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갠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허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박가분"은 사전을 찾아보면 "1916년에서 1937년에 걸쳐 박승직이 만든 분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옛날 여인들이 쓰던 화장품의 하나인 분(粉)의 이름이죠.
구름, 바람, 잔바람, 떠돌이는 방황을,
들꽃, 잔돌은 정착을 의미하여 방랑과 정착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남한강안의 수많은 나루터 중 목계장터를 중심으로 이 시를 창작하셨네요.
흑룡, 청룡같은 구름을 보며.....
사람은 특히 남자는 한 곳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여기저기 방랑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김삿갓이 부러운 날입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