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단상>
어느 목회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수양회에서 조반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다. 그 대화를 통해서 깨달은 바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정원의 다양한 꽃들처럼 우리의 공동체도 그렇게 다양하고 풍성하게 자라기를 소망하며 기대하며 살자. 너도 나처럼 이런 색깔과 모양의 꽃을 피우면 좋을 텐데 하는 태도로 다가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저 그의 꽃을 잘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빌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렇게 할 때 어느 순간에 우리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정원을 이루는 다양한 꽃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니,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세계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나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리고 독서를 통하여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그런데 그 대화는 주입이 아니었고 그 독서는 숙제가 아니었다. 그 모든 과정은 나의 갈망에 따른 흡수활동이었다. 마치 뿌리에서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는 것처럼. 그러므로 나의 대화는 서로에게 양분과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족해야 한다. 내가 일부러 그들에게 무엇을 주입하는 것은 무례이자 폭력이 될 것이다. 그런 대화는 무익한 변론이 되고 만다.
아직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 무엇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을 가장한 폭력이다. 나는 다시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 나 스스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며 조용하고 은밀하게 도움을 주는 삶을 위해 힘써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그 대화를 통해서 내가 깨달은 것이다.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좀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