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중년의 가슴에 11월이 오면/이채 청춘의 푸른 잎도 지고 나면 낙엽이라 애당초 만물엔 정함이 없다 해도 사람이 사람인 까닭에 나, 이렇게 늙어감이 쓸쓸하노라
어느 하루도 소용없는 날 없었건만 이제 와 여기 앉았거늘 바람은 웬 말이 그리도 많으냐 천 년을 불고가도 지칠 줄을 모르네
보란 듯이 이룬 것은 없어도 열심히 산다고 살았다 가시밭길은 살펴가며 어두운 길은 밝혀가며 때로는 갈림길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잠 없는 밤이 많아 하고많은 세상일도 웃고 나면 그만이라
착하게 살고 싶었다 늙지 않는 산처럼 늙지 않는 물처럼 늙지 않는 별처럼 아, 나 이렇게 늙어갈 줄 몰랐노라
11월의 노래 / 김 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 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 납니다.
11월의 나무처럼 / 이 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 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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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화같은 주말 잘 보내고
안전하게 오세요
11월에는
더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함께 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