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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개혁실천연대 성평등위원회가 4월 1일(수) 합정역 인근의 어느 카페에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 운동을 하고 있는, 또는 해 왔던 사람들을 만나 여성 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교회 내 성평등 운동의 실현 가능성과 한계,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
Q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성폭력상담소가 생긴 지 꽤 오래되었고, 정책적으로도 예방 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3년 전부터 서울 지역에 성폭력 예방 교육의 거점 기관을 맡아 첫 해에는 공공 기관에 강사 파견했고 작년부터는 공공 기관이 아닌 NGO에도 무료로 강사 파견하고 있다. 전국에 성 문화 센터가 생겨서 60개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지은: 부천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
이지희: 저도 부천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
홍보연: 감리교 목사로, 예전에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로 있던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8년 동안 상담사로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다뤘다. 엄청난 무력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상담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은 상담 일로 생업을 삼고 있다. 교회는 기도 공동체로 모이고 있다. 상담소 할 때에는 성폭력·성교육 강의를 많이 했었고 지금은 신촌에 있는 한국영성치유연구소라는 상담하는 단체에서 부소장하고 있고,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Q2. 적지 않은 시간을 운동가로 살아오셨는데, 현장에서 성폭력 문제를 다루면서 겪었던 무력감이나 시행착오는 없었나?
홍보연: 교회 내 성폭력에서 주로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을 다루었다. 근무하는 동안 100여 건의 제보를 받았는데, 피해자가 만족할 만한 성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정당한 처벌을 위한 법적 해결을 결심하더라도, 성폭력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화간으로 종결지어, 가해자 처벌이 어려웠다.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전히 목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담임목사의 혐의가 다 드러났음에도 교인들은 끝까지 담임목사를 옹호했다. 그때 피해자들을 적절히 돕지 못했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이지희: 성폭력 사건 자체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작용하는데, 교회 내에서는 더 심한 거 같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를 극복하고 안정을 회복하는 데 주변의 지지와 배려가 필수적이지만, 교회 안에는 지원 그룹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가 지원 그룹에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초기 단계에는 들어 주었지만, 결정적으로 사건화되었을 때 지원 그룹이 사라지고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부천여성의전화는 상담과 더불어 인권 지원을 하고 있다. 교회 내 성폭력 같은 경우, 상담 과정에서 연락이 안 되거나 종결을 원하는 경우가 있어서 인권 지원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일반 사회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 사실을 말하기가 어려운데 교회 내에서는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더더욱 힘들다. 그러기에 피해자 대부분이 교회를 떠나는 것을 선택한다.
이명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는 청소년 상담소여서, 주로 청소년 피해 사례가 들어온다. 전도사와 목사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온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성폭력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화간이라고 결론 나면 사회가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고 여성 운동에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홍보연: 20년 동안 많은 여성 운동을 해 왔다. 교육을 하고 지침서도 만들어 발간하고 많은 운동을 해 왔는데 현실을 보면 20년 동안 무엇을 했나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애희: 교회 내 성폭력은 다른 문제와 복합적으로 연동되어 있어 더욱 어려운 것 같다. 목사의 재정 횡령과 독단적 운영이 드러나면 그때에야 성폭력 문제가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목사가 심각한 범죄자이고, 얼마나 문제가 있는 목사인지를 알리는 데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악용되기도 한다.
이지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으며, 정책의 주도권이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회에서의 법이나 제도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집행되기 쉽다. 법원은 초등학생과 같은 미성년 피해자에게도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다고 보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고 둘 사이의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빨리 알려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늦게 알리면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느냐고 의심한다. 수사, 재판 과정에서의 2차적 피해는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킨다.
▲ 성폭력 관련 활동가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 '부천여성의전화' 이지은 전 회장, '부천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이지희 전 소장, '한국영성치유연구소' 부소장 홍보연 목사.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
Q3. 개혁연대에 성폭력 상담이 들어왔을 때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교회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사회 성폭력 상담소를 찾아왔을 때 어떻게 도움을 주었나?
이명화: 원칙은 하나다. 피해자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건화하는 것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피해자가 지금 당장 화가 나서 사건화하고 싶다 하더라도 마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우선 케어해야 한다.
홍보연: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사과이고, 사과는 가장 큰 치유다.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울화가 쌓이고 돕는 단체에 대해 불신이 생긴다. 적절한 처벌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에 대한 케어도 지속적으로 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목사의 성적인 관계 요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자들이 많고, 자아가 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더욱 피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의식을 높여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건화되지 않아도 교육이 필요하고 피해자 돌봄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피해자 돌봄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임신·낙태와 같은 심각한 피해 사실과 목사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한 공격에 직면할 때에는 목사의 잘못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고, 피해자 돌봄보다 문제 해결에 급급해지게 된다. 피해자 또한 재판 준비에 분주해져, 차분히 상담받기 어렵다.
이지은: 여성 폭력 같은 경우, 인식 체계를 달리 해야, 즉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봐야만 해석될 수 있다. 지금의 사법 체계에서 성폭력 문제는 인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되어 왔다. 여성들이 당하는 가정 폭력·성폭력을 인권의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여성의전화가 초기에 가정 폭력 상담할 때 자조 그룹을 만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인권의 문제로 해석하고 그 안에서 의식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자조 그룹이 필요하다.
이지희: 피해자가 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단체가 지금 당장 여성들에게 상담해 보자 했을 때 피해 여성이 불편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이미 과거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믿지 않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의전화는 내담자가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는 이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는 자신이 해석이 안 되기 때문에 스스로를 이해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해, 주변 사람과 상담을 하든, 인터넷에 익명으로 호소하든지, 어떤 방식이든 해 볼 만큼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피해자가 상담을 받지 않겠다 하더라도 적절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몇 군데 알려 줄 필요는 있다.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돕고 싶으니까 '지금이 바로 그때다'라고 말하지만, 이 문제가 지금 즉시 이야기해서 빠르게 처리될지 알 수 없고, 그렇게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면 빨리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은 신고가 하루만 지나도 피해자를 의심하기도 한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직후가 아닌 2~3일이 지나서 신고해도 피해자가 이미 계획적인 의도를 갖고 신고했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에, 만약 피해가 오늘 일어났다면 오늘이나 내일 신고하지 않으면 의심을 받기도 한다. 상담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을 신고했을 경우, 사법절차와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게 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신고를 하든지 신고를 하지 않든지 이 또한 피해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상황을 안내해 줘야 한다.
Q4. 일반 사회보다 교회에서 성폭력 피해의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지은: 학교와 같이 좀 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사건을 드러내지 않고 가해자 상담 또는 교육으로 무마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못 견디고 대부분 전학을 간다. 교회는 그 폐쇄성이 더욱 심하다. 처음에는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성폭력을 당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다른 누군가에게 알렸을 때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쉬쉬하는 분위기 또는 알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다. 피해자가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데 교회 안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또는 들어 주는 공간이 부족한 것 같다.
이지희: 교회에는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밑바탕 되어 있다. '교회 내에서는 성폭력이 없다'는 인식의 전제로,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교회 안에서 문제 제기할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야 하는데 참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태신앙인데, 의심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내가 입은 피해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홍보연: 목사가 아버지와 같은 권위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는 가부장적 문화에도 그 이유가 있다. 목사에게 모든 권위를 부여한다. 성서 해석의 권위를 가지고 성서를 인용하여 교인을 꼼짝 못하게 하는 교회 안의 구조적인 모순까지 개혁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에게 '목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목사는 더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목사에게 높은 차원의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또 다른 특권과 권위를 부여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목사 또한 상식적인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할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부각시켜야 한다. 교회에서 '신앙은 상식을 초월한다'고 하면서 신앙의 이름으로 무마되는 몰상식적인 행태가 비일비재하지 않나.
이명화: 목사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정서는 한편으로는 권위를 실어 주는 것일 수 있지만, 공직자는 가중처벌하는 현실에서 일종의 제재 효과가 있지 않을까.
홍보연: 목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높은 수준이 무엇이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선이다. 교사나 목사 등 누군가를 돌보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막대한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목회자 한사람에게 과도하게 권위가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인식해야만, 피해자들이 왜 이러한 피해에 노출되는가를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Q5. 목사에게 과도한 권한, 가부장적인 교회 문화, '성 평등'하지 않은 구조 등 문제가 있는데, '성 평등'한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교회가 바꿔 나가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지희: 40~60대 '언니들'의 신앙 이력이 상당하고, 시간으로 따져도 어마어마한 강도의 봉사에 헌신하고 있음에도, 헌금 봉헌 시간에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남성이었다. 왜 나이도 젊은 남자 집사의 뒤를 쫒아야 하는지, 의아했다. 교회에서 남자는 35세가 되면 당연히 집사가 되고, 여자는 40세가 넘어야 권찰을 하고 난 다음에야 집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비슷한 또래의 남자 친구가 헌금 봉헌 시간에 맨 앞에 서 있어서, 그 친구에게 물었더니 '시키니까 했다'고 하더라. 권사님들도 처음에는 '그게 뭐 어떠냐'고 반응하시더니, 그때에야 '좀 이상하네'라고 느끼셨다.
홍보연: 진보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교회도 다르지 않았다. A교회에서는 여성 장로가 헌금 위원을 해도 앞자리는 남자 권사가 차지했다. 어느 교인이 '직급대로 하든가, 아니면 여성 남성 나란히 서게 하자'고 제안했으나, 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지희: B교회에서 어떤 분이 전도사에게 열심히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했었는데, 우연의 일치로 그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교회 한 교인도 갈등을 피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었는데, 그 이후에는 굉장히 위축되었고 그 후 교회를 떠났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이다.
이지은: 교회에서 여성 교인이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의사 결정 기구에는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궂은일은 여성이 도맡아 하는데, 선택과 결정은 남성만 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회 내에서 담임 목회자가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은 보조적으로 교육 파트, 심방 파트로 그 역할에 한계를 둔다. 교인은 불공정한 시스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목사의 지시에 순응한다.
홍보연: 목사에게 인정받는 것을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으로 믿는다. 목사는 인정 욕구를 이용하여 성적 접촉을 시도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폭력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또 '네가 좋아서 그랬으면서 왜 그러냐', '네가 꼬리 친 거 아니냐', '선량하신 목사님이 음란 마귀에게 당했다'며 주변 사람들은 가해 목사를 절대적으로 옹호한다.
이명화: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주요한 의사 결정 구조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여성들이 스스로 보조 역할을 자청하는 가부장적 위계질서가 교회뿐 아니라 전통적인 기독교 단체에도 뿌리가 깊다.
이지희: 우리 교회는 5월이 되면, '믿음의 명문 가문을 만들자'라는 표어를 걸고 특별 새벽 기도 주간을 가진다. 교회 내 성폭력이 드러날 수 없는 것은 교회 내 가족주의적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성별에 따른 역할이 정해져 있다는 이데올로기는 보수적인 기독교 세계관과 만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Q6.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교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애희: 지난해 예장합동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학교의 운영이사회에서 여성은 목회학 석사(M.Div.) 과정에 입학할 수 없도록 결의했다. 어차피 여성은 안수도 받지 못하는데, 목회학 석사 과정을 여성이 이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철회하기는 했으나, 총신대 여학생들이 들고일어나 교육평등권을 침해한 것에 대한 헌법 소원이라도 제기해야 할 판이었다.
당시 합동 총회 참관 차 회의장에 머물고 있던 터라, 교육권을 보장해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총회를 찾은 20~30명 무리의 여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조직에 의해 차출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했다. 그들은 오늘의 방문으로 '총회 어르신들'에게 돌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예장합동은 가장 많은 교회 수를 자랑하지만, 여성 안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장고신과 예장합신도 마찬가지다. 현재 예장통합, 감리교, 기장, 순복음, 성결교, 침례교 등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고 있다. 일부 군소 교단들은 규모를 키우기 위한 자구책으로 여성 안수를 허용하기도 한다.
Q7.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성 평등한 교회 세우기 위해 강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지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를 가지고, 운동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교회 안의 정서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인식이 있는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다른 렌즈를 껴야 하는데, 특히 교회 사람들은 끼기 쉽지 않다. 기존 기독교적 세계관이 깨져야만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지희: 개혁연대 내에서 전 활동가가 성폭력 상담이 가능해야 한다. 전 활동가가 성폭력 상담에 대해 이해가 되어야, 비기독교 단체에서 개혁연대에 자문을 구할 때 교회 내 특이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여성주의와 성폭력 상담원 교육을 받고 개혁연대 안에서 사례 회의를 할 때 논의가 풍부했으면 좋겠다. 성평등위원회가 구성이 되었으니, 연차별로 교육 계획을 세우고, 최소 3년 안에는 내실을 다진다고 생각하고 내부 자원을 확보해 가면 좋겠다. 여성의전화는 피해자를 내담자로만 국한하지 않고 전문성 있는 존재로 보고 피해자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어떤 자원이 있는지 먼저 파악한다. 피해자에게 안전망이 2~3개 이상 된다면 피해자가 자기 문제를 해석하고 치유하는 데 시간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상담소에 오지 않더라도 참고할 수 있는 자료 또는 인적 자원을 안내할 수 있다.
이명화: 지금 개혁연대가 '기독교성폭력상담소'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활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홍보연: 알리는 의미로 그렇게 해도 좋을 거 같다. 목사가 성도를 성폭행하는 것은 친족 성폭력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 목사가 스스로를 영적 아버지라고 하면서 저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 내에서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 안에서도 성폭력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에서도 그 이름을 분명하게 해서 단체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명화: 성폭력특별법을 만들 초기에 한국성폭력상담소 만들면서 '굳이 성폭력상담소라고 명명해야 하나?' 터부시하기도 했다. 20여 년이 지나, 사회에서는 이미 그 용어가 정착되고, 상담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데, 교회에서는 아직 낯선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상담소가 걸어온 길을 이제 교회 내 성폭력 상담소가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보연: 타이틀을 명확히 해서 개혁연대가 지원하고 피해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회 내에 성 평등 문화를 실현하는 노력도 동시에 이뤄졌으면 한다. 또 각 교단의 여성 기구 등 관련 기구들과 연계해 활동을 전개하면 어떨까 싶다.
이지희: 성폭력특별법 제정 후 대학교 내 성폭력 상담실을 의무화했다. 대학 내 성 평등 상담실을 만들어서 그 창구 안에서 누구나 상담받을 수 있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내규가 갖추어져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이 있었으면 한다. 교회 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개혁연대 안에서 많은 일이 있는데, 개혁연대 이름으로 성폭력 상담소를 개설하는 것이 맞는 시기인지 고민이 든다. '교회 성폭력을 이야기할 수 있어'라고 알리는 차원에서 상담소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때가 되었으니 상담소 하나 만들자'라는 생각보다 상담소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심사숙고해서 세웠으면 좋겠다.
정은숙: 워낙 교회 안 성폭력이 이슈화가 되어 어떤 이들은 빨리 명패를 달고 무엇인가 성과를 내길 바란다고 말한다. 신학적·심리적 상담 체계 등의 내실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당위에만 급급해 당장이라도 기독교성폭력상담소가 생겨야 하는 논의들이 많아 우려스럽다. 또한 여성신학적·여성학적 상담심리학 접근이 기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화: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얼마만큼의 실천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역량을 진단하고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상담소라는 몸을 만들어야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고 상담을 이어 갈 수 있다.
윤경아: 요즈음 교회 내 성 평등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개혁연대에서도 회원 교회와 함께 우리가 먼저 성 평등한 문화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부적으로 사례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우리 안에서도 성 평등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성 평등·성폭력과 관련하여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평등위원회에서 5월에는 성폭력과 관련한 포럼을 개최해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사회구조적·목회 상담적으로 접근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김애희: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개혁연대도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교계에서 사건화되는 방식들을 보면 여전히 내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거나 피해 상황 회복에 더욱 중점을 두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홍보연: 지금껏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보는 것이 더 힘들다. 개혁연대가 지치지 않고 옳다고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많이 지지하고 싶다.
교회와 사회 속에서 펼쳐 왔던 여성 운동의 경험으로 간담회는 풍성한 이야기의 꽃이 피워졌다. 사회와 교회 속에서 여성의 현실을 직면할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고개가 끄덕여지고 서로에게 지지를 보내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운동을 해 나감에 있어 사회와 교회의 여성단체들과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 차별과 배제가 없는 평등 공동체 세상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길 바라며 간담회는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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