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주 연중제18주일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요한 6.24-35)
당신의 공양미 삼백 석은?
(허영민 신부. 의정부교구 신암리성당 주임)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수님의 대답은 뜻밖이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자선이나 봉사 같은 활동보다 먼저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으라는 말씀이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은 빵이든 시간이든.
재물이든 건강이든 세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주셨는지 깨닫고 믿는 것이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빵을 내려 준 이는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법정 스님과 작가 최인호의 대화를 엮은
(꽃잎은 져도 꽃은 지지 않네)에서는
자기 논리에 빠져 `바보의 벽`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다.
심 봉사가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치고도 눈을 못 뜨다가 왕비가 된 심청이 벌인 맹인 잔치에 가서
아이구 내딸 청아...하고 눈을 뜹니다.
사람들은 공양미 삼백 석이 있어야만 눈을 뜰 수 있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공양미 삼백 석은 있어야 한다는 자기 논리.
일종의 바보의 벽이겠지요.
성경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듣고 눈이 있으면 보라.
당신의 공양미 삼백 석은 무엇인가?
그것이 헛된 믿음을 위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
살아있는 생명의 빵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공양미 삼백 석에 목매는 삶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다르셔서 공양미 삼백 석을 좇는 이들에게
큰 벌 대신 영적. 육적 배고픔을 채울 빵을 내려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통해
우리 영혼의 굶주림과 갈증을 채울 분이 바로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믿게 하신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 생활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지난날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사람을 속이는 욕망으로 멸망 해 가는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
(에페 4.22-24)
사람이 새로워지는 것은 먼저 그리스도가 하늘에서 내려온 빵임을 믿는 대서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외아들을 보내주신 그 큰 사랑을 믿는데서 출발한다는 말씀이 아닐까?
새 인간을 입기 위해 자신에 닥친 난해한 삶의 질문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삶과 생명에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고 아는 만큼
헛된 믿음과 완고한 믿음에서 벗어난다.
그때 나도 누군가의 배고픔을 없애주는 생명의 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