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릉산의 영웅
황득 김한규
무작정 행군이 시작 되었다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다
무조건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단다
중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EENT(해상박명종)가 지나서
제1소대는 중대 맨 앞에 나섰다
밤새도록 걸었다.
비포장 도로만 찾아서 걸었다.
산인지 들인지도 모르고 마냥 걸었다
경기도인지 강원도인지도 모르고 걸었다
새벽 3시
일단 정지, 여기서 숙영을 편성한다
신속한 동작으로 분대 위치를 정하고
텐트를 쳤다
전투화를 벗고 A형 텐트속에 몸을 뉘었다.
얼음장이다
모포를 둘둘 말아 엉덩이 밑으로 받쳤다
쪼그려 앉아서 졸았다
정확히 새벽 4시 30분
다시 출발이다
무슨 놈의 전쟁연습이 이러냐
투덜거리며 잽싸게 군장을 결속한다
또 걷기 시작했다
아침 해는 어김없이 솟아올랐다
아침식사는 찐밥이다
설익은 찐밥
게다가 얼었다
먹기도 전에
또 출발이다
온천지가 하얗다
눈이 내려 아직 녹지 못했다
" 1소대, 1소대 여기 중대본부 이상 "
" 중대본부 여기 1 소대이상 "
" 귀소 왼쪽에 고지(山)보이는가 이상 "
" 보인다 이상 "
" 현 시간부로 그 고지(山) 탈취하라 이상"
" 1분대 능선 좌측으로 공격 한다"
" 2분대 능선 우측으로 공격 한다"
" 3분대 1분대를 후속한다 "
" 화기분대 능선 중앙에서 1,2분대를 지원 한다 "
" 소대장 위치는 능선 중앙 화기분대 앞이다 "
" 소대 ! 공격 앞으로"
‘배부릉산’
그 산의 이름이 ‘배부릉산’인지
훈련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소대장은 날으는 비호였다
전령은 따라오질 못한다
눈은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무전기(KP-6)를 낚아채서
소대장은 고지를 향해 달린다
고지 정상
" 중대본부 여기 1소대 이상 "
" 1소대 여기 중대본부 "
" 목표 탈취 했다 이상"
" 신호탄 올리라 이상 "
" 알았다. 신호탄은 황색 연막탄 1발이다 이상 "
" 날렸다. 보이는가 이상 "
" 보았다. 수고 했다 이상 "
잠시후
황색기를 단 정찰기가
‘배부릉산’주위를 맴 돈다
심판관이다
성공이다
대 성공이다
훈련이 끝나고
강평 시간이다
사단장님께서 말씀 하셨다
" 배부릉산의 영웅은 강영길 중령이오 "
" 이번 팀스피리트 연습은 그 어느 때 보다 멋진 훈련이었소 "
그후
‘배부릉산’의 영웅은 장군이 되었다
소위가 소령이 되었을 때
중령은 장군이 되었다
그런데 그 장군은
쇠약한 몸이 되었다
건강을 돌보지 못하고 국방에 전념한 나머지......
그는 내가 아는 유일한 영웅이었다
지금 이시간
눈 덮힌 산을 바라보며
‘배부릉산’의 영웅을 불러 본다
" 강영길 장군님 "
" 당신은 나의 대대장 이었습니다 "
" 진정 당신은 ‘배부릉산’의 영웅이십니다 "
2004年 01月 27日 作 皇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