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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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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부산에 '봄'이 왔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BUSAN MUSEUM OF MOVIES)의 약자로 이름 지어진 '봄(BOM)'은 '보다'의 명사형과 계절 '봄'의 중의적 표현을 모두 담고 있다. 정체는 무려 '전국 최초 영화 관련 전시체험시설'이다. 영화의 원리를 이해하고 제작의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시설이 가득하다. 무궁히 지속될 영화의 봄날을 꿈꾸며, 그렇게 우뚝 섰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보기 전, 영화체험박물관 '봄'으로 향했다. 부산역에서 2km 남짓 떨어진 착한 접근성이 자연스럽게 여행 1번 스케줄로 이어졌다. 기대감을 안고 도착한 곳은 용두산 자락. 지상 4층 규모의 박물관은 협소한 주변 도로 여건에 비해 꽤나 큰 덩치를 자랑한다. 1층엔 강의실과 영상홀이, 2층엔 매표소와 편의점, 휴게공간이 있다. 3층과 4층이 영화의 바다로 안내해 줄 상설전시관이다. 총 9개 구역으로 나누어 영화의 A to Z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체험박물관을 구석구석 탐험하는 것은 체험 카드를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매표소에서 받은 체험 카드에 이름과 얼굴을 등록하면 전시관 내 체험이 가능하다. 영화도시 부산의 이모저모를 영상으로 소개하는 '기차역 광장'을 나서면 '영화 역사의 거리', '명작의 광장', '시네마 아카데미', '시네마 스튜디오', '시네마 페스티벌', '시네마 파크', '어린이 영화마을', '영화의 전당' 등 다양한 테마로 구분된 전시장을 지나게 된다. 부산과 영화의 상관관계, 영화의 발전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것은 물론 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카메라, 감독의 영화철학을 전시하고 영화 제작 기법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영화에 관심이 있든 없든,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돌아볼만 하다.
특히 부산과 영화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부분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가 영화와 처음 인연을 맺은 도시가 바로 부산이었다. 개항 이후 일본을 통해 외래문물을 받아들이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던 덕분이다. 1897년 즈음 한 일본인이 국내에 영사기를 최초로 반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영사기는 활동사진을 보여주며 돈벌이를 하는 데 사용되었으리라 짐작된다. 활동사진이 상영된 곳은 1901년 전등회사 설립과 함께 부흥한 주변 극장가였다. 초기 극장가는 일본 공연단이 대거 참여해 가부키, 스모, 인형놀이 등을 선보이는 단순한 형태였으나 시간이 흘러서는 국내 최초로 발성영화를 상영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우리가 몰랐던 부산의 역사다. 일제 강점기에 무려 스무 개 이상의 극장이 생겨날 정도로 부산의 영화사랑은 뜨거웠다고 한다. 부산은 오늘날에도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평가받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매년 개최하며 국내 영화 발상지로서 위상을 뽐내고 있다.
영화체험박물관의 즐길 거리는 열손가락에 꼽지 못할 만큼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놓쳐선 안 될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3층 시네마 스튜디오에 위치한 타임 슬라이스 촬영, 크로마키 체험이다. 낯선 이름이라도 막상 겪어보면 TV나 영화에서 흔히 봐 왔던 것들임을 알게 된다. 타임 슬라이스 촬영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피사체를 동시에 촬영하여 정지된 피사체를 입체감 있게 묘사하는 기법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리더기에 체험 카드를 태그하면 그림자 아저씨가 등장해 미션을 준다. "이번 씬은 부산역에 도착한 주인공이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장면입니다"라며 연기할 표정과 몸짓을 안내하는 식이다. 부끄럽고 어색해도 한두 번씩 분위기를 익히다 보면 근육과 관절이 점점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바로 옆 부스에는 크로마키 체험장이 있다. 크로마키란 파란색이나 녹색 배경에서 촬영을 한 뒤 그 색을 투명하게 만들어 다른 영상을 합성하는 기법이다. 배경이 청색 계열인 이유는 간단하다. 색상 차이를 이용해 색을 제거하는 기술 특성상 살색과 보색인 청색을 바탕에 두어야 작업이 편리해지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나 선거방송, 영화 <슈퍼맨>, <해운대>, <아바타>, <인터스텔라> 등 굵직한 작품들이 크로마키 촬영을 통해 탄생했다. 타임 슬라이스나 크로마키 모두 일상에서 흔히 접해본 것들이지만 실제로 피사체가 되어보는 일은 드물다. 아이와 어른 모두 한동안 스튜디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4층에는 더빙 체험이 기다린다. 더빙룸은 노래방과 녹음실이 합쳐진 듯한 모습이다. 역시나 리더기에 카드를 인식한 뒤 체험을 시작한다. 체험은 동시에 1인부터 3인까지 가능하다. 원하는 영화를 선택한 뒤 신호에 맞춰 대사를 연기하면 된다.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작은 방에서 성우의 꿈을 싹틔울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앨리스존도 인기다. 볼록거울, 오목거울, 오목볼록거울이 설치된 착시의 방과 4차원 세계에 들어온 듯 사방이 빙글빙글 도는 착시터널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볼풀과 트램펄린이 설치된 '빙글뱅글 앨리스와 함께 이상한 나라로' 방은 그야말로 아이들의 천국이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그림을 그리거나 미끄럼틀을 탄다. 부모들은 근처에서 자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황금 같은 휴식을 취한다. 이 시설은 미취학 아동(7세 이하)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안전을 위해 보호자 동반 시에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플립북 만들기, VR체험, OX퀴즈, 영상편집 등 수많은 체험활동이 준비돼 있다. 모든 체험은 카드 한 장당 한 번씩만 허락된다. 체험을 끝마친 후에는 지금까지 체험했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4층 봄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사용했던 체험 카드는 출구에 반납하면 된다.
영화체험박물관에서 영화의 과거를 들여다본 뒤 해운대로 향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영화의 현재를 만끽하기 위해서다.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는 크게 2구역으로 나뉜다. 비프 빌리지가 설치된 해운대와 영화의 전당이 위치한 센텀시티다. 해운대와 센텀시티는 약 4km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과 자동차로 오가기 편하다. 개·폐막식이나 영화상영 등 대부분 굵직한 행사는 센텀시티에서 열리며 배우들의 토크콘서트나 무대인사 등 각종 이벤트는 해운대에서 열린다. 프로그램 종류와 상영시간표, 행사안내는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http://www.biff.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고 싶은 영화의 상영시간 위주로 동선을 짜면 가장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겠지만 영화제 그 자체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낮에는 비프 빌리지에, 밤에는 영화의 전당에 갈 것을 추천한다. 해운대의 청량한 풍경을 감상하며 배우들의 수다를 듣는 것은 낯설고도 신기한 경험이다. 출출하면 주변 카페나 포장마차에서 음료나 어묵, 떡볶이로 간단히 배를 채워도 된다. 해가 저물면 영화의 전당으로 자리를 옮겨 야외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자. 야외극장은 영화제 기간 동안 오후 8시마다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매일 상영작이 달라지니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수만 열편에 이른다. 단, 사전예매는 필수다. 밤이 깊어 소주 한 잔이 생각나면 해운대 포장마차 골목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도 좋다. 멍게, 해삼, 전복, 산낙지 등 해산물에 랍스터 회와 찜까지 내어주는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개최된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주소 : 부산 중구 대청로126번길 12
-문의 : 051-715-4200
-입장료 : 성인 10,000원/ 지하 2층 주차 1시간 무료
부산국제영화제
-주소 : 부산 해운대구 우동
-문의 : 1666-9177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18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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