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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 보다가] 01
씬/1 야외 전철 승강장 (아침)
기적 소리, 전동차가 들어온다. 동백이 전동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계단을 급히 올라간다.
반대편 전동차가 도착한다. ‘아니구나..’ 하고 목이 타는 지 음료수 자판기를 찾아 간다.
주머니에서 (스포츠 브랜드에서 생산한 천으로 만든)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자판기에 넣고 음료수 버튼을 누른다.
또 주머니에서 은단 통을 꺼내 은단을 한 알 꺼내 입에 넣고는 오물오물 녹여 먹으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넥타이(이미 매진 고무줄형)를 꺼내서 목에 뒤집어쓴다.
전동차 도착 소리가 난다. 음료수를 급하게 꺼내 간다.
노란색 안전선 안쪽에 그려진 발자국 모양 위에 정확히 발을 올려놓는다.
전동차가 들어온다. 전동차 모든 칸에는 한지수를 모델로 한 대형 광고가 붙어있다.
씬/2 한남 철교 위를 달리는 전동차 안 (아침)
동백이 서 있다. 한지수가 모델인 음료수 광고물이 벽에 붙어 있는데, 동백이 들고 있는 음료수와 같은 제품이다.
광고물 메인 카피가 '흔들어 마셔요'다. 동백은 시키는 대로 음료수를 열심히 흔든다.
앉아 있는 꼬마 아이가 그런 동백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눈이 마주치자 민망한 지, 옆에 서 있는 남1(30대)의 신문을 들여다본다.
신문에는 김정욱의 사진과 함께, <“용꿈 꾸었나” 김정욱 서울 시장 예비 후보 지지율 1위 등극>라는 기사가 보인다.
‘김정욱이 되겠네..’ 하고 혼잣말을 하자 남1이 싫은 듯 동백을 흘끔 본다.
민망한 지 음료수를 흔들어 마신다.
씬/3 우체국 내 오토바이 전용 엘리베이터 앞 (낮)
동백이 걸어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집배원1이 오토바이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집어넣는다. 오토바이에는 지수 드레스가 들어있는 소포 박스가 실려 있다.
집배원1 : (뭔가 생각이 나는) 아차, 등기! (지나가는 동백을 보며) 저기요!
동백 : (돌아보는) 예?
집배원1 : 급해서 그러는데, 이거 오토바이 1층에다만 좀 올려다 주시겠수?
동백 : (흔쾌히) 아, 그러세요. (엘리베이터에 탄다)
집배원1 : 부탁 좀 합시다. (급하게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어 나간다)
씬/4 엘리베이터 안 (낮)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올라가다 멈춘다.
동백 : (당황하는) 어? (1층 버튼을 여러 번 누르는데 움직이지 않자) 왜 올라가다 말지? 고장인가? (비상벨을 누른다)
시설직원 : (OFF) 무슨 일이십니까?
동백 : 수고하십니다. 영업팀 구동백입니다. 지금 오토바이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 하고 지상 1층 중간 쯤에 멈춰 섰는데요..
어.. 어떡하죠?
시설직원 : (OFF) 아, 그거 또 고장이네. 어떡하죠? 고치려면 두 세 시간 걸리는데.. 답답하더라도 좀 기다리세요. 방법 없습니다.
동백 :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혼잣말) 두 세 시간..? 후.. (심심한지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좁은 공간 안에서 앞으로 뒤로 앞으로 뒤로 움직여 본다) 그 사이에 오줌이나 안 마려워야 될 텐데..
(핸들을 흔들어 보다가 균형을 잃고 오토바이와 함께 옆으로 쓰러진다) 어어~~!!
(소포들이 쏟아지고, 혼자서 오토바이를 매우 힘겹게 겨우겨우 일으켜 세운다) 으.. 끄으.. 무거..
(오토바이를 세우고는 소포들을 주워 담는다. 그러다 발신자
(반가운) 영화배우 이름하고 똑같네?
씬/5 하늘을 나는 비행기 인서트 (오전)
씬/6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안 (오전)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낀 지수가 있다. 옆자리엔 연경이 자고 있다.
스튜 : (지수 옆쪽 복도를 지나가면서) 기류변화로 기내가 많이 흔들리니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주세요.
와인을 들고 있는 여자승객(20대)은 자리로 가는 중이다. 반대편에서 남자승객(30대)가 걸어온다.
난기류에 비행기가 출렁이자 와인이 쏟아진다. 앉아있는 지수의 치마 끝단과 남자승객의 하얀 실크조끼에 묻는다.
여승객 : (남자승객에게) 어떡해?
남승객 : (짜증내는) 에이 씨..!
지수 : (와인으로 얼룩진 치마를 본다)
여승객 : (당황해서 남자승객에게) 죄송합니다. (지수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스튜 : 물티슈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뛰어간다)
남승객 : 와인 지워지지도 않는데.. 진짜! (조끼를 벗으며 여자승객에게 버럭) 못 입게 됐잖아요 이거!
연경 : (시끄러운 지 눈을 뜬다)
남승객 : (조끼를 흔들며) 당신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지수 : (얼룩진 치마 밑단을 손으로 쫙 찢는다)
여승객, 남승객이 그런 지수를 보고 놀란다.
지수 : 기류 탓이죠. (선글라스를 벗는다)
여승객 : (놀라고 반가운) 어머, 한지수!
남승객 : (놀라고 반가운) 아.. 한지수씨..!
지수 : (남자승객에게 미소 지어 보인다) 그쵸?
남승객 : (좋은) 예.. 기류 탓입니다.. 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한지수씨..
(생각난 듯) 저기.. (조끼를 내밀서) 여기다 사인 좀..
지수 : 그러세요. 못 입게 됐으면 추억으로 남기세요. (조끼를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 멋지게 사인한다)
남승객 : (조끼를 받고 좋아하는) 감사합니다! (자리로 간다)
여승객 : (고마운 듯 지수에게 목례하고 간다)
연경 : (이를 보고는 피식 웃는다)
스튜 : (와서는, 고마운) 치마가 그렇게 돼서 어떡하죠, 한지수씨?
연경 : 다리 예쁜데 뭐 어때요.
지수 : (미소 짓고는 선글라스를 다시 낀다)
스튜 : (웃고는, 연경에게) 요청하신 전화, 지금 사용 가능하십니다.
씬/7 비행기 내 전화기 앞 (오전)
연경 : (전화하는) 드레스 도착했니? 어, 밀라노에서 오는 거. 아직도 안 왔어?
씬/8 엘리베이터 앞 + 안 (낮)
119 대원 1, 2가 도구를 이용해 엘리베이터 문짝을 강제로 열고 있다.
(시설과)직원, 집배원 1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119 대원1이 들어가 엘리베이터 천장을 연다.
동백 : (천장을 올려다보며) 뭐야? (천장 뚜껑이 열린다, 119 대원1이 보인다, 반가운) 어? 119 대원이네! (좋아서 웃으며)
아니 뭘 저를 구해 주신다고 119까지 부르셨을까? (두 손을 위로 뻗으며) 어떻게 위에서 끌어 올려 주시는 건가요?
집배원1 : (동백 시선으로, 얼굴이 보인다, 소리친다) 거기 소포소포! 올려 보내요!
동백 : 에? (얼결에 소포를 집어 위로 올린다)
대원1 : (소포를 받아 집배원1에게 준다)
집배원1이 엘리베이터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에 소포를 싣는다.
직원 : (119 대원2에게) 저 소포가요 한지수 아시죠 영화배우, 그 사람이 내일 영화제에서 입을 드레스래요.
대원2 : 어, 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엘리베이터 뜯어내라 그랬구나?
집배원1이 오토바이를 쏜살같이 몰고 간다.
컷 튀면, 동백이 천장으로 끌어 올려 진다.
동백 : (발을 동동 휘저으며 점점 위로 올려 져 화면에서 사라진다. 끌어올려져 힘들게, OFF)
두 세 시간 기다릴 수 있는데, 저 땜에 이렇게 와 주시고..
씬/9 지수 집 거실 (낮)
지수가 소포 박스의 테이프를 쫙 뜯는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꺼내 펼친다.
연경과 스타일리스트가 드레스를 보며 만족해한다.
스타일 : 드레스 예술이다! 내일 베스트는 지수 언니네.
지수 : (드레스를 행어 걸고 보며) 괜찮은 거 같아?
스타일 : 언니 그냥 저 짜르시죠. 드레스도 언니가 다 알아서 고르고, 주문하고..
난 뭐 이름만 한지수 스타일리스트지 할 일이 없어.
연경 : 왜, 너 잘 하는 거 있잖아.
스타일 : 다림질이요? 그건 잘 하죠. (드레스를 들고 간다)
로드 : (벨벳으로 된 보석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연경 : (로드 매니저에게) 뭐야?
로드 : (연경에게 귓속말을 한다)
지수 : (알겠다는 듯 연경과 눈을 마주친다)
씬/10 지수 방 (오후)
지수 : (보석함을 연다. 화려한 귀걸이 목걸이가 있다. 전화를 건다)
씬/11 선거 캠프 사무실 앞 복도 + 지수 방 (오후)
강모 : (사무실 쪽으로 바쁘게 걸어가며) 어, 지수야.
지수 : 선물 미리 받고, 나 내일 상 못타면 어떡하지?
강모 : 돌려 줘야지 그럼.
지수 : (웃고는) 돌려주기 싫은데.. 내일 꼭 타야겠네.
강모 : (웃고) 행운을 빈다. 내일은 우리 같이 있자.
지수 : 음.. 내일 봐요.
강모 : (전화를 끊고는, 선거 캠프 사무실로 들어간다)
씬/12 선거 캠프 사무실 (오후)
벽에 걸려 있는 김정욱의 사진 앞으로 흔들어 터지는 샴페인.
정욱, 보좌관, 특보들이 축하 파티를 벌이고 있다.
정욱 : (웃으며) 당 경선에서 이긴 것도 아니고 겨우 지지율에서 앞선건데, 샴페인 이거 너무 빨리 터뜨리는 거 아닙니까?
(일동 하하~ 웃는다)
강모 : (정욱에게 와서는) 축하드려요. 아버지.
정욱 : (흐뭇하게 강모의 어깨를 토닥이며) 강모 네 공이 크다.
보좌관 : (강모에게 샴페인 잔을 하나 주며) 상무님 한 말씀 하시죠.
강모 : 이제 6개월 남았습니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그날까지 이 여세 몰아갑시다!
(잔을 높이 들고) 김정욱 의원님의 서울 시장 당선을 위하여!
일동 : 위하여! (건배 하고 마신다)
강모 : (샴페인을 마신다)
씬/13 동백 집 앞 (오후)
작고 낡은 단층 한옥집이다. 통닭과 맥주를 든 동백이 걸어온다.
씬/14 동백 집 마당 (오후)
민지가 빨래를 걷고 있고, 뒤 쪽으로 동백이 들어와서는 평상에 치킨 박스와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민지는 동백이 들어온 걸 모른다.
동백 : (민지 옆으로 와 빨래를 같이 걷으며, 나직이) 민지야, 통닭 먹어.
민지 : (기겁하며 빨래를 집어 던지는) 으억~~!! (돌아서서 동백을 본다)
동백 : (왜 그러냐는 듯이 민지를 본다)
민지 : (신경질을 확 내며) 소리 좀 내고 다녀! 놀랐잖아!
동백 : 놀라긴, 오빠 맨날 이 시간에 칼 퇴근인데.
민지 : (빨래를 주우며) 칼 퇴근이 자랑이냐? 그렇게 같이 놀 사람이 없어?
동백 : 난 내 동생이랑 노는 게 좋아요. (빨래를 평상에 내려놓는다)
민지 : (빨래를 들고 와 평상에 앉으며, 애정 섞인 구박) 얼씨구! 오빠가 이러니까 내가 연애를 못 하잖아.
이 나이에 내가 오빠랑 놀아주게 생겼어? 나도 시집가야 될 꺼 아니야!
동백 : (웃으며) 가~ 임마~ (바닥에 있는 아령을 집어 운동한다)
민지 : 오빠가 먼저 장가를 가야 내가 가지!
동백 : (지겹다는 듯 아령을 하며) 아, 또 그 소리다.
민지 : (그런 동백을 보며) 운동으로 풀지 말고 여자를 만나!
동백 : (기막혀 웃는) 차! (아령을 내려놓고 평상에 앉는다)
민지 : 언제 한 번 핸드폰 울리는 걸 못 봤어요! (동백 핸드폰의 통화내역을 확인하며) 이거봐 이거봐.
통화한 사람이 구민지구민지구민지구민지.. 131? 날씨는 뭐한다고 물어봐?
동백 : (피식 피식 웃는다)
민지 : (미간을 찌푸린다) 또 웃는다. 난 심각하거든!
동백 : 야야.. (손가락으로 민지의 찌푸린 미간을 살살 문질러 풀어주며) 풀어풀어. 뭐 그런 걸로 심각 해.
때 되면 여자도 나타나겠지.
민지 : (동백 손을 치우며) 이거 놔~
동백 : 웃어 그냥. 오늘 하루 즐겁게 살면 되는 거지 얘는.. 아 맞다! 오늘 오빠 재밌는 일 있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 오토바이하고
딱 갇혔었거든, 그래 가지구 119 대원까지 출동해서 엘리베이터 천장 뜯고 나 막 위로 끌어 올리고 난리 났었잖아.
민지 : (답답한) 오토바이랑 둘이 갇힌 게 그게 재밌어?! 여자랑 둘이 갇혀야 그게 재밌는 거지! 썸싱도 나고! 아휴..
(동백에게 안경 케이스를 준다) 자, 이거나 받아.
동백 : 뭐야?
민지 : 내일 생일이잖아.
동백 : (열어보고) 안경? 나 눈 좋아 임마. (양 눈 가리키며) 일점이, 일점영.
민지 : 보안경이야. (씌워 주며) 써 봐. 오빠는 인물 없는 건 둘째 치고, 얼굴이 너무 밋밋해서 문제야.
봤는데 본 거 같지도 않고, 기억도 안 나고.. (안경 쓴 동백 보고) 훨 낫다~ 오빤 포인트를 줘야 돼.
동백 : (벗으려고) 야, 귀찮게 뭘..
민지 : (못 벗게 하면서 귀엽게 화를 내면서) 끼고 다녀! 벗기만 해. (티켓 두 장을 꺼내 주며) 자, 하나 더.
동백 : 야, 뭘 두 개씩이나 주냐. (티켓 보며 읽으며) 영화제?
민지 : 우체국에서 제일 예쁜 언니랑 갔다 와. 좋아하는 언니 있지?
동백 : (괜히 쑥스러운) 야... 뭐... 좋아하는 언니는... 치...
민지 : 있긴 있나 보네. 아무튼 내일 오빠 10시 전에 집에 들어오면 문 안 열어 줄 꺼야. 그런 줄 알아.
(치킨 다리를 뜯는다) 맛있다!
동백 : 얘는 왜 사람을 부담 주고 그래. (그러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으로 티켓을 본다. <제 18 회 극동 영화제> 티켓이다)
씬/15 중앙 우체국 앞 (오전)
동백 : (출근하는 사람들 속에, 걸음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낸다) 얼굴에 포인트를 준다?
(안경을 끼고는 기대에 차서 들어간다)
씬/16 우편물 분류실 안 + 복도 (오전)
(안경을 낀) 동백이 분류실 안에서 빠르게 우편물에 도장을 찍고 있다.
동백 : 오~ 손이 안 보여.. 굉장히 빨라졌어..
분류실 밖 복도에는 팀장, 윤섭, 태완이 걸어오고 있다.
태완 : 팀장님, 뭐 지방 발령 있을 거 같다고 말 돌던데, 그거 진짜예요?
윤섭 : 나도 들었어. 지방 우체국을 뭐.. 활성화 시킨다고.
팀장 : (알지만 아닌 척) 아니야.. 그거 그냥 헛소문이야.
윤섭 : 에이 우리끼리 왜 이러세요? 소문 아니라던데?
동백 : (주소를 보고 우편물 분류함에 능숙하게 던져 넣는다. 우편물 세 개를 들고는) 눈 감고 해볼까?
(눈 감고 우편물을 세 군데에 정확하게 던져 넣는다) 무교동! 다동! 태평로! (눈을 뜨고 좋아하며) 아하~!!
윤섭 : 팀장님 설마 저희 추천하시는 건 아니시죠?
태완 : 안 돼요!! 연고도 없는 데로 가면 진짜 골치 아파요!!
팀장 : 아니라니까.. (하다가 분류를 하고 있는 동백을 본다, 한심하다는 듯) 저저.. 씨.. 어이! 구동백!
동백 : (팀장을 보고는) 아! 팀장님! (팀장에게 달려온다)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 : (미운) 넌 영업팀 직원이 왜 아침마다 분류실에서 살아?! 부서 바꿔줘?
동백 : (웃으며) 아니에요. 전 영업팀이 좋아요. 그냥.. 몸 푸는 거예요.. (안경을 봐 달라는 듯 손으로 안경을 살짝 올린다)
근데 저 오늘 뭐가 좀 달라진 거 같지 않으세요?
일동 : (동백을 한 번 쓱 본다)
동백 : (얼굴 부위를 가리키며) 자세히 한 번 봐 보세요.
일동 : (모르겠다) ....
팀장 : (귀찮다는 듯) 뭐가 달려 졌는데?
동백 : 위쪽.. 얼굴 쪽으로.. 뭐가 크게 달라졌는데..
일동 : (모르겠다는 듯 가만히 있다)
동백 : (민망한 지 웃으며) 저.. 안경 꼈잖아요..
팀장 : (퉁명스럽게) 원래 끼지 않았어? (가 버린다)
동백 : (멋쩍게 웃으며) 오늘 처음 꼈는데..
태완 : (별 관심 없다는 듯) 그랬나..? (윤섭과 함께 가 버린다)
동백 : (안경을 벗는) 포인트가 안 되나?
이때 멀리 경애, 명진, 소연이 즐겁게 웃으며 지나간다.
동백 : 경애씨다!!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걷는 경애를 반한 듯 잠시 본다) ... (잘 보이고 싶어 안경을 다시 낀다)
씬/17 우체국 일각 (아침)
테이블 위에 커피가 놓여 있고, 동백이 메모를 적고 있다.
동백 : (포스트잇에 중얼거리며 쓴다) 경애씨에게, 영화제 티켓을 우연히 구했습니다, 연기자 지망생이시니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같이 가실래요? 구동백 (포스트잇을 커피 잔에 붙이고는, 상상만 해도 좋은 지 활짝 웃으며) 안 갈 거 뻔한데..
(기대하는) 안 갈 거야.. 나랑 가겠어..?!
씬/18 우체국 로비 안내 데스크 (아침)
경애 자리 위엔 '경애씨 오늘도 화이팅!', '오늘도 그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환한 미소 부탁해요~' 등의 메모가 붙은
'스타벅스' 류의 커피 네 잔과 음료수 캔 다섯 개가 놓여 있다.
동백은 경쟁자가 많아 낭패라는 표정으로 커피를 내려놓지 못하고 서 있다.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제일 앞쪽에 자신의 커피를 내려놓는데, 경애의 구두소리가 나자 얼른 돌아서 간다.
경애가 그런 동백을 한 번 보고는, 동백이 내려놓은 커피에 붙어있는 메모를 읽는다.
경애 : (진지한 표정으로) 구동백씨.
동백 : (멈춰 돌아선다) 네?
경애 : (동백에게 다가와서 감정을 잡고) 바보!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친다)
동백 : (영문 몰라서) 아... 왜? 제가 뭘...?
경애 : (연기하는) 왜 말을 못 해요?
동백 : (영문 몰라서) 무슨..?
경애 :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왜 말을 못 해요?!
동백 : (들켰다는 듯 놀라) 경애씨.. 그걸.. 어떻게..?
경애 : (열연하는) 나 언제까지 당신 기다려야 돼요?
동백 : (놀라 당황하며)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진심이세요..?
경애 : 가슴 조리며 참는 거 너무 힘들다구요! 말해요! 나 언제까지 더 기다뎌댜댜 되는데~ (혀가 꼬여 대사가 틀린)
아, 여기 대사가 꼭 꼬인다.
동백 : (기막혀) 허...!
경애 : (연습하는) 언제까지 더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기, 다, 려, 야, 되, 는, 데, 요. (하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는
천연덕스럽게 업무 준비를 한다) 기다려야 되는데요. (계속 연습을 한다)
동백 : (놀림당한 기분에 화가 나 경애를 본다) ... (안경을 벗어 버린다)
씬/19 식당 (오후)
동백 : (혼자 국밥을 먹고 있다. 생각할수록 속상하다) 사람을 그런 식으로 가지고 노냐..
(국밥을 퍼 먹으며) 누군지 몰라도 박경애씨 데리고 살면 얼굴값 장난 아니게 할 거다..
이때 식당 주인이 TV 채널을 바꾼다. TV화면에는 연예프로그램 인터뷰를 하는 지수의 모습이 보인다. (미용실 일각에서 인터뷰)
지수 : (인터뷰 내용, 웃으며) 저 이번에 주연상 꼭 받아야 되요. 선물 받아 놓은 것도 있고,
상 못 받으면 돌려 달라 그러는데 어떡하죠? (리포터에게, 귀엽게) 저 상 좀 꼭 받게 **씨가 힘 좀 써 주세요.
리포터 : 아~~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이 리포터 자리도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땜에 불안한데요.
저야 말로 힘 좀 써 주십시오. 한지수씨.
지수 그래요? 시청자 여러분! 리포터는 우리 **씨가 최고죠?! (카메라 보며)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리포터 : (카메라 보며) 극동 영화제 관계자 여러분, 한지수씨 여우주연상 꼭 타야 된 답니다! 선물 받아 논 게 있답니다.
부탁드립니다! (지수에게) 근데 지금쯤 다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요?
지수 : 아, 그렇겠네요. (웃는다)
동백 : (리포터 옆에서 웃고 있는 지수를 보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이쁘냐.
(티켓을 한 번 보고, TV 속에 웃는 지수를 보고, 가볼까 하는 표정)
씬/20 시상식장 앞 레드 카펫 (저녁)
레드 카펫 주위로 기자들과 사람들이 모여 있다.
리무진이 도착하자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다. 리무진에서 지수가 내린다. 화려한 지수의 드레스를 본 사람들이 탄성을 지른다.
지수는 기자들 앞에서 미소 지으며 포즈를 취해 주고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든다.
사람들 : (소리친다) 아~~ 지수 언니~~ / 한지수~~ / 언니 너무 예뻐요~~
동백 : (달려온다) 뭐예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면서) 누구예요?
여학생1 : (농구선수처럼 키가 무척 크다. 흥분해서) 지수언니 지수언니~~ 너무 예뻐! 인형이야 인형!
동백 : (놀라서) 한지수야? 아, 빨리 올 걸! (설레고 흥분되지만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데 안 된다.
여학생1이 앞을 막고 있고, 앞 사람들이 손을 뻗어 폰카를 찍고 있다, 요리조리 보려고 한다)
여학생1 : (멀리 계단을 올라가는 지수가 고개를 돌려 손을 흔들자, 폰카 대며, 흥분한) 한지수 고개 돌렸어 아악~!
완전 예뻐! 장난 아냐~!
동백 : (손만 뻗어서 무작정 폰카로 마구 찍어본다)
여학생1 : (순간 소리 지른다) 꺄악~~~ (흥분한) ***~~ ***~~ 오빠~~
동백 : ***? (폰카를 높이 들어 마구 찍어본다)
씬/21 시상식장 엘리베이터 앞 (저녁)
지수와 연경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강모, 수연이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온다.
강모와 지수는 서로를 알아보고는 멈칫한다.
수연 : (반갑게) 한지수씨?
지수 : (담담하게) 안녕하세요.
강모 : (지수에게 가볍게 인사한다)
수연 : (미소 지으며, 강모의 팔을 꼭 잡으며) 오늘 여우주연상 시상 우리 강모씨가 하는데, 난 한지수씨가 타셨으면 좋겠다.
(강모에게) 그쵸?
강모 : (지수를 의식하며) 음..
연경 : (지수와 강모가 신경 쓰인다)
수연 : '그녀의 산책' 너무 좋아서 전 두 번이나 봤어요.
지수 : (엷게 미소 지으며)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열린다. 네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씬/22 엘리베이터 안 + 시장식장 복도 (저녁)
수연, 강모, 지수, 연경 순으로 서 있다.
수연 : (강모의 팔을 더 꼭 잡으며) 강모씨..
강모 : (지수가 의식 되지만) 음..
지수 : (이 상황이 힘든지 둘을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고 서 있다)
수연 : 시상식 끝나는 대로 고모님 갤러리에 가 봐야 될 거 같은데, 같이 가요? 전시 마지막 날이라 인사는 드려야 될 거 같아요.
강모 : 약속이 있어서, 미안해.
수연 : (귀엽게 투정하는) 아버지도 오시는데.. 중요한 약속이에요?
강모 : 음. (수연 모르게 지수의 손(반지가 끼워진)을 잡는다)
지수 : (놀라 강모를 본다) ... (지난 일을 회상한다)
(회상 인서트 - 1년 전)
지수 :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강모를 보고 있다)
강모 : (슬프다) 미안하다 지수야. (힘들게) 약혼.. 해야 될 거 같아.
지수 : (눈물이 주르륵 떨어진다)
강모 : (슬프지만 강하게) 선거만 마무리되면.. 그러면 너한테 돌아올 거야.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지수의 손에 끼운다)
약속할게. (지수의 손을 잡는다) 많이 힘들겠지만.. 기다려줘..
지수 : (눈물을 흘리며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본다)
현실로 돌아온, 지수는 여전히 자기 손을 잡고 있는 강모의 손을 본다. 연경은 그런 둘을 보며 안타깝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모는 지수의 손을 놓고 수연과 먼저 내린다.
지수는 그런 강모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하자 연경이 열림 버튼을 누른다.
연경 : 극동일보에서 주최하는 공식적인 자리니까, 그래서 같이 왔을 거야.
지수 : (담담하게) 나 괜찮아. (엘리베이터를 내린다)
연경 : (따라 내리며 기분 풀어주려는) 너 한희정 드레스 봤지? (어이없는) 그게 겨자색이였니?
내가 한희정 너 왜 똥색 드레스를 입고 왔어 그랬더니 이게 왜 똥색이냐고 겨자라고 나한테 난리 부르스를 추는 거야!
근데 그거 누가 봐도 똥색 아니냐? 그거 똥색이야!
지수 : (노력하는 연경을 보고 웃으며) 언니, 나 진짜 괜찮아. 애쓰지 마. 그리고.. (귀엽게) 똥색 맞아. (앞서 걸어간다)
연경 : (웃으며 지수를 따라 걷는다)
씬/23 시상식장 로비 일각 (저녁)
강모와 수연이 주최 측 임원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강모 :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수연 : (강모와 함께 목례를 한다)
백기자 : (불쑥 강모 앞으로 나타난다) 안녕하십니까.
강모 : (백기자의 등장이 편치 않은) 안녕하세요. 백기자님. (악수를 청한다)
백기자 : (악수하며) 아버님 당내 지지율이 1위가 되셨던데요. 축하드립니다.
강모 : 당신께서 노력을 많이 하시니까요.
백기자 :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선거까지 이제 6개월 남았네요? 김후보님 주변 분들이 많이 긴장되시겠어요.
혹시라도 누가 되면 곤란하잖아요.
강모 : (기분 나쁜, 감추며) 그럴 일이야 있겠습니까? 근데.. 정치부 기자께서 영화제 시상식엔 웬일이세요?
백기자 : (한 번 웃고는) 취재 할 게 있어서요. 아, 여우주연상 시상하신다고.. 누가 될 거 같아요?
(강모를 똑바로 보는) 한지수씨가 유력하다던데..
강모 : (잠시 시선 마주치다) 저도 알 수가 없네요. 시상 전까진 비밀이라서.. 그럼 수고하세요.
(다정하게 수연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백기자 :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한다)
수연 : (백기자에게 인사를 한다)
강모 : (수연과 함께 백기자를 지나쳐 간다. 표정이 굳는다)
백기자 : (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씬/24 동백집 거실 (저녁)
민지가 혼자 저녁을 먹으며 영화제 시상식 중계를 보고 있다.
민지 : 가긴 갔겠지? 아직까지 안 오는 거 보면? (김에 싸서 밥을 먹으며) 방청석을 잘 안 잡아 주네..
MC : (OFF) 여우주연상 시상에는, 극동일보 상무이신 김강모님께서 수고해주시겠습니다.
(TV화면에 강모가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민지 : 무슨 상무가 저렇게 젊어? 아이 씨, 잘 생겼다~~
강모 : 제 18 회 극동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민지 : 한지수~ 한지수 줘야지!
강모 : 수상자는 <그녀의 산책>에 한지수씨. 축하드립니다.
민지 : 그렇지! 한지수 밖에 없지 뭐.
TV화면에 지수가 웃으며 무대로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민지 : (밥을 먹으며) 오우, 한지수 목걸이 죽인다.. (TV 화면에 박수를 치는 방청석이 잡힌다. 동백이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
사이에 끼어서 박수를 치는 장면이 보인다) 어? 오빠다! (혼자 있자 실망한다) 뭐야 저 고딩들 사이에 혼자 앉아 가지구..
아후.. 내가 저럴 줄 알았어. 혼자 갔어 혼자 갔어. 아우~ (물을 술처럼 컵에 따르며) 속 터져. 능력이 저렇게 안 되는 거야?
(들이키고 탁 내려놓는다) 들어오기만 해봐.
씬/25 시상식 장 (저녁)
강모가 지수에게 트로피를 준다. 지수와 강모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도우미가 지수에게 꽃다발을 준다. 강모와 도우미는 무대 뒤로 간다.
지수 : (감격한, 미소 지으며) 아.. 감사합니다.. (잠시, 진정하려 애쓰며) 작년에 제가 이 상을 받아서 올해는 힘들지 않겠냐..
주변 분들이 그런 말씀 많이 하셨는데요.. 그때마다 괜찮은 척 웃긴 했지만.. 솔직히 미워서 때려 주고 싶었어요.
관객 : (OFF) 하하하~
수연 : (객석 맨 앞 자리에 앉아, 지수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지수 : (그런 수연이 보인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은.. (자신의 이야기 같다. 목소리가 떨리는) 희생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걸.. 이 작품을 통해 공감해 주신 거 같아 기쁘고요.. 작품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대 뒤편으로 걸어간다. 박수 소리가 들린다)
씬/26 시상식 장 무대 뒤 일각 (저녁)
지수가 걸어 나오는데 누군가가 지수를 확 끌어안다.
지수 : (놀라서 보면, 강모다)
강모 : (작게) 축하한다.
스텝1,2의 발소리와 말소리가 들린다.
강모 : (얼른 지수와 떨어지고는 뒤돌아 걸어간다. 살짝 뒤돌아 최고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보여주고 미소 지으며 가던 길을 간다)
지수 : (그런 강모를 보며 엷게 미소 짓는다)
씬/27 시상식장 일각 (밤)
환하게 웃는 지수가 연경과 함께 이동을 한다. 사람들이 "축하해요~ 지수 언니 예뻐요~" 환호하며 지수를 쫓아 움직인다.
동백 : 어.. 한지수다?! (문가에 서서 펜을 꺼낸다) 사인사인!
턱시도를 입은 남자 배우가 급하게 동백 옆으로 뛰어가자 수 십 명의 여고생이 동백 쪽으로 달려온다.
여고생들 : 오빠~ / *** 오빠~ / 악~
여고생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그 중간에 끼인 동백은 있는 힘을 다해 빠져 나오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동백 : (겨우겨우 빠져나온다. 옷과 머리가 흐트러져 있다) ...
남1 : (사인지를 들고 좋아한다) 난 한지수 사인 받았다!
동백 : (부러운 듯 남1을 본다) 좋겠다씨.. 애들 사이에만 안 꼈으면 나도 한지수 사인 받는 건데. 아, 이런 기회가 또 없는 건데..
(아역 탤런트를 발견한다) 어...? (어쩔까 하다가 펜을 들고 아역 탤런트 앞으로 간다)
아역 : (사인 받으러 온 걸 안다는 듯 동백이 들고 있는 펜을 뺏는다)
동백 : ..... (주섬주섬 메모지를 꺼내 아역 탤런트에게 준다)
아역 : (메모를 받아 들고 사인을 하는데 펜이 안 나온다) ..... (짜증내는) 볼펜 안 나오는데요?
동백 : 어? 그러니?
아역 : (메모지와 펜을 동백에게 주고는 가버린다)
동백 : (가는 아역 탤런트 등에다 대고) 영화 잘 봤다.. 연기 잘 하더라.. (뭔가 허탈하고 아쉬운 표정이다)
씬/28 시상식장 주차장 (밤)
백기자가 기둥 뒤에 숨어 강모와 수연의 동태를 살핀다. 강모와 수연은 차 앞에서 몇 마디 말을 나눈다.
수연이 차에 탄다. 강모가 손을 흔들어 주고 수연이 탄 차가 출발한다.
백기자는 예상했다는 듯 씩 웃는다.
강모가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간다.
멀리서 지수(평상복에 모자를 눌러 쓴)와 연경이 걸어온다. 강모가 지수 쪽으로 걸어간다.
백기자 : (지수와 연경이 강모를 만나는 모습을 보며) 그렇지. (카메라를 들고) 자, 매니저 빠지고 김강모 한지수 같이 차에 타라.
한 장만 건지자.
지수와 연경은 강모와 인사를 나누고는 지수 차로 간다. 강모 역시 자신의 차로 간다.
백기자 : (김빠져서) 뭐야..
연경이 운전하는 지수의 차가 빠져 나간다. 잠시 후 강모의 차가 간다.
백기자 : (기둥을 친다) 아..!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자신의 차에 오른다)
씬/29 시상식장 진출입로 1 + 백기자 차 안 (밤)
백기자가 차를 몰고 있다. 앞 서 가는 강모의 차를 따라 간다.
강모의 차가 한참을 가더니 멈춘다. 길 옆에 지수의 차가 서 있다.
강모와 연경이 얼른 문을 열고 급히 나와 서로 차를 바꿔서 탄다.
백기자 : (잡았다는 듯) 그래 이거야. (카메라를 들다가 놓친다. 카메라가 의자 밑으로 떨어진다) 이런..
(카메라를 주워들고 앞을 보면 이미 두 차가 출발을 했다, 핸들을 내려친다) 에이 씨.. (지수의 차를 따라간다)
씬/30 지수 차 안 (밤)
강모가 운전을 하고 옆에 지수가 앉아 강모를 바라보고 있다.
지수 : (목걸이 가리키며 애써 밝게 종알거린다) 이제 이거 안돌려줘도 되는 거네? 다행이다. 나 배우 하길 정말 잘한 거 같애.
그냥 선생님 됐으면 이 넘치는 끼를 어쩔 뻔 했어? 그치?
강모 : (지수의 마음을 읽고는) 나 전시회 안 간 거 그렇게 신경 쓰이니?
지수 : (차분해 진다) ...
강모 : 신경 쓰지 마. (지수를 한 번 보고) 피지 어땠어, 좋았어?
지수 : 거긴.. 시간이 고여 있는 곳 같았어.. 오늘이 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전혀 상관없는..
여기선 시간 가는 걸 하루하루 세면서 지냈는데..
강모 : (미안해진다. 지수 손을 잡는다) 이제 6개월 남았다. 조금만 버텨 줘 지수야. 아버지 선거 끝나면 꼭 같이 가자.
지수 : (강모의 어깨에 살짝 기댄다)
강모 : (안타까운 마음이다. 백미러를 한 번 본다. 갑자기 표정이 심각해진다) ... (차선을 급하게 한 번 바꾼다)
지수 :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앉으며) 왜 그래요?
강모 : (한 번 더 백미러를 살피고는 짜증스러운 표정이다)
지수 : (걱정스럽게 뒤를 돌아본다) 누가 따라와요?
강모 : 백기자 같아. (속력을 낸다)
지수 : (걱정스럽다)
씬/31 백기자 차 안 (밤)
백기자 : (쓱 웃고는) 도망을 가시겠다? 그래 한번 해보자. (속력을 낸다)
씬/32 시상식장 진출입로 2 (밤)
지수의 차와 백기자 차가 거칠게 속력을 내며 추격전을 펼친다.
씬/33 시상식장 진출입로 3 (밤)
동백이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며 걸어온다.
동백 : (하나같이 뒷모습이거나 흔들린 사진들) 아 참.. 제대로 나온 게 하나도 없네.. (이때 핸드폰 벨이 울리자 깜짝 놀라보면,
구민지라고 뜨고 잠시 망설이다, 전화 받는다. 일부러 밝게) 어. 민지야!
씬/34 시상식장 진출입로 4 + 백기자 차 안 (밤)
지수의 차와 백기자 차가 빠르게 추격전을 펼친다.
지수의 차가 커브 길을 빠르게 돌아간다. 지수의 차가 지나가고 좌회전을 받은 트럭이 백기자 차 앞으로 들어온다.
백기자의 차가 순간 속도를 줄인다.
백기자 : (급브레이크를 밟고는 트럭 앞에 가까스로 멈춘다. 화가 나서) 아악~~~
(트럭을 향해 마구 소리 지른다) 야, 임마~ 차 빼!!
씬/35 시상식장 진출입로 5 (밤)
동백 : (통화하며 걸어가고 있다) 어.. 이제 지하철 타려고..
민지 : (OFF) 누구랑 같이 갔어?
동백 : (할 말 없는) 어.. 있어.. 경애씨라고, 우리 우체국 퀸카.
민지 : (OFF) 그래? 그럼 지금 옆에 있겠네. 좀 바꿔 줘봐.
동백 : (당황한) 어? 니가 뭐 하러..
민지 : (OFF, 소리 지른다) 잔말 말고 3초 내에 바꿔!
지수의 차가 달려오다가 급커브를 돈다. 지수의 차가 바퀴 끌리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미끄러진다.
동백 : (요란한 소리에 놀라 쳐다본다) 어?
지수의 차가 동백이 서 있는 방향으로 미끄러져 온다.
동백 : (차에 치일까) 어...어? (발이 떨어지지 않아 주춤거리며) 어억!!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핸드폰을 놓치며 주저앉는다)
급정거를 하는 지수 차가 동백 바로 옆 가로수와 충돌하며 멈춰 선다.
씬/36 지수 차 안 (밤)
강모 : (정신없이 차를 후진시키려 하지만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제발 제발!
지수 : (결심하는) 안 되겠어요. 강모씬 내려.
강모 : (놀란다) 지수야?
씬/37 시상식장 진출입로 5 (밤)
지수 차에서 강모가 뛰어 나와 도망가는 모습이 보인다.
지수 : (차에서 내려 운전석 쪽으로 온다)
동백 : (일어나 앉으며) 후.. 죽는 줄 알았네..
지수 : (그런 동백을 본다)
동백 : (지수를 본다. 모자에 가려 지수를 못 알아본다)
지수 : (다급하게) 죄송한데, 운전면허 있으세요?
동백 : 예? 예.. 있는데 왜..?
지수 : 도와주세요! 빨리요!
동백 : (얼결에) 왜..? (하고 지수 쪽으로 간다)
지수 : (급하게 동백을 운전석에 앉힌다)
씬/38 백기자 차 안 (밤)
백기자 : (가로수와 충돌한 지수의 차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넌 끝났어.!
씬/39 지수 차 안 + 시상식장 진출입로 5 (밤)
지수 : (보조석에 앉는다)
동백 : 음주세요..? 음주운전 안 됩니다. 위험해요.
백기자 차가 지수 차 바로 뒤에 급정거 하는 소리가 들린다.
동백 : 다음부턴 대리를 부르시던가..
지수 : 쉿!
동백 : (긴장하며 작게) 경찰이에요?
지수 : (가만히 있으라는 듯 동백의 팔목을 꽉 잡는다)
백기자가 사진을 마구 찍는다. 카메라 후레쉬가 연속적으로 터진다.
백기자 : (운전석을 열고 운전자를 여러 번 찍은 후) 김강모씨..! (회심의 미소)
동백 : (얼굴을 팔로 감싸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백기자 : (동백이 운전석에 있자 기겁하는) 뭐야..?! (큰소리로) 당신 누구야?!
동백 : (어색한) 저는.. 구동백이라고 하는데요..?!
백기자 : (화가 나 손바닥으로 차를 한번 치고는) 한지수씨! 김강모 어디 갔어?
지수 : (태연하게) 무슨 말씀이세요?
동백 : (한지수라는 말에 놀라 천천히 지수를 본다)
백기자 : (기막힌) 후!! (차 뒷좌석과 주변을 살피며 마구 사진 찍는다)
동백 : (가까이서 지수를 알아보고는, 입이 쩍 벌어지는) 한.. 지수..?
지수 : (조용하라는 듯 동백의 팔을 꼭 누른다)
동백 : (손으로 놀란 입을 막는다)
지수 : (떨어져 있는 강모의 행커치프를 발견하고 재빨리 숨긴다)
이를 멀리서 숨어 지켜보고 있는 강모의 모습이 지나가는 자동차의 라이트에 비친다. 강모가 얼른 고개를 돌린다.
백기자 : (동백에게 소리치는) 당신 뭐야?! 어디서 끼어 든 거야?!
동백 : (순간 얼어서 시선을 피한다. 정면을 보며 괜히 핸들을 잡는다)
지수 : (침착하게) 백기자님! 제가 어깨를 다친 거 같은데, 앰뷸런스 좀 불러 주시겠어요?
백기자 : (짜증나는) 하..!!
씬/40 병원 복도 + 병원 응급실 앞 (밤)
연경 : (강모에게 전화를 하면서 황급히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지수 면허 없는 거 너도 알잖아.
걔라고 모르는 사람 개입시키고 싶었겠니?
씬/41 강모 차 + 병원 응급실 (밤)
연경 : (지수에게 전화기를 준다) 강모.
지수 : 나예요.
강모 : 그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
지수 : 우체국 직원이래. 처음부터 그 사람이 운전 한 걸로, 그렇게 얘기 잘 맞춰 놨어. 내 팬이라고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강모씬 걱정하지 마요.
강모 : (걱정스러운) 흠.. 부탁인데, 입막음 정확하게 해 줘. 그 사람이 달라는 대로 다 줘. 얼마가 되든 상관없으니까.
지수 : 알았어.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 할 게. 어디에요?
강모 : 전시회 가는 길이야. 거취를 확실히 해 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지수 : 그래요 그렇게 해요. 끊을 게요. (끊는다)
연경 : 그 사람 명함 받았다면서?
지수 : (명함을 연경에게 준다)
연경 : (명함을 보며) 중앙 우체국 금융영업팀.. 구동백..?
씬/42 병원 매점 (밤)
동백 : (놀랍고 흥분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하.. 참.. 이게 무슨.. (생각 할수록 좋은)
아~ 내가 어떻게 한지수랑.. (커피를 마시다가 백기자와 눈이 마주친다. 놀라 커피가 한 모금 크게 꿀떡 넘어간다)
백기자 : (동백 옆에 앉으며 명함을 준다)
동백 : (긴장하는) 아.. 예..
백기자 : 명함 있어요?
동백 : 예? 아.. 예.. (주섬주섬 명함을 꺼내 백기자에게 준다) 구동백입니다.
백기자 : (동백의 명함을 보고는) 우체국에 계세요?
동백 :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네..
백기자 : (날카롭게 동백을 쳐다보며) 그 차.. 처음부터 운전 안 했죠?
동백 : (어색하게 크게 오버해서) 네에? 기자님도 참.. 아까 한지수씨가 다 얘기 했잖아요.
백기자 : (기막히다는 듯) 무슨 얘기? 당신이 한지수 팬이고, 두 사람이 시상식장에서 만났고,
한지수씨가 면허가 없어서 운전을 대신 해줬다는 말?
동백 : 네... 정확하게 맞습니다.
백기자 : (기막혀 동백을 빤히 본다)
동백 : (찔리지만 태연한척 한다)
백기자 : (나지막이) 그 차.. 당신이 운전 안 했어. 내가 봤어.
동백 : (약간 자신 없게) 저였다니까요.. 처음부터..
백기자 : (아랑곳하지 않고 강하게) 당신 어디서 끼어 든 거야?
동백 : (최대한 태연한 척 웃지만 식은땀이 흐른다) 끼어들긴.. 달리는 차에 제가 무슨 수로 끼어듭니까? 처음부터 저였어요...
아까 다 보시구선.
백기자 : 한지수랑 같이 있었던 남자가 누군지나 알아요?
동백 : (백기자를 본다)
백기자 : (동백을 똑바로 보며) 서울 시장 후보 아들이야.
동백 : (그렇구나 싶다. 백기자의 시선을 외면한다)
백기자 : 내가 여배우 스캔들이나 캐구 다니는 기잔 줄 아나본데.. 사실대로 말하고 이쯤에서 빠지는 게 좋아요. 다치기 싫으면.
동백 : (겁이 난다) 사실대로 다 말했잖아요.
백기자 :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른다) 지금 이게 장난 인 줄 알아!
동백 : (약간 얼어 백기자를 본다)
연경 : (OFF) 구동백씨~
동백 : (연경 쪽을 본다)
연경 : (백기자를 경계하듯) 의사 선생님이 찾으세요.
동백 : (다행이라는 듯 일어나면서) 아.. 의사 선생님이 찾으세요?! (백기자에게) 의사 선생님이 찾으셔서.. 그럼.. (도망치듯 간다)
백기자 : (가는 동백과 연경의 모습을 노려보며) 이대로 그냥은 안 물러납니다.
연경 : (백기자를 무시하고는 동백을 데리고 간다)
동백 : (복도 코너를 돌아서자, 힘들었는지 손등으로 이마의 식은땀을 닦는다)
연경 : (그런 동백을 위에서 아래까지 천천히 살펴본다) 한지수 매니저 차연경입니다.
동백 : 아 네에.. (연경이 자신을 살피자 영문 몰라) 왜...?
연경 : 드릴 말씀이 있는데, 제 차로 가시죠.
씬/43 병원 앞 + 지수 이동차 (밤)
연경 : 오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앉은 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동백 : (앉은 채 얼결에 같이 고개를 숙이며) 아.. 예..
연경 : 한 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운전은 처음부터 해 주신 걸로.
동백 : 그 점은 정말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연경 : 구동백씨 가족한테도 절대 비밀로 하셔야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동백 : 그럼요. 저 땜에 한지수씨가 곤란해지면 안 되죠. 절대 안 되죠.
연경 : (어렵게) 저기.. 그래서.. 저희가 성의 표시를 하고 싶은데요..
동백 : (의외라는 듯) 성의요?
연경 : 원하시는 대로 말씀을 해 주시면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동백 :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연경 : 번거롭게 해 드렸는데, 저희로서 당연히 해 드려야죠. 말씀 해 보세요.
동백 : (난감한) 생각을 안 해 봤는데. (머리를 긁적이다가) 저기 그럼 힘들지 않으시면 여러 장 부탁드려도 되나요?
연경 : (당황하며) 예? 예.. 얼마나..?
동백 : (잠시 눈을 껌뻑이며 생각하다가) 여덟 장..? 아니 아홉 장!
연경 : (액수가 크다는 듯) 아홉 장이요?
동백 : (눈치 살피며) 너무 많나요?
연경 : 아닙니다.
동백 : (다행이다 싶은 듯 웃으며) 제가 여기저기 줘야 될 사람도 있고 해서..
연경 : 아 예.. 그럼, 준비되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동백 : (의아한) 네? 저기 한지수씨한테 직접 받는 게 아닌가요?
연경 : 그건 곤란합니다.
동백 : (실망한) 아.. 그래요..? 전 그냥 한지수씨가 사인 아홉 장 해 주시는 동안 얼굴이나 한 번 더 뵐 수 있을까 그랬는데.
(멋쩍게 웃는다)
연경 : (놀라) 아홉 장 그게.. 사인 말씀하시는 거예요?
씬/44 병원 일각 (밤)
지수가 사인을 하고 있다. 동백은 조금 흥분 상태다.
지수 : (사인을 해서 동백에게 건넨다)
동백 : (받으며) 여덟..
지수 : (사인을 해서 동백에게 건넨다)
동백 : (흥분된) 예.. 아홉 장 다 됐습니다. 팔도 다치셔서 아프셨을 텐데. (인사하며)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수 얼굴을 보자 너무 좋은) 제 핸드폰 카메라가 아까 고장 나서, 안 그랬으면 사진도 같이 찍고 좋았을 텐데..
제 일생에 이런 기회가 또 없는 건데요..
연경 : 저 그럼 선생님. 이제 원하시는 액수를 말씀해 주세요.
동백 : (펄쩍 뛴다) 정말 아니라니까요. 왜 자꾸 그러세요. (사인지를 보여주며) 전 이거면 되요 진짜요.
연경 : (난감한 듯) 그럼 저희가 알아서 준비하겠습니다.
동백 : 매니저님 진짜 왜 이러세요. 저 돈 받으려구 도와드린 거 아니에요. 이렇게 사인도 다 받았는데.. 아닙니다!
지수 : (차분하고 단호하게) 그냥 드리는 거 아니에요.
동백 : (지수를 본다)
지수 : 저랑 약속하신 거 책임져 달라고 드리는 거예요.
오늘 있었던 일,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비밀로 해 달라고 드리는 겁니다.
동백 : (진지해지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제가 끝까지 책임집니다. 오늘 일 저 혼자 무덤까지 가져갑니다.
(진심으로) 돈 같은 거 안 받아두요.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저 정말 한지수씨 왕 팬인데.. 한지수씨는 나중엔 저 같은 사람 기억 못 하시겠지만.. 전 저랑 한지수씨랑 둘만 알고 있는
이 비밀 때문에 평생 한지수씨를 기억하게 될 겁니다..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하~ 하고 웃는다)
오늘 제 생일이었는데.. (사인을 들어 보이며) 최고 좋은 생일선물 받은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환하게 웃는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본다)
씬/45 달리는 지수의 이동차 + 안 (밤)
연경 : 희한한 사람이다. 남들 같았으면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내고 싶어 했을 텐데, 사인 아홉 장.
참! 사람이 좋은 건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지.
지수 : (창밖을 본다)
창밖으로 동백이 탄 버스가 지나간다. 동백은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
지수 : (지수의 사인을 보며 웃고 있는 동백 모습이 보인다)
씬/46 달리는 버스 안 (밤)
동백 : (지수의 사인을 한 장 한 장 흐뭇한 얼굴로 넘겨보고 있다)
씬/47 지수 이동차 안 (밤)
지수 : (그런 동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수의 이동차가 버스를 앞질러 간다. 두 차가 점점 멀어진다.
씬/48 갤러리 (밤)
그림을 보는 있는 사람들 속에 김정욱, 최회장 (장인), 수연이 담소를 나누며 그림을 보고 있다.
이때 강모가 들어온다.
김정욱 : (강모를 발견하고는 노려본다)
수연 : (강모를 보고 기뻐 달려간다) 강모씨 (팔짱을 끼며) 일 벌써 끝났어요?
강모 : (다정하게 웃어 주며) 음. (정욱을 의식하며)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정욱 : (선수 치는) 제 심부름을 하느라고 이제야 오네요. 이 녀석이 요즘 제 일 돕느라고 정신없이 바쁩니다.
최회장 : 일 보느라 피곤할 텐데, 집에 들어가서 쉬지 뭐 이런 자리까지 왔어?
수연 : (웃으며) 아버지는, 기껏 와 준 사람한테.
최회장 : 얘기가 그렇게 되나? 하하~ (강모 어깨를 치며) 와 줘서 고맙네.
컷 튀면, 최회장과 수연이 앞장 서 가며 그림을 보고 있고
조금 떨어진 뒤쪽에서 강모와 김정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욱 : (질책하는 투로 나직이) 무슨 바쁜 일이 있어서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오늘 같은 날 애기랑 같이 나타났어야지.
최회장 오는 거 몰랐어?
강모 : 일이 있었습니다.
김정욱 : 무슨 일이 우선인지까지 내가 가르쳐 줘야 돼? 선거 얼마 안 남았다. 정신 똑바로 차려.
강모 : (마지못해) 네.
씬/49 갤러리 일각 복도 (밤)
강모 : (전화를 하고 있다) 지수야, 나야. 아깐 정신없어서 괜찮은 지도 못 물어 봤다. 다친 덴 없어? 나 30분 쯤 있다 나갈 거야.
주차장에서 보자. 백기자 조심하고.
씬/50 빌딩 지하 주차장 (밤)
강모의 차가 주차 되어 있다. 잠시 후 지수 차가 들어 와, 강모 차 옆에 주차한다.
강모와 지수는 차 창문만 내린 채 대화한다.
강모 : (지수를 안타까운 듯 바라본다) 미안하다.. 혼자 힘들었지?
지수 : (강모를 보며 미소를 지어준다) 첩보영화 한 편 찍었다 치지 뭐.
강모 : (고마운 듯 그런 지수를 본다) 그 사람.. 얼마 주기로 했니? 그 돈은 내가 마련할게.
지수 : (말문이 막힌다) 어...
강모 : (설마 싶어) 안 줬어?
연경 : 그 사람이 안 받겠다고 해서..
강모 : (기가 막힌) 하.. 연경아!
연경 : 믿을 만한 사람인 것도 같고.
강모 : (말을 자르며) 순진한 소리 하지 마. 처음 보는 사람을 어떻게 믿니?
지수 : (얼른) 언니가 내일 그 사람 다시 한 번 만나 줘.
연경 : 안 받겠다는 사람을 만나서 억지로 어떻게 주니? 너도 봤잖아.
지수 : 내가 있어서 말 못 했는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해 줘.
강모 : 부탁한다. 확실하게 처리 해 줘.
연경 : (난감한) 아..
씬/51 지수 집 앞 일각 + 지수 차 안 + 백기자 차 안 (밤)
지수 차가 도착한다. 지수와 연경이 일각에 있는 백기자 차를 본다.
연경 : (짜증내는) 쳇! 잠복이라도 하시겠다는 거야 이제?
지수 : (잠시 백기자 차를 보다가 음료수병을 집어 들고 차에서 내린다)
지수는 백기자 차로 걸어간다. 차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백기자 : (창문을 내린다) ... (지수를 본다)
지수 : (음료수병을 내밀며) 쥬스 좀 드세요. 밤 새시려면 피곤하실 텐데.
백기자 : (음료수병을 받고, 대차다는 듯 지수를 본다)
지수 : (돌아서 간다)
백기자 : (차에서 내려) 이 봐, 한지수씨.
지수 : (멈춰 돌아본다)
백기자 : 나도 당신 팬입니다.
지수 : (침착하게) 그러세요?
백기자 : 팬으로서 한 마디 합시다. 한지수씨 능력 있잖아. 김강모한테 안 끌려 다녀도 얼마든지 멋진 인생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단언하는데, 김강모.. 당신 인생에 도움 되는 사람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나한테 다 털어 버리고,
새롭게 당신 위해 살아보는 건 어때?
지수 : (침착하게 미소 지으며) 벌써 졸리신가 봐요. 진한 커피로 갖다 드릴 걸 그랬네요. (목례를 하고는 돌아서 간다)
백기자 : (만만하지 않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흠..!
지수 : (힘든 지 얼굴이 굳어진다)
씬/52 동백 집 마당 (밤)
동백이 기분 좋게 들어오는데 죽도가 날아온다. 동백이 얼결에 죽도를 잡고 앞을 보면 민지가 죽도를 들고 서 있다.
동백 : (놀라) 뭐야?
민지 : (각오하라는 듯) 안 놔!
동백 : 왜? (방어 자세를 취한다)
민지 : 아아~ (소리치며 동백을 마구 공격한다)
동백 : (이리저리 맞기도 하고 막기도 하고 정신없다) 아야~ 아! 아!! 민지야~ 야 이 놈의 새끼! 오빠를! 거기 급소를!
진짜 아파~ 아아~!!
민지 : (실컷 휘두르고는 검을 멋지게 내려놓고) 연기 잘하더라. 어? 옆에 여자도 없으면서 있는 척 하더니,
전화 바꾸라니까 어? 교통사고 난 것처럼 아아아~ 연기 리얼하던데?! 남우주연상 감이던데 아주!
동백 : (피식 웃고) 연기 아니었어. 진짜 오빠 차에 치어서 오늘 죽을 뻔..
민지 : (다시 마구 공격한다) 이야~~!!
동백 : 아 아 아~ (다시 여러 대 맞고 겨우 막는다) 너 진짜 왜 이래?!
민지 : 내가 그 표 어떻게 구했는지 알아? 한 장당 오 만원씩 10만 원 주고 친구한테 겨우 뺏은 거야.
동백 : (놀란다) 뭐? 십 만원?
민지 : 도대체 사람이 왜 그래? 껀수를 만들어서 손에 쥐어 줘두 데이트 하나 못하고 오냐?
어떡할라 그래? 연애두 못 해 보구 혼자 늙어 죽을 거야!
동백 : 연애를 왜 못 해. 오빠도 맘먹으면 해 임마.
민지 : 하긴 뭘 해! 오늘도 혼자 가 놓구선!
동백 : 근데 나 거기 혼자 간 거 어떻게 알았냐?
민지 : 어떻게 알긴! 여고생들 사이에서 열심히 박수치고 있더만, 걔 누구야 한지수 걔 상 받을 때 보니까!
동백 : (피식 웃고는) 땍!! 한지수 걔가 뭐야 임마, 알지도 못하믄서.
민지 : (기 막혀 하며) 차.. 그러는 오빤 한지수 코빼기라도 봤냐?
동백 : 봤지. (하고는 가방에서 사인을 하나 꺼낸다) 자.
민지 : (사인을 본다) 뭐야?
동백 : 코빼기 본 증거, 한지수씨 사인.
민지 : (놀라) 오빠 진짜 만났어? 시상식에서 만났어?
동백 : 쉿! 거기까지.
민지 : (달려들며) 오빠 얘기 좀 해 봐~ 진짜 만난 거야?
동백 : (손가락을 민지 입에 대고) 쉿! 거기까지. (하고는 들어간다)
민지 : 뭐야 꼴랑 사인 한 장 받아와 놓고 잘난 척이야.
씬/53 동백 방 (밤)
런닝에 파자마 차림을 한 동백이 사인지를 한 장씩 세어 보고 있다.
동백 : (한 장씩 내려놓으며) 오팀장님.. 고팀장님.. 고팀장님 아들.. 경애씨.. 명진씨.. 윤섭이.. 태완이..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며) 나는 요걸로.. 요게 제일 진하게 잘 됐어.. (흐뭇하게 웃고는 사인지를 정리 해 가방에 넣고는)
자자. (불을 끄고 이불에 눕는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지) 근데 어떻게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냐.. 크흐..
사인을 해 주던 지수의 얼굴이 떠오른다.
동백 : (좋은 지) 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이쁠 수가 있을까..
씬/54 우체국 앞 거리 (아침)
동백은 가방 속에 넣은 한지수 사인을 확인 해 보면서 기분 좋게 걸어간다.
신문 가판대에 "여우주연상 한지수"라는 헤드 카피의 스포츠 신문 여러 종류가 진열 되어 있다.
동백 : (지수 사진을 보자 남다른 감정이다) 실물보다 못 나왔다.
씬/55 우체국 로비 (아침)
동백이 당당한 얼굴로 들어온다. 지수의 사인을 넣은 가방을 꾹 한 번 움켜쥔다.
우체국 직원들은 분주하게 업무 준비를 하고 있다.
동백 : (명진을 발견하고는) 조명진씨!
명진 : (동백을 본다) 왜요?
동백 : 내가 줄 꺼 있거든요. 박경애씨랑 우리 사무실로 와 주세요. (하고는 사무실 쪽으로 당당하게 걸어간다)
씬/56 우체국 사무실 (아침)
팀장과 윤섭, 태완이 업무 준비를 하고 있다.
동백 : (사무실로 들어 와서는 당당하게) 팀장님!
팀장 : (동백을 본다)
동백 : (가방을 들어서 당당하게 보여준다) 이 가방 안에 뭐가 들어 있는 줄 아십니까? 제가! 사인을 받아 왔습니다.
팀장 : (보험 계약 사인을 받아 왔다고 이해한다. 얼굴이 밝아진다) 사인?
동백 : (당당하게) 네!
팀장 : 구동백 니가 진짜 사인을 받아 왔어?
동백 : (당당하게) 여러 장 받아 왔습니다.
팀장 : (기쁜) 여러 장? (기분이 좋아 동백의 볼을 잡고 흔드는) 이 자식.. 이 자식.. 귀여운 자식.. 여러 장을? 한 꺼 번에~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내가 원하는 구동백의 모습이 이런 거 였어! 보자. 몇 장 받아 왔니?
동백 : (가방에서 사인을 꺼낸다)
팀장 : 얼마짜리 계약을 해 온 거야? 무슨 상품을 판 거야?
동백 : (사인을 보여주며) 탤런트 한지수 아시죠? 한지수씨 사인입니다.
팀장 : (얼굴이 순간 일그러진다) 보험 상품 팔고.. 계약자한테 사인 받은 게 아니고..? 탤런트 사인?
(동백을 노려보며) 아침부터~~~
윤,태 :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업무를 본다) 쳇! / 허~
동백 : (눈치 못 채고) 팀장님 아드님이 한지수 좋아한다고.. 제가 얼핏 들은 적이 있어서요. 팀장님은 두 장입니다.
(하고 두 장을 준다)
팀장 : (두 장 받고는) 다 내 놔. (나머지도 다 뺏는다)
동백 : (당황하며) 안 돼요. 다른 사람도 줘야 되는데 욕심 부리지 마세요.
팀장 : 이리 내!! (하고 화를 내며 사인지를 구겨 버린다)
동백 : (놀라는) 어!! 팀장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팀장 : 쓸데없이, 아침부터~ 장난질이야! (구긴 사인을 바닥에 던져 버린다)
동백 : (망연자실한 얼굴로 사인을 본다)
팀장 : 너 이번 분기에 보험 상품 몇 개 팔았어? 너 몇 개 팔았을 꺼 같애?
동백 : ....
팀장 : 내가 가르쳐 줘? (힘 줘서) 빵! 빵! 빵! 빵 개! 세 달 동안 빵 개! (계속 질러댄다) 오팀장은 부하 직원들이 보험 많이
팔아 가지구, 털보 주제에 부상으로 오키나와를 놀러 간다고, 수영복을 삼각을 사네 사각을 사네 생 자랑을 하고 난린데,
난 무슨 죄냐? 나는 왜 맨날 국장한테 불려가서 깨져야 되냐구?
동백 : (여전히 망연자실한 얼굴로 구겨진 사인을 본다)
명진 : (경애를 데리고 들어오면서) 우리 준다는 게 뭐예요?
동백 : (경애를 보며 난감한 표정이다)
윤섭 : 한지수 사인 받았다고 그거 준다 그랬나 보네? 차..
경애 : (믿지 못하는) 한지수 사인이요? 그걸 어떻게 받았어요?
팀장 : (화를 버럭) 어떻게 받긴 뭘 어떻게 받아? 지가 찍찍 대충 한지수 이름 날려 썼겠지~!
지가 무슨 수로 한지수 사인을 받아! 그것도 다발로!
경애 : (한심하다는 듯 동백을 본다)
동백 : (화가 나서) 팀장님 이거 진짜 한지수씨 사인이에요.
팀장 : (소리치는) 구동백 너 정말 왜 이래!! 이따위 사인이나 위조할 시간 있으면 어떻게 하면 보험을 하나라도 팔아볼까
그 궁리를 해. 임마!
동백 : (쭈그리고 앉아 사인지를 줍는다) .... (화가 나지만 참는다)
팀장 : (궁시렁거리며) 난 또 실적 올리나 아침부터 흥분했네.. 아.. 혈압 올라. 말을 말자.. 내가 널 데리고 오끼나와를 가겠다고..
아이고.. 오끼나와? 욕이 나온다. 욕이 나와~ (책상에서 결재철을 꺼내 나간다)
씬/57 우체국 사무실 앞 복도 (아침)
팀장 : (걸어가면서, 서류를 본다. 지방 발령 추천자 명단 보고서다. 대상자는‘구동백’이다) 그래, 우리 부서에 있으나 마나한 놈은
너밖에 없다.
연경 : (팀장을 지나 쳐 사무실 쪽으로 걸어간다)
씬/58 우체국 사무실 (아침)
태완 : (분위기가 싸하자) 자! 자! 내가 커피 한 잔 쏠게. 갑시다! (나간다)
연경 : (사무실입구에 와 멈춰 선다)
명진 : (태완 따라 나가며) 난 또 머 맛있는 거나 주나 했네?
경애 : 아무리 나한테 관심을 끌고 싶어도, 웬 가짜 사인?! 쳇! (나간다)
동백 : (사인을 줍는다, 억울하고 속상한)
연경 : (그런 동백을 본다)
동백 : (속상한 얼굴로 고개를 들다가 서 있는 연경을 본다. 놀라) 어?
씬/59 우체국 옥상 (오전)
연경 : 지수가 사인 해 줬다는 거, 사람들이 안 믿어주나 봐요?
동백 : (민망한 지 머리를 긁적이며) 한 장도 아니고 다발로 가져 오니까 믿기지가 않았나 봐요.
뭐, 저라도 그랬을 거 같습니다! 하~~
연경 : 사람들이 그러는 데도 화나지 않으세요?
동백 : (멋쩍어 크게 웃는) 화 나죠! 화 나는데, 안 믿는 걸 제가 뭐 어쩌겠습니까? 믿건 말건, 내가 한지수씨 만난 건 사실인데
그럼 된 거죠. 아~~ 사람이 왜 사람을 못 믿는지 모르겠어요. 그죠?
연경 : 예? 예... (그런 동백에게 돈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동백 : 근데 우체국엔 무슨 일로?
연경 : (망설여지는) 어.. 그게..
동백 : 무슨 일인데요? 제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면 빨리 해 드릴 수 있는데.
연경 : (안 되겠는지 마음을 먹고) 저.. 사실은..
동백 : 예!
연경 : (어렵게 돈 봉투를 꺼내 동백에게 내민다) 이거..
동백 : (봉투를 보고는 반갑게) 아, 속달로 등기 보내실 거 있으세요? 오늘 내로 들어가야 되는 건가요?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며) 지금 시간이 간당간당한데, 제가 어떻게 힘 써 보겠습니다. 어? 주소를 아직 안 쓰셨네?
연경 : (동백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면서) 음.. 저희 쪽에서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요.. 사례를 안 한다는 게.. 아무래도..
동백 : (실망한 얼굴) ...?
연경 : (민망하다) 사례금입니다.
동백 : (표정이 확 굳어지는, 잠시) 매니저님도 절 못 믿으시는군요.
연경 : 저.. 그런 게 아니라.. (미안하다)
동백 : 사람들이.. (속상해져서 울컥해지는) 사람을 왜 못 믿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돈 봉투를 연경에게 준다)
연경 : (미안하다) 저기 구동백씨.
동백 : (강하게) 약속 지킵니다. 제가 꼭 지킵니다. 매니저님만이라도 절 좀 믿어 주세요. (돌아서 간다) ... (속상한 얼굴이다)
연경 : (미안해진다) 하..
씬/60 화보 촬영장 (낮)
멋진 포즈로 촬영하는 지수 모습 여러 컷. 연경이 들어온다.
포토 : 오케이! 다음 의상 준비해 주세요!
지수 : (연경에게 와서 나직이) 해결 잘 됐어?
연경 : (고개를 저으며) 하..! 내가 정말 창피하고 미안하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딱 들어가 버리고 싶더라.
(주위 의식하면서) 절대 안 받겠대. 자기 믿어 달래.
지수 : (고민스럽다)
연경 : 아, 그리고 니가 구동백씨 사인 해 준 거 있잖아?
지수 : (연경을 본다)
연경 : 우체국 사람들한테 나눠줬는데, 가짜라고 무시하고 놀리고 그랬나봐.
지수 : 그래?
연경 : 사람들이 왜 그러냐? 사람이 착하면 요즘은 바보 취급을 당해.
코디 : (멋진 옷을 가지고 와서는 보여준다) 언니, 다음 의상이에요.
지수 : 어.
컷 튀면, 지수는 옷을 갈아입은 상태로 생각에 잠겨 있다.
코디가 마지막 옷매무새를 잡아 주는 동안,
동백이 버스 뒷좌석에 앉아 지수의 사인을 흐뭇한 듯 보던 모습을 회상하는 지수.
동백의 말이 떠오른다.
동백 : (OFF) 한지수씨는 나중엔 저 같은 사람 기억 못 하시겠지만.. 전 저랑 한지수씨랑 둘만 알고 있는 이 비밀 때문에
아마도 평생 한지수씨를 기억하게 될 겁니다. 오늘 제 생일이었는데.. 최고 좋은 생일선물 받은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포토 : (들어온다) 자. 다시 가 볼까요.
지수 : (결심한 듯) 실장님.
씬/61 우체국 앞 거리 (낮)
지수의 이동차가 도착한다. 로드 매니저가 문을 열어 준다. 연경이 꽃다발과 케잌 상자를 들고 내린다.
그리고 지수가 차에서 내린다. 화보 차림 그대로의 멋진 차림이다.
지수는 우체국을 보며 미소 짓는다.
씬/62 우체국 로비 (낮)
꽃다발을 든 지수가 들어선다. 그 뒤로 케잌 상자를 든 연경과 양 손에 선물 꾸러미를 가득 든 로드 매니저가 들어선다.
우체국에서 일을 보던 사람들이 지수를 알아보고는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직원들 : (웅성거린다) 저거 한지수 아니야? / 한지수지?
지수 :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는 경애에게 다가간다)
팀장 : (지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어..! 한지수다..!
지수 : (경애에게) 안녕하세요.
경애 : (업무 일지를 쓰면서 고개를 안 든 채) 네, 무엇을 도와... (고개를 들어 지수를 알아보고는 목소리가 꺾인다) 드릴까요..?
지수 : (미소 지으며) 제가 구동백씨를 꼭 좀 뵈어야 되는데, (강조해서) 구동백씨, 지금 어디 계시죠?
경애 : (놀라서) 네? 구동백씨요?
직원들 : ('구동백'이라는 말에 웅성거린다) 구동백... / 구동백을 찾는데...
팀장 : (손을 번쩍 들어 달려오며 소리친다) 구동백은 제가 잘 압니다!! 제 부하 직원입니다!! 직속입니다!!
지수 : (상냥하게) 아, 그러세요.
팀장 : (매우 친절하게 굽실거리며)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이쪽입니다! (앞장서서 간다) 근데, 한지수 맞으시죠?
지수 : 네.
직원들 : (웅성거린다) 맞대! / 한지수 맞아!
지수 : (팀장을 따라 가면서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여직1,2,3 : (인사를 받으며) 어우~~ 너무 예뻐요~~
명진 : (놀라 경애에게) 뭐야? 그럼 그 사인.. 진짜였던 거야?
경애 : 말도 안 돼.. 한지수가 왜..? 한지수 닮은 사람 아니니 쟤?!
명진 : (경애를 끌고 따라가며) 야, 가보자.
경애 : (어이없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끌려간다)
씬/63 우체국 동백 사무실 (낮)
시무룩한 얼굴의 동백이 복사를 하고 있다. 복사지가 걸려서 작동을 멈춘다.
복사기를 열고 종이를 잡아당기는데, 찢어지고 엉망이 된다.
팀장 : (OFF) 이쪽입니다! 이제 다 오셨습니다! (벌컥 들어오면서 반갑게) 구동백씨! 누가 오셨는지 좀 봐!
동백 : (고개를 든다)
팀장이 몸을 피하면 뒤에 서 있는 지수가 보인다.
동백 : (너무 놀라 휘청한다) 헉?
경애, 명진을 포함한 우체국 직원들이 잔뜩 몰려와 구경을 하고 있다.
지수 : (웃으며) 안녕하셨어요?
동백 : (놀라) 어... 한지수씨... 여기는... 어떻게...
지수 : (다정하게) 어제 생일이셨는데 제가 축하도 못 드리고 해서 왔어요. 늦게나마 생일 축하드려요. (꽃다발을 내민다)
동백 : (얼어서 꼼짝 못하고 가만히 서 있다) 어...
팀장 : (자신이 안달이 나서) 구동백씨 뭐해?! 받아! 받아 얼른 팔 아프셔!
동백 : 예... 예... (받는다)
연경 : (케잌을 주면서) 축하합니다. (동백을 보고 환하게 웃어준다)
동백 : (연경에게) 아.. 예.. (정신이 없다)
로드 : (양복 케이스와 명품 쇼핑백을 잔뜩 동백에게 준다)
동백 :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니.. 이걸 다..?
팀장 : 뭐가 이렇게 많아? (양복 케이스를 보고) 이건 양복 케이슨데?
여직원들 : (웅성거린다) 다 명품이다. / 구동백씨랑 어떻게 아는 거야?
이때 윤섭과 태완이 커다란 박스를 양 쪽으로 마주 들고 들어온다.
윤섭 : (무거워서 짜증이 나는) 무거워 죽겠는데 뭔 구경이 나서 모였어?
태완 : 비켜요 비켜! (지수를 보고는 놀라) 헉! (박스를 놓쳐 자신들의 발등 위에 떨어뜨린다. 아파하는) 아~~!!
윤섭 : (아파하는) 어!!
팀장 : (윤섭과 태완의 머리통을 한 대씩 때리며) 누구한테! 비키라고! (지수의 안색을 살피며) 이 놈들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고.. (실수했다 싶어 당황하며) 앗! 한지수씨가 된장이란 말은 아닙니다. 아, 그렇다고 또 똥이라는 얘긴
절대 아닙니다. 얘기가 왜 이렇게 되지? 내가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친다)
지수 : (웃는다)
팀장 : (믿을 수 없다는 듯) 근데요.. 우리 구동백이랑은 어떻게 아세요..?
동백 : (의식이 되는) ... (지수를 본다)
지수 : (여유 있게) 구동백씬.. 제 팬 중에 제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분이에요. (동백을 보며) 제 차 운전도 가끔 해 주시고요.
그렇죠?
동백 : 예.. 헤..
일동 : (웅성거린다) 운전..? / 차를 운전해준데..
명진 : (경애를 치며) 웬일이니~ 완전 친한 가 봐!
경애 : (말도 안 된다는 듯 놀란다)
지수 : 제가 구동백씨 생일이고 해서 점심을 살까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일동 : (의외라는 듯, 믿을 수 없어 서로 눈치 본다)
팀장 : 점심을..? 같이요..?
지수 : 네!
일동 : (그제서야 소리친다) 네! / 좋아요! / 가요 가요!
동백 : (벽시계 보며, 11시 10분이다) 근데.. 지금은 근무 시간이라서 나갈 수가 없는데..?
일동 : (순간 조용해지며 동백을 노려본다)
연경 : 근처에 게 요리집 있던데, 예약해 놓을게요. 점심시간 되면 오세요.
일동 : (환호한다) 와~~~!! / 게 요리야~~~!!
지수 : (동백을 보고 웃어 준다)
동백 : (이게 무슨 일인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팀장 : (동백 표정에, OFF) 구동백씨 부서만 갈 거야! 니들 꿈 깨~ 게 요리가 얼마나 비싼데, 부담 드려선 안 돼!
씬/64 백기자 사무실 (낮)
컴퓨터 화면, 동백과 지수가 같이 찍혔던 사진들이 띄워져 있다.
백기자 : (짜증 섞인 얼굴로 사진 속의 동백을 보며) 우체국 아저씨.. 쳇! (사진 구석구석을 확대 해보면서
강모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김강모 어디든 한 컷만 제발 걸려라.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커피를 집으려다가 넘어뜨린다.
마우스 쪽으로 커피가 쏟아진다) 씨.. (하고는 휴지로 마우스를 닦는다. 그 바람에 마우스가 눌려서 사진이 몇 장
넘어 간다. 컴퓨터 화면에 뜬 사진 일각에 반대편 길가에 숨어있는 강모의 뒷모습이 찍혀 있다.
신경질적으로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고 일어나다가 사진을 본다) ....? (강모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어?
(사진을 확대한다. 강모의 뒷모습이 보다 정확히 나타난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씬/65 박의원 사무실 (낮)
박재삼의원과 백기자가 마주 앉아 있다.
박의원 : (사진을 보고 있다) 여기 이 뒷모습이 김강모다?
백기자 : 한지수를 데뷔시킨 사람이 김강모입니다. 전부터 둘 연인 사이였구요. 김강모가 약혼한 후에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걸 김강모 장인이 될 최국환 회장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 진 뻔한 일입니다.
박의원 : 그렇지.. 극동일보 최회장.. 김정욱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데, 그걸 알게 되면 배신감이 들겠지..
근데 말이야.. 사진이 뒷모습인 게 마음에 걸려.. 대신 운전해 줬다는 그 사람, 입을 열게 할 순 없나?
백기자 : 그 쪽에서 손을 써 논 거 같긴 한데.. 제가 다시 만나 보겠습니다.
박의원 : (결정을 못 내리고 사진을 본다) 음..
백기자 : 박의원님.. 천하의 다스림은 군자가 여럿이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합니다.
제가 김정욱 의원을 쫓는 건, 그런 분명한 소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의원 : 그래 기사 한 번 멋들어지게 써 봐. 윤 후보님께서도 좋아 하실테니까.
씬/66 김정욱 자택 앞 (낮)
박의원 : (OFF) 김정욱 후보 안달이 나겠구만.. 하하하.
보좌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강모의 차가 급하게 와서 멈춘다. 강모가 내리자 보좌관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씬/67 김정욱 자택 서재 (낮)
김정욱 : (서류를 던지며) 너 뭐 하는 놈이야! 전시회에 늦게 나타나고 겨우 한 짓이 그 기지배랑 돌아다니면서
사진이나 찍히고 다닌 거야!
강모 : ....
김정욱 : 도대체 그 아이 언제까지 만나고 다닐 거야 너?!
강모 : 약혼만 하면, 지수 문제는 관여 안 하기로 하셨잖아요.
김정욱 : 니가 관여 안 하게 해야 될 거 아니야!
강모 : (할 말이 없다)
김정욱 : 니 장인이 알게 되면 다 끝이야. 그 쪽에서 기사 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방법 밖에 없어.
김보좌관한테 어떻게 할 지 일러 뒀으니까 시키는 대로 해. (강모가 못마땅한 듯 노려보고는 나간다)
강모 : (답답한) .... (머리가 복잡하다)
보좌관 : 그 쪽에서 증거로 내세운 사진이 다행히 상무님 뒷모습이라고 하니까 수습할 여지가 아직은 있습니다.
강모 : (보좌관을 본다) 아버지 생각이 뮙니까?
보좌관 : 한지수씨가.. 오늘 중으로 다른 스캔들을 내 주는 겁니다.
강모 : (기가 막히다) 하.. 제가 백기자 만나겠습니다. 제가 해결 할게요.
보좌관 : 소용없습니다. 백기자, 만만한 친구가 아닙니다.
강모 : (괴롭다)
보좌관 : 괴로우시겠지만 그게 최선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오늘을 놓쳐 버리면 하루 이틀 내에 상무님이랑 한지수씨
얘기로 도배 될 수도 있습니다. 한지수씨와 의논하셔서 스캔들을 내 줄 적당한 상대를 빨리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그 사람, 어느 우체국 소속입니까?
강모 : 그건 해결했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보좌관 : 아버님께서 제가 직접 확인하기를 원하십니다.
강모 : (숨통이 조인다)
씬/68 김정욱 자택 앞 (낮)
강모 : (걸어 나오며, 답답하다. 핸드폰을 한다) 지수야, 어디니?
씬/69 게 요리 전문점 앞 거리(낮)
동백, 팀장, 윤섭, 태완이 앞장 서 가고 뒤에 경애와 명진이 따라간다.
팀장 : (동백의 손을 잡고 친한 척 흔들면서) 동백이 넌 임마, 그 사인이 진짜면 그렇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했어야지.
내가 다 그걸 구겨 던지도록 그냥 두면 어떡하니?
동백 : 전.. 여러 차례 진짜라고 말씀을..
윤섭 : (동백과 어깨동무를 하며) 팀장님이 위조라 그래서 저도 덩달아서 안 믿은 거잖아요. 이런 실례가 어딨습니까?
(동백 목을 꽉 끌어안으며) 나 정말 구선배한테 너무 미안해서 미쳐 버리겠엉~
동백 : (목이 졸리는) 아아~~
태완 : (윤섭을 확 밀치며) 야! 구선배 목 다쳤잖아!
경애 : (믿을 수 없는) 한지수 운전도 해 주고 그런 사이라고 그랬지?
명진 : 어떤 사인진 관심 없고, 난 그저 게를 얻어먹는다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한테 게를 사주는 사람은 정말 없었거든.
경애 : 넌 어떻게 먹는 거 말고는 관심이 없니?
윤섭 : (놀라) 어? 한지수다.
심각한 표정의 지수와 연경이 게 요리집에서 나와 이동차로 간다.
동백 : (놀라 지수를 본다)
지수 : (다급하게 이동차에 올라탄다)
팀장 : 어어~~ 한지수씨 저희 왔는데요?
연경 : 죄송합니다. 일이 생겨서요. 식사 주문 해 놨으니까 맛있게들 드십시오. 그럼. (급하게 이동차에 올라탄다.
이동차가 빠르게 출발한다)
팀장 : 같이 먹는 거 아니었어?
태완 : 뭐야 이거? (동백을 쳐다본다)
동백 : (영문 몰라) ...?
씬/70 달리는 이동 차 안 (낮)
연경 : (화가 나서) 말이 돼 이게? 스캔들..? 허! (기가 막히다) 어떻게 이렇게 지들 멋대로야?! 강모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니?!
지수 : (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씬/71 호텔 스위트 룸 (오후)
지수 : ....
강모 : ....
지수 : (덤덤하게) 처음에.. 강모씨 만나는 거, 엄마는 싫어하셨어요. 나랑 강모씨랑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다르다고..
강모씨가 엄마한테 인사한다고 왔을 때 엄마가 해줬던 비빔밥 생각나요?
강모 : (지수를 본다)
지수 : 낡은 양푼에다 밥이랑 김치랑 오래 돼서 딱딱한 멸치랑 고추장 간장 잔뜩 넣고.. 일부러 그랬었대요..
강모씨가 어떻게 하나 보려고.. 강모씨가 그걸 다 먹은 뒤에, 엄마가 맛이 어땠냐고 물었는데.. 강모씨가 그랬대..
짜고.. 맵고.. 멸치가 딱딱해서 입까지 찔렸다고.. 근데 엄마가 왜 이런 밥을 줬는지 아니까.. 자기가 다 먹어 버리면
더는 자길 미워하지 않으실 거 같아서 다 먹었다고.. (강모를 보며) 그날 강모씨가 돌아가고 엄마가 나한테 그랬어..
솔직한 사람이니까 믿어도 되겠다고..
강모 : (마음이 아프다)
지수 : 그렇게 미안한 얼굴로 말없이 있지만 말고.. 솔직하게 말해 줘요..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강모 : (미안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수 : 그냥.. 편하게 말하면 돼.. 지수야, 우리가 이 고비를 넘기면.. 약속한대로 너한테 돌아 올 수 있으니까..
날 믿고 그렇게 해줄래..?
강모 : (지수를 안는다)
지수 : 응... 그럴게... (그렁한 눈으로 안긴 채 눈을 감는다)
강모 : 미안하다..
씬/72 우체국 앞 거리 (낮)
보좌관의 차가 멈춰 선다.
보좌관 : (내리려다가 차 창 밖으로 백기자를 발견한다)(백기자..?)
백기자 : (동백, 팀장, 윤섭, 태완, 경애, 명진이 들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다)
보좌관 : (낭패라는 표정이다)
씬/73 우체국 안 로비 (낮)
팀장 : (다정하게 동백의 팔짱을 끼고 가며) 털게도 얻어먹었는데, 우리 동백이 내가 커피 한 잔 사 줘야지.
동백 : (좋은) 괜찮은데..
소연 : (동백에게 와서 애교 있게) 구선배님~ 저랑 점심 교대 좀 해 주세요~
동백 : (의외라는 듯 놀라) 나..? 그래..
팀장 : 야, 김소연이~ 너 맨날 태완이한테 교대 부탁했잖아. 오늘은 왜 구동백이야? 우리 동백이랑 그렇게 친해지고 싶어?
속 보인다 너~!
소연 : (미운) 왜 그러세요?! (동백에게 다정하게) 제 책상에 커피.. 드세요.
동백 : 어.. 그래.. 고마워..
씬/74 우체국 안 창구 (낮)
동백 : (소연의 자리에 앉는다. 커피를 보고는 감격한) 우체국 들어와서 처음 얻어먹는 커피네.
(커피를 마시다가 백기자와 눈이 마주 친다. 놀란다)
백기자 : (대기 의자에 털썩 앉고는 독사 같은 눈으로 동백을 응시한다)
동백 : (겁이 덜컥 난다. 고개를 천천히 숙이면서 백기자의 시선을 피한다)
보좌관 : (뒷쪽에 서서, 신문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동백과 백기자를 살피고 있다)
백기자 : (동백을 여전히 뚫어져라 보고 있다)
동백 :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괜히 넘기다가 눈만 들어 슬쩍 백기자 쪽을 본다.
백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놀라 얼른 눈을 내리깐다, OFF) 왜 온 거야? 저 사람.
백기자 : (일어나 무섭게 노려보며 동백 쪽으로 온다)
동백 : (최대한 당당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백기자가 점점 다가오자, 뭔가 생각난 척 일어나며) 아, 서류~
(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백기자 : (동백을 쫓아간다)
보좌관 : (두 사람을 쫓아간다)
씬/75 우체국 복도 (낮)
동백이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걷는데, 뒤에서 백기자가 쫓아온다.
동백 : (슬쩍 돌아본다. 백기자가 쫓아오자 점점 빨리 걷더니 급기야 뛴다)
씬/76 우체국 화장실 (낮)
동백이 다급하게 들어와서는 핸드폰을 열고 연경의 번호를 찾는다,
동백 : (다급하게) 매니저님 전화번호가.. 어딨지? 몇 번이지?
백기자 : (들어온다)
동백 : (백기자가 들어오자 깜짝 놀라 변기 앞으로 달려가 바지 지퍼를 내리며) 아우! 오줌 마려. 터질 뻔 했네.
(하고 소변을 보려 하는데 나오질 않는다) 나와라.. 나와야 돼.. 쉬~~~~ 쉬~~~~
백기자 : (동백 옆에 선다)
동백 : (백기자를 의식하며, OFF) 긴장 하지 마. 죄진 거 없잖아. 당당하게.
(소변이 영 안 나오자 당당하게) 안 나오네? (지퍼를 올린다)
백기자 : (씨익 웃는다) 터질 뻔 했다 그러더니?
동백 : (당당하려고 애쓰며) 방광염.. 걸린 적 있어서.. 그래요.. (세게) 근데, 여긴 직원 전용이거든요.
방문자는 1층 로비 화장실을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려고 돌아선다)
백기자 : (동백의 팔을 잡아 돌려 세운다) 구동백씨, 나 바쁜 사람입니다. 여기 왜 왔는지 당신 잘 알죠. 그쪽에서 얼마 받았어요?
동백 : 무슨 말씀이세요..?
백기자 : 좋아! 내가 더 줄 수 있어. 말만해. 두 배? 세 배? (버럭) 네 배 줘?!
보좌관 : (문 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서 있다)
동백 : (OFF)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전 정말 모르겠네요.
백기자 : 그 날 일, 있는 그대로만 얘기해 주면 원하는 대로 다 주겠다고!
동백 : 뭘 더 말해요.. 어제 말씀드린 그게 다예요.. 제가 시상식장에서 한지수씨를 만났는데, 면허가 없으셔서..
백기자 : (화를 버럭) 에이씨!!
동백 : (움찔한다)
백기자 : 도망치는 김강모가 사진에 찍혔어!!
동백 : (놀라지만, 표정을 감추는) 그게 저랑 뭐.. 무슨 상관인데요..?
백기자 : (버럭) 계속 이렇게 나올 거야 당신! 당신 같은 사람이 낄 판이 아니라 그랬지! 그러다 당신 다쳐~!
(멱살 잡으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동백 : (백기자를 두 손으로 확 밀친다)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보좌관 : (밖에서 이를 듣고 있다)
동백 : (소리를 버럭 지른다, OFF) 그렇게 협박하면 무서워 할 줄 아세요?!
동백 : 정말 지겹게 왜 이러십니까! 전 더 할 말 없구요, 어제 한 말이 전붑니다.
여긴 제가 일하는 회사니까 나가주세요! 업무 방해예요! (나간다)
백기자 : (기가 막혀서) 허... 저 ...
씬/77 우체국 화장실 앞 복도 (낮)
동백 : (벽에 붙어 서 있는 보좌관 앞으로 지나친다)
보좌관 : (그런 동백을 본다)
동백 : (가슴을 쓸어내리며) 후..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씬/78 호텔 스위트 룸 (낮)
연경 : (탐탁지 않은 얼굴로 후보 리스트를 살피다가 종이를 엎어버린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아닌 거 같다.
지수야, 다시 생각 해.
지수 : 미안해 언니.. 도와 줘..
연경 : 여배우한테 스캔들, 이거 간단한 일 아니야!
지수 : 언니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다른 방법이 없잖아.
연경 : 하.. 미치겠다 정말.
강모 : (창밖만 보고 서 있다, 전화가 온다.‘김보좌관’이다, 받는) 네.
보좌관 : (OFF) 그 우체국 직원 제가 방금 확인했는데, 별 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아, 그리고.. 상대는.. 찾으셨습니까?
강모 : 아직요.. 전화 드릴 게요. (끊는다)
연경 : (답답하다) 그래.. 좋아. 한다 치자. 근데, 당장 사람을 어디서 찾니? 오늘 안에 기사 내라는 거잖아 지금.
지수 : (리스트를 하나 고르며) 김대표 키우는 신인 얘 어때..? 나랑 스캔들 내자면 관심 가질 거 같은데.
연경 : 거절하면 어쩌려고? 섣부르게 부탁했다가 얘기라도 새나가면 더 골치 아파지는데.
난 진짜 모르겠다.. 지금 당장? 확실한 사람? (한숨) 하..
지수 : (고민스럽다)
강모 : (고민 끝에) 그 사람은 어떨까?
지수,연경 : (강모를 본다)
씬/79 지수 집 앞 (오후)
지수차가 멈춰 선다.
강모 : (OFF) 그 우체국 직원 말이야.
동백 : (연경과 차에서 내린다. 지수의 집을 본다)
강모 : (OFF) 문제없는 사람이라는데.. 차사고 현장에도 같이 있었으니까, 지수 상황도 대충 알고,
스캔들로 포장하기도 자연스러울 거 같은데..
동백 : 여기가 어디에요?
연경 : 지수.. 집입니다.
동백 : (놀라) 네? 한지수씨 집이요?
씬/80 지수 집 거실 (오후)
동백 : (화려한 거실을 둘러보며 입 모양만) 와... (바닥의 화려한 카페트를 보며 쇼파에 앉다가 커튼 리모콘을 깔고 앉는다.
커튼이 자동으로 올라가자) 어? (리모콘을 엉덩이 밑에서 뺀다)
지수 : (OFF) 오셨어요.
동백 : (놀라 리모콘을 테이블 위에 놓고 벌떡 일어난다) 아? 예?
지수가 서 있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다.
연경 : (리모콘을 집어서 커튼을 다시 내린다)
지수 : 갑자기 오시라고 해서 놀라셨죠?
동백 : 아닙니다. 이렇게 집에까지 초대를 해 주시고.. (좋은) 정말 오늘 같은 날이 없습니다.
지수 : (어렵게) 문제가 하나 생겨서요. 한 번 더 부탁을 좀 드리려고요.
동백 : (흔쾌히) 그러세요? 뭐든 말씀 해 보세요. 오늘 너무 여러 가지로 잘 해 주시고 신경 써 주셨는데,
제가 뭐든 할 수 있는 건 하겠습니다.
지수 : 어려운 부탁이에요.
동백 : 에? 뭐.. 어려워도.. 괜찮습니다. 한지수씨 곤란해 지지 않게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지수 : 저... (진지하게) 저랑 사귀는 사이로 해 주실래요?
동백 : (매우 놀라) 네..?! (하는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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