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금)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대형유통매장 정기휴점제도 입법화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학영 국회의원, 우원식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공동주최와 최인호 국회의원,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토론회 기본발표로 유럽연합 유통업 정기휴점제 실태를 발표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유럽은 유통업체 영업 요일이나 영업시간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지만 아직도 일요일 정기 휴점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의 공익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주1회 의무휴업을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대형 백화점이나 농협 하나로마트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기본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국회가 당사자들의 이해충돌 사안이라는 이유로 수년째 유통매장 정기휴점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다"며 "노동자와 업계·정부 등 당사자들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거나 정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차를 좁혀 나가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행 한국 유통법 상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해서는 영업시간 제한과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이틀 밖에 안 되고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백화점은 IMF 이전에는 월 4회 정기휴점이 있었지만 IMF 이후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월 1회 휴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법적 강제성이 없다보니 불규칙적이고 백화점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면세점과 복합쇼핑몰 등은 아예 휴점이 없어 입점 상인들, 노동자들의 휴식권, 건강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오죽하면 지난 2월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서 아동복 브랜드를 운영하던 점포 매니저가 ‘하루라도 쉬고 싶다’며 고충을 토로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서비스연맹의 정책 용역 결과 백화점 면세점에서 일하는 판매직 노동자의 건강 실태의 심각성도 드러났습니다. 하지정맥류,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골근격계, 방광염, 우울증, 유산경험에다 자녀 양육문제까지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마트노조 정민정 사무처장님이 대표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원래 일요일에 쉬던 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처럼 (휴일 없이) 계속 일하던 사람들은 일요일 휴식권이 보장되었을 때 그 삶의 질은 이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
실제로 마트에서는 의무휴업과 명절휴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반적으로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하려고 하는 세종시에 맞서 마트노동자들은 지역상인들과 마트노동자들을 만나며 의견을 개진하며 싸웠고, 일요일 휴업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유통재벌의 헌법소원에 맞선 싸움도 진행했습니다. 마트노조는 긴급하게 6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의 의견을 모아 당사자인 마트노동자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싸웠습니다.
그 결과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대형마트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강한 자본력을 가진 소수 대형 유통업체 등의 독과점에 의한 유통시장 거래질서 왜곡을 방지”하는데 입법목적이 있고 “대형 유통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건강권 확보 또한 국가의 보호의무가 인정되는 공익”이라고 강조하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우리 노조가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마트노동자 1663명에게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이르는 858명이 명절 당일 휴업을 요구했고 나머지 노동자들도 명절에 휴무, 연차 사용 허용과 연장근무 금지 등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정민정 사무처장은 " 마트 노동자들은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의 최대 수혜자이자 산 증인"이라면서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하면 매출 준다,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구조조정 된다고 협박했지만 대형유통업체는 여전히 승승장구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마트 노동자 삶은 의무 휴업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질이 비교할 수 없이 나아졌다"면서 "이런 것들이 백화점, 면세점 노동자도 공유되길 바란다"로 토론을 맺었습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무제 도입 당시 중소영세상인 보호가 화두였지만 근로자 건강권 문제가 소홀히 다뤄졌다"면서 "백화점도 과거 주 1회 정기휴점제가 자연스러워 (대형마트 의무 휴업 이후) 내부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소강상태가 되자 그냥 버티고 있다"고 지적하며 단순히 지역전통상인과의 상생만이 아닌 노동자건강권의 본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임을 부명히 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의원은 "대형유통업체 의무휴업 문제도 골목상권 보호와 노동자 건강권 등 민생 문제와 닿아 있어 민생연석회의에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날 토론회에는 마트노조 서울,경기,인부천본부 조합원, 간부님들 30여명이 참석해서 경청하고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마트노조는 서비스연맹과 함께 유통법안이 국정과제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제대로 입법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유통서비스노동자들의 쉴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