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노동 기본권 보장 못 받는 교사 현주소” 특별법 필요성 언급...전문성·강제성·실효성 대책 한목소리 당부
(자료사진) ⓒ뉴시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으로 교권 침해 실태에 대한 목소리가 분출하는 가운데, 해결책 마련의 토대가 될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국회 토론회가 27일 열렸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현직 교사들을 비롯해 현장의 의견을 취합하는 다양한 교원단체들이 참석해 고충을 전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요청하는 건 “아이들과 행복하게 수업할 수 있는 교실”,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 확대에 관한 호소가 깊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어렵게 하는 본질적인 요인과 해결책 요구에 관해 들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총연맹,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교원단체 관계자들과 교사들이 함께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측도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해원초등학교 고요한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생활지도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아동학대 처벌 사례를 무서워하게 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며 “교사의 생활지도권과 교육권이 상위법인 아동학대처벌법에 상충돼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 교사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제공 자료를 인용해,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을 침해하는 ‘교권 침해’ 피해 상담 건수가 2006년 179건에서 2016년 572건으로 3배 이상 늘더니, 2021년 1만 3천 621건으로 늘어 “비상적인 행보를 걸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마저도 “교원에 대한 상해·폭행·협박 등 정도가 심각해 각 학교의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심의된 사례만 집계한 것”이라며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고 교사는 “교보위 개최 시 학부모 민원 등의 위험 부담은 학교 관리자가 넘겨받는 구조”라며 “현장 교사들은 실제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한 후에도 교사 보호시스템으로서 교보위가 제대로 된 작동이 되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 문제를 신고해도 사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현재 국회에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학생 폭언·폭행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및 법 제정에 관한 청원 ▲학교폭력법 개정 및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 보호에 관한 청원 ▲교사가 법적 공방에 휘말리기 전 진위를 점검하는 시스템 요구에 대한 청원이 국민동의청원 성립요건 5만 명을 채워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 회부된 상태다.
그 밖에도 ▲학교폭력 전문가 학교 배치와 교권 보호 범위 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 관한 청원 ▲초·중·고교 교내 전체 CCTV 설치 의무화에 관한 청원 ▲초등학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즉시 분리시킬 수 있는 방법 마련에 관한 청원 등이 동의 진행 중이다. 모두 지난 18일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알려진 뒤 게시된 청원으로, 고 교사는 “현 교사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고 교사는 “비정상적인 교육 환경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교육권 침해에도 크게 바뀌지 않는 사회 구조적 문제였기에 교사들은 고통에 대한 호소보다 외면과 회피를 선택해 왔다. 이러한 우리의 소극적인 행동이 한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근본적으로는 교사를 보호해 주지 않는 구조적 시스템과 법들이 한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대책 마련은 “교육 주체와 국민들의 논의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23.07.27. ⓒ뉴시스
“모든 잘못 책임지는 선생님”, 가정·학교 역할 경계 필요성
토론자들은 “전문적이고 정교한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하는 등 강제성 없는 해결책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다. 이들은 “반짝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논의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박성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학부모 민원이 생길 때 선생님들이 교육청에서 지원받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교사 혼자 고민하다가 자책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초등학교 1학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잡으면 학대라고 한다. 학급 노동강도는 3천 배 이상 높아진다”며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학교, 선생님이 책임진다. 이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로 박 실장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의 개정을 통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처벌되는 것을 방지”하고,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교육부 고시에 교사의 생활지도권 구체적 명시”할 것 등 현장 의견을 전달했다. 교사의 정서 소진 예방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수업 시간, 초과 근무 감축”, “가정과 학부모의 책임 경계를 명시하는 제도적 근거 마련” 등 업무 강도 개선 및 가정과 학교 역할 구분 필요성도 덧붙였다. 박 실장은 “제도 개선을 위해 여야와 보수·진보를 가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박소영 교사노조연맹 전국초등교사노조 정책국장은 교보위 운영 내실화를 위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며 “교보위 결과 조치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 교권 침해 당일 교사 보호 조치 법제화, 교보위 회의 결과 열람 가능 조치”와 더불어 “교권 침해 시 피해 교사가 병가를 내는 것이 아닌 가해 학생의 출석 중지 또는 학교 내 관리자나 교권 보호 담당자가 교육하도록 조치”를 제안했다.
당정 추진 ‘교권 침해 생기부 기록’에 짙은 우려…예산·인력 촉구
정부와 국민의힘이 교권 회복 대책으로 내놓은 ‘학생의 교권 침해 처분 내용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 ‘학생인권조례 폐지 추진’ 등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다수였다. 교사들은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정쟁으로 흘러가고,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 관계로 바라보는 건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자체 설문조사 내용을 인용해 “교권 침해 사안을 마치 학교폭력 사안처럼 생기부에 기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숙고해 주시기 바란다”며 “설문에서 오늘 아침까지 약 50%가 넘는 선생님들이 ‘교권 침해에 대한 생기부 기록은 부작용이 많아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현 공동대표는 “선생님들은 애당초 교권 침해를 받지 않을 보호 장치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지, 교권 침해를 이미 당한 후에 스스로 교권 침해 받은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생기부에 기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또한 이로 인해서 각종 생기부 취소 소송과 고발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의 엄청난 법적 분쟁을 불러올 수 있는 교권 침해 사안을 생기부에 기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숙고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말 실효성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과 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학교에 ‘아동 정서행동 지원 전문가’ 배치, 전문교사 인력 양성, 교육부 민원 대응 창구 일원화 등을 요청했다.
현운석 실천교육교사모임 교권팀장도 “학교로 향한 민원을 증폭시키는 교육활동 침해 생기부 기재 보다는, 지속적이고 심각한 수업 방해 학생의 경우 학교 외 특별기관에서 필수로 교육을 이수하는 장치와 시설 마련”을 제안했다. 현 팀장은 “유치원, 특수학교 선생님들의 인권 침해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인내해 온 것”이라며 “이는 정치기본권, 노동기본권조차 보장 못 받는 교사 기본권 보호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교육부 대표로 토론회에 참석한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실 국장은 “지금 말해준 내용들,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며 “지금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오는 8월까지 종합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책을 마련하고 교육위원들에게 협조도 하며 최대한 대책이 실효성 있게 강구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모든 걸 다 열어놓고, 교사 공동체 내 공감대 실린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최대한 경정하겠다”고 했고, 교육위 소속 유기홍 의원은 “이번 일이 또 하나의 정쟁이 되지 않고 선생님들이 바라는 교육활동 보호, 교사 인권 보호를 위한 확실한 제도 마련의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첫댓글 양은냄비처럼 바글바글 끓다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그렇게 하나 마나한 대책을 들이밀 생각 하지 마십시다.
반드시 최선을 다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