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쉽게 만화라고 생각하고 책장을 넘기는 부분에도 자세히 보면 그 나라를 보여 주는 것이 많다. '체포해 버린다.'에서도 그런 면을 볼 수 있다. 나츠미가 낙서를 하고 미유끼가 말리는 이 장면은 그냥 단순히 넘길 수도 있는 부분이나 자세히 보면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 진다.
국내의 경우 IMF 이후 슬그머니 들어간 차고지 증명제를 일본은 15~20년 가까이 시간을 들인 노력 끝에 이루어 냈고 또한 건물을 건축할 때의 주차장 확보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이렇게 차량 한 대당 하나의 주차장을 확보한 일본이지만 불법주차는 당연히 있다.
자동차 역사가 오래된 유럽도 예외는 아니고 어느 나라이건 대도시 주변엔 불법주차란 아예 없을 수가 없는 문제다. 그런 불법 주차를 바라 보는 시점은 국내완 다르다. 일본의 경우 불법주차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차단속은 상당히 엄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차량 도난이나 버려진 차의 문제도 해결한다. 그러나 이때 같이 등장하는 것이 분필이다. 우선 불법주차 된 차량을 발견하면 그 차의 시간과 위치를 그려둔다.
그리고 나서 30분이 지난 후 그 차량이 움직이지 않은 경우 불법주차로 간주한다. 즉 30분 마다 차량을 움직이면 일본에선 합법적으로 불법주차를 할 수 있다. 이것은 첫째 분쟁을 없앤다. 국내의 경우 잠깐 주차 했는데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있지만 정확한 시간을 두고 단속하는 경우엔 할 말이 별로 없다.
두 번째는 어쩔 수 없는 불법주차를 보는 시각이다. 화장실이 급해져서 차량을 잠시 세우고 건물로 뛰어 들어 갔을 때는 국내의 경우 명백한 불법에 해당 된다. 법대로 하자면 주차장을 찾아서 주차를 시키고 화장실로 가야만 옳게 행동하는 국민이 된다. 범죄를 저지르도록 국가가 만들고 있는 점이다.
담배나 음료수를 사기위해 잠시 내리는 것도 당연히 불법이다. 법은 지키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당연히 지키지 못하게 만들어선 그 권위가 약해진다. 그래서 불법주차에 대해서 30분이라는 시간을 설정하고 그 이상을 넘기면 불법주차로 보게끔 하여 법의 당위성을 높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주차장 주변이나 관공서 주변 그리고 소방도로에도 이런 일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지역에선 엄격하게 견인해 간다. 주차장 주변에서 불법 주차가 가능할 경우 돈을 내고 주차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본의 경우 저리 융자로 사유 주차장을 만들도록 대출해 주고 초기엔 면세의 혜택 까지 주어서 사유 주차장을 늘리도록 유도 했다. 주차 할 곳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불법주차를 줄인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다. 또한 주차장을 확보한 후에 엄격한 단속은 불법주차를 줄이고 있다.
서울시 25개 구청이 주차과태료로 얻어진 주차장 예산 64%를 불용액으로 처리 했다고 해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현재 주차 문제는 국가 예산을 총 투입해도 불가능하다. 단지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주차장을 가지지 않고 무작정 자동차를 구입하는 국민도 잘못이지만 그 전에 주차문제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한 듯한 정부가 있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단속을 늘리는 것은 좋다. 소방도로나 청소차가 가지 못하도록 좁은 도로의 해결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주차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비추어 지도록 행동 했으면 한다. 주차문제는 국민과 같이 풀어 나가지 않으면 해결 되지 않기 때문이다. '체포해 버린다.'의 나츠미의 낙서는 불법주차차량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나라에서나 웃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소방도로가 아니라면 한번쯤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