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왼쪽편)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 공개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 News1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맞붙었다.
황 장관은 "통진당의 북한 추종성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당의 기본노선에 근거한 것"이라며 통진당과 북한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이 대표는 이같은 정부의 태도를 독일
나치정권에 빗대며 "'나에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한 나치정권 선동가 괴벨스의 태도와 오늘날 정부의 태도가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라고 맞받았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사건(주심 이정미 재판관)에 대한 첫
변론기일이 2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황 장관은 정부 측 대표로 나서 "세계 유일의 호전적 공산집단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현실을 고려할 때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가안위를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발언한 이 대표는 "정부가 통진당의 활동을 위헌으로 모는 근거 대다수는 국정원이
댓글로 만들어낸 통진당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오해, 이를 받아쓴 소문과 추측"이라며 "통진당 해산청구는 진보당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려는 노동자·농민·서민들의 정치적 의사형성 권리를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TF팀장인 정점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변론을 통해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진보계열이 추구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내용이 같다"며
"헌법에 위배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은 통진당의 헌법에 위배된 활동근거로 ▲국민을 분리하는 '민중주권주의' 주장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적 성격의 '민중중심 자립경제 체제' 주장 ▲북한과 동일한 '연방제 통일' 주장 ▲북한의 '대한민국 파괴·변혁' 활동
동조 ▲일심회 사건, 강태운 민주노동당 고문 간첩사건 등 당원들의 반국가 활동 ▲당 중앙위 폭력사태 등 폭력적 수단에 의한 민주주의 훼손
▲공무원과 교사의 집단 입당을 통한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들었다.
통진당 소속 이석기 의원 등이 연루돼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RO의 내란음모 사건도 그 근거 중 하나로 꼽았다.
통진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강령개정위원장이 2011년 당 정책당대회에서
"공산주의라는 말만 안했지 (강령에) 다 들어가 있다"고 말한 부분도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정 부장의 뒤를 이어 발언한 법무부
측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통진당을 '트로이목마'로 규정하며 "가처분을 통해 정당보조금의 지급을 금지하고 소속 의원들의 직무활동을 정지해
트로이목마가 성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진당 활동을 빗대 '양두구육'(羊頭狗肉·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권 전재판관은 "통진당은 사상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반자유세력이 어느덧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급기야 이런 부정을 실현하려고 대드는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안방에서 내쫓고 안방에서 북한식
민주주의 잔치를 벌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통진당 측 김선수 변호사는 "'국정원 스캔들'을 덮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억압하는 신공안정국 조성 의도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라며 해산 심판을 낸 정부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이정희 대표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한 후 원 전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고 그후 소위 '내란음모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수사 및 기소가 이뤄지더니 급기야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르게 됐다"며 "프랑스 언론, 뉴욕타임스 등 외신도 이를 부정선거
스캔들을 덮기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을 보도할 정도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통진당 활동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다는 주장에 대해 "단지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과 다른 주장에 불과한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방안,
평화협정 체결 등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의 '시장경제 부정' 주장에
대해서는 "통진당은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가 이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정부를 겨냥해 "'사회주의 이상과 가치의 승계'를 강령에 명시했을 때는 문제삼지 않다가
오히려 이를 폐지한 후 위장이라며 문제삼는 모순된 주장도 하고 있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심판 청구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여전히 이어졌다.
김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서 해산심판 청구 안건이 긴급하게 처리된 점 ▲소송절차
준용 법령이 형사소송법에 근거하지 않고 있는 점 ▲재판 진행 중인 'RO 내란음모 사건' 재판기록을 요청한 점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판정족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진술 후 이어진 재판관 질의 순서에서 이정희 대표는 '헌법이 규정한 정당해산 규제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냐'는 질문에 "명문으로 현존하는 제도로서 시인한다"면서도 "사법기관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진당 측 이재화 변호사는 '민노당과 현재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전체적 취지는 동일하고 3당
합당이 되면서 '진보적 민주주의'가 '진보적 사회건설'로 표현이 완화됐었는데 특정이념으로 오해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변경한 것"이라며 "그
외에는 동일하다"고 답했다.
정점식 부장은 '해방 이후 진보적 정당이 다수 있었는데 이런 기준에 비춰볼 때 헌법에 위배되는 정당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다른 당의 위헌성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답을 피했다.
법무부는 이날 통합진보당 기관지인 주간
'진보정치', 월간 '이론과 실천' 등에 실렸던 각종 문건들을 비롯해 통진당·민주노동당(통진당 전신)의 회의록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날 정부 측에서는 대표자인 황 장관을 비롯해 정점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검사 9명이 참석했다. 전날(27일)
언론중재위원장직을 사퇴한 권성 전 헌법재판관도 대리인 자격으로 자리에 앉았다.
헌재는 이날 2시간15분여 가량 변론을 진행했다.
다음 변론은 2월18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속행된다.
다음 변론기일에서는 양측 참고인이 나서 정당해산 심판 청구와 통진당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에 대한 진술을 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