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레스토랑 "바질리코에서 3人 송년 Lunch"
금방이라도 눈이 올듯한 희뿌연한 날씨여서인지 오늘따라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가 생각났다.
그러나 홀로 있다보니 대개 1일 1식으로, 주로 국물 있는 음식을 사먹곤해서 오늘 만큼은 동행도 있으니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고싶었다. 다행이 모두 좋다고 한다.
유성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질리코, 인테리어가 수수한 느낌이 편안했다. 창밖은 아직 눈이 올듯한 흐릿한 날씨다.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왠걸, 눈은 오지않고 이글을 쓰는 지금 어두운 창밖도 눈이 올듯하다.
실은 오늘 3人은 그다지 친하지 않지만, 늘 혼자이다보니까 누군가 함께 한다는 것이 그런대로 좋았다. 그래, 오늘 모임은 "3人 송년 Lunch" 라고 하기로 했다. 요리는 '3人 세트' 주문했다.
돼지목살 스테이크
샐러드
스프
비빔밥
요리를 주문한 후, 두 사람은 연신 무엇인가를 계속 이야기 한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이 내리는걸 기대하면서 창밖에 시선을 두었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 들어올거 같아서 가끔씩 입구도 바라보았다. 물론 나의 바램일뿐 식사를 다 마칠때까지 눈도 오지않고, 아는 사람은 더욱 한 명도 오지않았다. 문득 나는 이렇게 오지않는 그 무언가를 늘 기다리며 아까운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했다.
나는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가져갔다. 헐벗은 가로수들이 허허로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겨울이면 즐겨 낭송하던 시 한편이 떠올랐다.
겨울 나무 / 고영섭
한여름 들끓어 올랐던
세상과의 불화를 잠재우고
홀가분한 몸뚱이로
봄을 기다리는 그대
그때 마침 웨이터가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비빔밥과 스프를 손에 들고와서 테이블 가운데 놓으며 말한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글구보니 배가 고프다. 오후 1시이다. 나는 잘난체를 한다해도 늘 여전하다. 시간이 되면 배 고프고, 식사 하고 차 마시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다람쥐 체바뀌돌듯 사는 생활이 늘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