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광노(狂奴) 신농(神農)
-별은 가질 수 없어서 아름답다.-3
"우내육존이 무서운 것은 마교 전쟁 당시 그들의 무공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지닌 재능은 능히 강호 역사를 뒤져도 결코
열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마교 전쟁이 끝나고도 까마득한 세월
이 흘렀다. 그들이 부단하게 노력만 하였다면 능히 전인미답의 경
지에 올라 있으리라. 그들의 힘과 능력을 결코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부였던 유지학의 말이었다.
사공운은 사부의 말을 곱씹으며 신농을 보았다.
오랜만에 뻐근한 긴장감이 사공운의 몸을 감싸고 돈다.
나타나기 전 아주 익숙한 느낌을 감지하고 있던 신농은 놀란 시선
으로 사공운을 보고 있었다.
처음 그 기운을 감지했을 때는 밀실에서 자신을 깨운 진충을 생
각했으리라. 하지만, 막상 나타나서 그의 앞을 막은 자는 진충과
같은 기운이었지만 달랐다.
진충이 강이라면 사공운은 바다였다.
진충이 언덕이라면 사공운은 산이었다.
광노 신농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깨달았다.
마치 동공이 없는 듯, 풀어졌던 신농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고 있
었다. 번들거리는 눈동자. 그 모습을 보던 광견살검 오구는 미친개
의 눈과 신농의 눈이 닮았음을 알았다.
사공운은 자신 앞에 나타난 신농의 동공에 가득한 광기를 보고
무엇인가 이상함을 눈치 챘다. 검은색으로 가득한 눈동자, 그리고
다시 흰색으로 변화하는 동공.
진충은 처음 신농을 보았을 때와 또 달라진 그의 눈을 신기한 표
정으로 본다.
'완벽한 광혼인이 아니다. 진충으로 인해 약간의 실패가 있었나
보군.'
이미 진충을 통해 신농이 광혼인으로 변해 있음을 알고 있던 차
였다. 광혼인이라면 사공운이 누구보다도 잘 안다.
배교의 비전 중 하나 아니던가? 완벽한 광혼인이라면 외관상 보
통 사람과 비교해서 전혀 다른 점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정상이
아니라고 우내육존의 무공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오늘 여기서 내가 신농에게 진다면.'
사공운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장담할 수 없지만, 여기서 누가 감
히 신농을 상대할 수 있으랴. 관패가 강하다 해도 육존에 견줄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사공운의 사념은 오래가지 못했다.
광노 신농의 광기가 점점 더해지며, 그의 몸에서 뿜어진 기세가
사공운을 압박해 들어왔던 것이다.
사공운은 자신의 유령신검을 뽑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자신의
최고 무공은 구황유령천수였다.
지금은 최고의 무공을 사용해야 할 때였다. 조금이라도 방심하
면 안 된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광혼인의 특성상 일단 광혼인이
되어가는 중이나 광혼인이 된 다음은 더 이상 무공이 늘진 않았을
거란 점이었다.
"내 아이, 내 아이만 돌려주면 난 간다. 제발 내 아이를 돌려줘."
무서운 광기를 뿜어내던 광노는 또렷한 발음으로 말을 하였다.
"아이?"
사공운은 광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 라니,
왜 갑자기 아이를 찾는가? 그리고 광기 속에서도 아이를 이야기할
때는 제법 또렷하게 이야기를 한다.
바보라도 지금 신농에게 무엇인가 사연이 있음을 알리라. 하지
만 그 사연을 알 도리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아이는 없고. 그리고 우리는 선배님이 찾는 아이를 모르오."
"거짓말, 너희들이 내 아이를, 내 귀여운 아가를 훔쳐갔다. 그러
니 돌려다오."
갑갑한 노릇이었다.
"광노 선배님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구요?"
"주인, 주인............"
"주인이 누구요?"
"아이를 돌려다오. 제발......."
사공운은 침착하게 신농을 보았다.
광혼인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
진충이 비정상적으로 광혼인을 깨우며, 그의 평생 가장 잊혀지
지 않는 무엇인가가 되살아났으리라.
사공운은 한숨을 쉬었다.
상대가 정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듯한데 지금으로서
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결투가 불가피하다면 싸워야 한다.
"이제 모두 나와라! 쥐새끼들처럼 언제까지 숨어 있을 작정이냐?"
사공운이 숲 한쪽, 정확하게 신농의 뒤쪽에 있는 숲을 향해 나직
하게 말했다. 그 말이 있고 나서 얼마 후, 신농의 뒤로 삼십여 명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광혼인, 신농을 조종하던 봉성의 무사들이었고, 그
정점엔 담천이 있었다. 원래 담천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함부로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여기의 모든 일은 누대치에게 맡기고, 자신은 정말 최후의 순간
에나 나타날 생각이었다. 그리고 기습이 실패하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세외팔왕 중에서도 가장 강한 두 명과 그 세력들, 그리고 수많은
고수들과 담숙군, 사망미희, 실패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한데 실종되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전부 소식이 끊어졌다. 그
리고 그들을 찾아 나선 담천은 정신이 없었다.
담숙군과 사망미희는 사라졌고, 명왕은 풍백에게 패배를 인정하
고 신강으로 돌아가 버렸다.
불마왕을 비롯한 나머지 고수는 모두 죽었다.
담천과 함께 있던 인물들은 용취아가 죽는 순간, 바로 용부에 입
성하려 했던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안전한 곳에 숨어
기회만 보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습격조를 지원할 수도 있었고,
일이 잘되면, 바로 용부로 들어가려 하였다.
특히 우내육존 중 한 명이자, 봉성의 실질적인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담사우는 지금 용부의 근교에 가 있었다.
용취아를 죽이는 작전이 성공했다는 기별을 애타게 기다리며.
여러 가지 정황으로 일이 실패했음을 안 담천은 빠르게 그들의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 돌아가려 하였다. 한데 갑자기 광노가 제멋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천은 당황하였다.
혹여 잘못되어서 광노 신농이 봉성에서 광
혼인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이 무림에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날로 봉성은 무림의 공적이 되리라.
비록 다른 공적처럼 무림연맹의 공격은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
기엔 봉성의 세력이 너무 강대했다.
하지만 다시는 정파로 행세하지 못하리라.
백 년이 넘은 봉성의 명성과 자존심은 진흙탕에 빠지
고 말리라. 강남에서 봉성을 지원하며 봉성의 그늘에 있던 중소 문
파들이 이탈을 할 것이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담천은 허겁지겁 그 뒤를 쫓았다. 그의 뒤로 수많은 고수들이 따
랐고, 담천의 바로 곁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함께 몸을 날리고
있었는데, 그 노인의 품에는 이제 십여 세가 되었음 직한 아이가
안겨 있었다. 이 소년이 바로 담완이었다.
담천은 신농의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고 무엇인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 광노 신농의 주인인 담사우가 없는 한 그의
능력으로는 광노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었다. 또한 무엇이 문제
인지 확실하게 알 도리도 없었다.
당황한 담천은 광노 신농을 쫓아와 사공운을 보고는 숲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하필이면 사공운이라니, 더군다나 봉성의 하급 무사였던 진충.
담천은 그제서야 광노가 왜 여기까지 제멋대로 움직였는지 이해
했다.
진충은 바로 광노를 강제로 깨운 인물이었다.
담사우의 주술로 인해, 광노에게 가장 증오스런 상대로 기억된
자는 진충이었다.
광노의 기억엔 진충이 자신의 아이를 납치한 것
으로 그렇게 각인되어 있었다. 또한 광노가 기억하는 것은 진충이
아니라 진충의 기였다.
담천을 본 사공운의 눈에 살기가 흘렀다.
진충 역시 담천을 보고 움찔하였다. 한때는 금히 그의 얼굴을 보
지도 못하던 때가 있었다.
담천은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사공운과 그 일행을 둘러보았다.
몇몇 용모 파악을 해두었던 용부의 인물들이 보였다. 그리고 용취
아에게 머물렀던 그의 시선에 자신감이 어렸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사공운이 강해 보았자 우내육존과 겨룰 순 없으리라. 서너 명이
합세를 한다고 해도 우내육존은 거의 무적이었다.
신농의 돌발적인 행동과 사공운의 모습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생각지도 않은 행운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담천의 얼굴에 거만한 빛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우내육존과 함께 있으면서도 돌아가려 했던 자신이
바보같이 생각되었다. 그는 지금 담숙우의 말은 이미 잊었다.
담천은 차가운 눈으로 사공운을 보면서 말했다.
"사공운, 살아 있었구나. 하지만 오늘은 좀 힘들지 않을까?"
"네가 나와서 증명할 용기가 없다면 입 다물고 있어라!"
담천의 얼굴이 벌개지고 말았다.
"내 아이......"
광노 신농이 천천히 앞으로 나오며 독각철인을 들어 올렸다.
무시무시한 기세.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리고
말았다.
"신농, 저놈이 당신의 아이를 죽였소."
담천이 속삭이듯이 말하자, 신농의 눈이 완전히 돌아가 버렸다.
눈에 검은자위만 남은 신농의 신형이 바람처럼 날아 사공운을 덮
쳤다. 그의 손에 들린 독각철인이 풍운두무(風雲頭牛)의 초식으로
내리쳐 왔다.
미친 소가 그 머리로 사람을 받으려고 달려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지금 신농의 자세가 그랬다. 그것도 훨씬 강하고 난폭한
모습으로. 풍운두우는 바로 그런 초식이었다.
사공운은 왼손을 말아쥐고 앞으로 가볍게 뻗어내었다.
유령신권 중에서도 가장 강맹하다는 유령천붕의 기운이 그의 손
에서 뿜어져 나왔다. 강에는 강으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거센 회오리가 몰아치고 사공운의 신형
이 비틀거리며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신농 역시 달려들던 신형이 충격으로 멈추어지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담천과 봉성의 무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
았다. 공격하던 가속도를 감안하면 첫 대결에서의 승부는 거의 무
승부에 가까웠다.
설마 사공운의 공력이 신농과 비슷하단 말인가? 담천은 아직 그
것을 믿지 않았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
걱정했던 청룡당의 제자들과 관패, 진충, 유수아 등은 일단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일단 첫 대결로 사공운이 신농과 겨루어볼
만 하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사형은 완전하게 유령종을 이루셨다. 그렇다면 결코 우내육존
의 아래가 아니다.'
유수아는 그렇게 생각하고 혹시나 하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며
옆에 있는 용취아를 보았다.
작은 새.
그곳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떨고 있었다.
안타까운 눈으로 사공운을 보고 있는 용취아의 시선에는 간절함
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아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핏줄에 끌리고 있는 것 같다.'
유수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취아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아저씨가 지지는 않겠죠?"
유수아가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걱정 말아라! 지금 사형의 실력이면 세상의 그 누구와 싸워도
이길 것이다."
"정말요?"
"이 언니의 말을 믿으렴"
"믿어요!"
용취아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유수아는 생긋 웃어주고 용취아와 함께 뒤로 물러섰다. 또한 봉
성의 무리들과 용부의 제자들, 그리고 관패, 진충, 파사랍 등도 빠
르게 뒤로 물러서며 둘의 대결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들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들 모두, 적과 아를 떠나 무인으로서 손에 땀이
베는 것을 느꼈다. 누가 이기고 지든 두 사람의 대결은 경천동지하
리라.
무인으로서 이런 대결을 본다는 그것 자체가 영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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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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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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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즐독!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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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