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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무사 247
한혈흑의존(汗血黑衣尊)?
사제들과의 이별에 힘겨워하던 광무존이 곧 내실로 들어갔지만 지켜보던 장추삼은 좀처럼 나무 위에
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열쇠는 의외로 가?
楮?곳에 있었다, 따위의 통상적인 표현으로 지금의 충격을 대변할 수 있을까.'뭐야, 그럼? 이거 웃기게
돌아가네? 그는 내심 친구 금성이 어떤 식으로든 명교와 관련이 있을 거라 추측했었다.
구파에서 들으면 눈이 벌게질 얘기지만 말이다.
물론 이 추리에는 근거가 있었다, 그것도 매우 설득력이 있는 .강호에 정통하다고 까지는 말할 계제가
아니지만 상대방이 풍기는 기운으로 대충 무공의 원류 정도는 때려 맞출 자신이 있는 장추삼 이다.
세세하게 이거다 저거 다까지는 아니지만 아홉 개의 커다란 문파 가운데 그와 손을 나눠본 방파만 해도
무려 넷.
그는 모르고 있지만 하남에서 무려 열다섯 차례나 목을 잡아본 무림맹 소속 하남지부 기찰무사 지우선
만 해도 알고 보면 곤륜의 문하였으니까.
정파의 하늘이라는 구파의 무공을 무려 다섯이나 상대한 그다.
부류도 다양해서 구파의 정신적인 기둥이자 승(僧)을 대표하는 소림-아직도 한 치의 한은 잊지 못하고
있었다 - 의 나한진과 연대 구품.
도기道家)의 최고봉 이라는 무당과 곤륜-사실 곤륜의 무공은제대로 견식하지 못했지만 무당의 오행검진
만큼은 지금이라도 그려낼 자신이 있다 - 의검과 경공구파 가운데 가장 속(俗)에 가?
醮募?화산-지겹다! 하운의 오수 방해사건만 떠올리면 아직도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왜, 그는 화산
고유의 검공을 펼치지 않을까? - 의 다양한 무학.
그리고 도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극강(極强)의 패(覇)를 추구하고 있는 청성-감귀수와 다섯 제자는
잘 있을까? 그때 보니 장호를 등질 것만 같았는데.
아무튼 칠십이 파검은 정말로 무시무시했다-의 검공과 장력.
이렇게 다양한 경험은 자연히 그에게 무공을 보는 눈을 넓혀주었고, 자의든 타의든 장추삼의 안목은 전
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만치 깊어진 상태였다.
거기다 속가에서 가장 높다는 남궁세가의 검을 무려 팔초까지 받아내야 했으며, 뚱뚱이 노인의 장력 때
문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했다.
더 헤아리려면 끝도 없지만 일단 드러난 무학들을 말한다면 그 정도고… 기학을 위시한 십장생의 무학
역시 둘이나 겪었다.
이 둘의 무학과 앞서 열거한 구파의 그것을 비교하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고하(高下)를 논하라면 말이다.
각 무학마다 특성이 있었고, 시전자의 숙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는 장추삼 이기에 단순 비교처럼
무의미한 것은 없다고 생각 했으니까.
월광 살무 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이런 견지에서 배금성은? 달랐다.
그가 느꼈던 어떤 분위기와도 전혀 달랐다.
그의 죽마고우는 승도 속도 도도 패도 아닌 상이한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다.
아무리 다른 문하와 무학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일치점이 보이기 마련이건만 배금성의 전신 을 감싼
기운을 장추삼 으로서는 도저히 정의내릴 수 없었다.
두 번째로 비천혈서와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지나친 집착.
배금성은 적어도 장추삼이 비천혈서를 모르던 시점부터 그 책을 추적했었다.
일반 무인이라면 이름조차 까막까막할 비천혈서다.
누가 있어 배금성에게 그 책의 존재를 알렸을까.
월영전대를 박살 내고 가진 술자리에서의 그는 흥미를 넘어선 무엇인가로 장추삼을 다그쳤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알려준 정도가 아니라 추적까지 지시했음이다.
그저 관심만으로 라면 이렇게 문제 많은 책을 취득하려 들 리 없다.
비천혈서와 직접적으로 어떤 고리가 있지 않으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나칠 정도의 조심성, 거의 완벽에 가?
楮?은둔 생활 대충 어림잡아도 배금성의 힘은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것 이었다 무게나 부피처럼 숫자화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친구는 강호를 울리고도 남을 만한 사나이였다.
그런데도 배금성은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북성이 시끄러워지자 도망치듯 어딘가로 떠나 버렸다.
무슨 거대한 음모를 품었다고 보기 엔 너무도 평 이한 세월을 보냈으며, 평 이한 삶을 누리는 사람으로
보기엔 병적으로 자신을 숨겼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서 명교 쪽과의 관계를 설정했던 것이고 나름대
로 맞아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이 사실이라면 배금성은 '명교의 마지막 후예 쯤 되니 그야말로 사건 중에 사건이고 구파에서
눈이 벌게질 만한 일이다.
허나 장추삼에게는 별문제가 아니었다.
왜? 별문제가 아니니까.
사람들이 떠드는 대로 명교가 극악한 사교라면 모르겠지만 장추삼이 보기에 삼백 년 전의 일은 원가 커
다란 어폐가 있었다.
정의란 어차피 가진 자의 논리… 물론 기학이 했던 말이다- 그리고 명교가 저질렀다는 만행의 근거는
단지 구파에서 내린 무림첩이 전부였다.
적어도 장추삼에게 명교는 적이 아니었다.
그저 그와는 다른 존재 일뿐.
그래서 배금성을 명교의 후예라고 가정했어도 큰 거리감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 정도 놀라긴 했지만.
그런데… 배금성의 백부, 즉 태양광무존의 등장으로 모든 가정은 깨져 버렸다.
그들의 대화 내용처럼 어떤 이유 때문에 태양광무존이 십장생을 등졌다면 배금성의 철저한 은둔은 자연
히 설명되는 일이다.
또한 비천혈서에의 관심 역시 십장생의 행보를 비추어볼 때 일견 수긍이 간다.
광무존 자체가 십장생이니 그가 비천혈서에 관심을 보이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십장생과 광무존, 비록 가는 길이 다르다고 했지만 방법까지 다를 거라는 건 웃기는 가정이니까.
무엇을 추구하는지 몰라도 비천혈서는 그들에게 가장 유용한 어떤 것으로 작용할 테니까 .문제는 마지
막이다.
그렇다면 배금성의 무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젠장, 이건 도저히 모르겠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던 장추삼이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정혜란과 눈이 마주치자 순간 무안해
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너무 몰입하다 보니 옆 사람까지 잊었다.
"이 , 이제가지?
"?아까 갔어야죠.
" 퉁명스러운 대답이 바로 돌아왔지만 무시하고 나무 두 개를 뛰어넘은 그가 소로에서 지면으로 안착했
다.
"아침 운동 한번 거하게 했네, 크 하하하!
" 괜히 미안해서 장추삼이 대소를 터뜨렸다.
전음의 답답함도 풀 겸
"숨쉬기 운동이라면 정말로 거하게 했네요.
"여전한 투덜거림.
사실 정혜란으로는 열 받을 만도 했다.
팔자 좋은 누구야 반 백수 처지니까-귀향 후 뻔뻔하게도 장추삼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표국에 복
귀하지 않았다.
더 기가 막힌 건 장유열까지 특 쉬라며 방치하고 있다는 거다-집에 가서 다시 드러누우면 그만이지만
그녀의 입장은 다르다.
아침밥도 아직 짓지 못했단 말이다! 생각지도 않은 군식구까지 하나 늘어 바짝 곯은 어린아이가 안쓰러
워서 요즘은 반찬 하나하나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그녀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정혜란이기에 아침상 차림은 경건한 의식과도 같다.
하루를 시작하는 밥상인데 어찌 대강대강 차려낼 수 있겠는가.광무존의 사제가 간 후 바로 자리를 떴다
면 충분한 여유로 상을 차려냈으련만.
"탕 하나 끓일 시간도 없잖아!
"분노에 가?
楮?외침.
"에이~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있는 거로 대충대충 먹자고.
" 삥!
"대충대충?'
"어??뭔가 잘못됐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그냥 대충대충 먹자니깐? 원래 우리 집안 사람들은 반한 투정 안한다고.
"
"내 사전에 대충대충.
같은 거 없어요! 아시겠어요!
"그냥 가만히 있을 걸.
얼굴까지 들이밀며 광분하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장추삼이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대충대충 같은 말은 아주 나쁘지.
거의 악(惡)이야, 악!
"
"말은 잘해요~
" 이러쿵저러쿵하며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던 그들의 귀가 다시 한번 쫑긋해졌다
" 또 뭐다냐 ‥‥
"낸들 알겠어요 ‥‥‥? 늘어질 대로 늘어진 둘의 반응, 호기심이라면 아까로도 충분하다.
"어떻게 이놈의 동네는 한시를 조용하게 넘어가지 않는다니……' 조용하지 않은 사람이 살아서 그렇겠
죠‥‥‥‥.
아직까지 들이미는 정혜란의 발톱을 무시하고 장추삼이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그곳은 장추삼의 집 근처 야산이었는데 인적이 뜸한 장소라 정혜란과 장추삼의 수련지로 유용하게 쓰이
는 자리었다.
"아씨.
누가 감히 이 아가씨의 성지를 건드리는 거야? 아침부터 열 받게.
" “성지인지 원지는 몰라도 내 구역임에는 틀림없군.
어떤 간명이 큰놈들이기에 칠공토혈의 집 근처에서 소란을 부리는 거지?”
순간적으로 둘은 망설였다.
장추삼은 귀찮았고, 정혜란에게는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때… 꽝! 지축을 울리는 폭음이 들렸고 둘은 누가 뭐랄 것 없이 신형을 날려야 했다.
'아버지 깨실라!''아저씨 깨실라!'어쩐지 못 올 데에 발을 들인 것 같아 흑의인은 영 기분이 찜찜했다.
날건달 하나 때려잡고 말 안 듣는 딸내미 정신 교육 시키는, 뭐로 보나 단순하고도 쉬운 강호행이라고
여겼는데, 완전 용담호혈(龍膽虎式)이 아닌가! 호북의 그저 그런 번화가 정도로 쳤던 청빈로는 말 그대
로 용과 호랑이 같은 무인들이 득실거렸다.
겁이 난다는 건 아니다.
그도 한 무학 하니까.
문제는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가에 이끌려 가는 것 같다는 거다.
언제나 일을 주도했던 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그렇지만 마땅한 대책도 없다.
귀 막고, 입 막고….
반병신처럼 지낼 수도 있다.
청빈로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무시한 채 원래의 목적, 아버지로서의 본분만을 고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도 아버지이기 전에 사람이고, 무인이다.
어찌 무림사의한가운데에서 유유자적 혼자서 손가락만 빨고 있겠는가.
아직 웅심이 남아 있다! 피가 끊는다! 오늘 들은 얘기만 해도 그의 가슴에 불을 지를 만했다.
태양광무존의 배경, 그리고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세력의 확인.
그의 부친 역시도 처음부터 비친혈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삼십 년 전, 우연한 강호행에서 덧없는 허명 하나와 비천혈서의 그늘을 넘겨다보았었다.
이십 년 전, 그가 직접 강호로 나섰을 땐-흑의인의 강호행은 이번이 두 번째 이였다.
전처럼의 유람을 생각하고 콧노래 불렀거늘 이게 무슨 일인지-비천혈서고 뭐고 간에 어떠한 흔적도 찾
아볼 수 없었다.
넉 달가량 탱자탱자 놀다가 시시한 싸움 한 번 하고 세가로 귀환했던 것이 전부였다.
물론 그의 자식들에게 해준 얘기는 전혀 달랐지만.'이 년 후에 나왔어야 했어!'딱 이 년 차이로 태양광
무존이 등장했고, 그는 비천무서의 무공을 토대로 구파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전 무림은 경악했으며 광무존이 왜 이런 비무를 벌이는지 의아해했지만 연유를 밝혀낼 수는 없었다.
우연히 비천무서를 익힌 천재의 치?
?어린 행보?‥‥말도 안 되는 소리고.
구파에 어떤 원한을 가진 세력, 또는 그들의 후예가 비천무서로 정파의 심장에 대못을 박으려 했다?
더 바보 같은 소리다.
구파의 무공이 단지 파훼법만으로 깨질 만큼 허접할까.
그야말로 무학의 무자도 모르는 바보들이나 생각할 만한 발상이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그걸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선 파훼할 무학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가 우선시됨은 기본 가운데 기본이
다.
그리고 그 무공이 구파의 것이라면 단순히 '어느 정도 를 이해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이대 제자급 이상의 성찰이 필요하다.
누가 있어 각파의 무학을 그렇게 두루 섭렵할 수 있을까? 구파의 장문인이라도 불가능한 일인데.'이해
가 안 되는 일이야.'광무존에게 직접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도리가 아닌 듯해서 관뒀다.
양심이 있지, 어떻게 오늘 같은 날 그런 질문을 하겠는가.'천천히 하자.'당장 호북을 떠날 사람으로 보
이진 않았다.
조금이라도 좋은 분위기에서 자리를 마련한다면 애기도 부드럽게 흐를 것이고, 속의 말들도 쉽게 나을
터 그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 발로 무림사에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자식들에게 신신당
부했던 바와는 달리.'가만히 있어보자.
그럼 뭐부터 해야‥‥우뚝.
턱을 문지르며 터덜터 ?걸음을 옮기던 흑의인이 딱 멈춰 싫다'뭐야…….?두 사람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방금 전에 봐서 낯익은 얼굴들이.
그렇지만 흑의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길을 막았다는 것에 살짝 기분이 나빴을 뿐.
해서 둘의 사이를 그대로 통과하려고 했다.
툭! '어쭈??탄의 기운을 운공하며 두 사내의 어깨와 부딪쳤지만 그들은 바위처럼 딱 버티고 있었다.
그렇다고 물리적인 힘을 발산하지도 않았다.
평소라면 대노해서 그냥 해했겠지만 조금 친의 일-의도야 어떻든 훔쳐본 건 사실이니까-도 있고 해서
점잖게 말을 건네는 흑의인이 있었는데 두 사내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렇게 길을 막고 있으면 지나갈 수 없지 않은가?'묵묵히 그를 바라보던 사내들 가운데 체구가 호리호
리한 자가 나섰다.
"언제부터 엿들었던 거요?''음??나름대로 훌륭한 은잠이었고 생각했는데 그만 들켰었나 보다 하긴, 광
무존의 사제쯤 되는 인물들이라면 즘 더 조심했어야 했을지도.
"대단하군.
내 은형을 파악하다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어이없어서 들은 서로를 잠시 바라보았다.
은형? 아니, 귀식대법도 없이 평소처럼 숨을 팍팍 쉬면서 뭔 놈의 은형술인가?
"귀하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대단한 자신감 이더군.
" 누군가 훔쳐보고 있다는 것도 열 받을 판에, 보란 뜻이 기척까지 내다니.
이건 누가 봐도 그들을 무시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 흑의인은 누굴 깔보거나, 아니면 자신을 과시하고픈 마음은 꿈에도 없었다 그는 단지 나무
위에서 흥분했을 뿐이었다.
처음에야 조심했지만 태양 광무존의 이름이 나오자 그만 자제력을 잃고 염탐꾼에서 사건의 증심축으로
발을 디딘 거다.
물론 그의 성격도 한몫했지만.
주지하다시피 흑의인은 광오하다.
당장에 강호의 최고 고수라는 적 미친 존이나 만승검존 가운데 한 사람과 한판 붙으라면 굳이 마다하지
않을 그다.
그만한 자신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거기다 불같은 성격‥‥ 어쩌면 은잠술로 몸을 가리고 귀식대법으로 기척을 숨기는 식의 염탐은 흑의인
의 성격상 도저히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을 거다.
알면 지들이 어철 건데? 라고 생각했을지도 .비틀린 웃음으로 상한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광목과 달
리 체구가가는 사내, 밀지는 흑의인의 특징을 꼼꼼히 따져 보았다.
'비록 멍청한 은형이었지만 기세로 보나 침착한 태도로 보나 위험한 인물임에 틀 꼐愎?
대체 누굴까? 부리부리한 호목에 장대한 체구, 태산이라도 단번에 갈라 버릴 것같은 거검(巨劍).
거기다 일촉즉발의 활화산 같은 분위기라‥‥‥ 검정오존? 그쪽은 무리다.
기세나 힘의 무게로 볼 때 검정 오존 급의 인물들이라면 절대로 저린 압박감을 주지 못한다.
구파의 숨은 고수? 역시 아니다.
구파의 인물들이라면 훤히 꿰고 있는 그다.
다른 건 몰라도 저렇게 무식한 검을 추 무기로 사용할 무학은 구파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절대
오존 급의 고수라는… 갑자기 밀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한‥‥ 혈흑의존??
"뭐??기세등등하게 흑의인을 노려보던 광목이 헛바람 소리를 냈다.
밀지가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그 역시 흑의인을 만만하게 보지는 않았다.
사람의 기도라는 건 숨긴다고 감춰지는 부분이 아니다.
그런 견지에서 눈앞의 염탐꾼은 그저 그런 하오문의 밀정 따위가 아님은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혈흑의존이라니? 삼십 년 전에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내 전설적인 무위를 펼쳐 냈던 최강의 검
사(劍士).
한 번의 출도로 절대오존이라는 무림의 최고봉에 당당히 올라선 전설의 무인이 바로 한혈흑의존이 아닌
가? 그런데….'정말 비슷하잖아? 만인을 압도할 만큼 커다란 체구 일견(-見)으로 상대를 질식시킨다는
광화(狂火)의 눈동자.
태양빛마저 가둘 것 같은 흑의.
그리고 거대한 검.
"정말이오?“ 그야말로 순수한 호기심.
광목은 방금 전까지의 노기를 거두고 흑의인과 마주 싫다.
무섭거나 떨리지는 않았다.
그저 재미있을 뿐.
"정말이냐고 묻잖소? 귀하가 정말로 전설의 한혈흑의존이 맞는 거요?
" 내참‥‥‥ 이십 년 전 강호행에서도 들었던 말이다.
어떻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을 수 있을까.
"난 한혈흑의존 본인이 아닐세.
" 묘한 말이다.
아니면 그냥 아닌 거지, 본인이 아닌 건 또 뭔가? 그러나 두 사내는 말장난을 잡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이미 흑의인을 그들이 가정한 그 누군가로 확정해 놓았기에 다른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
"나 말인가?'
"그럼 여기 귀하 말고 또 누가 있소!
"버럭 소리를 지르는 통에 침이 다 튀어나왔지만 소매로 입을 즉 문지른 광목이 가슴을 탕탕 쳤다.
"기가 막힐 일이로군! 어떻게 무림의 최고수라는 자가 자신의 신분을 감춘다는 건가!
" 그렇게 흥분할 필요까지 있는 건가? 비록 자신이 한혈흑의존 본인과 외향적으로 무척이나 닮았고, 복
색과 소지한 병장기까지 같기에 이런 오해를 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이렇게 광분할 것까지 있을까?
"어떻게 절대오존이라는 존재들은 다 이 모양이야?'
"뭐?' 어이없어서 팔을 늘어뜨리고 있던 흑의인이 눈썹을 찡긋 세웠다.
본인은 아니지만 그렇게 싸잡아서 욕하면 기분 나쁘다.
그러나 그는 미처 말을 잇지 못했다.
광목의 외침은 흑의인의 마음에 또 하나의 의문을 던졌으니까.
"강호의 최고수라던 적 미천곤은 정파의 태두라는 무림맹주, 만승검존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지 않
나.
태양광무존, 다시 말해 우리 사형이란 양반은 비 올 날만 기다리는 달팽이처럼 이런 곳에서 숨어 지내
질 않나.
그리고 한혈흑의존이란 사람은 자신의 존재조차도 드러내지 못하는 바보겁쟁이였고!
"
"겁쟁이라니… 가만, 지금 뭐라고 했나?'현 강호 최강의 무인, 피처럼 붉은 머리와 사지주정이라는 몸
놀림으로 무림을 호령했다던 적미친존, 그가 단지 만승검존의 창작물?
"그게 사실이란 말인가? 적미친존이 그저 하구였다는 말이‥‥‥‥바보 같은 질문이다.
확실한 근거 없이 이런 말을 뱉지는 못할 데니까.
갑자기 하늘을 바라보며 흑의인이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믿기지 많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
"우린 당신을 믿을 수 없소.
"여전히 장탄식을 하던 흑의인이 광목을 힐끔 보고 밀지에게로 눈을 돌렀다.
"내가 한혈흑의존이라는 게 그리 중요한 상황은 아닌 듯한데?'이들의 태도로 보아 한혈흑의존이 아니
라 만승검존이라고 해도 얌전히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그러니 신분의 중요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왜 그리 집착하는 건가? 그나마 침착해 보이는 밀지였기에 그쪽으로 말을 돌린 것인데 또다시 광목이
끼어들었다.
"그 말, 인정하는 걸로 알겠소.
"
"아니라니까
"버럭 소리를 지른 흑의인이 몸을 돌려 광목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생각해 보니 매우 기분 나쁘다.
기껏해야 조카뻘도 안 되는 녀석들인데.
"한혈흑의존이면 어절 거고, 아니라면 또 어쩔 건가?'마침내 흑의인의 성격이 폭발했다.
이곳 청빈로에 와서 당한 수모와 설움이 응축되어 탈출구를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이제야 활로를 발견
한 것이다.
"훗!
"짧게 코웃음 친 광목이 한 발 나섰다.
정확히 흑의인의 보폭만큼
"생각해 보니 어느 쪽이든 이 자리에서 죽어줘야 할 운명이로군.
자, 준비하시오, 한혈흑의존!
" 끝?
沮贅─┳諛炷岵?불만을 담은 흑의인의 눈빛에 광목이 손가락 마디를 특툭 꺾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게 자꾸 부인하는데· .
손을 겨뤄보면 알 수 있겠지.
한혈흑의존이라면 어쩔 도리 없이 뇌락일검(雷落-劍)을 펼쳐 내겠지.
"이크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일 뿐이다! 한혈흑의존의 독문절기가 뇌락검 임에는 틀림없지만 한혈흑의
존 본인이 아니더라도 뇌락일검을 사용할 수다! 칼자루를 쥔 손이 멈칫했지만 곧 흑의인은 검을 빼 들
어야 했다 광목이 불러온 기세는 맨손으로 감당하기엔 역부족 이었으니까.
한쪽에서 그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던 밀지가 고개를 푹 숙이고 혀를 찼다.
'저 양반, 또 웬 심술이람? 누군가 자신의 말을 엿들었다면 물론 기분 나쁘다.
거기다 강호의 뒤안길에 얽힌 이야기를 도청 당했다면 더 더욱 열 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오늘 대사형과의 대화는 달랐다.
누가 소문 좀 내 주었으면 싶었던 이야기들이었다.
어차피 십장생이란 이름이 강호에 알려지는 건 그야말로 초읽기고, 그들 역시 수면으로 부상해야 할 때
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바였다.
조용한 혁명을 기대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구파는 치밀했으며, 유연했고 아직까지 마지막 승부를 던지지 않았다.
처음과는 달리 몰리는 편은 그들이었다.
십장생으로 대변되는 자신들의 승부수는 하나같이 실패로 돌아갔다.
말 그대로 승부수라는 게 도박의 성격을 띠고, 그런 이유로 성패(成敗)를 반반으로 보았다고 해도 이건
참담한 결과였다.
정공(正攻)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던 거고, 오늘의 얘기는 그야말로 호재라 아니 할 수 없었다.
무림오존 가운데 하나라는 태양광무존과의 관계가 밝혀지면 그들의 행보에 의문을 달 사람들이 생길 테
니까.
굳이 쫗아 와서 시비를 건 이유도 도청자에게 그들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한 일종의 작업이었
다.
머리에 콱 박아서 절대로 잊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래야 이리저리 소문을 내고 다밀 것 아닌가.헌데 얘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게나 속이 상했었소? 화풀이다.
육시정은 단지 기분이 나쁠 뿐이고 그걸 해소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 있는 거다.
아마도…· '대사형의 외면.' 감격적인 재회였을까? 겉으로는 그랬었는지 모르지만 대사형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더 이상 대사형은 그들의 태양광무존이 아니었다.
대사형은 태양광무존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도 물러섰다.
아직은 미움보다 그리움이 앞섰고, 실망보다 경외가 위였다.
언제 저울추가 움직일지 모르지만.
”
오, 드디어 거검의 등장인가? 오늘 내 눈이 천하의 호사를 누리 했구나! 한혈흑의존이 손수 펼치는 전
설의 중검초식, 뇌락일검을 견식하는 영광이라니 !
"흑의인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보아하니 이대로 끝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전력을 다해 붙자니 자연히 뇌락검을 사용해야 할 것 같고 .
그렇다고 초면인 이들을 이런 어설픈 이유 죽이고픈 마음도 없고.
하지만 어영부영 말로 때우기는 자존심상 죽어도 못하겠고.
"할 수 없는 일이지.
준비하게,
"어차피 강호다.
싸움을 청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일괄하겠다는 뜻이다.
뇌락검? 보여달라면 보여줄 용의도 있다.
단‥?보고 나서 후회 따위의 단어를 읆어도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다는 거지.'흑의인의 입술이 묘하게
비틀려 올라감에 따라 농처럼 말을 던지던 광목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명불허전(明不虛傳)이구나.'절대오존, 절대오존, 떠들어대는 무림인들을 보며 코웃음 쳤었다.
임자를 만나지 못해서 괜히 허명을 얻은 이들인데 뭐 그리 칭송하는 건지.
대사형의 시무시종, 그건 어디까지나 형(刑)의 미완 힝태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반쪽짜리의 무학만으로 구파를 평정했다.
비천무서가 있지 않았냐고? 어림없다.
비천무서는 구파의 무학을 파훼하는 단초를 제공할 뿐, 그에 따라 움직이는 건 사람이니까.
그 가능케 하는 움직임이 바로형이다.
완전하지 않은 형으로도 강호의 최정상급 무인이라는 절대오존의 반열에 올랐다면 형의 완성형은 어느
위치에 서야 할까? 그래서…· 절대오존을 무시했었다.
쿠쿠쿠-그런데‥‥ 눈앞의 무인은 아니다.
흑의를 마구 펄럭이며 쓴웃음으로 검을 세운 이 사람의 무위는 그가 생각했던 정도를 훨씬 상회하고 있
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붙어볼 만하지!
"절로 흥이 난 광목이 오른 주먹으로 왼쪽 손바닥을 팡팡 때리며 대소했다.
"통성명은 생략하기로 합시다, 혈흑의존.
"변명하는 것도 지겹고 해서 흑의인이 칼을 중극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 ·
"아, 진짜 뭐 하는 거요? 아니라고 우기면 아닌가 보지.
어서 갑시다.
"멀거니 그들을 바라보던 밀지가 투덜거렸다.
기분이야 이해하겠지만 정말로 붙는다면 별로 좋은 그림이 나을 상황은 아니었다.
한혈흑의존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흑의인이 풍기는 기도로 볼 때 쉽게 끝날 싸움이 아
니다.
누군가 하나는 크게 다칠판이다.
"칠사제(七師弟), 평소대로 넌 그냥 손가락이나 빨면서 구경해라.
"
"관두라니까! 별로 대단한 말도 아니었잖소! 쓸데없는 일 즘 만들지 말자고요! 가뜩이나 상황도 안 좋
구먼, 뭐 하자는 거예요!
"신경질적인 밀지의 대답에 광목이 입을 툭 내밀었다.
이제 한참 재미있으려는 판인데.
그렇지만 일리 있는 잔소리라 뭐라고는 못하고 쭝얼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또 알겠어? 절대오존쯤 되는 분이니까 비천혈선지 나부랭인지 하는종이 쪼가리도 아실지‥‥‥
"제발 즘 말이 되는 소라를‥‥하도 어이없는 변명이라 혀를 차던 밀지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권태로웠던 흑의인이었는데 광목의 되지도 않는 대답에 눈빛이 달라졌다.
'어?
"자금 · .
비천혈서라고 했나,
"차분히 가라앉은 음성.
여태까지 보였던 물리적 성질의 압박감과 차원이 다른 그 무엇이 단지 한마디 말로 실체화했다.
', 그럼 비천혈서에 대해 원가 알고 있다는 뜻이로군?'
"대답하라.
"괜히 가슴을 내밀면서 뻗대던 광목도 흑의인의 기세가 일변했음을 알았다.
그저 힘으로 밀어붙이던 기도가 아닌 관록의 기운.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광목도 물러설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비천혈서에 대한 단초라면 그 역시도 포기할 부분이 아니다.
비천혈서, 그것만 입수한다면! ?되돌려 묻겠소.
비천혈서에 대해 아는 바를 말해 주었으면 하오.
"
"혈서가 비천무서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쌍둥이의 관계까지였는지는 몰랐
군 그래‥‥ 비천혈서에 관한…·
"누가 가지고 있소! 어서 말하시오!
"분기탱천한 광목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방관적이었던 밀지의 눈에 은은한 열기가 배어 나왔다.
그런데 이들의 말을 종합하던 흑의인이 문득 고개를 갸우뚱 옆으로 돌렀다.
두 사내의 반응, 무언가 이상하지 많은가.
"그렇군, 그랬던 거였어.
"
"잔말 말고 ….??비천혈서에 관해 뭘 알고 있나?'쿵! 주춤 반 보 물러서는 광목에게 흑의인이 재차 따
졌다.
다소 나른한 어투였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이 간단치 않은지라 직접 질문을 받지 않은 밀지까지도 입술을
혀로 축여야 만 했다.
"그렇게 불을 켜는 책인데 설마 내용도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겠지? 그래, 말해 보게.
비천혈서에 대해 뭘 알고 있나??눈에 훤히 보일 만큼 당황한 기색으로 서로를 돌아보는 밀지와 광목의
얼굴엔 핏기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담당함도, 호탕한 기세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다그치고는 있지만 흑의인도 경악을 감추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당장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그리 놀랄 사람이 아닌데.'비천혈서를 찾는다면서 그 정체도 모른다? 그렇
다면 역시 이들은 단자 …?그의 부친이 직접 지시했고 두 자식이 강호행을 나서게 된 이유.
비천혈서에 대한 존재 유무 파악과 그리고 어둠의 율법자‥‥ 흑의인이라고 비천혈서에 관한 정확한 정
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공표만으로 전 무림이 발칵 뒤엎어질 거라는 정도? 그래서 부친께 더 묻지 않았었다.
넘겨짚은 한마디에 보인 부친의 반응으로 어느 정도 내용을 짐작했으며, 추측이 맞다 고 한다면 확실한
물증이 필요할 테니까.
허나 이들의 반응은 원가? 아예 추측조차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안타까운 일이로군.
"
"뭐요!
"몰린 사람이 더 용감한 법이다.
광목은 당황함을 감추려는 듯 더욱 기세를 올렸다.
"좋게 얘기할 상황이 아니로군.
귀하는 어서 준비하시오!
"
"힘으로 눌러 보겠다? 나를?? 아까까지의 흑의인이 아니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으며 살짝 머금었던 장난기 역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두 사형제의 귓가엔 그의 조소 짙은 일갈이 들려왔다.
바람이 없는데도 길가의 수풀들이 옆으로 누웠다.
싱그러운 아침 했살마저도 흑의인이 불러온 기세에 구름 솥으로 몸을 숨겼다.
이제 그가 한혈흑의존이든, 누구든 중요하지 않았다.
흑의인은 그 존재만으로도 만인을 압도하고, 대지를 아우르며, 하늘의 숨통까지 틀어쥐고 있었다.
파앗! 흑의인의 손에 들린 거검이 파르라니 빛을 발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검 자체가 조금 늘어났다.
'검강?!' 전설의 여의봉이 아니니 검 자체의 길이에 변화가 생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흑의인의 검극은 분명 반 치 정도 늘어났다.
비록 반 치라고는 해도 시각의 착각이 아니라면 이것은 검강임에 틀림없다.
강호상에 떠도는 수많은 검학 가운데 최상승의 경지라는 검강이 이름 모를 야산에서 이름 모를 사내의
검에 맺힌 것이다.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던 시비.
이런 결과를 야기할 줄 누가 알았을까.
" 우린 귀하가 알고 있는 바를 들어야겠소.
"눈살을 찌푸리며 밀지가 한 발 나졌다.
전설상의 검강.
누구나 경외하고 두려워 마지않겠지만 그들에게는 더욱 두렵고 더욱 경외할 대상이 있다.
차라리 검장이라면 견식(見識)해 보고픈 바다.
"너는 손가락이나 빨라고 하지 않았더냐! 애당초 이 싸움은 내가 벌인거다!
" 곰이 울면 이런 소리를 날까? 가승을 탕탕 치며 광목이 나졌다 솔직히 처음 보는 검강에 약간 움츠러
들었던 창피함도 있고, 대신 나서려는 사제의 행등이 섭섭하기도 하였다.
"사형, 지금 그런 걸 따질 계제가‥‥‥?
"네가 나를 사형이라고 인정한다면 썩 비켜라! 설마 나를 믿지 못한다는 거냐!
"믿고 못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광목은 요지부동, 밀지에게 말없는 압력을 보냈다.
하…물러설 도리밖에 없다.
폭발한 광목을 막을 사람이라면 수백 사형밖에 없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이 순간은 수백 사형이라도 그를 제어하지 못할지도.생각 같아서는 연수합격을 해서라도
확실히 하고 싶었지만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라 밀지가 잠자코 자리를 피했다.
"사제의 말대로 우린 귀하가 아는 전부를 들어야만 하오.
그렇다고 순순히 말을 해줄 것 같지는 않구려.
"
"나 역시 그대들에게 물을 것이 있네.
"
"잘되었구려.
"껄껄 웃고 고개를 끄덕인 광목이 가만히 주먹을 발아 쥐었다.
쿠쿠루 ‥‥장난스러움은 이제 없다.
장내를 지배하는 건 오로지 진짜 무인들의 살벌함과 기세.
"인사는 생략하겠소.
귀하의 말대로 누가 누군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니까,
"
"물론.
"고개를 한 번 까딱 숙인 광목이 말아 쥔 두 손을 힘차게 흩뿌렸다.'이런!'기습은 분명 아니었건만 날
아드는 권력(峯力)의 속도가 실로 무서 우리 만치 빨라서 흑의인으로는 미처 피할 사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얻어맞을 수도 없는 노릇.
중극을 향했던 그의 검이 비단처럼 옆으로 누웠다.
스르륵- 어떤 두 개의 기운이 흑의인의 검신을 타고 흘러 바닥을 내려쳤다.
꽝! 기운은 둘, 소리는 하나로 미루어 광목의 권력은 동일 시간에 동일한 힘으로 흑의인을 공격했던 것
이다.
"대단하군.
"바닥을 무려 한 치 이상 파고든 권력의 웅덩이를 돌아보며 흑의인이 짧게 웃었다.
"이런 이화접목이라니! 역시….?끝?
沮?물고 늘어지는 광목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지만 잠자코 칼을 고쳐 든 흑의인이 살짝 눈을
감고 검을 가슴에 가져갔다.
눈을 감는 행위는 비무 첼?절대 금기다.
상대의 기세에 짓눌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태양을 마주해야 하는 대결에서도, 그리고 비바람이
치는 상황에서도 결코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는 눈을 감았다.
과도한 자신감안 그 가정은 바닥에 패인 자국으로 힘을 과시한 광목의 권력을 봤을 때 무리일 테고 .아
니면 어떤 의식(儀式)인가? 휘르릉~ 진공 상태를 만들려는 심산일까.
어느 한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기와 미친 듯이 부풀어 오르는 흑의인의 장삼.
그리고… 번적! 그의 눈이 만개하며 차분히 가라앉아 있던 흑의인의 머리칼이 쪽 곤두섰다 그야말로 성
난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절대기개세(絶代氣蓋世)! 그런데 이 광경, 무척 낯익지 않은가? 이 모습 보면
경기 일으킬 사람이 하나 있다.
"오라!
" 찌럼찌렁한 외침! 이 세상천지에 무서울 것이 없다고 여겼던 광목이었건만 단순한 일갈에 그조차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좋아!'뭉클뭉클 피어오르는 기도를 외투처럼 두른 광목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대저 권력을 위주로 하는 권각가라면 붙어서 싸우려는 것이 상례일 텐데.'격공(繼攻)인가? 상대와 일정
거리를 둔 상태에서 병장기를 빼 들지 않았다면 거리를 격한 무공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다.
격산타우라든가 백보신권류의 무학이 이런 부류라 하겠다.
광목의 이 판단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자신의 절기를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것은 물론, 흑의인의 검강
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검에 베인다면 큰 상해를 입을 터이나 만약 비껴 맞을 시에는 최소한의 반격 기회가 주어진
다.
아무리 빠른 검초라고 해도 회선 시간이 발생할 것이고 그 들만 노린다면 승부는 오히려 선공을 당한
이에게 주어질 확률도 있다.
그러나 검강이라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검강에 의해 생긴 자상(刺傷), 이건 단순히 베인 정도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스친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줌은 물론, 항거 불능의 상태가될 소지까지 있다.
숨 막히는 대치.흑의인은 여전한 자세로 검을 틀어쥐고 있었고, 광목도 미처 선공을 하지 못했다.
조그마한 실수로도 승패가 갈라질 판이었기에.
꿀꺽! 밀지의 목울대가 크게 한 번 요동쳤다.
사형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흑의인의 무위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힘으로 다가왔다.
단합 승부다 이때‥‥파팍!
"뭐가 이리 시끄러!
" 한 사내가 투덜거리며 날아들었고,
"여기가 뉘 집 안방인 줄 알아? 하며 여인 하나가 뒤따랐다.
지면에 안착한 사내가 성난 얼굴로 주위를 활어보다 두 사내를 발견하고 뭐라고 하려다가 그중 한 사람
을 가리키며 탄식을 터뜨렸다.
"뭐예요, 여기서?'
"어, 자네? 자네는 또 여기서 뭐 하는 건가?' 파스스‥‥‥‥언제 끌어 올렸냐는 듯 슬그머니 사라진
검강, 그리고 반가움과 놀람의 대답.
흑의인과 사내는 서로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아니, 건방진 백수건달 때려잡는다더니 그 사람이 이 덩치였던 거요?'
"그게 아니라‥‥‥
"어라? 저 중년!
" 느닷없이 터져 나온 여인의 교갈.
이번 외침은 범상치 않은 색채가 담겨 있었다.
"음? '
"헉 !
"어리둥절한 사내와 달리 고개를 돌리던 흑의인이 대경실색하여 헛바람을 토했다.
"뭐야, 정 소저1 저 아저씨랑 아는 사이야?'
"저 때려죽일 변태 중년이 아직도 청빈로를 뜨지 않았네? 아주 잘 걸렀다!
"
"변태‥‥ 중년?'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모른다면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배운 바가 적다고는 해도 사내의 독해력이 그 정도로 처절한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어별 봐서 변태라는 건가?
"대체 뭔 소리요? 변태라니?''미치겠네, 정말!'쓸데없는 호기심 한 번의 대가로 너무 가혹하다.
이게 무슨 개망신이란 말인가.
"설명하자면 길‥‥‥‥
" 길기는 뭐가 길어? 그냥 변태 짓 하려다가 호랑이 같은 이 아가씨에게 걸려서 미수에 그치고 꼬랑이
를 만 거지! 개뿔이 길어??
"진‥‥ 짜요??
"내 어디를 봐서 그런 말을 믿는 건가! 자네도 나를 잘 말 거 아닌가!
"잘 알긴.
그저 딱 두 번 만난 게 다인데.
그나마 제대로 얘기한 시간이라곤 기껏해야 두 시진 남짓이구먼.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사내의 태도.
거기다 막 손을 섞으려던 곰 같은 남자의 표정까지.
세상에 이런 경우도 다 있을까? 콱 혀를 물고 죽어버리려다 흑의인이 크게 한숨을 쉬고 허리에 손을
가져다 붙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내가 젊은 처자를 따라간 건 맞는 말이지만 결코 변·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네!
" 차마 변태라는 말을 스스로 하지 못하겠기에 그 부분에서 말을 흐린 그가 괄괄함을 온몸으로 보여주
는 여인, 정혜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건 단지 호기심 때문이었다네.
"
"성인 남자가 가지는 보통의 호기심 얘기라면 관두지 그래? 여성 신체에 관한 호기심이라면 당신 마누
라에게 풀어야 하잖아!
"
"그런 게 아니라고 했잖은가!
" 워낙 진지해서일까? 빈정거리던 정혜란이 일단 입을 닫았다.
오늘의 흑의인은 뭔가 달랐으니까.
흑의인은 흑의인대로 절박했다.
싸우자고 달려들던 녀석들이야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지만 강호출도의 기쁨을 선사한 저 청년에게까
지 이런 되지도 않는 의심을 받을 순 없는 노릇이다.
"어물전에서 소저가 말했던 것 기억나나?'
"어물전?' 어물전이라면…
"거의 매일 가는 어물전인데 뭔 말을 했는지 어떻게 기억해요?' 어쩐지 수그러든 대답 뭔지 몰라도 근
거를 제시하니 설득력이 있다, 그래 봐야 아주 약간이지만.
"소저가 나를 치한으로 몰았던 날 말일세.
그날 어물전 주인하고 물고기 값 흥정하면서 했던 말, 설마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당연히 기억 못한다.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정혜란의 표정에서 대답을 읽은 흑의인이 칼을 땅에 푹 꽂고 검자루에 손을 올려
놓았다.
"그때 소저가 세 가지 거짓말에 관해 말하지 않았던가? 첫째로는 노인네가 축고 싶다는 것이요, 둘째로
는 과년한 처자가 시집가?
?싫다고 하는 말 이뇨 ‥‥‥‥
"아, 그거 !
"이제야 생각난다.
그런데 그게 뭘?
"어쨌다는 거죠?
"어쨌다니? 흑의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모두를 돌아보았다.
"생각해 보게.
이렇게나 재미있는 얘기를 늘어놓고 마지막 한 가지를 말해 주지 않았다면 누구라도 궁금해서 미칠 것
아니겠나, 안 그래?'마지막의 시선은 멀거니 서 있던 장추삼에게로 고정되었다.
'그게·.
이유였다는 거요?'
"물론이네! 자네도 궁금하지 않은가?'
"저기요‥‥‥‥손짓을 하려던 장추삼이 정혜란을 돌아보았지만 황당함은 그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던 듯
직접 얘기를 꺼냈던 그녀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정말로 그 얘기를 몰랐단 말이에요?
"음‥‥ 오십 평생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재미난 얘기는 손으로 꼽을 만하네.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그야말로 고난이도가 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말장난이 아닌가!
"'농담 하나 때문…, ' 진실 된 눈빛과 열의에 찬 어조로 미루어 거짓은 아니다.
그렇다면 흑의인은 정말 저 농담을 몰렸다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궁금해서 정혜란의 뒤를 밟았다는 말
인가?
"대단한 분이네요, 정말.
"사실 바보 아냐, 하고 싶었지만 장유유서에 입각한 도리에 따라 정혜란이 맥없이 대답했다.
"아암, 사내라면 아무리 작은 호기심이라도 즉시로 풀 줄 알아야지 그런 과단성도 없다면 어찌 대장부
라 자허할 수 있겠는가.
핫핫핫!
"오해의 해소가 기꺼워서일까.
그의 웃음은 그 어느 때보다 통쾌했다.
멋대로 만들어진 대장부의 기준에 혀를 내둘렀지만 어떻게든 한 가지는 정리되었기에 장추삼이 마냥 대
소를 터뜨리는 흑의인을 무시하고 소외되어 있던 두 사내에게 고개를 돌렸다.
십장생의 둘이다.
아까 열심히 훔쳐봐서 잘 안다.
그러나 내색 하지 않았다.
왜? 괜히 남의 싸움에 끼어들 만큼 오지랖이 넓지도 않고,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까.
어쩐 이유로 흑의인과 이들이 충돌하게 됐는지 모르지만.'알게 뭐냐!'싸우는 건 좋으니까 장소만 옮겨
졌으면 좋겠다.
둘이 서로 잡아먹든, 지지고 볶든, 아무튼 간에 상관없으니까 소음 공해나 제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십장생이라곤 해도 그의 목표는 이들 아래쪽이 아니었으니까.
모든 일을 입안하고, 추진한 주체들, 한마디로 위 서열의 인물들이 장추삼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설득하려 한 발 나서는데 그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던 광목이 콧김을 내뿜었다.
"그쪽 일이 끝났으면 우리와의 일을 매듭지읍시다, 한혈흑의존.“
삼류무사 248
해답(解答)
"한혈‥‥‥‥
"한혈흑의존?' 장추삼의 눈이 커졌다.
인간의 동공이 얼마만큼 확장될 수 있는가 시험하려는 사람처럼.
그러나 정혜란에 비하면 그의 눈 크기는 조족지혈도 되지 못했다.
가뜩이나 큰 눈인데 치켜뜨기까지 하자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동자로 뒤덮인 듯했다.
'아는 사이로 보였는데, 정체를 숨겼나? 광목이 턱을 슥슥 쓰다듬는 순간!
"크하하하하! 한혈흑의존 이라고? 캬하하하하! 내 일생일대에 이런 우스개는 처음이다!
" 장추삼이 뒤집어졌다.
뒤집어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땅바닥을 기며 버둥거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반응은 정혜란의 그것에 비해 손색이 있었다.
"푸, 푸후후웁!
" 손가락을 들어 흑의인을 가리키던 그녀가 풀씩 무릎을 꿇고 배를 부여잡으며 알 수 없는 신음성을 질
러대자 그때까지 괜찮은 기분을 유지하던 흑의인의 얼굴색이 서서히 변했다.
똥색으로.
"크하하하하!
" “끄으윽!
" 두 남녀의 기기묘묘한 소리가 장내를 감싸자 광목과 밀지는 바보가 되었다, 흑의인은 말할 나위도 없
고.
"우헤헤헤ㆍㆍㆍ 헥헥!
"
"헉헉!
" 너무 웃으면 숨이 막힌다.
간질이는 것도 훌륭한 고문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두 남녀가 배를 부여잡고 가?
抵볜?일어섰다.
그러나 눈가에 어려 있는 웃음과 눈물만은 어철 도리가 없었다.
"아아, 간만에 재미있는 농이었어.
헉헉, 이 정도면 거의 예술로 승화된 농담이야 ‥‥‥‥
"그러게요.
요즘 심심했는데 오랜만에 마음 놓고 웃어 보네요, 큭큭!“
"그렇게 웃는 법이 아니지.
" 한혈흑의존이 아닌 건 분명 사실이지만 묘하게 열이 받은 흑의인이 목소리를 깔고 한마디 했다.
단지 목소리에 무게만 보탠 것이 아니라 약간의 공력을 돋우었기에 그 압박감은 놀라웠다.
웬만한 철석간담의 장한이라도 오그라들어 절로 고개를 숙일 분위기, 물론 웬만한.
허나, 이들 두 남녀가 누군가?
"한혈흑의존 이오?“
"아닐세.
"
"그럼 됐네.
잘못된 것도 없잖아?“ 잘못된 거? 없다, 전혀 없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화낼 길이 없다!
이런 걸 두고 사면초가의 전형적 형태라고 하나? '이런 경우가ㆍㆍㆍ!' 두 남녀가 서로 마주 보며 키득
거리는 걸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흑의인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을지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터, 이
렇게 나오자 괜히 머쓱해진 광목이 밀지를 돌아보았지만 평소에 혼자 똑똑한 척은 다 하던 사제 역시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황당함을 표시했다.
"큼큼! 아, 아무들 이 사람과 관계가 없다면 당장 빠져 주시오.
우린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소.
"
"안 그래도 갈 거요.
가?
穗?갈 건데 딴 데 가서 싸우시오.
" “음?”
"딴 데 가서 하라니까! 시끄럽단 말이오!
" 뭐 이런 놈이 다 있는가! 보아하니 특별한 재간도 없는 듯한데 뭘 믿고 이러는 건가.
어이없었지만 상관없는 사람에게까지 시비 걸 상황은 아니다.
"자, 장소를 옮기도록 하겠소 ㆍㆍㆍ
"
"뭐 힘든 말이라고 버벅이는 거야? 힘도 좋아 보이는 사람이.
" 말이란 위대하다.
단지 한마디 던졌을 뿐인데 어찌 이리도 사람의 기분을 교묘하게 긁어대는 건가.
으드득.
이를 갈아붙이는 광목의 손을 잡으며 애써 웃었지만 밀지 역시 이 성질머리 더러운 청년에게 한 방 먹
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하하하ㆍㆍㆍ 알겠소.
자리를 옮기도록 할 테니 이만들 가보시오,“
"그런 말 할 시간에 어서 가시오.
" 감탄스럽다, 마지막까지 쪼아대는 입술의 위력이.
이 자리에 그래도 있다간 복장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아 광목이 흑의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괜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싫은 건 흑의인도 마찬가지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지켜본 장추삼이 정혜란에게 그만 가자며 몸을 돌렸다.
"그런데 말일세·····“ ····?”
궁금한 건 못 참는 흑의인 이다.
들을 것은 들어야겠다.
"마지막의 거짓말이 뭔가?“
"예?”
정말 징한 아저씨다.
그렇지만 대답해 주지 않는다면 밤새 고민할지도 모를 인물이다.
빙글.
몸을 돌린 정혜란과 장추삼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장사꾼이 이문 없이 물건 넘긴다는 거요!
"
"아하, 그거였군! 그것 또한 걸작인걸! 하하하핫!
" 이제 됐겠지, 하고 돌아서는 그들의 뒷덜미를 또 잡아채는 음성이 있었다.
물론 주인은 전과 동일이었다.
"그런데 또 말 일세‥‥‥‥
"아, 뭐요!
"
"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딴사람한테 물어봐요.
그런 건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농담이니까.
" 짜증을 팍팍 실은 음성으로 귀찮음을 표시했건만 흑의인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닐세.
이건 자네들이 아니라면 그 누구라도 대답해 주지 못하는 질문인걸.
"
"아저씨!
" 엉덩이 부근에 손을 착 하니 얹고 날렵하게 돌아선 정혜란이-펑퍼짐한 치마가 넓게 퍼지자 흑의인은
마치 나팔꽃을 보는 듯했다~또박또박 끊어서 말을 뱉었다.
장추삼이야 그저 귀찮을 뿐이겠지만 그녀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저는 말이죠, 어서 가서 아침을 지어야 해요.
농담은 이쯤에서 그만하지 그래요
"나는 그 밥을 맛나게 먹어야 하고.
" 음음 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장추삼에게 흑의인이 바로 물었다.
워낙 기회를 잘 포착했는지라 두 남녀로서는 대답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두 사람 어떤 사인가?
"
"예?“
"어떤 사이냐고.
또래의 젊은 남녀가 한 지붕 아래서 한솥밥을 먹고 지내는 사이라면 부부나 오누이의 경우밖에 없지 않
겠는가? 하지만 저 처자는 아줌마로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두 사람이 닮은 것도 아니니 도통 이해하기
어렵구먼 그려.
" 단순한 질문 같았지만 흑의인의 눈은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괄량이 처자가 죽일 놈의 날건달 집에서 기거하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기거가 아니라 집안일을 돌보는 것을 목격했으니까.
"아‥‥ 그거요‥‥‥‥“ 맥 빠진 장추삼을 대신해서 정혜란이 냉큼 대답했다.
"의남매예요.
"
"오, 의남매! 그래 ,그랬던 거였군.
그럼 자네도 저 집에서 기거하나?“' 흑의인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던 장추삼이 아까보다 훨씬 더 맥 빠진 목소리로 응얼거렸다.
"당연하잖아요, 내 집인데.
정말 별 쓸데없는 것만 골라서 묻네, 진짜
"
"그럼‥‥‥“ 이제 흑의인의 얼굴에 노골적인 어떤 빛깔이 덧씌워졌다.
이른바 기대라는 감정이.
"그럼 자네, 혹시 장추삼 이라고 아나?' 순간 번뜩이는 네 개의 눈동자.
그러나 흑의인도, 두 남녀도 미처 보지 못했다
"살다 보니 별말을 다 듣네.
"
"큭큭큭!
" 툴툴거리는 그의 옆에서 정혜란이 또다시 배꼽을 잡으며 주저앉았다.
그러나 둘의 반응은 아랑곳없이 재차 흑의인이 물었다.
이건 절실한 문제다!
"아냐고 묻잖나?!
"
"당연히 알죠!
"
"어떻게 아는데?
"
"나니까!
" 하고 홱 몸을 돌리는데 등 뒤에서 따끔따끔한 무엇이 마구 꽂히는지라 장추삼이 문득 고개를 바로 했
다.
그곳엔 흑의인의 불타는 듯한 시선이 있었다.
'뭐, 뭐야‥‥‥ !' 순간 오싹해져서 장추삼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땅을 치고 웃던 정혜란도 이 괴이한 전개에 뭔가 섬뜩함을 느끼고 은근슬쩍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후퇴
하는 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뭐예요, 저 아저씨?“
"낸들 알아?“ 두 남녀가 열심히 중얼거리는 동안에도 흑의인은 하염없이 장추삼만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다시없는, 그런 그윽한 눈길로.
"설마 저 아저씨 별난 취미가 있는 거 아닐까요?“
"에이····· 설마.
근데 왜 저러는 거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도 적응 안 된다.
"나 장추삼 맞으니까 이만 가볼게요.
그럼 남은 분들끼리 뭘 하든 마음대로 하‥‥‥‥
"잠깐!
"
"잠깐!
" 흑의인과 동시에 광목도 뛰쳐나왔다.
'또 뭐야.' 짜증이 이젠 전신을 휘어 감다 못해 내장까지 훑고 지나간다.
"내가 무슨 똥갠 줄 알아? 원데 이리저리 불러 세우고 야단이야!
" 똥개처럼 으르렁거리며 장추삼이 이를 드러냈다.
"자네가 정녕 강호삼성의 일원인 괴성 장추삼이 맞는가?'
"괴성인지는 몰라도 그렇다니까 그러네.
에휴‥‥‥
"그렇군.
꼭 만나보고 싶었다.
"
"음?“ 흑의인의 추궁에 덥석 대답해 버렸는데 생각해 보니 이들이 있었다.
십장생의 일원들 앞에서 이름이 밝혀지다니.
귀찮게 생겼다.
"난 광목이라고 하네.
기학의 여섯 번째 사형 되는 사람이지.
" 밀지 역시 한 발 나섰다.
"밀지라고 한다.
기학의 일곱째 사형이지.
" 이런.
곱게 지나치?
?틀렸다.
이들의 분위기로 보아 절대로 그냥 넘어갈 계제가 아니었다.
"나중에 찾아갈 거라 말했을 텐데.
"
"묘 사매에게 들었네.
그렇지만 자네가 방문한다면 내게 기회를 줄 것 같지 않아서.
"
"엥?“ 참 유명해졌다.
몰랐는데 십장생 가운데 위의 서열에서 누군가가 그를 찍어두었다는 말 아닌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자‥‥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
"어쩌긴, 무인이 말로 승부를 볼 수는 없는 노릇.
한번 어우러져 보세나.
" 쿵! 난데없이 땅이 울리며 거대한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오늘은 그만두지 않겠는가.
내 생애에 이렇게 기쁜 날은 또 없다 네.“ 흑의인의 뚱 딴지 같은 말에 장추삼과 두 사내가 소리 난
방향으로 눈길을 던졌다.
아까 그가 검을 꽂아두었던 자리, 그곳은 커다란 균열로 땅거죽이 거북이 등짝처럼 적적 갈라진 상태였
다.
단지 검을 꽂는 것만으로 이러한 공력을 선보인 흑의인이 빙긋 웃으며 두 사내를 마주 대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이내 물거품이 되었다.
이 정도의 힘으로 물러설 그들이 아니니까.
"안심해도 좋소, 어차피 귀하도 절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니까.
"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픽, 웃은 흑의인이 검을 다시 들었다
"오늘은 이 친구를 보아 그냥 넘기려 했거늘, 도저히 참을 수 없구나.
"
"잠깐만.
" 정혜란이 슥 끼어들었다.
"아저씨는 참아주세요.
우리 오라버니에게 볼일이 있는 듯하니 남는 하나야 제 상대겠지요.
그리고‥‥‥‥“ 선머슴처럼 머리를 벅벅 긁은 그녀가 장난스럽게 혀를 쏘옥 내밀었다.
"어쨌든 미안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정말 치한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고요.
헤헤.
" 밉지 않은 아이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깨끗이 인정하면서도 결코 비굴하지 않은 사과로 자존심을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뭐라고 하겠는가? 웃어줄 도리밖에.
그런데 이 화기애애(和氣靄靄)와 동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바로 남는 하나·
"그게 본인을 지칭한 거요, 소저?“ 밀지의 얇은 입술이 비틀렸다.
그러나 그녀는 도무지 거침없었다.
"알면 준비해요.
" 장추삼의 집에서 기거한다는 환상의 여검사.
바로 이 여인을 두고 한 말이렷다.
검이라면 밀지 역시 관심이 많은 바다
"잘됐군, 아주 잘됐어.
" 뭐가 잘됐다는 걸까.
하지만 정혜란은 묻지 않았다.
그저 허리에 매달려 있던 검을 뽑아 가만히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전의를 대신했다.
'이, 이런‥‥‥‥졸지에 늙고 힘없는 아저씨로 전락했지만, 그래서 어처구니없었지만 흑의인은 왠지
모를 행복감에 안온한 미소를 지었다.
뭐랄까··· 든든함? 그의 아들도 든든하기로 라면 중원에서 무쌍(無雙)일 터였다.
하지만‥‥‥'녀석은 정이 없어, 정이.“ 본 지 얼마나 됐다고 편을 드는 건가.
흑의인이 이런저런 기분에 도취되어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할 때 장추삼과 광목은 서로를 견제하며 한
발자국씩 물러섰다.
"육천염이나 소림의 십팔나한진을 깨부쉈다고 해서 인정하는 건 아니다.
기학, 우리의 자랑이었던 사제의 마지막을 함께한 이로서의 자네를 보고 싶을 뿐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알겠나?' 시원시원한 목소리.
이런 사내가 사형이었다면 기학은 행복했을지도.
그의 말대로 자랑할 만한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사람은 아닌데‥‥‥‥ 관두자고 한다고 물러설 인물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맞아줄 수도 없지 않은가.
아니, 곧이곧대로 맞아줬다간 몸이 강철이라도 남아나지 많을 듯한 주먹 이었다 사람이라기보다 거의
곱에 가?
楮?체형의 남자.
넉넉한 웃음은 명치에서 비롯되는 걸까.
"배고프니까 빨리 끝냅시다.
" ‥‥‥‥!“ 역시 걸물이다.
이승을 하직하며 보인 기학의 미소 '녀석, 그래도 마지막을 배웅한 이가 이런 남자였기에 행복했겠구나,
생각해 보니 배고프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걸 인지한 순간 광목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게.
"
"기왕이면 같이 갑시다.
" 자존심의 바로가 아니다.
장추삼은 정말로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광목에게도 이어졌다.
이건 비무가 아니니까.
사나이 대 사나이의 진정이 담긴 생사결 이니까.
그래서 어떤 미사여구도, 푸근한 덕담도 필요치 않았다.
주먹 한 번 마주치는 것이 열 마디 말보다 진실한 순간, 바로 지금이 아닐까.
파박! 순식간에 이루어진 공수의 나눔.
장추삼이 이동한 거리가 광목의 그것보다 조금 더 많았으니 속도 면에서는 그가 우위를 점했으나 미처
팔을 범을 사이도 없이 광목의 권력에 물러섰으니 결과는 무승부였다.
'단지 빠른 것만은 아니로군.' '단지 힘만 센 것은 아니잖아? 한번의 겨룸으로 서로를 인정한 두 사내
였기에 섣부른 접근을 자제하며 상대방의 자세를, 정확히 말해 허점을 찾아보려 했다.
그렇게 빙빙 돌던 장추삼의 눈썹이 모아졌 ?
'지금 뭐 하는 거냐.
언제부터 이했다고.' 하며 다시 한 번 추뢰보로 빠르게 들어갔으나 그의 눈앞엔 권력이 만들어낸 장벽
이 가로놓여 있었다.
부우웅- 두 팔을 휘젓는 것만으로 만들어낸 가공할 권벽(拳壁).
절대로 허물어지지 않을 듯한 주먹의 방패.
“치아!”
장추삼의 두 괄이 힘차게 돌아가자 무형의 장벽에 열여덟 개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파바방! 양손으로 펼쳐 낸 유성우의 세기와 속도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지만 튕겨 나온 건 오히려 그였
다.
광목이 만들어낸 권력은 유성우를 무력화시킬 만큼의 독보적인 단단함으로 장추삼을 비웃고 있었다.
'힘이라 이거지? 바쁜 움직임은 아니었다.
광목의 손은 그저 적재적소의 방위를 지키고 있을 뿐.
그러나 벽을 뚫지 못함은 주먹이 불러온 공기의 파장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입증하는 것이라 또다시 튕
긴 장추삼이 입술을 잘끈 물었다.
이대로는 좋지 않다.
철벽처럼 버티고 서 있다고 언제까지나 움직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벽이 전진한다면 어떤 위력을 보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상대가 움직이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윈가를 준비하고 있을 때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라면 힘으로 깨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일 터였다.
다행히 장추삼 에게도 힘으로 펼치는 무학이 하나 있다.
그야말로 무학이라 부를 만한 초식이 파박! 난데없는 산무영.
늘 든든한 그의 분신이지만 어쩐지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커다란 성벽 앞에서 충을 추는 무희들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광목은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
발라서? 아니면 변화 때문에? '이건 마차 ‥‥‥‥ 공력을 운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펼쳐 낸 형(形)의
형태가 아닌가! 그의 시선이 잠깐 동안 한눈을 팔았다.
시선이라기보다 마음이겠지만, 마음이라기보다 상념이겠지만.
상념이라기보다 추억이겠지만.
그리고 장추삼의 두 주먹이 가슴으로 모아졌다.
'뭐지? 순간 주위로 퍼져 나가는 이상한 기운에 퍼뜩 정신을 차린 광목이 재빨리 상대를 좇았다.
'어라? 많은 분신은 단지 허상이었을까.
장추삼은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움직이다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문제는 그의 자세였다.
권각을 쓰는 무술가는 즘처럼 취하지 않는 자세.
왜 가슴에 손을 모았을까 광목의 의문은 나타남과 동시에 해결되었다.
그때 바로 장추삼이 움직였으니까.
가슴께에 머물던 그의 주먹이 활짝 펴지며 낭랑한 기합성이 야산 가득 메아리쳤다.
"타아!
" 파바바방!
"커헉!
" 급급히 뒤로 물러서는 광목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권각을 주로 쓴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장력을 구사한단 건가! 그러나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몰아치
는 장추삼의 공세에 광목은 그만 선기를 내줘야 했다.
긴 말이 필요 없이 어떤 싸움에서든 기선을 제압하는 쪽이 얼마나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지는 자명한
노릇이다.
거기다 고수들끼리의 결투라면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승패의 명암이 엇갈리는 판국에서 전투 전반을 결정지을, 초반 기세가 한쪽으로
옮겨왔다 함은 선기를 내준 쪽에서 볼 때 그야말로 치명적인 패착이라고 하겠다.
거기다· 파박! 빛살이라는 표현은 이런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까? 물러서는 광목이 어떤 방비를
하기도 전에 단 한 걸음으로 그와의 거리를 좁힌 장추삼의 양손은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펄떡거렸다.
'근접박투만 할 줄 아는 게 아니었나?' 흑의인이 불끈 두 주먹을 쥐었다.
얼마나 장추삼을 믿었는지 이미 거검은 칼집에 갈무리해 놓은 상태 그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관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남에서 처음으로 대했던 그의 전투는 철저한 근접박투, 그 자체였다.
그런고로 방금 전 선보였던 장법은-능신뢰라는 멋들어진 이름까지 알았다면 까무러쳤을지도 모른다.
보기보다 그는 감성적인 사람이니까-충격이었고, 그래서 더욱 기꺼웠다.
'암, 반쪽따리 무인은 언젠가 피를 보게 되지.' 반쪽짜리 무인 최상승의 무인, 그 조건이 뭘까? 딱히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공수(攻守) 조절에 능해야 하며 또한 근ㆍ원거리 모두를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을 지니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근거리 공격력을 지닌 이라도 원거리에서 쏴대는 장력 계열의 무학을 계속해서 허용한
다면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
또한 원거리 공격을 잘하는 이라도 단 한 순간 거리를 빼앗기게 되면 근거리 공수를 주고 받아 야 할
터이고, 그때를 모면하지 못하면 승부는 끝이 난다.
물론 절대적인 근거리 무학의 소유자나 원거리 무학의 소유자라면 이런 걱정은 필요없겠지만.
한 번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검 한 번 휘둘러서 도시를 반쪽으로 가를 무위를 지닌 이라면
굳이 다른 계열의 무학을 찾을 이유가 없다 딱 한 방으로 끝나는데 이차적인 움직임이 무슨 필요가 있
겠는가.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없다.
갈대 잎 하나에 몸을 유지해서 강을 건넜다는 달마대사의 전설적인 일위도강(一葦執渡江)을 구현할 이
도 없을뿐더러, 일검으로 낙양을 반쪽내버린 유검의 무상한 검법을 재현할 수 있는 검수는 이제 존재하
지 않을 테니까.
장추삼의 전투는 실로 뛰어났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구석이 있었다.
어떤 공세든 일단 몸으로 雲고 들어가야 하니 한차례의 실수가 승패를 가늠 짓게 하고 자칫하면 목숨까
지 위협받을 소지도 있는 게 현실이었다.
수많은 악전구투를 치르며 그때그때 던졌던 승부수와 등물적인 감각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태까지의 얘기다.
앞으로 어떤 고수를 만나게 될지, 얼마나 위력적인 무학을 상대해야할지‥‥‥능신뢰는 이런 관점에서
아직까지 불완전한 근접박투가인 장추삼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훌륭한 무기이자 동반자일 터였다.
'이럴 수가!' 한번 몰리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오른발을 한 번 뻗는 것만으로 광목의 턱밑까지 치
고 틀어온 장추삼이 그가 손을 들기도 전에-창졸간에 펼쳤다고는 하나 능신뢰의 위력은 권풍 으로 쳐놓
은 그물을 찢었다.
그나마 손목이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번개처럼 오른손을 내뻗었다.
통상의 지르기와는 전혀 궤를 달리하는 주먹질.
보통 주먹을 내지를 때 디딤 발은 뻗는 손과 반대 방향을 중심으로 한다.
그래야 허리의 힘을 실을 수 있으며 어깨가 유연하게 돌아가?
?때문이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신체 구조상 같은 쪽에 위치한 손과 발이 나란히 나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실로 매단 인형이라면 모를까.
그러나 장추삼외 주먹은 놀라울 만큼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이것은 그가 허리와 어깨를 전혀 사용하지 많았기에 가능했던 거다.
'헉 !' 목을 비틀어 겨우 주먹을 피했으나 이것을 예상이라도 한 사람처럼 주먹을 그대로 회수한 장추
삼의 오른쪽 발이 비스듬히 솟구쳐 올라왔다.
일수 회수에 이은 일각(-脚).
이 전개는 너무도 유연했기에 마치 연계 동작과도 같았다.
피한 쪽을 처음부터 노린 것처럼 매섭게 파고드는 발을 어쩌지 못하고 아직까지 저린 팔을 급하게 들어
일단 막았지만 그것까지도 장추삼이 파놓은 함정이었다는 걸 광목은 몰랐다.
팡! 손등으로 장추삼의 오른발을 받아낸 광목의 얼굴이 까맣게 변한 건 또다시 날아드는 반대편 발의
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속 동姑?달리 손목에 전해지는 충격이 의외로 적었기 때문이다.
'일대이기‥‥‥‥ 애초부터 장추삼은 왼쪽 발에 힘을 싣고 있었다.
오른발은 몸을 띄우기 위한 예비 동작이었을 뿐.
그리고 회심의 왼발이 광목에게 날아들었다.
"으득!
" 이를 문 광목이 다시 한 번 활을 들어 강력한 왼발을 가로막았다.
한심했다.
상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기학을 꺾은 무인이다.
그걸 알면서도 느슨하게 마음을 먹었고, 단 이 합 만에 이런 결과가 도출되었다.
광목의 눈에서 귀화가 일렁였다.
아직은 늦지 않았을지도.
끝나지 않은 승부란 절체절명의 위치에 놓인 사람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이 실수를 팔 하나로 대신할 수 있다한· 미련 없이 바치리라! 빠각! 무언가 부러져 나가는 소리와 함
께 입가에서 한줄기 핏물을 쏟아낸 광목이 커다란 고함을 지르며 몸을 맹렬히 회전시켰다.
파박!흙먼지가 원형으로 비산되며 광목의 주위로 삼엄한 무엇이 뻗어 나왔다.
'훅!' 쳐낸 왼쪽 발바닥으로 살짝 힘을 실어 싸움터에서 벗어난 장추삼의 이마에서도 한줄기 딴방울이
흘러내렸다.
과연 기학의 사형.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왼쪽 팔 하나를 희생시킴으로써 그의 공세를 무력화시키고 어느새 공
격으로 전환까지 시도하다니.
무리한 공세는 금물이다.
머리 속에 그려놓은 투로 대로 깔끔한 공격을 퍼부었건만, 그러나 이번 격돌의 피해는 그리 간단치 않
을 터였다.
건들거리는 왼손을 보지 않더라도 무색의 액체와 선홍빛의 액체가 주는 대비(對만으로 그들의 명암을
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득이 결코 승부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에 끝냈다면 최선이었지만 실패한 이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득은 단지 승부의 작은 축이니까.
"퉤!
" 핏물을 한 움큼 뱉어내고 소매로 입가를 쓱 훔친 광목이 오른 주먹을 들었다.
"장추삼, 장추삼, 장추삼‥‥‥‥ 어쩐지 섬뜩한 무엇을 담은 되새김.
"그래, 과연 장추삼 이다.
이런 남자를 마음속으로나마 가벼이 취급했으니 이 정도의 손해로 끝났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겠지.
" 칭찬 듣고 싫을 사람이 있겠는가, 만은 이런 경우엔 전혀 달갑지 않았다.
차라리 전의를 불태우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편이 낫다.
"정말로 일찍 끝내야겠어.
이 꼴로는 오래 버털 수 없지 않은가.
" 클클 대던 광목이 오른팔을 빙빙 돌려 상태를 점검하고는 어깨를 쭉폈 ?
기선을 제압당해 팔까지 부러진 사람이 과연 맞을까 싶을 만큼 당당한 모습.
순간적으로 장추삼은 이들을 키운 사람이 누구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이제까지 겪은 다섯 병의 십장생 가운데 그와 손을 섞은 이는 셋.
한 남자에게서는 목숨을 취한 대가로 우정을 잃어야 했고, 한 여인에게서는 첫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우
정의 뒤안길을 가로질러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아직 진행 중이다.
뚜렷한 주관과 놀라운 무위를 지녔다는 것 외에도 이들 모두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것.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향기가 어찌 없겠느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고개를 저을 장추삼 이다.
사람처럼 풍기는 냄새야 쌔고 쌨지만 진정한 향기란 그리 쉽게 묻어 나오지 않는 법이다.
이런 사람들과 손을 겨룬다는 핀 어쩌면 슬픈 일이고, 어쩌면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개나 소와 같은 인물들과의 겨룸이라면 그냥 패고 끝냈을 테지만, 이들과의 싸움 하나하나엔 늘 추억이
고드름처럼 매달리니까.
어쩌면 이런 생각 자체가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일지도.
그리고 이 사치만은 포기하지 못한다.
그 대상이 설사 기학이라도 말이다! 우 드 득.
목을 좌우로 꺾은 장추삼이 목덜미 뒤쪽을 수도 형태로 탁탁 내려쳤다.
잡념이 길었다.
생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이런 감상은 금지다.
보아하니 상대도 이번 격돌로 승부를 마무리 짓고 싶은 모양이고 그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연제까지 이래야 되는 거예요?' 사형의 부상에 부르르 몸을 떠는 밀지를 보며 정혜란이 재촉 아닌 계
촉으로 주위를 환기시켰다.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 몰라도 그는 장추삼의 몸놀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굉장하군.
형(形;)이 아니면서도 저런 몸 가눔이 가능하다니.
아니 저건 마치 형과 같군
"
"형이든 나발이든 어서 시작하자니까.
알고 보면 나 아주아주 바쁜 사람이거든.
" 살짝 열 받았을까.
정혜란의 말투가 서서히 딱딱해졌다.
무시하는 것까지는 좋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면서 사는 동물이고 그걸 가지고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 좋은데 시간이 없다.
벌써 해가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기색이니 지금 가도 늦을 판이다 얼른 끝내고 밥을 지어야 한다! 흑의
인에 대한 미안함에 선뜻 나섰는데 이제는 후회막심이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던 상대가 이렇게 질질거리 庸?딴전을 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리 봐도 저 움직임은 틀림없는 형의 변형이야.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이거 봐, 아저씨!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 끝내 폭발한 그녀가 소리를 꽥 질렀다.
그제야 밀지는 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성난 황소처럼 식식거리는 정혜란 쪽으로 돌아섰다.
"결례를 범했구려.
죄송하게 됐소.
" 저 곰 같은 위인은 멍청하게 방심했다가 톡톡히 대가를 치렀다.
자기 말대로 기학을 접은 이를 상대하면서 방심이라니.
그러나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 제대로 펼쳐 내는 그의 주먹과 할에 담긴 힘
은 그 역시도 아직까지 추측이 불가능한 것이니까.
"나 역시 검을 쓰겠소.“
"검을 쓰든 젓가락을 사용하든 빨리 하자고요!
" 상대가 아무리 고수라 해도 여자에게 검을 들이댄다는 건 역시 내키지 않는 일이다.
거기다 살초라면 더 더욱.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낙관하고 있지만 사형과 장추삼의 대결이 마무리된 것도 아니고, 방관적인 흑의중년인이 언제 가세할지
도 모른다.
최선은 그녀를 최대한 신속하게, 흑의인이 개입할 여지없이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고 한혈흑의존 으로
추정되는 흑의인을 견제하는 거다 그러려면 부득불 처음부터 살초를 전개해야만 한다.
"흐음·.
.
" 짧은 탄식.
"괜찮아요.
마음껏 해도 돼요.
" ‥‥‥‥7
"
"괜히 여자니 뭐니 따지지 말라는 거예요.
누가 누구를 봐주고 할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 한숨의 의미를 바로 파악하고 정혜란이 투덜거렸다.
맞는 말이다.
육사형은 스스로의 힘을 믿다가 지금의 화를 자초했고,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해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연민 따위라니.
"충고 고맙소.
" 고개를 한 번 까닥이고 밀지가 허리띠처럼 매어져 있던 않은 검을 풀었다.
'연검?“ 정말 생긴 대로 논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그 말은 토하지 않고 칼을 고쳐 잡은 그녀가 입술을
축였다.
'고약하게 됐네, 이거.' 연검(軟劍).
검신이 얇은 검의 총칭.
딱히 어느 정도부터 연검 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검을 사용할 때 검신이 취어지
면 연검 이라고 친다.
이렇게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보니 평소에 요대(腰帶)의 대용처럼 해서 간편히 휴대할 수 있
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 ?시 검신 자체에 내공을 주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검신의 두께가 않으면 얇을수록 주입해야 하는 내공이 상승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특성상 변(變)이나 환(幻)처럼 상대를 현혹하는 검법을 위주로 하는 검사
들의 전유물이 바로 연검 이다.
중검법(重劍法)을 사용하는 이가 연검 으로 그것을 펼친다면 제아무리 천하제일의 내공이라고 해도 검
신이 버텨낼 리 만무하니까.
한마디로······.
까다로운 상대라는 얘기다! '하간‥‥‥십장생의 일원이라고 했다.
며칠 전 장추삼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끝에 듣게 된 강호의 비화.
그리고 십장생이라는 이름 제까짓 게, 하는 실소를 무색케 한 장추삼의 일갈.
"그렇게 웃지 말라고! 하 형이나 나나 죽을 뻔했다면 믿겠어?!
" 미안한 말이지만 장추삼의 고전이라면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그러나 대사형까지도 그리 고생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제 확인해 볼 때다! 쿠 쿠 쿠- 그녀가 기세를 불러 모으자 차분히 앉아 있던 소맷자락이 필럭이기
시작했다.
'호오? 절대로 얕볼 수 없는 힘의 응집.
밀지는 정혜란이 고맙기까지 했다.
자칫하다간 낭패를 볼 뻔했을 만큼 위력적인 운기.
위이잉··· 정혜란이 불러온 기의 파고가 높아지자 밀지도 들고 있던 연검에 공력을 주입했다.
츙! 벌떡 일어서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연검.
'그래, 되도록 빨리 보내주는 편이 무사에게 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연민이겠지.' 더 이상 그는 정혜란
을 여자라 여기지 않기로 했다.
그저 인간 대 인간, 무인 대 무인으로의 마주침, 그리고 생사결단이 남아 있을 뿐.
'단합이다!' '단합이다!'서로의 의지가 통했던 걸까.
두 검수는 이 싸움이 단 한 번의 격돌로 끝나리라 예상했다.
아까부터 두 사형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단합 승부를 준비했다.
그만큼 오늘 만난 상대들이 주는 무게감이 놀랍다는 반증일 터 잔재주는 필요 없다.
우우우‥‥ 무슨 소리일까 아니, 소리가 나기는 한 걸까? 그러나 정혜란의 귀에는 분명 귀곡성과도 같
이 소름 끼치는 음향이 들려왔다.
'어 라 라?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달걀귀신, 처녀귀신, 그리고 목 없는 귀신까지 달려들더라도 일단 붙고 볼 그녀였으니까.
그러나 이건 아니다 이건 귀신같은 거랑은 다른 무엇이 내포되어 있었다.
또한 그녀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으니.
'뭔가·.
익숙해!' 언젠가 한 번 겪어보았던 기억! '대체 언제? 침을 꿀떡 넘긴 그녀가 밀지의 검적(劍跡)을 천
천히 쫓았다.
아무래도 실마리는 눈앞의 가느다란 사내가, 그의 않은 검에서 얻게 되리라.
"후움!
" 크게 숨을 들이켜 정신을 차린 그녀 앞에 밀지의 검이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검류 치고 다소 지루할 정도로 더딘 검결.
'치고 나갈까? 평소라면 그랬을 터였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녀의 본능은 선공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세가 실체화되면 당연히 상대하는 쪽에게 부담이 간다.
수많은 비무, 그리고 실전으로 다져진 정혜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일반론보다 자신의 감을 믿는 편을 택했다.
싸움은 탁상공론이 아니다.
이론은 그저 활자와 언어일 뿐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의 몸이니까.
천천히 움직이던 밀지의 검이 어느 한순간 딱 멈췄다.
번뜩! 정혜란의 눈도 허공에 멈춰 선 검극에 멈췄다.
그리고, ,···· 츠츠츠- 밀지의 검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속도도 별로였고 변화도 없었지만, 그의 검에서는 왠지 모를 사이함이 물씬 풍겼다.
'뭐지? 너무도 밋밋하기에 너무도 기분 나쁜 검적.
"하아!
" 노도와 같은 경호성을 지르며 그녀가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이대로 서 있을 수만은 없기에 취한 행동
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스 릉.
분명 변화가 없다고 여겼건만 정혜란의 검세는 헛되이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그녀 역시 천고의 검수.
쳐낸 검의 방향을 교묘하게 비틀며 두 번째의 변화로 사이한 검적을 마주했다.
츠 츠 츠 여전히 기분 나쁘게 접근하던 밀지의 검이 정혜란의 앞에서 수직으로 쳐올려졌다.
"탓!
" 태산압정 식으로 검을 내리누르던 그녀가 어쩐 일인지 내려치?
綬?그만두고 반 바퀴 회전하며 급하게 장내를 벗어났다.
워낙 돌출적인 행등이었기에 밀지의 점도 올려치던 상태 그대로 멈춰 버렸다 .말이 쉬워 내려치던 검을
회수한 후 반 바퀴 회전이지, 자신의 검법에 제동을 가하는 순간 몸을 이동시킨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
楮?동작이다.
첫댓글 즐감합니다.
즐감합니다.
투쟁.
그리고 몰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