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식품문제 등 부조리 고발…독일서 피신 생활, 작가 저우칭
“최상품은 서구, 2등품은 韓·日, 3등품은 홍콩, 4등품은 베이징에 팔아”
中, 세계의 먹거리 질서 파괴
살충제 범벅 채소, 모발 간장… 7년전부터 고발했어도 안변해
관리들 부패, 유해식품 덮어
침묵은 공모하는 것!
중국 민족은 지금 천천히 자살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 그냥 보고만 있을순 없었다
정부 탄압에 목숨 걸고 취재
식당서 괴한에 폭행당해 얼굴 32바늘 꿰매는 중상
경찰에 신고했더니 ‘反체제 작가잖아’ 그냥 가
불량 식품, 제도적 災難
돼지 사육은 농업부 담당, 방역-위생부, 도축-상공부…
8개 부처가 관리 이권 챙겨, 문제 생기면 책임은 떠넘겨
고급 식당이 위험
안전한 음식 먹고 싶으면 중간 가격대 식당에 가라
고급 식당선 이윤 많다며 짝퉁 식자재를 많이 사용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불량 식품'이란 글자를 보고 '피식!' 하고 코웃음 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남자의 '경고'를 제대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저 길거리에서 파는 출처를 알기 힘든 음식이나 인공 색소 느낌이 잔뜩 풍기는 아이들 사탕 정도만 떠올렸다면 이 남자의 '외침'을 다시 한 번 톺아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거꾸로 당신에게 주는 경고 하나. 이 남자의 말을 찬찬히 읽다 보면 중국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게 두려워질 수도 있다. 사실 아주 낯선 광경도 아니다. 최근 언론 보도만 봐도 금지 약물인 클렌부테롤(심장 발작 등의 부작용이 있음)을 먹여 키운 '독(毒)돼지 사건'에, 공업용 황산구리에 절인 '독오리알 요리', 하수구에 버려진 폐유를 다시 걸러 식용유로 유통시킨 '하수구 식용유' 사건 등 하루가 멀다고 중국 전역에서 유해 식품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 사법당국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불량 식품 관련 범죄행위를 적발 및 처벌한 사례는 1553건이며 처벌을 받은 사람 수만 2088명이다.
마치 아침 문안 인사처럼 '자고 일어나면' 발생하는 이같은 사건에 대해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에선 영원히 반복될 문제다. 먹는 것도 쓰레기, 정신도 쓰레기인 민족에게 미래란 건 없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중국의 식품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부조리를 고발해온 중국 작가 저우칭(周勍·47·사진). 그는 지난 2006년 '백성은 어떤 음식을 하늘로 삼을 것인가(民以何食爲天·국내에선 '중국식품이 우리 몸을 망친다'로 발간)'라는 저서를 통해 중국의 '유해 식품' 제조 공정과 실태를 낱낱이 밝히면서 "세계의 식품 수출 공장인 중국의 문제는 곧 세계의 먹을거리 질서를 흐트러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독일 작가연합회 초청으로 2008년부터 뮌헨과 베를린 등지로 '피신'해 계속 글을 쓰고 있다는 그는 Why?와의 인터뷰에서 "몇년이 지나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중국 관리 당국자들은 뇌물과 협박·강탈 등으로 유해 식품 문제를 쉬쉬하고 덮음으로써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지금 무의식적으로 천천히 자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수 문학도를 꿈꾸다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체포돼 2년 8개월여간 수감생활을 한 뒤 본격적인 '저항 작가'가 됐다는 저우칭과의 대화는 마치 '스파이'를 접촉하듯 은밀하게 진행됐다. 국내 출판사를 통해 받았던 이메일 연락처도, 구글에서 어렵게 찾은 연락처도, 기존에 쓰던 것으로 알려진 연락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독일 펜클럽에 그의 연락처를 요청하고 나서야 새로운 이메일 주소를 받았다. 휴대전화는 중국에 있을 때 자주 도청된 경험이 있어 독일에 와서도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마약 사범을 쫓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고 밝힌 2년간의 잠입 취재로 완성한 이 책을 출간한 뒤 그는 독일 율리시스 르포문학상, 일본 베스트셀러 실버상, 국제 문학단체 펜클럽의 자유언론상 등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에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정작 자국에선 출판 금지 조치는 물론 폭행과 테러, 출국 금지 조치 등을 당했다. '목숨 걸고' 취재하고, 출간 뒤 '목숨 걸고' 정부랑 맞섰다는 그는 이메일을 통해 "취재하는 순간순간 심장이 두려움으로 가득했다"며 "내 아들이, 우리 후손이 제발 먹을거리가 주는 위험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소망으로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모발 간장·피임약 생선·살충제 범벅 채소…. "중국 민족은 천천히 자살하고 있다"
―책이 나온 뒤 출판 금지 조치를 당하는 등 탄압이 있었다고 들었다.
"2006년 독일에서 율리시스 르포문학상을 받고 베이징으로 돌아온 뒤 겪은 일이다. 작은 식당에서 친구와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갔는데 갑자기 두 명의 괴한이 쫓아와 술병으로 공격해왔다. 정신을 잃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병원에 실려와 얼굴에 32바늘을 꿰맸다.
진짜 놀란 건, 친구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들이 와서 '얘는 우리 쪽 작가가 아니잖아(반체제 작가라는 뜻)'라며 그냥 돌아가는 것이었다. 2008년 여름 독일 농림부 초청으로 출국하려던 날 공항에서 제지당했다. 그저 '상부' 명령이라고 했다. 전화도 도청당했다. 외국 방송과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한 얘기를 하는데 통화한 지 1분도 안 돼서 사람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바보짓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그가 책을 쓸 당시만 해도 언론 규제 등으로 식품 사범에 대한 뉴스가 메인 뉴스를 장식하기 어려운 때였다고 했다.
"원래 썼던 분량의 3분의 1만 남기고 모두 삭제된 뒤 출판됐는데, 그나마 책이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한 채 판매 금지됐다." 그는 "최소 징역 3년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윗선'의 협박을 심심치 않게 받았다고 했다.
그를 위협 속에 밀어 넣은 '중국 식품의 현실'은 대체로 이렇다. 먼저 살이 도톰하게 차오른 생선을 떠올려보자. 찜이든 튀김으로든 중국 식당에 가면 즐겨 찾게 되는 그 생선 말이다.
그는 "피임약 범벅 생선 맛은 어땠소?"라고 되물었다. 매년 연말이면 양식업자들이 시프로플록사신(항생제)이나 피임약을 양어장 바닥에 두껍게 깔고, 사료엔 다량의 호르몬을 첨가한다고 했다. 저항력을 키우고 생장을 촉진한다는 이유다. 그가 만난 양어장 노동자들의 말이 가관이다. "여기 현지 사람들은 우리가 양식하는 이런 물고기는 먹지 않아요."
그는 "고가(高價)의 해산물일수록 더 먹을 수 없는 것이 많다"고 그는 주장했다. 베이징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자라의 경우 무게 1㎏이 늘려면 보통 2년 정도가 걸리는데 중국에선 그걸 2~3개월 안에 '해치워' 버린다. 비법은 역시나 각종 호르몬제다.
머리카락으로 만든 간장 이야기도 꺼냈다. 화베이(華北) 등 일부 지역의 이발소에선 머리카락 1㎏에 1위안(약 176원) 정도를 받고 판매하며 가공된 머리카락은 1㎏에 2위안 정도 가격으로 다시 팔린다. 여기서 추출한 아미노산액은 전국 간장 공장으로 판매된다. 비소·납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 신장·생식 계통 등에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래도 그 벌이가 얼마나 '짭짤'했는지, 허베이(河北)성 일부 지역엔 전문적인 모발 마을이 생겼을 정도다.
―당신 책 속 중국 먹을거리 제조 이야기는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행동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지금 발생하는 대부분의 식품 오염 사건은, 예를 들어 돼지고기 속 클렌부테롤, 해산물 속 플라보마이신(항생 물질의 일종) 등 식품 자체라기보다는 식품 첨가제 문제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식품 첨가제의 천국이 됐을까. 생산 기술은 간단한데 오염이 많고 이윤이 적어 서양 선진국에선 생산을 포기했지만, 성장 시기에 있던 중국은 이를 자국으로 끌어들였다. 이전보다는 사법 처리가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중국 당국은 여전히 식품안전 사건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인과응보다. 한마디로 하자면 우리 민족은 지금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천천히 집단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 멜라민 분유가 유통돼 유아 6명이 숨지고 3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그 외에도 가짜 식품 문제가 수시로 발생한다. 왜 유독 중국에선가.
"주요 원인은 시스템에 있다. 나는 이를 제도적인 재난이라 부른다. 가장 엉망인 것은 식품 안전 관리 부서의 소위 말하는 '집단책임제'다. 관리는 많은데 책임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三介和尙沒水吃'(세 명의 중이 모이면 물을 못 마신다는 뜻으로 사람이 많으면 서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뒷돈' 문제까지 있다."
저우칭은 돼지 축산 시스템을 그 예로 들었다. 사육은 농업부, 방역은 위생부, 도축은 상공부가 담당하는 등 총 8개 부처가 관여하는데 한 단계 거칠 때마다 위에 말한 '책임 전가와 뒷돈 챙기기'가 횡행한다는 것이다.
"농업부는 생산 허가증 발부라는 특권을 이용해 돼지 사료를 만드는 기업에 수수료를 받는다. 상공부는 도축 비용만 거둬들일 뿐이다. 돼지를 도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 관련 부서에서 발급한 도축증이 있어야 되는데 이것이 오히려 공무원이 농민들에게 뇌물을 받는 수단으로 변해버렸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 전가에 바쁘다. 아니, 오히려 식품에 문제가 생기길 바란다. 왜냐하면 문제가 생겨야 상급 부서에 관리 명목으로 자금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챙긴 돈의 60%를 고급자동차를 사거나 비자금으로 남겨 둔다. 이것이 8개 부처가 '돼지 한 마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고급'이 더 위험할 때가 있다"
―당신 책에 돼지의 살코기를 더 많이 얻기 위해 클렌부테롤이라는 약물을 먹인다는 부분이 있다. 이를 연구하는 한 학자의 "큰 할인 매장의 고기일수록 더 위험하고 조사하기도 어렵다"는 말이 충격적이다. 보통 시장보다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에서 파는 식품이 안전하다고 믿지 않는가.
"일반 농가에서 돼지 사료에 클렌부테롤을 넣는다는 것은 그 정도의 '판매처'가 확보됐다는 걸 뜻한다. 클렌부테롤은 대량으로 사용해야 비로소 폭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대형 마트의 경우 지정 양돈장을 가지고 있고, 여기서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클렌부테롤을 먹인 돼지는 도축 뒤에도 선홍색을 띠고 보기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한다."
실제 중국 까르푸에선 가짜 마오타이주가 등장하는가 하면 매장 내에서 파는 무침 요리를 먹은 손님들이 복통을 일으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월마트의 경우 가격 사기와 불량 식품 등의 문제가 수차례 불거지면서 2011년 중국 지사장이 사임했다. 미국 월마트는 최근 1600만달러(176억원)를 투자해 3년간 중국 내 식품과 공급망을 직접 감시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럼 중국에선 도대체 어디서 무얼 어떻게 먹어야 한단 말인가.
"만약 식당을 찾는다면 최대한 중간 가격대의 식당을 이용하기 바란다. '짝퉁' 음식은 대체로 고급식당이나 저가의 식당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고급식당은 이윤이 높고, 저가의 식당은 소비 인구가 많아 짝퉁 식자재의 소굴이 되기 십상이다. 한 가지 사례를 이야기해주겠다. 2008년 베이징 하이뎬 구 조사반에서 한 무말랭이 민간 공급자를 적발했는데 그들이 보유한 1300여 상자, 총 25톤의 무말랭이에서 허용치보다 5~7배 많은 안식향산나트륨(방부용 첨가물)이 검출됐다. 이는 모두 베이징의 한 고급 호텔에 납품될 예정이었다. 만약 직접 요리를 하려거든 최대한 동네 시장에 가서 식자재를 고르라."
그는 "중국에서 '기름에 끓인 생선'을 먹어봤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당신은 어쩌면 '침에 끓인 생선'을 먹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정은 이렇다. 손님들이 먹고 남긴 생선을 체에 거른 뒤 남은 기름을 일단 모은다. 저녁때쯤 기름 속 물기를 제거한 뒤 다량의 고추를 첨가해 '신선한 척'하고 재사용한다. 이런 식당이 적지 않다고 했다.
- 중국의 음식 문제를 고발한 ‘백성은 어떤 음식을 하늘로 삼을 것인가’라는 책으로 2006년 독일에서 율리시스 르포문학상을 받은 뒤 환호하는 저우칭 작가. /저우칭 제공
―이러한 사태가 중국인의 낮은 시민 의식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당신 책에 보면 살충제 범벅이 된 파오차이(泡菜·김치 비슷한 채소 절임)를 만드는 공장 근로자 등 상당수 업자가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을 먹지 않는다. 외지인들에게나 준다"고 고백했다.
"이것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상관없이 쥐를 잡는 한 훌륭한 고양이다)'과 관련이 있다. 사람으로 갖춰야 할 최저 예의도 무너뜨렸다. 중국 수천년 역사 중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말라고 충동하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배우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지만 골몰한다. 먹는 것이 쓰레기이고, 정신 소비가 쓰레기인 이러한 민족에게 미래가 있겠는가? 이에 대해 중국인은 아마도 수십년, 심지어 더 오래 시간을 들여 이전의 정신을 되찾기 위한 보충학습을 해야 될 것이다."
―한국에도 중국 식품이 많이 수입된다.
"많은 이가 묻는다. 중국 식품을 수입해도 되느냐고. 감성적으로 본다면 난 당신들이 우리 식품을 수입하길 바란다. 농민들은 대개 최상품 농산물을 유럽과 북미에 팔고, 이등품은 한국과 일본, 삼등품은 홍콩에 팔고, 사등품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 주며, 최하등급의 상품은 농민 스스로가 먹는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불안전한 식품을 수입하는 것에 반대한다."
◇"침묵은 부패한 정부와 공모하는 것"
그는 주로 마약을 밀거래하듯 신분을 속여 잠입 취재를 했다. 클렌부테롤을 먹인 고기를 파는 업자를 취재할 때 경험을 들려줬다. 부모가 병에 걸려 클렌부테롤로 만든 약이 필요하다며 업자에게 접근했다. 협상은 끝났지만 못 미더운 마음에 현장에서 클렌부테롤을 조금 훔쳐냈다. "한 시간도 채 안 돼 오토바이를 탄 장정 서너명이 내가 탄 버스를 가로막았다. 칼과 몽둥이를 휘두르며 나를 거꾸로 질질 끌어내렸다. 부모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다고 간곡히 빌고 나서야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는 "진실을 파헤치는 데에 그만한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했다.
―취재하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고 했다. 당신의 노력은 보상받았는가. 중국인들은 이러한 식품 문제에 대해 잘 알고는 있는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중국 시민에게 식품 안전 이슈를 아는가 여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투표권이 없는데 무슨 정부에 대한 지배 장악력이 있겠는가. 예를 들어 싼루 분유(멜라민 파동) 사건을 보자. 30만명의 아이가 신장 결석 같은 여러 합병증을 앓게 됐다. 전 세계가 알았고, 모든 중국인도 안다. 하지만 누가 무얼 할 수 있는가. 분개한 부모들이 정의 비슷한 걸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대부분 투옥됐다. 반면 경찰들은 승진했다. 내가 음식 문제를 파고든 건 그것이 중국 시스템의 부패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염된 중국인의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중국 사회에서 '진실'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정부나 사람들이나 진실에 대한 반응은 '두려움'이다. 정부는 진실이 권위를 무력화시킬까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진실이 개인적인 파탄과 재난을 가져올까 두려워한다. 중국에서 진실을 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끝없는 슬픔과 충격을 가져다줬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투옥되곤 했고 진실을 말하는 공직자는 생명을 잃기도 했다."
―이 진실을 감추는 정부, 공공연히 저질 식품을 판매하는 상인, 누가 더 문제 많다고 생각하는가?
"둘 다 문제는 있겠지만 식품안전에 대해서는 당연히 관원이 주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식품안전 중대사건 뒤에는 뇌물을 받거나 협박을 해서 재물을 강탈하는 부패현상이 존재한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영웅도, 용기 있는 사람도 결코 아니다. 구덩이를 메울 능력이 당장 없다면 내가 택할 수 있는 건 바로 뒤에 있는 사람에게 '여기 진짜 큰 구덩이가 있으니 돌아가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독일 선현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침묵은 공모하는 것이다!' 나는 이 부패한 정부의 공모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의 말투는 완고했고 집요했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투견 같았다. "인간성이 말살되는 극도의 핍박을 경험했기에 어지간한 어려움에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문 사태로 투옥될 당시 한 평(3.3㎡)도 채 안 되는 독방에 수십일 갇혔던 이야기를 해줬다. "아무리 사납고 거센 살인범도 일주일만 갇히면 자신의 머리카락을 수없이 뽑거나 머리째로 벽을 박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난 그 감옥이 만들어진 이후로 처음으로 자해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빛 하나 없는 그곳에서 수갑을 차고 매일 300g의 음식으로 견뎠다. 겨울에도 물기를 짜낼 수 있는 이불을 덮고 잤다. 그동안 튼튼했던 내 치아는 6개나 빠져버렸다. 독방보다 더 끔찍했던 건 표독한 남자 간수에게 매일 '남성'과 엉덩이를 유린당했던 동료의 슬픈 눈과 밤마다 마주쳐야 했다는 것이다. 그 눈을 기억하기에 난 매일 부당함과 싸운다."
―이 책을 쓴 뒤 달라진 게 있다면?
"해외에서 상을 받으며 천안문 사태 후 20여년간 잃었던 내 이름을 되찾았다. 과거에 언론에 이름이 몇번 나온 적 있었지만 내 이름의 '勍(경·발음은 칭)'자를 '京力'으로 나누고서야 가능했다. 중국 현실은 문학 작가나 영화감독이 만들어 놓은 것보다 훨씬 더 불합리하고 부조리하다. 중국에서 소설을 쓰려면 약간의 무심한 과장만 있으면 된다. 창피한 일이다. 중국엔 사회 문제에 대해 조사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현실을 쓰려는 사람은 많은 걸 바꿀 수 있다. 희망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걸 시도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