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번 가족식사후 차를 마시면서 엄마가 무릎 병원진료를 가야하는데 동생과 올케는 직장근무를 하니 나에게 같이 갔으면 하셨다. 나는 ‘그래도 그렇지. 전주에서 익산으로 오라고?’하는 불편한 마음이 살짝 올라왔지만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진료날, 일기예보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이렇게 비가 온다고 하는데 굳이 전주에서 익산으로 가야하나? 하는 생각에 요란해지면서 괜한 동생과 올케에게 서운함이 옮아간다. 잠깐 시간내서 다녀오면 좋을텐데... 그런 불편해하는 나를 본다. 그동안 동생은 같은 익산에 살면서 엄마 시중을 훨씬 많이 들어왔는데 이번 한번 병원진료 모시고 가는 것에 내가 상을 내고 있구나. 옆에 있는 자식이 더 애쓰는건데... 그렇게 마음을 챙기니 기꺼이 기쁘게 하자 해진다.
2.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전 엑스레이를 찍으러 가는데 엄마는 지난번엔 혈액검사도 하고 골다공증 검사도 했다고 하신다.
나는 “무릎수술부분 상태 확인하러 왔다고 하니 엑스레이만 찍는거겠지. 진료할 때 의사가 필요하면 하라고 하겠지. 그리고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이것 저것 검사하라고 하는 경향이 있어~ ” 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무시해버렸다.
사실 엄마의 몸에 큰 이상이 있어서 온게 아니라 그냥 무릎수술하신지 십수년이 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무릎이 무겁고 저리저리하다고 하시면서 검진차 오신것이고 지금까지 매년 검사해오는 동안 아무 이상없다 했으니 굳이 여러 검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나로서는 오늘 진료조차 의학적인 큰 의미는 없고 엄마 심리적인 안심을 위해 온 것이라 생각했던 터라 더욱 그랬다.
무릎 진료결과는 이상무였다. 그런데 엄마는 지난번엔 피검사도 하고 골다공증 검사도 했는데 오늘은 안하냐고 하니 의사샘은 “그럼 골다공증 검사는 해볼까요? ”하면서 다녀오란다. 다시 검사실로 내려가면서 이전의 나의 취사가 걸린다. 엄마는 검사하고 싶은데 검사할 필요 없다고 한 내가 엄마를 많이 서운하게 했겠구나 싶다. 거의 구십이 다되어가는 엄마가 골다공증 검사한다고 말을 안해도 딸로서 걱정되니 한번 해보자고 해야지 검사 할 필요없다고 하는 딸이 어딨냐며 스스로를 탓하고 있다. ‘항상 엄마는 그래’ 라는 것에 걸려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니 그런 취사를 한거였다. 미안한 마음에 엄마에게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한다.
3. 다시 검사결과를 보니 지난번 보다 허리는 더 좋아졌는데 골반뼈가 조금 안좋아져서 경계에 있단다. 의사는 치료를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 하면서 주사를 제안하며 결정하라고 한다. 일년에 두 번 맞는 주사이고 부작용도 없으며 효과는 좋다하니 맞는 걸로 했다. 엄마의 건강이 곧 우리 자식으로서는 복임을 다시 한번 감사하게 생각하며 엄마에게 “검사하길 잘했네.. 처음부터 해달라고 할걸. 시간만 더 걸렸네”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상쇄해본다.
엄마에 대한 나의 두마음이 내안에서 항상 상전을 한다. 두마음이 서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며 엄마와 나 사이에 쌓인 업을 녹여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를 통해 나를 보고 나를 통해 엄마를 보면서 ‘그래도 그렇지’ 또는 ‘어쩜 그럴수 있을까’가 아닌 ‘그럴수 있지’로 그래서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가며 엄마와 나는 서로의 모를 둥글게 다듬어가며 원래의 하나로 되어가고 있는 과정이라 확신한다. 이렇게 알아가는 공부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