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0일 일요일
▲해바라기 세비야에서 그라나다까지는 약 3시간이 걸렸다. 역시나 넓고 넓은 들판을 지나는데 보이는 것이라곤 올리브 나무와 해바라기 뿐. 해바라기꽃은 다 지고, 까만 씨앗만 남아 있었다. 해바라기가 노랗게 물들었을 때 왔더라면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i Girasoil,Sunflwer' 에서 본 것 처럼 멋있었겠지? 그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던 얘기를 친구들과 하다가 중학교때 같이 영화관에 갔던 에피소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해바라기에서 우리들이 본 '십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등등 점점 삼천포로 빠졌다. 함께한 37년간의 시간이 짧진 않으니 갖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여 실컷 웃었다.
▲가스파쵸 점심은 테니스공처럼 동그랗고 딱딱한 빵과 생선요리 가스파쵸 샐러드, 후식으론 아이스크림이었다. 스페인에선 아침엔 꼭 크로아상이 나오곤 했는데 대체적으로 이 곳의 빵은 별로 맛이 없었다. 내가 먹었던 곳이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스페인에선 더운 여름엔 찬 토마토 스프를 즐겨 먹는데 '가스파쵸'라고 한다. 명옥인 한 숟가락 들더니 인상이 별로 안 좋았다. 편식이 제일 심한 난 오히려 맛있게 잘 먹었다. 상큼한 토마토와 여러가지 채소 양파 샐러리 등의 어우러진 맛이 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그 도시의 날씨를 체크 하는데 이 날도 크게 덥진 않지만 그래도 한 낮엔 그늘이 아닌 곳은 뜨거웠다. 이럴 때 가스파쵸가 딱 어울렸다.
▲그라나다 거리 점심을 먹은 후 약간의 개인시간이 주어졌다. 건물과 건물 사이 중앙에 산책로가 넓게 있고 양켠에 2차선의 차도가 있었다. 도로 중앙의 산책로는 커다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놓아 시원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습기가 없으니 그늘만 찾아가면 시원했다.
▲ 카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시켰다. 영어는 거의 안 통했다. 그래도 바디랭기지와 눈치로 서로 통하는게 여행의 맛이지! 커피는 싸기도 하다. 한 잔에 1유로. 그래서 같이 온 일행들에게 인심 쓰기에도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패키지 여행에서 다양한 연령층과 여러 지역의 여러 직업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다. 며칠 지내다 보면 친척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서로 챙겨주곤 한다. 그라나다로 오는 휴게소에서 일행 중 한 사람이 핸드폰을 순식간에 잃어버려 모두 의기소침 해졌었는데 이 곳에 와서 서로 커피를 한 잔 하고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도 풀리고 정도 들게 되었다.
▲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가는 사람 구경, 주변의 상가구경도 재밌었다. 남자들은 술이 있어야 이야기가 된다는데 우린 입만 있으면 종일 얘기할 수가 있다. 우리 남편들은 그걸 너무 신기해한다.
▲알함브라궁전 티켓
▲알함브라 궁전 알카사바 티켓팅을 하고 멀리 알함브라 궁전이 보이자 설레었다.
알함브라 궁전은 에스파냐에 남아있는 이슬람 궁전 중 하나다.'알함브라'는 '붉은 궁전'을 뜻한다. 산 위 요새에 세워진 알함브라 궁전은 에스파냐의 마직막 왕조 나스르 왕조 무함마드 1세가 13세기 후반에 건설하기 시작하여 14세기에 거의 완공을 하였다. 1492년 에스파냐는 메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로 카돌릭이 점령하면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도 함락이 되었다. 그러나 카톨릭 점령군은 알함브라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대로 보존해 두었다. 이들의 아름다움 대한 경외심 때문에 지금 우리가 감탄하며 그 시대를 볼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다.
알함브라 궁전은 아름다운 '파티오'로도 유명하다. 곳곳에 아름다운 꽃들과 분수 연못 정원수 정교한 건축물들이 그 시대의 화려함을 보여주었다. 정원이 아름다워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행복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정원에 살면서도 어느 후궁은(들었는데 잊어버렸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처형을 당하게 된 사건도 있었다. 여인들만 사는 할렘에 어떻게 남자가 들어올 수 있었으며 이렇게 넓은 정원과 궁궐 안에서 어떻게 들키게 되었을까? 숨을 곳 천지구만. 행복은 남이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기에 전혀 객관적일 수가 없지만, 우린 왜? 이렇게 좋은 곳에 살면서 의아해 했다.
▲헤네랄리페
▲창 너머 보이는 알바이신 지구 나스르 왕조 시절 그라나다의 인구는 4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언덕 아래로 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알바이신 지역엔 알함브라 궁전을 건축했던 장인들과 그 후손들이 살았었다. 나스르 왕조가 멸망한 후로는 집시와 유대인들이 살았었는데, 에스파냐의 메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로 인해 아랍인 유대인을 모두 ?아냄으로 해서 스페인은 급격한 경제적 후진국가가 되고 말았다. 중간계층의 경제와 산업의 중심축이었던 사람들이 모두 그들이었기에 아랍인과 유대인이 빠져나간 스페인은 귀족과 평민만 남게 되어 그때부터 스페인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 에스파냐'를 2번이나 읽고 온 덕분에 알바이신 지구를 보면서 상상하기가 좋았다.
▲알함브라 카를로스 5세 궁전
▲알함브라 카를로스 5세 궁전내부
▲하트무늬 나뭇잎
▲알카사바
▲알바이신 지역
▲알바이신 지역을 본 후 잠시 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관광지 내에선 어디나 비싸다. 그라나다 시내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1유로인데 반해 아이스크림은 3유로(어렴풋한 기억에)였다. 냉장고에 여러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들어있어 어느 것을 선택해야 좋을지 한참 고민을 한 후 쵸코와 망고를 골랐다. 유지방이 듬뿍 들어있는 풍부한 맛이었다. 맛있었지만 이렇게 더운 날엔 팥빙수 한 그릇 먹고 싶어지는데...... 여름에 해외여행 중엔 언제나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팥빙수를 꼭 사먹어야지'를 다짐 하곤 한다.
▲오렌지나무 정원수
▲사자의 궁전 12마리 사자의 입에서 물이 ?어져 나온다. 이것은 12황도를 뜻한다고 함. 현재 보수공사 중임.
▲아벤세라헤스의 방 천장 줌을 해보면 레이스를 떠놓은듯 정교하다. 안내원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no touch'를 외쳐댔다. 군데군데 타일조각이 떨어져 나간 곳이 보였는데 관람자들이 다 한 마음으로 아끼고 보존해줬으면 좋겠다.
▲관광지 어디나 가면 있는 것. 꼬마가 뒷꿈치를 바짝 추켜들고 얼굴을 내밀고 있어 귀여움에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아이는 누구든지 바라보면 웃게 만든다.
▲파르탈 궁전
알함브라 궁전하면 트레몰로 주법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19세기의 스페인 대표적인 기타작곡자 타레가는 그의 제자인 콘차 부인을 짝사랑했었다. 그녀는 타레가의 사랑을 거부했고, 이에 실망한 타레가는 스페인 여행 중 알함브라 궁전을 보게 되었다. 타레가는 달빛에 물든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신의 사랑을 나타내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 했다고 한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알함브라 궁전을 보러 다시 와보고 싶다. 그런 행운이 내게 주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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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풍경화처럼 원문보기 글쓴이: agenes
첫댓글 원문 사진을 보니 무어인이 되어 알함브라 궁전의 두꺼운 성벽을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낌니다.
알함브라 궁전은 꽃이 만발하는 계절에 가야 좋을것 같아요. 정원이 너무 아름답고 꽃향기가 은은해서 시각 후각까지 즐거워져요. 새소리에 청각도 호강한답니다.
그런 행운이 주어지려면 작곡가의 짝사랑을 거부 해야만 하겠네요 ㅋㅋ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찰라가 너무나 좋아하는 곡입니다. 기타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듯...
지나 가는 까마귀도 안 돌아본다는 나이가 되었는데 그럴 일은 없을거고요.ㅋㅋㅋㅋ 전엔 게시글에 맞춰 다음 음악을 배경으로 넣을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안 되니 아쉽네요. 그래서 음악을 사 넣을까 하다가 블로그 전체 배경음악만 되어서 말았어요. 기타를 딱 한 달 배웠는데 손가락이 짧아 영 아니더군요. 그래서 귀로 호사만 하려고요. 저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좋아해요.
그라나다... 알함브라... 작년에 갔었는데 벌써 수년전의 일처럼 아득해요. 그래도 이렇게 다시 보니 아름답던 알함브라 궁전이 다시 그립네요. 밤에 멀리서 찍은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데 찾아보고 올려볼께요.
밤에 다녀오셨어요? 이런 고마울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