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하나가 또 없어졌다
지난 초여름에 문을 연 곳이다.
문을 열던 날부터 문을 곧 닫을 것 같아 카드를 안 만들었다.
우리 집에서는 가깝지만 도무지 그 곳에는 사람들이 모일만한 곳이 못 되기 때문이다.
몇 번씩 카드를 만들라고 권하는 것을 안 만들었다. 곧 문을 닫을 곳이란 것이 내 판단이기 때문이다. 내 짐작이 어긋나고 장사가 잘 되어야 할 것인데 영락없이 잘 맞는다. 너무 안타깝다. 그 정도 한 번 문 열고 닫는 동안 수억은 깨질 것인데 말이다.
이런 일이 의정부에서는 너무 자주 일어난다. 딱히 투자를 할 만한 사업이 없는 것 일까.
의정부는 산골짜기 외진 동네다. 빤하게 상계동과 도봉동이 보이는 수도권이지만 모든 이들의 생활은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곳이고 여기는 동네 사람 빼면 뜨내기가 없는 곳이다. 양 쪽으로 큰 산이 있고 중앙로 자동차 길이 동네를 양 편으로 갈라놓은 곳이다. 그리고 또 중랑천이 의정부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게다가 대형마트가 이름대로 다 있는 곳이다. 인구 겨우 16 만이라고 하던가. 더구나 저 쪽 민락동 쪽 인구 빼고 나면 사람 몇 안 된다.
마트가 문을 열면 오픈 기념으로 대폭 할인 장사를 하니까 사람들이 며칠은 와르르 모여든다. 그리고 날짜가 지나가면 손님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딱 끊어진다. 그 동안 또 다른 곳에서 오픈 기념세일 행사가 진행된다. 그 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기본적으로 장사가 안 되는 곳에 터를 잡는 것이 잘못 되었지만 운영을 하는 것 중에서 예를 하나 들자면 나를 너무 웃기는 일이 있다. 이 사람들이
구입 물품이 2만 원을 넘으면 배달을 해주는데 이는 어느 마트고 똑 같다. 그러니까 나중에 생긴 마트도 역시 구입가가 2만 원이 되어야만 배달을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마트에서 장사하는 방법을 그냥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것이다. 어휴 등신.
이는 완전히 장사하는 사람 편의 위주다. 무거운 것을 우선 배달 해 주는 것이 아니고 매상을 많이 올려 주어야만 배달을 해 주는 정책이다.
그러니까 1만 원 짜리 배추 세포기 한 묶음이면 주부들이 혼자서 들기엔 너무 무겁다. 그렇지만 이것으로는 배달 조건이 못 된다. 나 같으면 그렇게는 안 한다. 2만 원 이상도 좋겠지만 손님이 도저히 못 들고 갈 무게라면 적극적으로 우선해서 배달을 해 주어야 그 마트가 살아난다. 장사하는 정신 자세가 그렇다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 짓이나 따라서 하는 그런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정신으로 어찌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나겠는가. 그러니까 몇 달 못 버티고 문을 닫게 된다.
문득 이불배달 안 해주던 그 놈 생각이 난다. 젊은 주부가 노점에서 이불 한 채를 샀는데 손에 든 것이 더 있었는지 배달을 요구했지만 거절을 한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곳이다. 엘리베이터까자만 갔다 실어 주면 좋으련만.
날계란을 안주로 아침부터 소주를 뒤집는 젊은 놈인디, 야 이섀꺄. ......나에게 혼났다. 지금도 노점 할 것 같다.
중소형 마트는 동네 손님만 상대해서는 절대로 돈 못 번다. 차라리 작은 구멍가게만도 못 하다. 자동차나 사람 교통이 확 터진 곳이어야 한다.
서울 시내 사대문 안. 청량리 일원 천호동 일원 장안동 일원 신촌 영등포동 대학가 일원 학원가 병원 일원 예를 들면 그런 곳이다. 이상하게 의정부는 첩첩 산골인디 식당이나 술집을 차려도 어마어마하게 크게 벌여 놓는 대형이다. 불과 몇 달이면 문 닫는다. 물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만 너무 안스러워서 그런다.
마석에 가면 서울서 나오는 손님상대로 해장국 장사를 잘 하고 있는 집이 있는데 서울로 들어가는 쪽에 차려 놓고 맨 날 앞집만 건너다보고 있던 그 영감 아직도 버티고 있는지 궁금하고.
참, 나도 아는 것 많아 걱정은 되지만
올 해는 이런 일 없이 서민들 장사 좀 잘 되었으면 해서 정초에 오지랖 넓은 소리 한 번 했다.
장사는 아무나 하나?
첫댓글 나름분석잘햇네요
존글입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존일이 많이생기길 신께 빌게요
유니코님 좋은글을 읽고 나니
모든 일에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절대 따라쟁이는 안 할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줍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