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2014년 7월에 이판암 어르신(73세)은 큰 이별을 겪습니다. 77년생으로 한창 젊음을 누려야할 하나뿐인 아들이 오토바이로 통닭을 배달하던 중 자동차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사고를 당한 것이지요. 3년 동안 경희의료원, 녹색병원, 온누리병원을 옮겨 다니며 7~8번의 크고 작은 뇌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시신은 화장하여 용미리 제2묘지에 안치하였고 아들과의 추억은 가슴에 묻었습니다. 이판암 어르신은 아들이 보고 싶어지면 한 달에 한 번 묘소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눈이 더 나빠지면서 명절 때 외에는 가지 못합니다.
어르신은 2015년 초부터 눈이 보이질 않습니다. 오른쪽 눈은 예전에 실명이 되었고, 남은 왼쪽 눈이 녹내장인데 치료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겨우 명암을 구분하는 정도의 시력만 남아 있지요. 15년 전에 시작된 당뇨와 고혈압이 원인입니다. 남은 왼눈의 시력이 회복될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진 채 의정부 카톨릭 성모병원에서 코로 내시경을 집어넣는 뇌종양 수술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수술 결과 여전히 사물은 뿌옇게 보입니다.
뇌종양 수술비가 280만원이 나왔지요. 아내 분이 동네 지인들을 통해 어렵사리 마련한 돈이 아니었으면 퇴원하지 못하는 낭패를 볼 수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2개월을 더 갚아야 하는데 너무 많이 나온 것 같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의제기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동대문구청을 통해 기초수급자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도 있었지요. 안타깝게도 병원비를 아끼려는 마음에 조기 퇴원한 것이 문제가 되어 탈락되고 말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드님의 뇌수술비도 온전히 어르신 부담으로 남았습니다. 중앙선 침범이라는 이유로 보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5천만원이 넘는 치료비 중에서 2천만원은 일산구청의 긴급 의료비 지원과 주변의 도움을 다 끌어 모아 충당을 했습니다. 아들 친구들의 십시일반으로 2천만을 더 모을 수 있었고, 나머지 1천만원은 병원에 갚겠다는 각서만 써주고 나왔습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우리은행에서 신용대출로 7백만원을 빌려야만 했습니다. 현재 매달 6만 5천원씩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중인데 앞으로 15년이 지나야 끝이 납니다. 어르신 연세가 올해 일흔 셋이니 15년이면 여든 여덟이 되어야 다 갚을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6만5천원이라는 돈은 어르신 부부가 받는 수급금 69만원(부부 합산금액)에서 아껴 만든 것입니다. 어르신은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갚는다. 수급금이 적은 듯해도 나라에서 도와주는 것이 고마워서 동사무소 가서 더 달라고 못한다”며 신세지지 않고 갚으려는 의지를 내비치셨습니다.
요즘 어르신은 점점 눈이 나빠지면서 외출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더위를 피해 집 근처 뚝방에 나가 바람을 쐬는 것이 외출의 전부가 되어가고 있지요. 그러면 그럴수록 전반적인 신체기능 저하로 인한 심신 무기력 상태가 심해져 갑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내 분이 그나마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10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매년 정기검진을 받으며 잘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관절염은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부항을 뜨는 것으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 덕에 근처 복지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 할 수 있게 되었지요. 형제분들은 모두 사망했고 79세 되신 작은 누님과도 왕래가 없기에 두 분은 서로에게 더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판암 어르신의 은행 대출금 7백만원의 상환을 돕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하지만 금액이 크기에 현실적으로 모금 가능한 한 달에 20만원씩 1년치 생활비 240만원을 모으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