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蘭草꽃
-佛紀 2517년 첫날에 부처
서정주
바위가 저렇게 몇千年씩을
침묵으로만 웅크리고 앉아 있으니
蘭草는 답답해서 꽃피는거라.
답답해서라기보단도
李道令을 골랐던 春香이 같이
그리루 시집이라도 가고파 꽃피는거라.
歷史 表面의 市場같은 行爲들
귀시끄런 言語들의 公害에서 멀리 멀리
고요하고 영원한 참목숨의 江은 흘러
바위는 그 깊이를 시늉해 앉았지만
蘭草는 아무래도 그대로는 못 있고
"야" 한마디 내뱉는거라.
속으로 말해 나즉히 내뱉는거라.
『서정주 시집 』,《범우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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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에게 어떤 시집이 좋은 시집이냐고 묻는 사람에게 나는 문고판 시집으로 발행된 시인들의 시집이 좋은 시집이다라고 말한다. 문고판으로 시집을 발간하는 시인들은 시의 정수를 나타낸 시인들이기 때문이다. 각기 나름의 시를 읽는 취향이 다르겠지만 왠만한 시집에서는 한두편 마음을 빼앗는 시를 읽기가 요즘 그렇게 흔치 않다. 시의 정석을 맛보려면 문고판 시집을 읽어야 그 참 맛을 읽는 기쁨을 갖는다. 《서정주 시집 》에서 「바위와 난초꽃」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사실을 공감할 수 있는 시다.
"역사 표면의 시장 같은 행위들 / 귀시끄런 언어들의 공해에서 멀리 멀리 / 고요하고 영원한 참목숨의 강은 흘러 / 바위는 그 깊이를 시늉해 앉아 있지만 / 난초는 아무래도 그대로는 못 있고 / "야" 한마디 내뱉는거라. / 속으로 말해 나즉히 내뱉는거라."고 말하는 것에서 서정주 시인의 세련된 언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바위는 참목숨의 강물처럼 시늉해 앉아 있고, 난초는 바위처럼 앉아 있을 수 없어 "야"하고 나즉히 내뱉는 말처럼 솟아 있다고 말한다. 무변의 행동과 무위의 뜻이 가득히 담겨 있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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