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과 아가씨 >
얼마 전 아내와 같이 열차 여행을 할 일이 있었습니다.
한여름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기가 힘들어 시원한 플랫폼 대기실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는 먼저 와 앉아있는 아가씨 두 명과 맞은 편 자리에 휴가를 보내고 귀대하는 듯한
군인 한 명이 대전의 명물 성*당 빵 가방을 옆에 놓고 대기실 의자에 반듯하고 꼿꼿하게 앉아있었습니다.
군인의 대각선 맞은편에 앉은 아가씨 두 명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군인 정신이 몸에 밴 청년과 뭘 해도 어여쁜 젊은 아가씨는 찐 청춘의 모습입니다.
저희 부부는 맞은편 군인의 머리 위에 매달린 TV을 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대기실 안에는 열차가 역으로 들어온다는 스피커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두 아가씨도 자리를 떠났습니다.
대기실 안에는 군인과 저희 부부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 맞은 편 군인은 우리 부부는 전혀 경계하지 않는다는 듯이 빵 가방에서 빵을 꺼내어
빛의 속도로 양 볼 가득 먹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듯하고 꼿꼿하게 앉아있던 군인은 세상 편안한 자세로
오로지 빵에 열중하며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그 군인의 실시간 모습에 갑자기 웃음이 나와서 참는데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이성 앞에서는 초연해야 하고 매너없는 행동은 잠시 감춰둬야 하는 청춘이란 이런 것일까?
이성이 근거리에 있었으니 먹고 싶은 욕망을 자제했을까요?
그 모습이 순수하게 보이기도 하고 양 볼 가득 빛의 속도로 빵을 먹는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그 군인이 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저희 부부는 서로 바라보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가을이 왔는데 봄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 부부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불현듯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가슴 뛰던 그런 절절한 시절이 가끔 그리워지는 아련함에 가지런히 이어지는 철길을 보며
회한의 미소지어 봅니다.
웃음을 안겨준 그 청년에게 부디 군 생활 건강하게 잘 마치고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되길 빌어봅니다.
첫댓글 인생 중 가장 혈기왕성한 시절이죠~
이성도 있어야하고 먹어도 최고속의 소화력으로 보충하기에 여념이~
그런 시절이 다시 오면 얼마나 좋을까 ㅎ 옛날 회상하면서!
https://youtu.be/rFn-mgSEpVU?si=vezAyJLV9zGULrP-
PLAY
모르는 아가씨라면 그냥 잡숴도 될 터인데 굳이 점잔을 빼야할까ᆢㅎㅎ
슬며시 웃음이 피어나는 좋은 수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