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흉흉합니다.
부자구단의 명품 사재기, 가난한 구단의 벼룩시장 기웃거리기.
작년에도 그러했고, 그 전에도 그러했듯이 올해 스토브리그의 첫 번째 화두도 여전히 빈익빈 부익부입니다.
그리고 한·미·일 삼국 프로야구계의 공통된 문제기도 하죠.
저도 한땐 특정 구단의 명품 사재기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드높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 귀에 들어가지도 않았겠지만요.
온 몸을 명품으로 치장하다 못해 햇빛을 못보고 보석함에 쳐박힌 보석들이 하나둘이 아닌 명품(명문이 아닌)구단의 명품 수집증에 치를 떨며 프로야구계의 공적(公賊)이라고 극단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았었죠.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지금 갑자기 이런 종류의 옛 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은 현재는 예전의 그러한 생각과 달라졌다, 혹은 변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일종의 포석입니다.
여전히 저들의 사재기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들의 그러한 「최고 편집증」이 적어도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발전을 유도한다는 측면이 있음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변절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아니, 한 개 혹은 극소수의 구단이 엘리트 선수들은 싹쓸이하는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현상이 어떻게 프로야구의 전반적인 발전을 유도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 자명한 대부분의 야구매니아들께 다음과 같은 저의 「개똥철학」을 펼쳐봅니다.
1. 구단 운영 백태
▲ 구단 운영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부자구단의 겨울나기
(유형1) 든든한 지갑을 동원, 충분히 검증된 베테랑들을 충분히 수집한 뒤, 그 해 부족했던 분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유형2) 돈은 많은데, 한마디로 멍청하다. 스토브리그 내내 스포트라이트 한 몸에 받으며 쇼핑에 열중하지만 정작 써먹을 곳 없는 놈밖에 없다는 걸 시즌이 시작되면 알게 된다. 이런 팀에 주로 활약하는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경력 1~2년차 혹은 은퇴를 앞둔 노장들이다.
▲ 날씨도 추운데 꽁꽁 언 손으로 겨우내 주판알 튕겨야 하는 가난한 구단
(유형1) 몇 년 동상 걸려 고생한 뒤로는 유망주에 투자한다,
(유형2) 돈 많은 구단 뒤에 붙어다니며 이리저리 눈치보다 트레이드건 터지면 어떻게하든 떡고물이라도 물어보려고 애쓴다. 삼각트레이드 어쩌고 하면서 자신들의 영민함을 대외에 과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유형3) 포기한다. 한 3~4년쯤. 그러다가 갑자기 미친 것처럼 쇼핑에 나선다. 결국 3년 동안 먹을 것 안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아낀 돈 다 날리고는 후회한다. 앞으로 한 4~5년간 쇼핑몰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다.
(유형4) 먼저 유망주를 중점적으로 키운다. 유망주 키우는데도 분명한 철학이 있다.(팀플레이어 위주로...), 뿐만 아니다. 그간 키운 유망주를 미끼로 부자구단들을 대상으로 세일즈에도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다.
2. 부자구단의 돈질 때문에 발생하는 효과
1) 「자금력」이 부족하면 스스로「실력」을 키워라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들은 어쩔 수 없이 유망주 키우기에 더욱 열중하게 된다.
이는 전반적인 야구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1차 동인이 된다.
또한 A급 선수를 보유하지 못한 구단들은 신인 유망주에게 많은 출장 기회를 주게 되고, 유망주들이 메이저 경험을 빨리 하게 되며, 그로 인해 젊은 피들이 좀더 원활하게 수급된다.
이는 야구 발전을 가속화하는 2차 동인이 된다.
2) 야구계가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게 해준다
아무리 부자구단이라도 한 포지션에 A급 선수를 3, 4중으로 중복해서 영입하지는 않기 때문에 부자구단의 돈질 뒤에는 항상 양질의 구단간 트레이드가 발생하고, 이는 「전 구단에 고른 선수수급」이라는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즉, A급 선수의 구단간 이동이 적어지면 구단은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구태의 답습, 신인 등용의 곤란, 구단간 교통의 적체 등으로 인해 프로야구 자체가 동맥경화에 걸린다.
당연히 그 나물에 그 밥에 식상한 팬들의 관심도도 매년 떨어질 수밖에 없다.
3)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을 받는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하면서 스포츠마케팅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효과가 창출
나이키, 아디다스. 각종 스포츠음료 등등 고액연봉의 스타플레이어를 각종 스포츠마케팅에 활용해 막대한 소비창출효과를 유도한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가 얼마만큼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킨 스포츠스타인지는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만약, 부자구단의 돈질이 없고, 구단간 담합으로 스포츠스타의 위상(연봉으로 대변되는)이 현재처럼 대단하지 않다면 그런 효과는 상상도 못할 일.
4) 메이저리그는 미국의 얼굴?
만약 수천만불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등장하는 메이저리그가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의 이목을 이만큼 끌었을까?
메이저리그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야구를 사랑하는 국가의 국민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걸어다니는 기업들의 화려한 플레이 때문 아니었던가?
게다가 가난한 중남미 국가 국민을 친미주의자로 만드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믿거나 말거나
5) 투자 없으면 발전 없다
장사에는 투자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때로는 적당한 브레이크도 필요하지만 꾸준한 투자는 이윤을 보장한다.
1~2년 벌고 장사 그만 둘 것 아니라면 계속 투자를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나 30개 모든 구단이 돈질을 할 수는 없는 법.
몇몇 거대 구단의 대형투자와 중소구단의 용돈투자, 혹은 짜투리투자는 매우 조화로운 투자형태라 아니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선수에게의 투자는 프로야구 자체, 혹은 프로스포츠 전체의 발전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ABC다.
3. 결론
부자구단의 돈질은 자본주의 실현, 무한 경쟁의 발단, 야구 발전의 원동력
빈익빈 부익부라는 달갑잖은 선물도 있지만 자본주의를 선택한 지구상의 대부분 국가들이 믿고 있는 것은 그것이 인류의 점진적인 발전을 유인하고, 인간 본성에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어떤 사회든 부자는 빈자들의 미움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미워하는 부자들이 그 사회의 경제 흐름을 조절함으로써 결국에는 자신들을 먹여 살리고(생산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는 카페 가족 중에 없으리라 믿는다-거의 협박- . 생산과 소비의 중요성은 반반이다), 적절한 투자를 통해 자신들이 속한 사회의 질을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삶도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증오하는 빈자들이 그렇지 아니한 빈자들보다 더 많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일전에 삼성이 심정수와 박진만, 김한수까지 싹쓸이하자, 모 구단 감독까지 등장해서 원색적으로 비난하던데... 참 보기 민망터라.
그럼 적당하게 눈치 봐가면서 상대방 입장 고려해주고, 대충대충 살자는 것 아닌가?
투자한 팀 이기려면 더 투자하든지, 아니면 기존의 선수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훈련하고 선수 키우든지....
하여튼, 부자구단들의 돈질을 달갑잖은 눈으로만 보지 말자는 것.
이상의 제 개똥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나친 매질은 삼갑시다.
어린 양 충격받습니다.
첫댓글 부자구단 유형 1,2는 양키와 메츠고, 가난한구단 유형 1,2,3,4는 트윈스 에이스 텍사스 그리고 어디인지 흠... 4번이 에이스인가요 2번이 에이스인가요 ㅡ.ㅡ?
부자 구단이 비싼 값에 사주지 않으면 빌리 빈의 마술도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양키즈와 에이스는 그런 면에서 서로 win-win하는 악어와 악어새 같다는... 몬트리올과 메츠가 최악의 lose-lose case.
물론 동의하지만, 이번 삼성은 솔직히 돈지랄인건 확실하네요. 박진만 심정수 영입에 김한수 잔류비용이 166억이라는데, 올시즌 프로야구 전체 관중동원 수익이 87억 정도라는 군요. 관중없이 머리만 커버린 한국야구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슬프기 그지 없다는.
더군다나 미국이나, 일본같이 저변이 넓은 나라들에 있어서 그런 문제는 별달리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고교 야구가 50팀도 안되는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문제라고 생각되는 걸요. 아... 뭐 그냥 한국야구 생각나서 한말이구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