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장 위탁시설 도입하려다
- 현행 법률에 저촉돼 무산
- 일부 "아기 유기 부추겨" 지적
'부산 베이비박스'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부산의 한 복지법인이 '베이비박스' 시설 도입을 추진하려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A 교회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는 시설이다.
사정은 이랬다. 지난 5일 오후 부산 사상구의 한 복지법인에서 대구의 한 여중생이 낳은 신생아를 여중생의 할머니에게 인계받았고, 복지법인 B 이사장은 이를 부산시에 신고했으며, 이에 따라 사상구 복지 담당자와 경찰이 복지법인 이사장의 집을 방문해 아기를 부산시아동일시보호소로 보냈다.
경찰 조사 결과 B 이사장 측은 며칠 전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서울 A 교회의 주선으로 아이의 할머니와 만나 아이를 위탁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관련자를 영아 유기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B 이사장은 "입양 때 친부모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미혼모들이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졌다"며 "꺼져가는 생명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모른 체 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B 이사장은 재단 산하 시설에 '베이비박스'를 도입하려 했으나 지난 4일 사상구와 부산시로부터 현행법에 저촉돼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대신 그룹홈(공동생활가정)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이사장은 "부산에서 매월 7, 8명의 미혼모가 아이를 서울의 베이비박스로 보낸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미혼모 자녀들을 맡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아의 생명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베이비박스 운영은 사회복지법과 아동복지법에 위반된다. 사상구 관계자는 "유기 영·유아를 보호하는 법적 시설이 있는데도 인적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위탁자로부터 영·유아를 맡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한 복지재단 관계자는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기는 2011년 37명, 2012년 79명, 2013년 252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며 "이중 80%가 지역에서 맡긴 영·유아인 만큼 합법화할 방안 마련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비박스가 영·유아 유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부산대 문선화(사회복지과) 교수는 "미혼모 아동을 보호하는 합법 시설이 21곳이나 있는데 아이를 책임질 수 없는 미허가 시설 양산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