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부산 해운대 기행 해송 벗삼아 거니는 달맞이길
◇ 문탠로드는 '달빛 샤워'를 염두에 두고 길을 닦았지만 낮에 찾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낮에도 편안한 숲길을 따라 명품 트레킹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낭만이 숨쉬는 숲길 '문탠로드'
한여름 해변에서 선탠을 즐기는 모습이란 흔한 일이다. 부산의 대표 해수욕장인 해운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음(陰)이 있으면 필시 양(陽)이 있듯, 햇빛이 아닌 달빛에 몸을 맡겨 건강을 챙기는 풍류가 있다. '월광욕'이다. 이즈음 부산 해운대를 찾으면 이른바 '문탠'이라는 것을 즐길 수 있다. 이를테면 달빛을 쪼이는 '달맞이'인 셈이다.
음력으로 14~16일이면 만월이 휘영청 밝게 떠오른다. 달빛은 마음을 달래는 감성 에너지가 풍부해 이 달빛 아래를 거닐자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선탠이 태양의 촉각적 효과를 누리는 것이라면, 문탠은 달빛의 시각적 효과를 통한 정신적 치유에 효험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해운대의 문탠로드는 대한팔경의 하나인 '달맞이 언덕'을 달빛 속에 걸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달맞이 길~달맞이 동산 오솔길~달맞이 어울마당~구덕포 등 3km 남짓 코스가 이어진다. 대체로 미포항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달맞이길 산책에 나서는데 본격 숲길은 '달빛 꽃잠길'로 불리는 달맞이길에서부터 시작된다. 입구부터 바다쉼터~체육시설~해마루밑~구덕포 등 구간 이정표를 따라 송정해수욕장까지 걸을 수 있는 근사한 해안 숲길이다.
구간마다 나름의 테마와 의미도 부여해뒀다. 설레는 마음으로 달빛 맞으러 간다는 달빛꽃잠길(0.6km), 은은한 마음속에 마음을 정리한다는 '달빛 가온길(0.6km)', 달빛에 몸을 맡겨 새로운 나를 만난다는 '달빛 바투길(0.9km)', 나와 달빛이 하나 되는 '달빛 함께 길(0.3km)', 그리고 아쉬움에 다시 오기를 약속하는 '달빛 만남길(0.7km)' 등이 그것이다.
문탠로드를 걷노라면 도심 가까운 곳에 이처럼 자연친화적 공간이 있을까 싶을 만큼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선 숲길에 접어들면 도심 속 일상탈출이 이뤄진다. 회색빛 건물이며,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짙은 수목과 철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마침 문탠로드 아래로는 동해남부선 철로가 이어진다. 간간이 스쳐지나가는 바닷길 옆 열차는 낭만을 더하고, 나무 그늘 속에서는 새들의 지저귐이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등에 땀이 꼽꼽하게 밸 즈음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다리쉼을 하자면 바다 건너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이 한여름 더위는 물론 일상의 찌든 상념까지 가셔 준다. 특히 해송이 밀생하는 지역으로 간간이 코끝을 스치는 짙은 솔향에 머리 속이 다 맑아지는 느낌이다. 전망대 구실을 하는 곳은 동해와 남해의 교차점으로 맑은 날은 일본 대마도까지 바라다 보인다.
문탠로드는 '달빛 샤워'를 염두에 두고 길을 닦았지만 낮에 찾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일기의 제약이 많은 탓도 있지만 실제 낮에 더 편안한 숲길을 따라 명품 트레킹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쿠아리움-파라다이스호텔 명소 추리문학관-크루즈도 '피서 옵션'
◆ 여름 해운대 들를만한 곳
해수욕시즌이 활짝 열렸다. 부산의 명물 해운대해수욕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백사장 앞까지 차를 몰아 주차할 수 있는 편리성으로 성수기 해수욕인파가 줄을 잇는다. 비치베드-돗자리 등 각 5000원 대여.
◇ 부산아쿠아리움
▶ 부산아쿠아리움
한여름 푹푹찌는 해운대 바닷가에 피서처가 따로 있다. 부산아쿠아리움이 그곳이다. 서늘한 지하 테마수족관에는 세계적 희귀어종과 상어, 펭귄, 수달, 거북, 아프리카 동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전시하고 있다.
22일부터는 '망치상어(귀상어)'를 전시하는 여름 특별전 '망치야? 상어야?'를 진행한다. 지난 15일 일본 가고시마로부터 반입한 망치상어 20여 마리는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사육조건이 까다로워 국내에서 보기 힘든 종으로 알려져 있다. 망치상어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고, 상어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기획된 이번 행사는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머리 모양이 망치를 닮아 '망치상어'라고 불리는데 일반적인 상어와 달리 머리의 양쪽 끝에 눈이 달려 있어서 360도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아쿠아리움에서는 매일 진행하는 가오리먹이주기쇼, 상어먹이주기쇼 시간에 '망치상어 퀴즈쇼'를 진행, 패밀리 레스토랑 무료 식사권 등을 제공한다. 온라인에서는 망치상어 닮은 꼴 사진을 뽑는 '망치상어 닮은꼴 콘테스트', '망치상어 릴레이 소설쓰기' 등 다양한 경품 이벤트도 함께한다. (051)740-1700 www.busanaquarium.com
◇ 파라다이스호텔
▶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여름 휴가철 호텔 패키지는 또다른 대안이다. 편안하고 럭셔리한 분위기 속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해운대에서는 백사장과 맞닿아 있는 파라다이스호텔이 고품격 명소로 통한다.
마침 파라다이스에서는 '늦여름 패키지(8월 16~31일까지)'를 선보인다. 탁 트인 해운대 바다가 눈 아래 펼쳐진 디럭스룸에서의 1박과 2인 조식을 포함한 가격이 26만5000원이다(051-749-2111).
또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는 여정 속에 지친 몸을 달랠 수도 있다. 프랑스어로 '작은 숲'이란 뜻을 가진 스파 '르보아'에서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허브, 한방생약, 일본한약의 배합이 더해진 라한화(羅漢和)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르보아는 일본의 스파 브랜드로 동양인의 체질에 잘 맞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051)743-6105
▶ 추리문학관
여름 무더위를 추리소설과 함께 날릴 수 있는 공간이다.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자리한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으로 1992년 추리문학 전문작가인 김성종씨가 설립했다.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도서관은 카페, 도서관의 개념으로 꾸며져 있는데, 322석의 좌석에 추리소설을 포함, 일반문학서, 아동도서 및 참고도서 등 3만 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창문을 통해 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가 하면, '셜록 홈스의 집'으로 명명된 1층은 독서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북카페이다. 오전 9시~오후 6시(1층은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 티파니호 야경
▶ 티파니호
밤바다를 미끄러지며 여름밤의 더위를 날릴 수 있는 테마여정이 있다. 부산 해운대 앞바다를 선회하는 티파니 21호이다. 선상에서 세미뷔페, 폭죽놀이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파티컨벤션 크루즈이다. (051)743-2500 www.tiffany21.com
▶ 해운대역
해운대의 또 다른 명물은 해운대역. 해운대 해변 인근에 자리한 역사는 1930년대 지어진 건물을 개보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역사 플랫폼 앞에 있는 아름드리 '멀구슬나무'가 명물로, 연보라색꽃이 피는 오뉴월이면 역사에 은은한 향훈이 진동을 한다. 박정자 해운대역장은 "라일락과 아카시아 향을 합쳐 놓은 듯한 향기가 매혹적"이라며 "마음을 열게 하는 나무"라고 소개했다. 일명 '고련수'로도 불리는 멀구슬나무의 열매로는 염주도 만든다. 보리수나무와 더불어 참선에 좋은 수종으로 절간에서 간혹 만날 수 있는데, 해운대 역사에는 큼직한 은행나무도 있어 이 곳이 옛 절터가 아니었나 하는 추측도 낳게 한다.
생선구이정식-대구탕 유명 맛집 대표 별식'밀면'-떡볶이도 명물
◆ 해운대에서는 뭐가 맛날까
▶ 새아침 식당 '생선구이정식'
30년 전통의 해운대 명물 맛집이다. 미포에 자리한 이 집은 본래 자연산 횟집이었다. 하지만 자연산이 귀해지고 단가도 높아져 자연스레 밥집으로 전환한 경우다. 대표 메뉴는 생선구이정식. 붉은 기운을 띠는 열기(아까무치)를 구워 양념장을 발라 내놓는데, 고소하고 부드러운 육질에 매콤한 양념 맛이 어우러져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된다. 아침식사가 가능해 이른 시각부터 줄을 선다. 6000원.
◇ 속시원한 대구탕의 '대구탕'(왼쪽)과 대풍밀면의 '밀면'
▶ 속시원한 대구탕 '대구탕'
'이열치열' 푸짐한 대구탕 맛을 볼 수 있는 집이다. 달맞이고개 해월정 인근에 자리한 이 집은 상호처럼 국물이 시원하다. 30년 전통으로, 해운대 한국콘도 인근에서 영업하다가 이곳으로 옮겨와 대구탕을 끓이고 있다. 이 집의 국물맛의 비결은 큰 대구를 한꺼번에 여러 마리 넣고 끓이는 것. 때문에 국물맛이 깊고 시원하다. 8000원.
▶대풍밀면 '밀면'
부산의 별식으로는 '밀면'을 빼놓을 수 없다. 해운대에서는 장산역 입구 2번 출구에 자리한 '대풍밀면'도 맛집으로 통한다. 이 집은 냉면 전분에 밀가루를 섞어 쫄깃 부드러운 면 맛이 특징이다. 한우사골과 쇠고기, 닭고기, 양파 등을 넣고 8시간 이상 푹 우려낸 육수에 매콤 얼큰한 고추양념을 풀어 국물맛을 낸다. 물밀면 4000원, 비빔밀면 4500원.
▶상국이네 떡볶이 '김떡순'
해운대재래시장에서 30년이 넘도록 손맛을 자랑한 분식집이다. 사장 '상국 씨'의 어머니 때부터 2대째 대물림을 하는 중이다. 대표 메뉴 떡볶이는 떡이 굵어 씹는 맛이 있다. 소스도 얼핏 아주 맵게 보이지만 정작 맛은 순하고 달달한 편이다.
이 집에서는 순대를 소금 대신 된장 막장에 찍어 먹는 것도 특징. 김밥, 순대, 튀김 등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데, 인기 메뉴로는 이른바 '김떡순'. 김밥+떡볶이+순대를 일컫는다. 김밥 3000~4000원(2줄 기준), 떡볶이 3000원, 순대가 3000원이니 1만원 짜리 '김떡순' 하나면 3~4명이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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