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에는 특별한 DNA가 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일회용 기저귀는 생소함 그 자체였다. 낭비라고 생각했고,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는 정성으로 키우는 것이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컸다. 사회가 변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활발해졌고, 맞벌이 부부는 늘어났다. 주택만큼 아파트도 늘어갔고, 천 기저귀를 말아 널릴 마당은 점점 사라졌다. 세탁기는 똥 기저귀를 혼자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사회변화의 흐름에 일회용 기저귀 시장은 급성장했다. 지금도 유한킴벌리에는 이러한 하기스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제 그들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나.
시니어, 소기업, 그리고 CSV
93년 유한킴벌리는 ‘디펜드’라는 안심위생팬티를 만들었다. 시작은 일회용 기저귀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요실금 위생팬티를 입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시선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역시 시대는 변화해간다. 요실금 언더웨어를 입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훨씬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말이다. 일회용 기저귀가 가지고 있던 사회적인 장애물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걷혔듯이 ‘요실금 언더웨어’라는 시니어 용품 시장의 장애물도 그렇게 걷혀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한킴벌리는 CSV(Creating Shared Value)라는 시대의 흐름을 만났다. 유한킴벌리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며 나타난 한국의 사회문제와 함께 찾아온 CSV의 흐름을 기민하게 캐치하여 자신들의 미래사업 중 하나로 설정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시니어 시장을 새롭게 재정의하는 일이었다. 이는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3가지 방법의 하나로서, 마이클 포터 교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중들은 사회적 욕구에 대한 갈증을 점점 더 느끼고 있으며 이를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로 삼으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최고령 층의 노인 인구와 55세 이상의 중년, 그 사이의 애매한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로서 재정의했다.
(액티브 시니어의 정의)
그렇게 만들어진 유한킴벌리의 CSV는 ‘액티브시니어 CSV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다. 시니어 용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기업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비즈니스 영역의 확장과 그들의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동시에 ‘액티브 시니어’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발전한다. 시니어 일자리 창출은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시니어 세대의 증가로 이어지며, 소득 증대 및 활동적인 시니어 세대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이는 고령층 인구를 ‘복지’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사회의 주체’로서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액티브시니어 프로그램을 본격화하며 향후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키며, 경제의 생산/소비 주체가 된 시니어들의 시장을 선제로 확보하고 기업의 경제적/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함께일하는재단과 진행 중인 [유한킴벌리 시니어 비즈니스 지원사업]은 유한킴벌리의 액티브시니어 CSV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내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중인 소기업 및 사회적기업 중 제품개발이나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등을 지원하여 아직 산업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 생활용품 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시장 축소를 대처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파트너인 소기업, 사회적기업들은 판로와 제조업 기반을 확보하고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효율성과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시니어들에게는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확대하는 데에도 기여하여 앞서 말한 선순환 구조의 시작점이 된다. 본 사업을 통해 발굴된 소기업 중 대표적인 기업인 ‘이플루비’는 현재 유명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하여 매출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한킴벌리와 노인인력개발원에서 함께 육성 중인 공익유통기업 ‘시니어허브’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우리는 ‘빅 비즈니스’라 부른다
현재 유한킴벌리의 전체 사업 중 시니어 제품군이나 시니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액티브 시니어’ 시장은 유한킴벌리 미래의 주요한 시장 중 하나다. 지난해 ‘성인용 기저귀’에서 25%의 성장률을 보인 시니어 상품은 올 상반기에만 4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다. 이처럼 액티브 시니어 제품을 유지하는 한편, 경제인구로서 ‘액티브 시니어’를 편입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의 경우 2012년 말부터 200개 이상의 정규직, 시간제, 기간제 일자리를 창출해오고 있다. 소기업 지원사업에서는 26개의 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대외협력본부&CSV 손승우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무리 없이 진행 중이다.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조정하면서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 자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만들어낸다는 목적과 시니어 산업 자체를 키우면서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방향은 유지한 채 유한킴벌리는 야심 차게 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이 사업이 잘되면 잘 될수록, 고령화 사회문제 해결도 가속화될 것이다.
잠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유한킴벌리는 일회용 기저귀의 시장이 일천할때부터 그 시장을 엿봤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금, 유한킴벌리는 새로운 시장을 엿보며 새로운 ‘빅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고령화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를 동시에 지닌 CSV모델로서 시니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2년 전보다 국내 CSV의 담론이 주춤한 지금, 꾸준히 걸어가고 있는 유한킴벌리의 이야기는 ‘공유가치창출’의 대표 사례로서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이후 그들의 이야기를 몇 회에 걸쳐 전한다.
사진제공 유한킴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