 한 자가 바로 저입니다. 깨닫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었습니다” 욥의 고난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당하는 고난 가운데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입니다. 모든 재산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아들과 딸, 아내마저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한순간에 목숨 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고통, 고난입니다. 위로한답시고 친구들이 찾아와서는 회개를 종용합니다. 사람이 죄를 짓지 않고 벌을 받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회개에 회개를 반복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 심지어 자신의 자녀를 제물로 바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욥 스스로는 죄가 없습니다. 아무리 변명을 해보지만, 친구들의 시선은 한가지 결론입니다. 욥의 변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서로 괴로울 뿐입니다.
욥이 당한 고난은 죄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원인이 없습니다. 원인이 없기에 더 답답한 일입니다. 원인을 안다면 대처할 방법을 찾습니다. 금식을 더 많이 한다든가, 헌금을 더 많이 한다든가, 더 유명한 기도원을 찾는다든가, 굿을 한다든가, 부적을 산다든가, 용한 의원을 찾는다든가, 사방팔방 좋다는 데는 다 찾아다닙니다. 가진 돈을 다 탕진하고도 해결되거나 치료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욥의 고난의 결과는 죄라는 원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사탄과 하나님의 대결에 의한 먹잇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억울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욥의 고난의 원인은 무수한 하나님의 뜻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우리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단순히 하나님의 뜻으로 치부하고 말아야 합니까? 소극적으로 그저 받아들이기만 해야 합니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과 고난은 정말 정말 힘이 들 것입니다. 그렇다고 어찌할 수도 없습니다. 직접 당해보지 않고는 여러 말들이, 머리로는 이해가 어렵습니다. 욥의 결론 같은 흥미진진한 복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부분은 함께 고민하기로 합니다.
복음서 본문은 눈먼 거지 바디매오가 나옵니다. 그의 소원은 보는 것입니다. 예수는 그의 믿음이 보게 했다라고 합니다. 그는 즉시 예수를 따랐습니다. 바디매오는 보지 못해서 거지였을까요? 보았다면 거지가 되지 않았을까요? 모호합니다. 현실에서 보면서도 거지처럼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디매오는 보자마자 즉시 예수를 따랐습니다. 다시 보게 되는 것도, 즉시 따름도 바디매오의 주체성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지 못하기에 조용하라고 꾸짖습니다. 그때 더 크게 소리칩니다. 예수는 그 소리를 듣습니다. 눈먼 거지, 다시말해 세상에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입니다. 나아가 그 속에 있는 생명력, 사람들의 꾸짖음에도 더 큰소리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고, 누릴 수 있는 똑같은 고귀함을 본 것 같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예수, 그를 즉시 따르는 바디매오 이야기는 오늘의 저와 여러분입니다. 침묵!
241027 시 34:1-8; 욥 42:1-6; 히 7:23-28; 막 10:46-52
시 34:1-8
1 내가 주님을 늘 찬양할 것이니, 주님을 찬양하는 노랫소리, 내 입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2 나 오직 주님만을 자랑할 것이니, 비천한 사람들아, 듣고서 기뻐하여라.
3 나와 함께 주님을 높이자. 모두 함께 그 이름을 기리자.
4 내가 주님을 애써 찾았더니, 주께서 나에게 응답하시고, 그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져내셨다.
5 주님을 우러러보아라. 네 얼굴에 빛이 나고, 너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6 이 비천한 몸도 부르짖었더니, 주께서 들으시고, 온갖 재난에서 구원해 주셨다.
7 주의 천사가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을 둘러 진을 치고, 그들을 건져 주신다.
8 너희는 주의 신실하심을 깨달아라. 주님을 피난처로 삼는 사람은 큰 복을 받는다.
욥 42:1-6
1 욥이 주께 대답하였다.
2 주께서는 못하시는 일이 없으시다는 것을,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주님의 계획은 어김없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저는 깨달았습니다.
3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히 주님의 뜻을 흐려 놓으려 한 자가 바로 저입니다. 깨닫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었습니다.
4 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들어라. 내가 말하겠다. 내가 물을 터이니, 내게 대답하여라" 하셨습니다.
5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제가 귀로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제 눈으로 주님을 뵙습니다.
6 그러므로 저는 제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잿더미 위에 앉아서 회개합니다.
히 7:23-28
23 또한 레위 계통의 제사장들은 죽음 때문에, 그 직무를 계속할 수 없어서, 그 수가 많아졌습니다.
24 그러나 예수께서는 영원히 계시는 분이시므로, 제사장직을 영구히 간직하십니다.
25 따라서 그는 자기를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오는 사람들을 6)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는 늘 살아 계셔서, 그들을 위하여 중재의 간구를 하십니다.
26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제사장으로 계시기에 적격이십니다. 그는 거룩하시고, 순박하시고, 순결하시고, 죄인들과 구별되시고, 하늘보다 높이 되신 분입니다.
27 그는 다른 대제사장들과는 다릅니다. 다른 제사장들은 날마다, 먼저 자기 죄를 위하여 희생제물을 드리고, 그 다음에 백성을 위하여 희생제물을 드리지만 그는 이렇게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자기를 바치셔서, 단 한 번에 결정적으로 이 일을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28 모세의 율법은 사람들을, 약점이 있어도, 대제사장으로 세우지만, 율법이 생긴 다음에 하나님께서 맹세하신 말씀은, 영원히 완전하게 되신 아들을 대제사장으로 세웁니다.
막 10:46-52
46 그들은 여리고에 갔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큰 무리와 함께 여리고를 떠나실 때에, 디매오의 아들 바디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47 나사렛 사람 예수가 지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외치며 말하기 시작하였다.
48 그래서 많은 사람이 조용히 하라고 그를 꾸짖었으나, 그는 더욱더 큰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9 예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 눈먼 사람을 부르며 말하기를 "용기를 내어 일어나시오. 예수께서 당신을 부르시오" 하였다.
50 그는 자기의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서 예수께로 왔다.
51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바라느냐?" 하시니, 그 눈먼 사람이 예수께 말하였다. "7)선생님, 내가 다시 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52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그러자 그 눈먼 사람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예수가 가시는 길을 따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