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동 한 그릇 ❤
까만 하늘에 엎드려 자는 별들을 깨워가며 서툰 얼굴들이 둥둥 떠다니는 낯선 거리를
걸어 사랑이 머문 자리를 찾아오고 있었다.
"카톡..." 며칠 전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불합격 문자를 받은 날
하늘이 숨겨준 가로등 밑에 서서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 방 불이 꺼질 때까지 버티다
꿈과 희망은 그 자리에 놓아둔 채 도둑 걸음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밀린 방세와 불어나는 학자금 대출 이자에 몸부림친 흔적을 지우고 목숨 줄 같은 가락국숫집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아침을 달려 나간 자리에
"저기 저 뒷자리에서 식사하시는 분들 것도 같이 계산해주세요" "아…. 네"
남루한 옷차림에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들어오셔서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며
식사를 하고 계신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한 젊은 부부가 노부부의 식대까지 계산하고 간 얼마 뒤
"여기 얼마유" 좀 전에 어르신 뒷자리에서 식사 하시던 젊은 부부께서 계산해 주고 가셨어요.
"맘은 참 고맙지만 그럴 순 없지" 할머니는 우동 두 그릇 값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더니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이걸로 대신 계산해주구려.
세상을 다 안은 듯 온화한 미소를 남기고 마주 잡은 손으로 세월의 흔적을 지우며
나란히 걸어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에 한없는 고마움을 함께 실어 보내고 있었습니다.
입술을 다문 달님이 해님이 놀던 하늘가에 뒤뚱거리며 걸어 나온 거리에 사람들의 그림자도
하나둘 사라져갈 즈음 아이를 등에 업고 한 아이를 손에 걸린 채 종종걸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아주머니는 " 애들이 배가 고파 그러는데 우동 한 그릇만 시킬 수 있을까요?" "네…. 그럼요.."
돈이 부족해 우동 한그릇에 담긴 면발을 엄마의 수고로움으로 마주 앉은 큰아이와
가슴에 안긴 작은 아이에게 번갈아 먹이느라 남긴 국물로 목젖만 적시다 걸어 나온 아주머니는
"우동을 너무 많이 주셔서 아이들과 배불리 먹었습니다"
"배불리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 "얼마 드리면 되나요?"
먼저 나가신 노부부께서 아이들이 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계산을 해주시고 가셨어요.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그리고 밖에 지금 눈이와 아이들 감기들면 안 된다며
여기 만원짜리 한 장을 주시면서 택시 타고 가시라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넨 아주머니는 아득한 세상 속 따스함이 전해준 마음을
가슴에 안고서 별이 진 거리를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남모르게 우동값을 계산하고 간 손님 그 베풂에 또 다른 베풂을 보여주고 나간
노부부의 뒷모습을 그려보면서 나는 오늘 하루가 내게 선물해 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꿈꿀 수 있다는 희망에 감사해 하며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우동 한 그릇의 온기를 세상 가득 채우겠노라고... ㅡ노자규의 골목 이야기ㅡ
<이임호 교장님이 주신 카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