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시간이 1시간 이상인 프로바둑을 복기 형식이 아니라 현장 중계로 본 건 바둑TV에서는 제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2차전과 제4회 춘란배 결승뿐이었고, KBS 위성방송에서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을 그렇게 보여 주는 것 말고는 못 봤습니다.
현장 중계도 대개 바둑판을 위에서 찍은 모습에 양옆으로 대국자의 모습을 작은 화면으로 보여준다든지, 어쩌다가 대국자 모습을 보여 주는 정도.
화면 구성이 단조롭다느니 하는 비판도 많던데, 이런 방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조훈현 국수님의 '바둑의 길', 유창혁 왕위님의 '천하제일검'에서 나오는 방식대로, 흑이 둘 차례일 때는 바둑판 화면을 왼쪽으로 치우치게 놓고 오른쪽 남는 화면에 흑을 잡은 기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백이 둘 차례일 때는 거꾸로 바둑판 화면을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놓고 백을 잡은 기사의 모습을 왼쪽 남는 화면에 비추는 방식입니다. 물론 가끔은 대국자가 누구인지 이름과 단을 보여 주기도 해야겠지만요.
바둑판 화면을 좀 작게 해서 위쪽 구석에 치우치게 한다면 어떨까요? 바둑판이 좀 작게 보인다고 해서 돌 놓은 위치가 잘 안 보인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잡아서 들어낸 돌이야, 어차피 지금 방식으로도 이름과 단위 보여 주느라 글자에 가리곤 하니 더 나빠질 것도 없겠고요.
대국자들은 이런 방식을 싫어할 수도 있겠습니다. 얼굴뿐 아니라 윗몸이 다 비쳐서 자신의 표정 변화나 몸짓, 버릇이 다 보일 테니까 - 카메라를 많이 의식하는 사람은 그렇게 자신을 비춘다는 것 자체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2. 지금처럼 검토실 장면을 배경화면 정도로 보여주고 끝인 게 아니라, 검토실의 모습을 비추는 시간을 크게 늘리면 어떨까요? 검토실에서 대국자의 한 수 한 수를 두고 이런저런 분석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까 예측하는 - 보니까 바둑판에 직접 돌을 놓아 가면서 분석하던데 - 프로기사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면? 프로기사에 따라서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면 그 자체로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나중에 이것들을 해설자가 간추려서 말해 주어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