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시사저널지 '청풍' 12월호
영어교사 변경희 선생, 소프라노 성악가로 화려한 변신
지난 11월 ‘대전충청가곡연주회’에서 변경희 선생의‘밀양아리랑(경상도 민요,진규영 편곡)’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변 선생은 떠나가는 가을을 붙잡기라도 할 듯 열정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연말을 한 달 앞두고 뭔지 모르게 허전하게 느껴지던 객석이 순간 감동의 열기로 후끈했다.
변 선생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초‧중‧고 때는 줄곧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봄 소풍에서는 담임선생이 독창을 시켜서 그 당시 동요‘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5학년 담임선생은 YWCA 합창단에 추천, 변 선생은 합창단과 전국 순회공연을 다니며 여러 에피소드와 음악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접했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
이렇듯 변 선생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컸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전공을 문과로 택하는 바람에 음악은 마음 깊은 곳에 접고 학업에 충실해야만 했다. 대학 졸업 후 교직에 있으면서는 결혼과 함께 자신의 취미나 특기는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노랫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퇴임을 앞두고 공주 문화원에서 시민을 위한 전통 문화학교 프로그램에 스포츠댄스반이 있어 등록 후 다닐 때였다. 어느 날 복도를 지나가는데 어디선가‘선구자(윤해영 시, 조두남 곡)’를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를 듣고 그동안 잠자고 있던 변 선생의 노래에 대한 열정에 다시 불이 켜졌다
이듬해 변 선생은 퇴직과 동시에 공주 문화원 가곡반 프로그램에 참여, 성악가의 꿈을 향해 한 발 내디뎠다. 그 외 성악 아카데미와 동 단위 합창단에서도 활동한다. 변 선생은 본래 성악에 대한 남다른 재능이 잠재되어있어서일까, 나날이 일취월장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변 선생 남편도 고등학교 교장 퇴임과 동시에 가곡부르기에 동참,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취미생활도 같이 하고 있다.
변 선생은 초연으로 2016년 공주문예회관에서‘느티나무(김필연 시, 이안삼 곡)’를 불렀다. 그 후 2018년 여름 마곡사 토요무대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Non Ti Scordar Di Me(나를 잊지 말아요: E.Curtis곡)’칸초네는 잊을 수 없다. 그 당시 마곡사 토요야외무대는 달빛아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연주자도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아주 훌륭한 무대였다.
이날 둘째 아들이 관람객으로 왔다가 변 선생의 연주 모습을 보고는 “엄마 그동안 몰랐는데 쫌 부르네~”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꽃다발과 함께 주던 기억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기뻤음이다.
오페라 아리아‘Pace, Pace Mio Dio(G.Verdi 곡: from Opera LA Forza del Destino(운명의 힘)’의 대곡을 공주문예회관에서 처음 불렀을 때는 집에 와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한참 울었다. 평소 막내딸이 노래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던 두 분이었는데 이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마음에 목 놓아 울었다.
변 선생은 성악가로의 진로는 다소 늦었지만, 연주 활동 외에 특별히 감동적인 것은 노래 봉사활동이다. 변 선생이 수년 전 학생들을 인솔해서 공주시 반포면에 있는 어느 장애인 복지센터에 갔을 때였다.
그곳은 대부분 연로하신 분들로 연주장에 모인 어르신 관객 중 몇 분은 휠체어에 기댄 채, 몇 분은 의자에 거의 누운 채였지만 그분들은 개의치 않고 변 선생의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환호를 보내주셨다. 어르신들의 그 즐거워하는 모습에 변 선생은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그때 문득 변 선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여러 이유로 공연장에 올 수 없는 분들을 손수 찾아다니며 들려주는 것도 작지만 보람찬 연주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해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뜻깊은 날이었다.
변 선생은 인터뷰 말미에 “2023년 새해에는 더욱 노력해서‘소소한 독창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이든 도전을 해 보고 싶다고, 그리고 봉사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가지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변 선생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성악도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반드시 해낼 것 같은 결연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아무튼 2023년 소프라노 변경희 선생의 독창회가 기대된다.
변경희 Profile
1. 대구 출생
2. 호서 대학교 석사, 박사과정수료(영어영문학전공)
3. 논산여고(초임), 강경 서산 천안여고 등 9개교에서 근무, 공주여고에서 2015년 34년간 영어교사 교직 명예퇴직.
4. 가족 2남 1녀,
글 : 민순혜
사진 : 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