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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서울 퀴어 문화 축제 가톨릭 부스 운영
1일, 서울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린 가운데 가톨릭 평신도 단체들이 부스 운영과 행진에 참여했다.
올해로 24번째 ‘서울 퀴어 문화 축제’(이하 퀴어 축제)는 “각자의 삶이 다채롭게 피어나고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차별 이유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염원하는 뜻을 담은 “피어나라, 퀴어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했다.
이번 축제는 서울광장 사용이 불허됨에 따라 을지로와 청계로 일대에서 열었다. 종교, 시민사회, 인권 단체는 물론, 각국 주한 대사관 등이 50여 개 부스를 마련했고,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식 참여했다. 오후 4시부터 진행한 행진에는 약 3만 5000여 명이 함께했다.
퀴어 축제에 참여한 가톨릭 단체는 가톨릭 여성퀴어 모임 ‘알파오메가’, 가톨릭 앨라이 모임 ‘아르쿠스’, 가톨릭독서포럼, 우리신학연구소, 천주교인권위원회로, 이들이 공식 참여한 것은 올해로 두 번째다. 또 지난해에 이어, 사제와 수도자들도 동참했고, 부스를 찾은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을 환대하며 연대했다.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서 운영한 가톨릭 부스들과 참여자들. ⓒ정현진 기자
김정대 신부(예수회)는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런 혐오와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또 성소수자들과 연대하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참여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올해 서울 퀴어 축제 서울광장 개최가 불허된 일과 축제 장소가 외부에서 격리된 것에 대해, “이런 상황들이 이야기해 주는 바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보호한다는 차원도 있겠지만, 현장 바깥에는 혐오 세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현직 지자체장이 개인적 혐오 감정을 공식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 놀랍고, 그것에 대해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부스 봉사자로 활동한 ‘아르쿠스’ 활동가 베르난도 씨는 “퀴어 축제는 성소수자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함께 축제를 만드는 유일한 안식처”라고 말했다.
그는 신자로서 ‘아르쿠스’를 통해 미사를 봉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함께 안아줄 수 있는 공동체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면서, “가톨릭 신앙을 가진 성소수자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열려 있고, 안아줄 수 있는 공동체는 절박하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을 위한 선물로 직접 그려 만든 손수건을 가져온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는 “여기에 온 이유는 성소수자와 그 가족, 친구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다. 하지만 내가 힘을 준다는 말에 어폐가 있을 만큼 그들은 스스로 존엄하고, 누군가에게 차별과 혐오를 받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아무도 울지 않고, 존엄이 훼손되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그런 세상이 곧 하느님이 바라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위해 교회가 함께하기를 바란다”며, “하느님의 메신저로서 하느님이 성소수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 이 축제가 작은 이벤트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기도가 되기를 바라면서 왔다”고 말했다.
봉사자로 참여한 사제, 수도자들은 무지개띠를 묶어 주며 축복과 연대의 말을 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가톨릭 단체 부스 옆으로는 ‘천주교 성소수자 모임 안개마을’, 개신교와 불교 부스도 나란히 있었다.
개신교 신자이자 대학생 이상훈 씨는 경북 출신이고, 개신교 매체들을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과장되고 왜곡된 메시지를 많이 들었지만, 직접 와서 보고 만나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도교인이면서 성소수자인 이들이 분명히 있고, 또 혐오하는 이들도 있지만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동반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그들에게 겨자씨와 같다고 말하고 싶다.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죄인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학대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교회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봤는데,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면,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스에 찾아온 이들에게 ‘오색실 팔찌’를 묶어 주며 축복해 주었다. 그는 “오색실의 의미는 자유, 평등, 인권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불평등이 여전히 있는데, 불교는 궁극적으로 차별 없는 사회, 평등 사회를 지향한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반대하며, 누구도 차별을 겪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만나본 성소수자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또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들의 수행과 사회참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부스와 나란히 있던 불교 조계종 부스. ⓒ정현진 기자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염형국 차별시정국장은 무대 위 발언을 통해 “유일한 국가기관으로 국가인권위가 참여하는 단 하나 이유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그것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존재 자체로 부정돼서는 안 되며, 혐오와 차별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누구도 없다”면서, “그럼에도 현재 우리 정부의 성소수자를 위한 어떤 정책도 찾을 수 없다. 국가인권위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2020년 6월, 법률안 시안을 다시 만들어 평등법 제정 필요 의견을 국회에 표명했다. 하지만 발의한 평등법 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염형국 국장은 6월 30일, 국회에서 평등법 제정 촉구 토론회가 열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참석하지 않고, 종교인들이 참여해 지지 의견을 밝혔다면서, “국회에서는 사회적 합의, 신중한 논의 필요 등의 이유를 들면서 20년째 방치하고 있지만, 더 이상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논의가 (차별을 방치하는 데)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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