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신 144/200425]처음으로 받아보는 국민연금
어제 휴대폰에 이런 반가운 카톡이 왔다. <최영록님, 2020년 4월 24일은 처음으로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날입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연금 1,??7,960원?이 신청하신 우체국으로 입금되었습니다.> 아하, 이렇게 나의 ‘국민연금 인생’이 오늘부터 시작되는구나. 기분이 솔차니 묘했다. 원래는 호적이 2년 잘못되어 2021년 7월부터 받아야 하는데, 지난달 조기수령을 신청헸다. 한 달에 12만원쯤 덜 받는다는데, 따지자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먼저 받아먹고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20년이 되면 그 돈이 결국 ‘똔똔’이 되는 것같았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카톡의 내용을 전달했다. 지난주 우체국에서 아내 앞으로 그 돈의 60%를, 매달 25일 자동 계좌이체를 해놓았다. 액수에 약간 불만인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60%를 받는다는데, 그렇게 치부하면 어떠냐? 나머지는 내 용돈으로 쓰고 경조사든 뭐든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하자 금세 수긍을 한 아내가 고마웠다. 솔직히 떼를 쓰면 더 주려고 한 것은, 종종 인문학 특강이나 고급 알바 등 부수입만큼은 내 몫이라는 꿍꿍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1988년부터 직장인이어서 자동으로 불입한 국민연금이 이제 와 자유인인 나에게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게 되었으니, 나로선 반길 일이 아니겠는가? 아무 수입없이 노후생활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끔찍한 일이 아닌가? 정년퇴직을 했는데도 8개월 동안 ‘실업급여’을 주는 ‘복지국가 대한민국’ 만세닷! ‘문재인 정부’ 힘을 내셔라!
문제는, 앞으로 크게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 “아프지 말자!”를 여러 번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건강이야 인력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씩 두려워지는 나이, 산을 오르거나 평소에도 많이 걷고 규칙적인 스트레칭을 하며,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실시하는 정기 건강검사 등을 빠트리지 않고 받아야겠다. 아내와 자식 등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선 안되겠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주는 국민연금으로 최소한의 삶의 질은 보장되지 않겠는가. 백수기간 22개월 동안은 국민연금을 불입하지 않았는데도, 생각보다 제법 많은 편이어서 안심이 된다. 한꺼번에 추납도 가능하다지만, 그럴 여유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이나 후배와 어울리며 가끔 삼겹살에 쐬주 한잔 사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앞으로 책만 사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 됐지. 더 이상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국가가 보증하는 ‘안전빵(빵 중에 가장 맛있는 빵이다)’ 국민연금 대상자가 되어 나는 행복하다. 이 졸문을 읽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혜량하시라.
부기: 너무 일찍 일어나 한편의 일기를 더 썼다. 그래도 시간이 널널하니, 아버지 밥때만 놓치지 않게 ‘오로바둑’에서 낯모르는 친구들과 수담을 나누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