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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체(black-body)란 모든 진동수의 빛을 완벽하게 흡수하고 반사하지는 않는 이상적인 물체이다.
흑체가 빛을 흡수하면 온도가 상승하고 온도가 올라가면 빛을 방출한다.
흑체가 빛을 흡수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온도가 올라가다가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평형상태에 도달하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에너지와 외부로 내보내는 복사 에너지가 같아지므로 유입되는 에너지를 완벽하게 모두 복사에너지로 내보내는 물체를 흑체라고 정의한다.
흑체를 가열하면 빛을 낸다. 숯이 탈 때 빛을 내는 것과 같다. 온도가 낮으면 붉은빛을 내며 타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노란빛에서 푸른빛으로 방출하는 복사선의 색깔이 변한다. 흑체가 방출하는 복사선의 세기가 파장(또는 진동수)에 따라 어떻게 분포되는지 보여주는 실험을 흑체복사 실험이라고 한다. 이러한 흑체복사 실험은 베를린 대학의 물리과 교수인 Kirchhoff를 비롯한 여러 물리학자들에 의해서 19세기 중반부터 널리 이루어졌다.
아무리 까만 물체라 하더라도 가시광선을 포함한 전자기 복사선 스펙트럼의 전 대역의 을 완벽하게 흡수하지는 못한다. 이상적인 흑체는 검정색의 물체가 아니라 오히려 속이 빈 공동(空洞)으로 주어진다. 이러한 까닭에 흑체복사 실험은 공동을 이용하여 행해지며 흑체복사 실험을 공동복사 실험이라고도 한다. 흑체가 방출하는 빛은 흑체 표면에서 반사되는 반사광이 아니라 흑체의 온도로 인한 순수한 복사에너지다. 따라서 흑체실험의 결과로부터 흑체의 온도와 복사에너지의 양 또는 복사선의 파장 분포 사이의 관계를 알 수가 있다.
Kirchhoff는 가열된 흑체가
방출하는 복사선의 진동수 분포는 흑체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고 흑체의 온도에만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든 물체를 6000K로 가열하면 태양의 빛과 똑같은 파장(진동수) 분포로 빛을 방출한다는 뜻이다. 즉 파장이 극히 짧은 복사선에서 부터 파장이 매우 큰 복사선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 대역의 모든 빛을 방출하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파장이 570~590 nm인 노란빛 가시광선을 가장 큰 세기로 방출한다. 또 흑체의 온도가 올라가면 흑체는 더 많은 빛을 방출함과 동시에 흑체가 가장 많이 방출하는 빛의 파장은 짧아지고, 온도가 내려가면 방출하는 빛의 양은 적어지고 최대 파장은 길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흑체 온도와 최대 파장 사이의 반비례 관계를 Wien의 법칙이라고 한다. 별빛의 스펙트럼으로부터 별빛의 최대 파장을 구하게 되면 Wien의 법칙을 이용하여 별의 표면 온도를 예측할 수가 있다.
영국의 물리학자 Rayleigh 경은 Jeans와 함께 흑체복사 실험의 결과를 이론적으로 밝히려고 노력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Rayleigh 경의 실패는 한 물리학자의 실패가 아니라 이제까지 물리법칙의 근간을 이루었던 고전역학의 실패였던 것이다.
Kirchhoff의 후임으로 베를린 대학의 물리학과 교수가 된 Max Planck는 공동에서 방출되는 복사선의 파장 분포에 대한 실험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연구에 몰입하였다. 처음에 그는 공동복사의 문제를 고전적인 전자기학과 열역학 제2법칙으로 설명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단지 실험 결과를 나타낼 수 있는 식을 만들어 1900년 10월 19일 물리학회에 보고하였다. 그가 제안한 식에 의해서 흑체가 방출하는 복사선의 진동수와 복사선의 세기에 관한 흑체복사 실험의 결과는 이 식에 의해서 정확하게 재현되었다. 두 달이 지난 12월 14일 Planck는 물리학회에서 자신이 고안한 공식의 이론적 배경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Planck는 흑체를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들은 일종의 진동자이며, 이 진동자들은 불연속적인 에너지만을 가지면서 Boltzmann 분포법칙에 따라 분포된다고 가정하였다. Planck는 에너지는 연속적인 것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양자로서 존재하며 이의 에너지가 진동수에 비례한다는 ε = hν라는 새로운 양자 가설을 제안하였다. 여기서 새로운 보편상수, 즉 Planck 상수 h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는데, 그는 h = 6.55×10-34 J·s인 값으로서 복사법칙을 유도하였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Planck 상수는 6.62608×10-34 J·s로 주어진다.
Planck는 에너지 양자화 가정을 제안했으면서도 에너지가 양자화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믿지 못했다. 양자화 개념은 1905년 광전효과 실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Einstein에 의해서 다시 제안되었고, Planck는 양자론에 관한 연구로 1918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Planck가 유도한 복사법칙은 당시 물리학의 터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의 복사법칙은 빛을 연속적으로 파악하는 전자기학과 불연속적인 입자에 대한 Boltzmann의 통계역학을 동시에 받아들여야만 설명될 수 있다는 딜레마를 지니고 있었다. Planck는 자신의 복사 법칙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찾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Boltzmann 통계역학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Planck 복사법칙에 적용했던 양자 개념은 당시에는 특별한 미봉 가설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이 혁명적인 양자 개념에 대해서 물리학자들은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며 Planck 자신도 에너지의 불연속성 개념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였다. Planck는 양자이론의 시작을 알린 장본인이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이러한 물리학의 혁명을 원하지 않았으며 고전역학의 결정론적 틀 속에서 안주하기를 원했다.
19세기 말엽에는 자외선을 어떤 금속에 비추면 금속 표면에서 전자가 방출한다는 광전효과(photoelectronic effect)에 관한 실험이 행해졌다. 광전효과 실험의 결과들은 빛을 파동으로 생각하는 한 전혀 설명될 수 없었다. 광전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Albert Einstein은 당시 어떤 물리학자들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Planck의 양자 개념을 사용하였다. 광전효과를 일으킬 때 빛은 파동으로 행동하지 않고 불연속적인 에너지 양자, 즉 광자(photon)로 존재한다고 가정한 것이었다.
빛이 파동성과 함께 입자성도 가진다는 빛의 파동-입자 2중성을 제안한 광전효과에 관한 논문은 1905년 <물리학연보(Annalen der Physik)> 제17권에 Einstein의 다른 세 편의 논문과 함께 실렸다. 이 중 두 편은 특수 상대성 이론에 관한 것이었고, 나머지 한 편은 Boltzmann 통계역학을 Brown 운동에 적용한 것이었다. 여기에 실린 모든 논문들이 물리학사에 있어서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논문이었으나, Einstein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것은 광전효과에 관한 업적이었다. 뉴턴이 스스로 가장 창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광학, 미적분학, 만유인력 등에 관하여 몰두하였던 시기라고 회상하였던 1666년을 일러 과학사 학자들은 고전 물리학에 있어서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라고 했듯이 현대 물리학에서 또 하나의 기적의 해는 바로 빛의 양자이론을 발표했던 1905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instein은 Planck의 양자화 개념을 광전효과 해석에 적용하여 광전효과 실험을 성공적으로 설명하였지만 Planck 자신은 Einstein의 빛의 양자화 개념에 대해서도 깊은 회의를 드러냈다. 그는 양자이론의 시작을 열었지만 양자이론의 본성에 관한 ‘코펜하겐 해석’, 즉 비결정론적인 관점을 자신의 평생을 걸쳐 결코 받아들이지 않은 과학자이었다. 열역학과 전자기학이 확립되었던 19세기 말은 고전역학 그 자체가 더 이상 진보할 수 없는 마지막 한계에 도달했던 시기였다. 고전역학의 한계, 그 가장자리에서 그 어떤 물리학자보다 크게 뛰어나지 않았던 Planck가 고전역학을 넘어선 새로운 물리학을 태동시킬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 흑체복사와 우주 배경복사
우주에는 시작이 있는지 아니면 시작도 끝도 없는지에 관한 의문에 따라 우주에 관한 관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주는 빅뱅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빅뱅 우주론과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우주를 주장하는 정상상태 우주론이 그것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등장하면서부터 우주에 대한 의문은 종교의 영역을 떠나 과학의 영역이 되었다. 뉴턴은 우주가 무한하며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Bentley라는 성직자는 모든 물체 사이에 만유인력이 작용한다면 우주 안의 모든 것들은 서로 끌어당겨 결국 우주는 붕괴할 것이라고 뉴턴에게 의문을 던졌다. 소위 'Bentley의 패러독스'로 불리는 이 의문은 우주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고해질 때까지 쉽게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1929년에 Edwin P. Hubble은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Hubble의 법칙>을 발견했으며, 이로써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에 근거를 제공했다. 풍선 위의 점들이 부풀어 오를수록 서로 멀어지듯이 은하들 사이의 거리도 우주의 팽창과 함께 멀어지는 것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팽창의 시점에 대해 답을 해야만 했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 천문학자 George Gamow는 우주는 초고온의 응축된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시간에 따라 진화해왔다고 제안함으로써 빅뱅 이론의 효시가 되었다. 우주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질의 거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라는 사실은 이 빅뱅 이론을 주목하게 했던 단초가 되어주었다.
빅뱅의 초기에 우주의 온도는 매우 높았다. 핵융합 반응은 1500만 켈빈온도 이상일 때 일어나므로 우주의 온도가 이 만큼 온도가 높아져 있을 때 우주에서도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야 했을 것이고, 이때의 흔적이 지금의 우주에 남아있을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수많은 물질들, 하늘을 채우고 있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이들이 모여 이루는 은하들, 이들을 모두 합하여도 우주를 이루고 있는 전체 물질과 에너지양의 4%에 불과하다. 이 4% 중에서도 75%는 수소로, 25%는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원소들은 극미량에 불과하다. 수소의 1/3 만큼 존재하는 헬륨은 수소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수소에서 헬륨이 만들어지려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야 하고,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그 당시 우주의 온도는 1500만 K 온도 이상이어야 한다. 우주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온도가 높은 우주의 시점을 빅뱅 후 3분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빅뱅 3분 이전에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에는 온도가 높고, 3분이 지나면 핵융합 반응으로 헬륨을 만들기에는 우주의 온도가 낮다. 지금도 별들의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으로 헬륨이 만들어지지만 이들로부터 만들어지는 헬륨의 양은 우주에 존재하는 헬륨의 양에 비할 때 극소량에 불과할 뿐이다.
핵융합 반응은 다음 양성자-양성자 순환 메커니즘으로 일어난다.
2[1H + 1H] → 22H + 2e+ + 2ν
2[2H + 1H] → 23He + 2γ
3He + 3He → 4He + 21H
여기서 첫째 및 둘째 단계의 계수 2는 이들 반응이 각각 두 번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1H, 2H, 3H은 각각 수소, 중수소, 삼중수소를, 3He와 4He은 각각 질량수가 3과 4인 헬륨을 의미하고, e+ 양전자를, ν와 γ는 뉴트리노와 감마선을 의미한다. 세 단계의 반응을 모두 합하면 다음과 같은 알짜 반응식이 얻어진다.
41H → 4He + 2e+ + 2ν + 2γ
즉 네 개의 수소로부터 헬륨 두 개가 만들어진다. 생성된 양전자는 플라스마에서 전자와 결합하면서 소멸된다. 이 반응에서 질량 결손이 일어나는데 이 질량 결손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양성자-양성자 순환과정 한 번에서 26.2 MeV의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또한 빅뱅 3분이 지난 후에 핵융합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중수소는 헬륨을 형성하지 못하고, 20~30 ppm의 농도로 우주에 골고루 퍼져있다. 우주 공간에 이와 같이 퍼져 있는 중수소의 밀도는 빅뱅 3분 후의 흔적인 것이다.
Gamow는 초기의 응축된 상태를 흑체로 간주하면 복사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고, 이로부터 온도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Gamow의 제자들인 Ralph Alpher와 Robert Herman은 빅뱅 이후의 우주의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일을 계속했다. 빅뱅 후 30만년이 지나자 우주의 온도는 3000K로 낮아지고, 이 온도이하에서 우주 공간을 떠돌던 자유전자들은 비로소 양성자에 포획되어 수소 원자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주에는 원자 외에 또 다른 구성 성분인 빛이 있다. 빛은 전하를 띤 입자들과는 쉽게 상호작용한다. 플라즈마 상태에서 빛은 얼마 진행하지 못하고 전자에 흡수되었다가 다시 방출되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 한다. 플라즈마 상태는 온도가 높아서 양전하를 띤 원자핵과 음전하를 띤 전자가 서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빛은 안개 속을 헤매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전자가 원자핵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원시화구의 플라즈마는 사라지고 우주는 기체 상태의 중성입자로 가득하게 되었다. 우주는 비로소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빛은 중성의 기체 입자들과는 상호작용하지 않으므로 광자들은 전자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투명해진 우주 공간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 빛은 우주의 팽창과 더불어 파장이 계속 길어지게 되었다. Alpher와 Herman은 1948년에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하는 순간에 방출된 빛의 파장은 대략 1μm 정도였으며 현재는 1mm 정도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며 우주의 온도는 5K로 떨어졌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긴 여행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이 광자들은 욕조의 뜨거운 물 때문에 욕실 창문에 맺힌 수증기와 같은 것이다. 수증기가 욕조 물의 흔적이라면 이 광자들은 빅뱅 후 30만년이 지나면서 여행을 시작했던 3000K 우주의 흔적인 셈이다.
전자와 원자핵의 결합은 우주의 모든 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 빛은 우주에 가득해야 하고 모든 방향에서 오고 있어야 한다. Alpher와 Herman은 이 빛은 오늘날에도 우주를 떠돌고 있으므로 이 빛을 검출한다면 빅뱅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빛을 우주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CMB)라고 한다. 우주의 배경복사의 파장 분포를 알면 흑체복사법칙으로부터 우주의 온도를 알 수가 있다. 빅뱅의 흔적, 우주의 배경복사는 양자이론의 시발이 되었던 흑체복사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 빛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당시의 기술로서는 이 처럼 낮은 온도에서 나오는 희미한 에너지를 관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우주 배경복사의 발견
1964년 벨연구소의 과학자 Penzias와 Wilson은 전파 안테나를 이용하여 전파 잡음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하늘 전역에서 들어오는 전파 잡음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안테나에 잡힌 파장이 7.35cm인 전파는 전파 잡음이 아니었다. 모든 전파 잡음을 제거하고도, 또 망원경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든 언제나 변함없이 이 전파가 관측되었던 것이다. 결국 이 전파 복사는 우주 저 멀리에서 오는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별이 방출하는 빛이 아니라, 별이 없는 우주에서 복사되는 빛의 전자파 복사인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 이 전파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으며, 이것이 우주 배경복사라는 사실은 MIT에 있던 Bernard Burke라는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빅뱅의 메아리는 전파로 바뀌어 Penzias와 Wilson의 전파망원경에서 잡음으로 감지되었던 것이었다.
이 마이크로파 대역의 전파는 특정한 천체가 아니라, 우주공간의 배경을 이루는 것이었으며 공간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같은 강도로 들어오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빛, '태초의 빛'인 것이었다. 마침내 Gamow가 처음으로 존재를 예견했고, Alpher와 Herman이 우주의 온도를 계산하여 빅뱅의 증거로 예측했던 우주 배경복사가 발견된 것이다. 우주 배경복사의 발견은 우주가 빅뱅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였고 정상우주 모델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와 같은 공로로 Penzias와 Wilson은 1978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우주 배경복사의 존재를 예견했던 Gamow는 1968년에 사망하여 관례에 따라 노벨상 수상자가 될 수 없었지만 Gamow의 뒤를 이어 우주 배경복사의 온도를 계산해 빅뱅의 증거를 처음 예측했던 Alpher가 공동수상자가 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이후 우주에서 날라 오는 전파들에 대한 수많은 관측이 이루어졌으며, 이들의 파장분포는 Planck의 복사법칙을 따른다. 이 결과 빅뱅 이후 150억년이 지나 지금까지 전자파의 형태로 남아있는 열의 흔적, 즉 우주의 배경복사의 마이크로파의 파장이 0.1 mm~20 cm이며, Planck의 복사법칙으로부터 우주의 온도가 2.7K임이 밝혀졌다. Planck의 복사법칙에 따르면 1 m3 당 수억 개의 광자가 평균적으로 우주공간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우주에는 물질의 밀도가 복사 에너지의 밀도보다 매우 크지만 광자의 개수는 엄청난 수로 존재한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면 우주는 수축하고 물질과 광자의 밀도는 더 커진다. 우주의 수축에 따라 물질의 밀도보다 광자의 밀도는 훨씬 더 커진다. 우주가 팽창할 때 나타나는 복사선의 적색이동이 우주가 수축함에 따라 더 감소하므로 복사선의 에너지는 훨씬 더 커진다. 빅뱅에 가까운 먼 과거로 갈수록 복사 밀도는 급속한 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즉 우주의 초기에는 우주에는 물질보다 복사선이 훨씬 많이 차지했지만, 빅뱅 후 우주의 온도가 3000K로 식자 수소 원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물질과 복사선의 밀도가 같아졌다가 이후로는 물질의 밀도가 더 많아진 것이다.
참고로 2.7K인 흑체가 방출하는 1 m3 당 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구한다. 흑체복사에 관한 Stefan-Boltzmann 법칙에 의하면 흑체가 방출하는 단위 부피당 에너지는
E/V = aT4 a = 7.56×10-16 J/m3?K4
으로 주어지므로
E/V = (7.56×10-16 J/m3?K4)(2.7 K)4 = 4×10-14 J/m3
으로 주어지고, 이 에너지를 단위 부피 당 질량으로 환산하면 E = mc2이므로
m/V = 밀도 = E/c2?V = 4.4×10-31 kg/m3
으로 주어진다. 이 값은 물질 밀도의 천분의 일에 불과하다. 흑체복사에서 흑체가 방출하는 복사선의 최대 파장은 절대 온도에 반비례하며, 이는 Wien의 법칙에 따라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Tλmax = 2.89×10-3 m?K
Wien의 법칙에 따라 2.7K 배경복사의 최대 진동수를 구하면
λmax = (2.89×10-3 m?K)/(2.7 K) ? 10-3 m
νmax = c/λmax = 3×1011 Hz
이 진동수를 가지는 광자 한 개의 에너지는
E = hν = 2×10-22 J
따라서 흑체 1 m3의 부피의 에너지 4×10-14 J/m3에 들어있는 광자의 개수는
(4×10-14 J/m3)/(2×10-22 J) = 2×108 m-3
○ 우주의 나이
빅뱅 우주론을 위태롭게 만든 문제는 우주의 나이였다. 빅뱅 이론은 Hubble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속도로부터 역산하여 우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1929년 미국의 Hubble은 수많은 은하들이 서로서로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관측했다.
파원과 관측자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에는 파동의 주파수가 더 높게, 거리가 멀어질 때에는 파동의 주파수가 더 낮게 관측되는 현상을 Doppler 효과라고 한다. 천체가 지구에서 멀어지면 파동을 발생시키는 파원과 그 파동을 관측하는 관측자 중 하나 이상이 운동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효과로, 파원과 관측자 사이의 거리가 좁아질 때에는 파동의 주파수가 더 높게, 거리가 멀어질 때에는 파동의 주파수가 더 낮게 관측되는 현상이다. 천체가 지구에서 멀어지면 천체에서 오는 파동의 파장은 길어지는데 이것을 적색이동이라고 한다.
Hubble은 천체의 스펙트럼에서 적색이동을 관찰하여 은하의 거리와 후퇴속도에 대한 관계를 발견하였으며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적색이동은 은하가 멀어져 가는 후퇴속도에 비례하므로 Hubble은 법칙은 외부 은하의 후퇴속도가 은하까지의 거리에 일차적으로 비례함을 보여준다. 이때의 비례상수를 Hubble 상수라고 하며 이 상수로 우주의 팽창속도와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 Hubble 상수의 값은 Hubble이 1929년에 500 km/초/Mpc으로 발표하였다. Hubble의 법칙에서 얻어지는 팽창우주의 나이는 Hubble 상수의 역수로 주어진다. 이는 1백만 파섹(parsec; pc) 떨어진 천체가 1초에 500 km 속도로 멀어진다는 뜻이다. 1 파섹은 연주시차 1초에 해당하는 거리로 3.086×1013 km, 3.26광년이다.
시간 t = 1/H아므로
t = Mpc?초/500 km = (106×3.086×1013 km?초)/(500 km)
= 6.2×1016 초 = 19.6×108 년
Hubble이 관측한 Hubble 상수 값은 H = 500 km/s/Mpc의 역수로 구한 우주의 나이는 20억년이고 당시 방사성 연대측정으로 얻어진 지구의 나이는 30억 년이 넘었으므로 우주의 나이가 지구나 별들의 나이보다 적다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었으므로 당시 빅뱅 이론은 조롱꺼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 Hubble의 거리 측정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인 것이었지 빅뱅 이론의 잘못은 아니었다.
Hubble의 측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밝혀낸 사람은 독일의 천문학자 Walter Baade이었다. 은하 사이의 거리는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를 척도로 사용하는데, Hubble이 측정한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가 실제 거리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음을 밝혔던 것이다.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가 두 배로 늘자 모든 은하까지의 거리도 두 배로 늘어나서 우주의 크기도 두 배로 늘어났고 우주의 나이도 40억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계속해서 측정의 오류가 수정되면서 우주의 나이는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2009년에 Hubble 상수는 74 km/s/Mpc로 발표되었으며, 2010년에 우주의 나이는 137억 5천만년으로 수정?발표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