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 이거 재밌네요. 간만에 좋은 전쟁영화 한편이 나왔습니다. 정작 미국에선 코로나로 인해 VOD 시장으로 직행했다는게 아쉽네요.
1.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09년 미-아프간 전쟁에서 벌어진 키팅 전초기지 공방전, 소위 캄데시 전투에 대해서 다룹니다. 이 전투에서 살아서 받은 이가 극소수인 명예훈장 수훈자가 2명이나 나왔을 정도니 실제로도 얼마나 격렬했던 전투인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이외에도 적지않은 이들이 은성, 동성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2. 영화의 무대인 키팅OP는 전략전술 상, 본래라면 전초기지가 세워져선 안되는 지역입니다. 산맥 사이의 협곡 저지대에 위치, 사방이 산맥으로 둘러쌓여있고 어디서든 기지 내부가 훤히 보이죠. 기지병력이 기대할 수 있는 화력지원은 항공지원과 배치된 박격포 뿐으로 소총과 기관총으론 일정 높이 이상은 공격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기지에 접근가능한 육로는 제대로 된 군장비가 기동하기도 어려운 협로. 솔직히 이건 군대의 군자가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알 만한 위치입니다. 여기에 뭔가 세우면 좃된다는 걸요. 한마디로 오로지 지역평정이라는 목적만으로 무리하게 세워진 기지죠.
3. 키팅에 부임하는 선임장교는 오자마자 항상 지역주민들과의 관계설정에 애를 먹죠. 미군은 지역민들에게 우호적으로 접근하려 하지만 이곳 원주민들은 미군에 바라는게 오로지 이익뿐입니다. 무기를 놓으면 지원금을 주겠다고 한 협상이 진행되지만 하루만에 기지 안으로 총알이 날아오는 지경이죠. 이곳은 탈레반에 우호적이거나, 최소한 묵인을 하는 사실상 적성지역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전부터 키팅기지는 파병군인들 사이에서 가면 엿먹는 곳이라는 인식이 상당합니다. 이곳에 파병나온걸 병사들은 계급에 상관없이 집에 이 사실을 숨기려 애를씁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규모 총질을 당하는 병사들은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으면서도 위험에 둔감한 모습을 보입니다. 위협에 관성이 생긴건데요. 이미 전투 이전 대규모 공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정보와 전조가 보임에도 어느정도 무시를 합니다. 그리고 그게 미군의 실책이었죠. 이후의 전개는 직접 영화를 보시면 될 것 같네요.
4. 영화의 전투 연출은... 죽입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탈레반의 대규모 공세와 그걸 처절하게 막아내는 미군의 사투로 주욱 진행되는데요. 라이브캠 영상마냥 쉴세없이 격렬한 카메라워크가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제작하는데 당시 전투에 참전했던 베테랑들이 감수를 했고, 배우 중 한명은 당사자라더군요. 메인 전투씬부터는 그야말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이 됩니다. 쫄깃쫄깃하죠.
5. 개인적인 평가로는 꼭은 아니더라도, 보시면 손해볼 영화가 아닙니다. 미 파병군인들의 일상적인 생활과 더불어 병신같은 지휘로 인해 엿먹는 현장인원들, 긴장감을 쉴새없이 끌고가는 전투씬 등. 안그래도 전쟁영화가 가뭄인데 한번 보시는걸 권해드립니다.
덧 1. 지휘부가 지리파악을 제대로 못하면 천하의 미군이라도 이 꼴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작풉입니다. 아니 지리파악은 했는데 정치적 목적에 휘둘렸다고 봐야할까요? 아무튼, 촉한의 등산왕 마속은 오르지 말아야할 곳을 굳이 등반하여 승상을 엿먹였는데, 미군은 아래로 내리깔면 안되는 지역에 굳이 기지를 설치하여 개피를 봤죠. 미군이니까 전사자 8명으로 그쳤지 다른나라 군대였으면 전멸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그리고 기지배치 인원을 보면 전상자 합쳐서 사실상 궤멸에 가깝죠. 캄데시 전투는 피로스의 승리입니다.
덧 2.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생각나는게, 러시아 영화인 제9중대도 비슷한 소재였죠. 영화전개도 처음엔 파병병사들의 일상에서 마지막엔 대규모 방어전을 치루는 흐름도 비슷하고.... 둘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아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를 공헬이 하는 것도 동일합니다 ㅎ
덧 3. 혹시 이 영화를 가서 보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도 잠시만 기다리시면 쿠키영상이 나옵니다. 당시 명예훈장 수훈자들의 인터뷰영상, 참전군인들의 인터뷰등이 나오죠. 이거 못보고 나간 관객들이 좀 되더군요.
덧 4. 영화포스터 이미지 찾으려고 구글링을 돌렸더니 이런게 나옵니다. 나치좀비 우왕ㅋ굳ㅋ
죽어서도 낙지들은 편하질 못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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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달 뒷편에도 가야하고 낙지들은 바쁘죠 ㅋㅋ
오랜만에 아무생각 없이 즐긴 영화 같습니다
저도 강추하는 명작입니다. 특히 전투씬에서 군인들이 정말 허무하게 어디서 날아온지도 모르는 총 한 발 맞고 픽픽 쓰러져 죽는 연출은 개인적으로 최고였습니다.
연출이 좋았죠. 비중있게 나오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전사하는건 참...그리고 개인적으론 영화를 보고나서 인상에 남는게 아프간 협력자가 정보를 무시하는 미군들에게 '영국도 우리 말 무시했다가 박살났고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는 장면이더군요
미래에 개마고원에서 국군이 당할 수도 있는 바로 그 상황을 미리 잘 묘사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