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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월8일(월)맑음
아침 시티 파크 호텔City Park Hotel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예경 드리고 일과를 시작하다. 아침 먹고 짐을 꾸려서 나갈 준비하다. 9시에 로비로 내려가 체크아웃하고 택시를 불러 델리공항 제3터미널로 가다. 10:30 공항 라운지에서 기다린다. 속이 울렁거리고 눈이 뻑뻑하다. 나그네는 떠도는 구름, 만지면 흔적 없고, 붙잡았다 싶으면 저 멀리 가고 있다. 나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있을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확률적으로 언제 어디쯤에 있을 거라 믿을 뿐이다. 나는 먼지, 바람에 날린다. 탑승수속 마치고 기다리는데 영석스님(고흥 상운사 주지)과 그의 조카 상좌스님을 만나다. 가야Gaya가는 비행기 타다. 공항에 내려 마하보디 호텔로 올 때 영석스님이 대절한 택시에 동승하다. 체크인하고 2028호실에 투숙. 영상 21도, 춥다. 그동안 밀렸던 일기 쓰느라 시간 보내다. 두루마기와 바지를 세탁 맡겼더니 몇 시간 만에 갖다 준다. 400루삐를 수고비로 주다. 19:00 저녁 공양하러 1층 식당으로 갔더니 중국에서 온 성지순례 팀이 공양 준비를 해놓았는데 중국스님이 직접 국자를 들고 수제비를 떠서 한 그릇 씩 보시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호텔 창밖은 깜깜하다. 들판에 호텔 한 채만 덜렁 세워져 있다. 여기서 마하보디 대탑은 3km 떨어져 있다. 방안에 서늘한 기운이 돌아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 밀린 일기 정리하다가 잠자리에 들다.
2018년1월9일(월)맑음
아침 7시 공양하고 툭툭을 불러 대탑으로 향하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거리를 나서니 연도에 인도 경찰들이 곤봉이나 총을 들고 서있다. 달라이라마 존자의 출행을 경호하기 위한 조치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툭툭은 대탑으로 가는 大路대로 입구에서 제지를 당해 들판을 가로지르는 우회로를 택하여 간다. 툭툭 기사는 먼 길을 돌았으니 돈을 더 내라 한다. 처음 흥정한 300루삐에다 100루삐를 얹어서 주었다. 18년 전에 보았던 대탑주변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모습과는 엄청 달라져 어리둥절하다. 대탑으로 들어가는 순례자들은 줄을 서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마침 참배를 마치고 나오신 영석스님께 스마트폰을 맡기고 대탑을 한 바퀴 돌고 나오다. 탑이나 성소를 중심으로 크게 원을 그리면서 한 바퀴 두 바퀴,,,여러 바퀴를 돌면서 수행하는 것을 티베트 말로는 ‘코라kora를 돈다.’, 영어로는 circumambulate라고 한다. 보리수 앞에서 잠시 기도드리고 코라를 돌고 나오다. 대탑 옆에 있는 한국 절 여래선원의 원만스님께 인사드리니 11시에 마호메트 식당에서 서림(허정)스님과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길에서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 순례단과 마주치다. 400명가량의 신도들이 줄을 서서 걸어온다. 선두에 서신 법륜스님께 인사드리다. 그사이에 티베트인들이 모인 가게를 들러 반야성 보살이 부탁한 염주를 사다. 이윽고 스님들을 만나 함께 공양하다. 서림스님을 길잡이로 하여 방을 구하러 다니다. 몇 군데 머물 곳을 둘러보니 모두 만원이다. 달라이라마 존자의 가르침이 있는 성수기에는 모든 숙소가 만원이다. 따라서 방 값은 평소보다 열배나 치솟아 방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와 같아진다. 존자는 보드가야에 사는 인도인들에게 돈을 낳아주는 황금알인 셈이다. 민가 가운데 있는 해피 인터네셔널 게스트하우스Happy International Guesthouse에 방을 정하다. 길거리에서 환전하다. 100$=6,350루삐. 서림스님과 태국 절에서 운영하는 찻집에 들러 차 한 잔 나누고 헤어지다.
학생들이 올린 카톡을 보니 인도 성지순례의 체험과 돌아간 한국인의 일상이 결 어긋남 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 성지순례의 기억이 마음에 씨앗으로 심어져 관심과 열의의 물을 주면 보리수로 자라날 것이다. 감동스러웠던 기억을 재료로 삼아 사유하여 이해와 통찰이 얻어지면 현실과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세상 속에 있되 세상을 뛰어넘은 꿈을 꾸는 사람들로 살아갈 것이다. 한 발은 진흙을 밟고 다른 한 발은 연꽃을 밟으며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보리심을 발한 불자의 삶이다.
2018년1월10일(수)맑음
새벽 추위가 뼈 속으로 스며든다. 이불 밑에서 생각해보니 도저히 이대로 지내다간 안 되겠다는 느낌이 온다. 여행사 사장께 보이스톡해서 오늘 따뜻한 남인도로 갈 의향을 이야기하다. 그랬더니 여행사 직원 미슬씨가 가야→바라나시→델리 비행기를 예약해서 e-ticket전자 티켓을 카톡으로 전송해준다. 짐을 싸서 호텔로비에 맡겨놓고 대탑으로 가서 마호메트 식당에서 서림스님과 원만스님(여래선원 주지)을 기다리다. 두 분 스님은 수자타 아카데미Sujata Academy 개교기념식에 초대되어 거기에 참석하러 가셨다. 나는 가야공항에 가야하는 스케줄 때문에 혼자 점심을 시켜먹고 호텔로 와서 짐을 싣고 가야공항으로 가다. 가야에서 바라나시 가는 비행기는 에어 인디어Air India이고, 바라나시에서 델리 가는 비행기는 스파이스 젯트Spice Jet이다. 스파이스 제트 비행사의 로고는 레드, 핫, 스파이시 Red, Hot, Spicy이다. 남인도에는 향신료가 유명하다는 것에 착안한 듯하다. 델리공항에 도착하니 밤8:30분 경. 프리 페이드 택시Pre-payed taxi를 타고 어두운 거리를 비실비실 대면서 시티 파크 호텔City Park Hotel을 찾아간다. 택시기사는 어리석어서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겨우 호텔을 찾아 체크인하고 짐을 푸니 밤9시, 샤워하고 짐 정리하고 일기 쓰니 밤10시. 오늘 하루 먼 길을 날아왔다. 길옥윤 작사 작곡의 순례자의 노래가 떠오른다.
순례자
당신은 꿈 찾는 방랑자 마음의 길 가는 나그네
인생도 사랑도 끝이 없는 길 멀고 먼 고갯길
꿈꾸는 바다의 별 뜨면 불타는 사막도 잠들고
외로운 순례자 거친 산길에 단꿈이 깊어가네
외로운 들판의 무명초, 잊혀진 하늘가 뜬 구름
별이여 달이여 어린 잎 새여, 내 너를 사랑하리.
2018년1월11일(목)맑음
새벽4시 모닝콜. 5시에 체크인하고 호텔을 나서다. 호텔 전용택시를 대절하여 터미널-1로 가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한 녀석이 짐을 끌어준다면서 앞서 가며 비행사 창구까지 안내해준다. 물론 공짜가 아니라 공식 비용 150루삐에 덤으로 100루삐를 더 주어야 했다. 인도인의 친절은 거의 돈을 강탈해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게 인도에 사는 맛이다. 인도에 머무는 동안 적은 돈으로 부자가 된 것처럼 돈을 쓴다. 돈이 사람을 부리는가, 사람이 돈을 부리는가? 돈은 사람을 부리는 편리한 도구이다. 출구 4번 게이트 앞까지 오니 아침 6시가 아직 되기 전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기는 서둘렀나보다. 미지의 세계로 안내해줄 여신이 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아 느긋하게 기다린다.
여행자는 떠나는 기분으로 산다. 새벽안개 희뿌연 공간을 뚫고 달리면 회색 가로등이 중음에서 비쳐오는 불빛인 듯.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 영원히 떠나기라도 할 듯이 달아난다. 지상에서 질깃질깃하게 이어지든 시간이란 끈을 단칼에 끊고 바람에 날려가듯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든다. 어제까지의 일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미래는 물탱크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닥쳐온다. 사라져가는 과거와 달려오는 미래 사이의 틈새에서 현재순간을 생생하게 산다. 여행자는 생생히 살아있는 이 느낌을 사랑한다, 과거의 주술에서 완전히 풀려난 자유로움과 미래를 맞을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오는 느긋함, 이것이 여행자가 누리는 즐거움이다. 오직 기다릴 뿐 아무 할 일이 없다. 아니 무엇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마치 과일이 완전히 익으면 저절로 떨어지듯 그렇게 다음 순간은 선물처럼 주어지리라. 오직 겸허한 마음으로 다음 순간의 삶이 허용된 것을 감사할 뿐이다.
4B 게이트가 열리자 리무진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이동한다. 비행기의 맨 오른 쪽 제일 앞좌석이다. 이 자리도 인도인이 선심 써줘서 얻어진 게 아니라 돈을 주고 산 것이다. 인도 중부의 산악지역인 데칸Deccan고원을 조망하기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1,000루삐를 덤으로 지불하였던 것이다. 짐 부치는 창구의 인도 아가씨가 제일 앞자리에 앉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권유하는 말에 넘어가 웃돈을 주었던 것이다. 돈은 모든 것이 잘 돌아가게 만드는 기름이 되어준다. 돈을 쓰면 기름칠한 듯이 톱니바퀴가 잘 돌아간다. 인도사회 전체가 그렇다. 기내에서 한 시간 지내보니 서비스는 커녕 물 한잔만 준다. 그래도 300루삐 짜리 도시락은 그냥 주니 다행이다. 메뉴판을 보니 홀수인 날은 채식 식단 위주로 되어있다. 채식주의를 지키는 종교의 영향 때문인 것이다. 창밖으로 데칸고원이 누렇게 보인다. 고원이라 해도 무슨 2~3천 미터 되는 높은 곳이 아니라 평지보다 높다는 것일 뿐이다. 고원에는 숲이 우거져 있지 않아 카레를 덮어쓴 우그러진 쟁반에 마른 시금치가루 뿌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비행기가 남쪽을 향해 내려올수록 산천의 물색이 변 한다. 이제 산들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 산수가 볼만하다.
10:20 코치Kochi, 혹은 코친Cochin에 도착하다. 공항에 내리니 우리나라 6월 날씨 같다. 적삼으로 갈아입고 PC를 꺼내 코치에서 머물만한 숙소를 물색하다. 포트 코치Fort Kochi, 로즈 스트리트Rose street에 있는 아르체스 호텔Arches Hotel(1/341, Rose Street, Next to St. Francis Church, Fort Cochin)를 온라인 예약하다(1/11~1/13, 3박4일, 1/14체크아웃). 프리페이드 택시Pre-paid taxi를 1,200루삐 주고 타다. 비행장에서 포트코치까지는 한 시간 가량 걸린다. 이곳을 께랄라Kerala주이다. 길 양쪽 곳곳에서 붉은 바탕에 낫과 망치가 그려진 공산당 깃발이 펄럭인다. 께랄라 주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세력이 강한 주의 하나로 현 집권당은 인도 공산당CPI 소속인 좌파민주전선(Left Democratic Front)이며, 인도 내에서 드물게 양성평등과 평등교육, 노동자-농민의 권리증진, 사회의 세속화, 생산수단의 사회화, 무계급화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어있다고 한다. 로즈 스트리트에 있는 아르체스 호텔에 체크인하자마자 침대위에 사지를 죽 뻗고 누워서 남인도의 더운 공기를 호흡하다. 짐 정리부터 하고 씻고 밀린 잠을 청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잠을 설치고 다니느라 녹초가 되었다. 비몽사몽간에 티베트 불교 까규Kagyu파의 수장되시는 까르마빠Karmapa존자와 무릎을 마주하고 하얀 색의 라씨Lassi(요구르트에 꿀을 섞어 단 맛이 나는 음료)를 나누어 마시는데, 음료가 쏟아져 존자의 무릎 부위의 가사에 하얗게 조금 묻었다. 까르마빠 첸노Karmapa Khenno(까르마빠 존자님, 여기를 護念호념해주소서! 라는 기도)! 남인도로 오기로 마음먹은 날 밤에도 꿈을 꾸었는데 어두운 피부의 야성적인 여신이 내 등을 앞으로 밀었다. 그래서 ‘남인도로 오게 되었나.’라고 이유를 갖다 붙인다. 금강승에서는 어두운 여신은 와일드한 에너지를 지닌 다키니dakini라 본다. 꿈 보다 해몽이라고 제 혼자 그럴 것이라고 해몽을 해보는 것이다.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몸이 좋아졌다. 숙소에서 5분 거리의 바닷가로 나가 일몰을 감상할까 했는데 해변이 너무 지저분하고 우중충하다. 대신에 여행자들이 주로 다니는 거리를 대충 둘러보다. 호텔 부속 식당에서 짜이(인도식 차)를 한 주전자 마셨다. 환전하다. 100$=6,200루삐. 밤늦도록 밀린 순례일기를 써서 카페에 올리다. 자정이 훨씬 넘었다. 그래도 잠이 안 온다. 짜이를 많이 마신 까닭인가. 밤에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다 새벽에 껐다. 새벽에는 공기가 쾌적해진다.
2018년1월12일(금)맑음
8시 일어나 아침 기도와 명상. 아침 식사는 옥상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100루삐 주고 툭툭을 대절하여 포토코친을 돌아보다. 호텔에서 5분 걸으면 보이는 해변은 더러워서 볼만한 풍광이 없다. 부킹닷컴booking.com에서 다음에 묵을 숙소를 검색하여 예약하다. 체라이 해변Cherai Beach에서 5분 거리에 있은 체라이 오션뷰 홈Cherai Ocean View Home(Near Bhuvaneswari Temple, allipuram P.O. 683523)을 예약하다. 1/14(일) 첵크인, 1/18(목)체크아웃, 5박6일. 숙박비는 8,000루삐 가량(14만원 정도). 내일은 水路수로Backwater탐험을 예약해놓았다. 비용은 1250루삐(22,000원 가량). 저녁은 티베탄 세프Tibetan Chef에서 수제비를 시켜먹다. 서양 여자 세 분과 합석하다. 금발의 여자는 오스트리아 사람으로 요가를 배우는 중이며 인도에 세 번째로 왔다하고, 중년을 훨씬 지난 여자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아예 몇 달 째 인도에 산다고 한다. 뚱뚱한 몸매에 예쁜 얼굴을 한 여자는 영국에서 왔단다. 세 사람은 인도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라는데 모두 담배를 피우면서 자기나라의 일상으로 돌아갈 일을 걱정한다. 규격화된 일상과 구속이 풀린 인도여행의 틈새에 끼인 중음계에서 헤매는 영혼들이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공허한 대화가 식탁에서 담배연기로 흐른다.
마음이 흔들리면 현상세계가 흔들려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중생심이 끊임없이 요동치니 세계는 불확정적이며 불안정하며 무상하다. 지구가 자전과 공전 운동을 동시에 하면서 보르텍스Vortex,渦流를 일으키면서 시공연속체를 주물럭주물럭 형성해나간다. 한마디로 지구는 꼬리에 불이 붙은 개가 미친 듯이 달리는 꼴이다. 지구는 시작도 끝도 없이 어디론가 끝을 향해 달린다.
2018년1월13일(토)맑음
아침8:40분 알레삐Allappuzha(알라뿌자, 현지인들은 ‘알레삐’라고 한다) 탐험에서 나를 픽업하러 왔다. 알레삐Alleppey는 과거 께랄라Kerala주의 해양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 항구이다. 호수와 라군lagoon(석호潟湖)과 운하로 얽혀 있는 수많은 물길 위에 형성되어 오래전부터 ‘동방의 베니스’라 불리며 상업 도시로 성장했었다. 지금은 께랄라 수로여행Backwater expedition의 중심이 되는 휴양처로 알려져 있다. 께랄라 연안에서 내륙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내륙수로Backwaters를 따라 유람하는 관광코스가 개발되어 여행자들을 끌어들인다. 열대우림사이로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물길을 따라가는 배는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 사람들과 여행자들의 발이 되고 있다. 수로를 따라가면 야자수가 우거진 호수와 외딴 섬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꼴을 본다. 이것을 마을 투어(Village Tour)라 한다. 열 명 이하의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여행자가 가이드와 함께 수로 중간에 있는 몇 개의 작은 마을을 방문한다. 한나절 진행되는 투어에서는 코코넛 껍질의 보푸라기를 꼬아서 밧줄을 만드는 것도 볼 수 있고, 중국식 어망도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보이는 중국식 어망Chinese fishing net은 이제는 거의 실용가치가 없고 단지 관광 위한 구경거리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좁은 수로를 이동할 때에는 뱃사공은 긴 장대로 강바닥을 밀어서 배를 움직인다.
도로가에 있는 보트선착장에 나가니 미국 오리건Oregon주에서 온 은퇴한 미국인 노부부가 동행자로 왔다. 가이드는 샤자Shaja이라 하는 인도 남자이다. 까만 피부에 눈이 크고 흰자가 많아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보인다. 하늘이 청명하지 못하니 물빛도 칙칙하다. 호수 양안에 울창한 야자 숲도 파아란 색이 아니라 축축한 녹색이어서 전체적으로 풍광이 칙칙하다. 풍광수려한 금수강상에서 온 스님의 눈에는 알레삐를 ‘동방의 베니스’라 하는 것은 지나친 수사라 여겨진다. 인도인들의 허풍과 자화자찬은 알아줘야 한다. 인도인들은 구호와 화려한 선전을 좋아한다. 거리에서 담장마다, 큰 나무나 사람들의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사회계몽을 하는 구호나 정치선전문구, 의사개업광고 등등의 광고가 붙어있다.
께랄라주는 특히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기에 거리 곳곳에 망치와 낫이 그려진 붉은 깃발, 적기赤旗가 펄럭인다. 마르크스와 레닌을 그린 초상화도 자주 보인다. 인도인들에게 공산주의란 무엇일까? 아마도 빈부의 큰 격차 없이 무난하게 잘 사는 걸 의미할는지 모른다. 한 사람도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일이 없고, 집이 없어 갈 데 없는 노숙자가 없는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가 되어있는 걸 의미할 것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시내의 모습이 인도의 다른 지방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거리는 비교적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다. 하지만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질 않아 길거리에는 쓰레기봉지가 널브러져 있다. 공산주의로 살아간다는 기분만 내는 것을 정치인들이 조장하면서 권력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마르크스가 다시 살아나 여기에 와서 본다면 ‘내가 그리든 공산주의가 왜 이 모양이 되었나?’면서 기절초풍할까, 아니면 ‘내가 바라던 것이 여기에서 이루어졌구나.’라면서 흐뭇해할까? 내 생각에는 소련이나 동구권에서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마르크스의 꿈이 좌절되었는데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인도 땅 케랄라에서 그의 꿈이 조금 이루어진 듯하다. 그의 역사발전단계론에 의하면 자본집중의 고도화를 거쳐야 프로레타리아가 단결할 수 있고, 그리하여 혁명에 의하여 체제를 뒤집고 인민에 의한 독재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케랄라 같은 곳은 자본주의화는커녕 오히려 기후조건이 좋아 물산이 풍부하고 일찍이 기독교선교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진 서양교육을 받아 의식이 성장한 지식인들이 생겨남으로써 공산주의 운동이 활발하여 민주선거를 통해 집권당이 될 수 있었다. 무력투쟁이 아니라 교육과 의식운동을 통하여, 혁명이 아니라 선거에 의하여 이룩한 공산주의화였다. 이렇게 보면 케랄라 공산주의는 수정자본주의 내지 사회민주주의 정도 되는 정치제도라 할 것이다. 거리의 간판에 등장하는 수염 털보의 마르크스가 수천의 분신을 나투어 케랄라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는 듯하다. 중년이 어물쩍하게 넘어버린 마르크스도 이제 훌쩍 커버린 딸들에게 스마트폰과 청바지와 스쿠터도 사주어야 하니 돈 좀 벌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무엇을 판단할 때 반드시 여기가 인도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한다. 여행자는 인도라서 이만하면 괜찮다고 넘어가야 하는 경우를 자주 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부부는 미국은 이민자들의 열성과 창의로 이루어졌으며 자원봉사volunteerism로 말미암아 건강하게 돌아가는 사회인데 도널드 트럼프는 백 년 전 카우보이의 나라로 되돌리려 한고 있다고 한탄한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주의적인 백인중심적인 세계관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백인중심 기독교 보수 세력이 문제라고 한다. 나는 인간적인 다정함kindness와 보편적 양식conscience에서 우러나온 전 지구적인 우정과 상호이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다. 그들은 내일 스리랑카로 떠난다고 한다. 오후 2시, 야자 숲 사이 움막 같은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바나나 잎을 펴서 그 위에 밥과 카레, 향신료가 들어 있는 세 가지 반찬 한 숟갈로 먹는다. 우리는 숟갈과 포크로 먹는데 현지인들은 맨 손으로 먹는다. 가이드가 텃밭에 있는 바실basil잎과 몇 종류의 허브를 보여준다. 야자나무 덩치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이 있는데 거기에 주황색 열매가 달려있다. 가이드가 그걸 후추(胡椒pepper)라 한다. 고기요리에 후추를 뿌려서 먹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걸 깨달은 유럽인들은 미친 듯이 후추를 갈구했다. 수요가 폭발하니 공급은 자동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운동방식이다.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1469~1524, 포르투갈의 항해사)가 후추를 찾아서 코친까지 왔다고 하면서 알레삐 물길을 ‘스파이스 로드Spice Road,향신료 길’이라 부르고 싶어 한다.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 항해 500주년 행사를 인도 정부와 포르투갈 정부가 추진하려 했는데 인도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극우에서부터 극좌에 이르기까지 바스쿠 다 가마는 식민 지배를 가져온 장본인이며 해적에 불과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었기 때문이라 한다.
오후3:00 수로를 되돌아 나온다.
오후3:30 처음의 그 선착장으로 되돌아 왔다.
오후5:00 호텔로 돌아오다. 유명무실한 수상유람이었지만, 그래도 안 한 것보다는 낫다.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세상이기 때문에.
2018년1월14일(일)맑음
아침 7시 기상하다.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7시간을 잤으니. 아침 예경 드리다. 옥상식당에서 아침 먹고 짐 꾸리다. 예약한 숙소에서 이메일이 와 있다. 11:00 페리보트에서 내리면 택시 운전수가 대기하고 있을 거라고. 창에서 남인도 햇살이 쏟아진다. 애가 우는 듯이 들리는 새소리가 요란하다. 호리병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새소리도 있다. 호텔 프론트에서 체크아웃하다. 숙박비가 예상 외로 비싸게 나왔다. 바가지 쓴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내내 잘 지내다가 기분 나쁘게 떠날 필요는 없지 싶어서 계산 나오는 대로 지불하고 문을 나선다. 호텔 시설을 한국에 비한다면 중급 모텔 정도인데 너무 비싸게 받는다. 종일 여행자들의 돈을 만지며 장부만 쳐다보는 주인과 전형적인 은행원처럼 보이는 서기와 여자,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이지만 잠시 그들의 인생을 생각해본다. 비싸게 준 숙박비가 아깝지만 인도라는 세상을 배우는 데 든 비용이라 생각하다. 9:30분에 툭툭타고 보트 선착장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이럴 때가 가장 한가롭다. 다음 차례로 이동할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과거는 끝.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예약 완료. 그 사이에 무한히 펼쳐진 텅 빈 현재 공간. 공간은 항상 경험하는 그 공간이로되 할 일이 완벽하게 사라진 한가로움이다. 모든 시간이 한가롭고 여유로워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잊고 있거나 일에 치여 살 때는 무언가로 빽빽하게 들어차서 틈이 없이 쫓기는 공간으로 변하고 만다. 그렇다고 공간 자체가 변하는 건 아닌데도 사람이 인식하기에 따라 공간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아무 일도 없이 빈둥거린다면 또 그 공간은 묽어져서 있는 둥 마는 둥, 축 늘어져 무기력한 무용지물로 바뀌고 만다. 할 일이 없어 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인도 청년들이 경험하는 공간이 그렇다. 그래서 적당한 일이 있어야 그 휴식과 여유도 의미를 띄게 된다.
선착장으로 나가서 배를 타다.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도사람들과 어울려 배를 타고 10분 정도 가니 바다건너편 선착장에 다다르다. 이메일에서 이야기 해준 하얀 색 택시가 시야에 나타난다. 드라이버와 시선이 마주쳐 아주 쉽게 알아본다. 해변도로를 달려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다. 11:00시. 부킹닷컴에 사진으로 본 숙소의 느낌이랑 사뭇 달랐지만 어쩔 수 없다. 그야말로 소박하고 값싼 시설이다. 뜨거운 물은 필요할 때 바케쓰로 갖다 준다 하고 침대는 원시적이다. 인도려니 하고 받아드린다. 주인이 흥정을 하자 한다. 4일 있기로 예약했지만 선심을 써서 가격을 내려줄테니 5일 있으라고 한다. 원래 계약한 4일에 7,750루삐(약127$) 즉, 하루에 1,937루삐(약31.7$)인데 주인이 흥정하는 가격은 5일에 8,500루삐(약139$, 하루에 1700루삐=27.8$)이다. 여기에 자전거 빌려주고 아침식사도 무료로 준다고 한다. 그렇게 하기로 하다. 이층 난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마당 앞을 오가는 온갖 탈것들의 소음이 들리는 허접한 방이라도 바다가 바로 보이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걸로 위안을 삼는다. 그래, 여기가 남인도 사람 맛이 나는 동네이다.
도시락 와이파이wifi를 연결하고 피씨PC를 켠다. 다시 익숙해진 과거의 세상과 접속한다. 과거의 정보와 접속하는 순간 생생한 현재로 변한다. 체라이 해변은 바야흐로 개발 붐이 일고 있다. 가진 게 좀 있고 머리가 돌아가는 청년이라면 돈이 되는 것이 확실한 곳에 투자하여 돈을 벌어 남들처럼 잘살고 싶지 않겠는가? 이 숙소의 주인인 청년이 그렇다. 그는 비록 숙소의 시설이 모텔급은 아니지만 부킹닷컴에다 멋지게 올려 나 같은 어름한 여행자를 불러들여 돈을 쓰게 만들지 않는가? 일단 숙소에 들어오면 부속식당에서 밥 먹고 그가 소개하는 툭툭이나 택시를 타야하니 내손에서 계속 돈을 빼 갈 것이다. 체라이 해변은 바야흐로 돈바람이 불어와 숙박업과 식당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이다.
점심 먹고 피곤하여 낮잠 자고 일어났더니 5시 무렵이다. 창문으로 저무는 저녁 해가 찬란하게 쏟아져 온다. 저녁 바다 보러나가다. 모래사장이 좁고 모래색깔도 인도인의 피부색이다. 방파제역할을 하는 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그냥 큰 돌을 잘라 대충 맞춰 쌓아서 파도가 밀려드는 것을 막게끔 해놓았다.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인도인들도 잘 살게 된 탓인지 가족끼리 차를 타고 해변으로 놀러와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거의 열 명 정도로 이뤄진 가족이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어슬렁거리다가 앉았다가 한다.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가 유행인지 좀 있어 보이는 남자들은 모두 그런 카메라를 들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물사진을 찍는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뜨뜻하고 건조하다. 초여름에 불어오는 바람 같다. 바다 끝에서부터 내 앞까지 밀어닥치는 파도가 내 발밑에서 굴복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모래로 스며들거나 바다로 되돌아간다. 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해를 바라보니 머릿속이 파도로 가득 찬다. 두뇌가 출렁대며 일렁인다. 퍼졌다가 오무라졌다가 치솟았다가 쳐내려갔다가 부글부글 술렁술렁 꿈틀꿈틀 바글바글 와그르르 사그르르 샤라랑 샤샤샤 ㅅ ㅅ ㅅ 이윽고 붉은 혓바닥이 바다 속으로 빠져들자 만상이 고요해진다. 어둠의 세력이 날개를 펴고 바다를 뒤덮으니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헛간 같은 방으로 돌아와 고독한 칩거를 즐긴다.
2018년1월15일(월)맑음
새벽 예경 드리고 명상에 잠기다. 아침 먹고 해변으로 나가 파도를 보다. 갈매기는 보이지 않고 까마귀만 지저귄다. 인도 어디를 가든지 까마귀를 볼 수 있다. 까악 까악 울면서 식탁까지 내려와 까만 눈동자로 짜이를 마시는 내 눈을 바라본다. 저 까만 눈동자에 무엇이 비칠까? 너와 나를 이어주는 무슨 의미라도 있는가?
오후4:30. 저녁햇살이 작열한다. 해안도로를 걷다. 아스팔트길은 좁고 노후 되어 중앙선은 아예 없고 한 차선만 남은 상태에서 차와 오토바이, 툭툭이 빈번하게 왕래하니 자전거 타는 것이 위험하다. 저녁 무렵이 되니 시내 사람들이 드라이브 나오는 품세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여자를 태워 차를 운전하여 해변으로 드라이브 온다. 꽤 있어 보이고 출세한 것 같아 보인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살 산다.’는 기분을 느끼리라. 한국도 80년대 부동산 붐이 일어났을 때 갑작스럽게 돈을 번 졸부들이 이렇게 놀았다. 나 돈 좀 벌었으니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놀아보자는데 무슨 수로 말리겠는가? 욕계 세상은 어디 가나 비슷하게 살아간다. 同業衆生동업중생의 살림살이가 그런 것이다.
밤바다를 바라보다 돌아와 쉬다.
2018년1월16일(화)맑음
아침에 예경 올리고 명상하다. 아침 공양하고 바다를 만나다.
바다여, 너를 본다. 검푸른 몸통이 굼실대면서 하얀 날개를 펼치고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나를 덮칠 듯이 다가와서는 내 앞에서 갑자기 몸을 낮추면서 사라진다. 급작스럽게 다가와서는 발밑에 굴복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왜 이렇듯 맹렬하게 밀어닥치는 파도가 용두사미가 되고 마는가? 낮아져라, 흔적 없이 사라져라, 만물 앞에 머리 조아려 예경하라고 가르치기 위해서인가? 붓다의 진리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중생세간으로 밀어닥치지만 중생의 발밑에 다다라서는 한 없이 낮아져서 머리를 조아리고는 그 사람의 콧구멍으로 들어가서 그를 살리는 숨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붓다의 숨을 언제 어디서나 호흡할 수 있다. 이것은 법의 은혜이다. 파도칠 때마다 물의 혀가 날름대면서 해안의 바윗돌을 핥는다. 마치 어린애가 눈깔사탕을 핥아먹듯. 바다가 혀로 바위를 핥아 고운 모래로 만들기 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바다가 호흡한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간다. 往還無際왕환무제, 갔다가 왔다가 끝이 없는 왕래는 보편적 생명현상이다. 밀려오는 파도를 들이마시고 쓸려가는 파도를 내쉰다. 파도를 호흡한다. 바다의 호흡은 파도이다. 거대한 호흡을 타고 고기가 헤엄치며 새가 날고 배가 간다. 우주의 광대한 호흡을 마시고 우리가 살아간다. 내 콧구멍에 들어왔다 나가는 숨은 우주적인 현상이요, 신비한 선물이라. 모든 생명이 우주적인 숨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내가 숨 쉴 때 일체중생이 함께 숨 쉬는 것이다. 내가 숨 쉴 때 부처님과 보살들과 함께 숨 쉰다. 숨은 자기가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아니고, 자기의 영혼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잠시 동안 숨을 빌려서 쓸 뿐이다. 잘 쓰다가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돌려주어야 한다. 그 유효기간 동안 무엇을 하면서 숨을 사용할 것인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숨을 쉴 것인가? 어떻게 해야 숨을 가장 유익하게 사용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이다. 숨 쉬는 것은 고귀하고 은혜로운 일이다. 숨 쉬는 것에 깨어있으면서 한 숨 한 숨 정성스레 쉬는 것이 생명에 대한 예경이 아닌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라, 숨 쉴 수 있음에 만족하고 행복 하라. 그대 이미 숨을 쉬고 있는데 무엇을 더 바라랴!
진주선원에서 오늘 요가클래스가 있다. 보이스톡으로 메시지를 전하다. 해성보살도 참가하였다. 몸과 마음은 보리bodhi를 담는 신성한 그릇이다. 몸과 마음은 보리심을 수행하는 도구이다. 몸과 마음이 무상하고 무실체이지만 사랑과 지혜의 감로수를 담아 진리에 목마른 이웃에게 전해줄 수 있는 국자가 된다.
2018년1월17일(수)맑음
아침 예경과 명상. 아침 먹고 바닷가로 나가 앉았다. 파도가 점점 힘이 더해지더니 방파제를 때리기 시작한다. 푸른 군사들이 하얀 깃발을 든 선봉장을 따라 해안으로 쇄도하여 방파제 바위를 향하여 돌진한다. 하얗게 부서지면서 다시 후퇴한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큰 소리를 내면서 물방울을 사방으로 튕겨낸다. 족첸수행을 하다.
오후에 바닷가를 산책하다.
밤바다소리가 거칠다.
2018년1월18일(목)맑음
일찍 잠에서 깨어 예경과 명상하다. 비행편 스케줄이 나오다.
코치→델리: 1월19일(금)아침7:20~10:45 Air India466 at Kochi International Terminal2
델리→방콕: 1월19일(금)오후1:45~7:20 Air India332, at Indira Gandhi Terminal 3
오늘 해야 할 일:
①게스트하우스 숙박비 결제
②택시 예약: 숙소→코치 공항, 내일 새벽4시에 대기하기로 약속.
③방콕에서 첫날 숙소 예약해야 함
④짐 정리
저녁 바닷가로 나가 일몰을 바라보며 모래사장을 걷다. 떨어지는 붉은 해가 눈이 된다. 해의 눈으로 바다를 본다. 세상은 굼실대는 바다이다. 낱낱의 파도가 바다의 손짓, 무드라mudra이며, 노래이다. 바다는 쉬지 않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그 춤은 우주적인 춤이다. 체라이 해변이여, 안녕.
짐을 싸놓고 파도소리 들으며 명상에 잠긴다.
첫댓글 스님 죄송합니다.
자유롭게 유행하실텐데 제가족쇄를채워드리고온거같아 내내맘이 편칠안았답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오시는 날까지 건안을기원 드립니다_()()()_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돌아가서 뵐게요.
나그네 되신 스님 덕에 마하보디 대탑 에서 다시 코라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훨훨 날아 인도양에 가까운 남인도 코친까지 느껴봅니다
스님의 한걸음 한걸음에 업드려 절하옵니다
돌아오시면 저희선원에도 보리수 나무가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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