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 몇 편을 읽거나 제목을 보면 모두 최근에 읽으신 것들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초보회원으로서 제 짧은 인생에 가장 인상 깊었던 어린이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제가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였죠?) 3학년 때 눈물지으며 읽은 책이랍니다. 저자가 그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라는 건 편집자가 되고 나서도 세월이 좀 흐른 최근에야 알게 되었죠. 어린 시절 읽은 글이 현 시대에도 인정받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알고 나니 얼마나 감동이던지...
이 이야기의 배경은 유럽, 군주의 힘이 막강했던 근세의 어느 도시입니다. 도시 한 가운데에는 당대에 이름을 크게 떨쳤을 법한 왕자의 금박 동상이 서 있습니다. 두 눈은 에메랄드 보석이고 허리에 찬 칼에도 온갖 보석이 장식되어 었지요.
바람이 차가워지는 초가을, 따뜻한 나라로 날아가던 제비 한 마리가 이 동상 위에서 잠시 쉽니다. 그런 제비에게 차가운 물방울이 톡 떨어집니다. 위를 보니 금박 동상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죠.
제비는 금박 왕자 동상이 높은 곳에서 도시 사람들의 비참한 삶에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빨리 남쪽 나라로 날아가야 하지만 왕자의 소원을 딱 한번만 들어주기로 합니다. 바로 왕자 동상의 칼에 박힌 보석 하나를 뽑아 불쌍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가져다 주는 일이었지요.
그러나, 왕자 동상은 다시 한번 신의 몸에 붙은 보석을 도시 사람에게 가져다 주길 부탁하고, 제비는 이를 거절하지 못하지요.
불쌍한 사람들이 보일 때마다 왕자는 제비에게 부탁을 하고 제비는 왕자의 몸에 붙은 보석을 조금씩 떼서 날라다 줍니다. 금박 왕자는 머지않아 누더기 왕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던 두 눈마저 사람들에게 주지요.
자연의 섭리대로 추운 겨울은 돌아오고 제비는 왕자의 발밑에서 얼어죽고 맙니다. 흉해진 왕자 동상은 이 왕자의 선행을 알 리 없는 도시 사람들에 의해 땅에 내려져 불구덩이로 내던져집니다. 얼어죽은 제비도 함께 불구덩이로 던져지지요.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야기가 좀 틀릴 수 있지만 대체로 이런 줄거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행복한 왕자"라는 제목과는 반대로 비극적 결말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비극은 아니지요. 왕자 동상은 사라졌지만, 왕자의 금껍질과 보석으로 도시의 여러 불쌍한 사람들이 목숨을 건지고 행복해졌거든요.
어쩌면 이 동화는 부와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어른들을 비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보다 중요한 사람을 보지 못하는 어른들을 말입니다.
문학 평론 하시는 분들은 오스카 와일드를 어떻게 평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교훈적이고, 주인공의 갈등 상황이 없는 영웅담으로 폄하될 수 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어린 저에게,추운 겨울 사람들한테 왕자의 금껍질을 날라다 주는 제비의 힘겨운 날갯짓을 느끼게 한 생동감 있는 동화입니다.
창작과비평 외국작가선집에 나왔던데.... 즘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고 어떤 생각을 가질까요?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