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아짐씨의 좌충우돌 이야기(1)
지난 10월 말부터 옆지기한테 아양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우리 꼭 가자이? 17일날 말이여"
울 옆지기 암시로도 또 암것도 모른척 너스레를 떱디다.
"뭘 말이여? 가긴 어디를 가"
거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제.
"아 그믄~~ 우리 결혼기념일 나 그것으로 대체해주라.
나 다른거 필요없응께 알었제? 이? 대답잔 해봐"
뽀득뽀득 17일은 다가오고 옆지기 답은 없고해서 속이
다 탑디다.
헌디, 왔다 봐라이~~~
며칠전에 퇴근해갖고 집이 와서는
"있잖아~ 회사에서 부장님이랑 몇이서 표를 끊었다는디
한장이 남는단다. 너 거그 자리 불편해도 갈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따 그 말이 믄 말이디야?"
"대신에 우리가 먹거리 다 준비해야 된단다"
그래서, 결전의 날 17일날 되기만을 눈빠지게 기둘리다가
묵고 살겄다고
김밥 네줄, 치킨 두마리, 과일,이슬주 다섯벵, 마른안주
거그다가 추우까마니 보온병에다가 커피도 그득하게
채우고, 목 몰르까니 물도 챙기고.... 옴마야 나 죽어
누가 보믄 무식한 여자 묵으러 가냐고 할지 몰라도
내 입에 넣을꺼 아닌께 흉보믄 보라지 뭐....
공짜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준단디 이 정도쯤이야...
콩만한 아들녀석하고 택시로 지하철로 가는디 꺄~~~악
서울 사람들 모다들 모태부렀습디다.
지하철에서 울아들, 나 딱 깨져 죽는줄만 알었응께.
사람 죽어 나자빠져도 암도 모르겄드만요.
비오듯 땀은 흘리제, 뒤에 들쳐멘 가방은 뭉개지고,
손에 든 치킨바구리는 쩌그 사내들 틈사구에서 빠져나오도
못하제, 울아들은 숨도 못쉬고 깔딱거리제~~~~~~
이라다가 목숨 거두겄다 생각됩디다.
으랏차 그래도 어찌께 되든지간에 도착은 했네.
미안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회사 남정네들에게 저녁을
드시게 하고는 나는 한입도 안 들어갑디다.
가슴 졸임스로 보는디, 이 넘의 골이 들어가야 말이제라.
이짝펜 이운재는 전,후반 내내 혼자 외롭게 공도 못만져
보고 노는디...
쩌짝펜 반쪽에서 놀아도 그 넘의 골이 죽어도 안들어
가드란말이요.
전반전 끝나고는 '아~~ 이대로 안 풀릴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눈 앞이 캄캄해져붑디다.
다행시럽게도 후반전에 김두현이가 한 골 넣고,
담에 이동국이가....
옆지기 이동국 빼라고 고함을 쳐 대드만 그 말 쏘옥
들어가붑디다.
으째 그 날은 김두현이가 이뻬 죽겄드만요.
그래서 겨우겨우 벼랑끝에서 나무 뿌렁구 한나를 잡은
심정이긴 합디다.
누가 보든 말든 붉은악마 틈바구니에서 얼씨구 절씨구
춤도 추고~~~~ 앗싸~~
올 때 죽기를 각오하고 왔는디, 이 쯤은 즐겨야 되지
않겄어? 함시로 맘껏 즐겨부렀네요.
축구도 전반, 후반 있지라이
내 이야기도 전반, 후반 있어라우.
15분 쉬고 다시 올라요. 휘리릭~~~~
삽입곡 :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월드컵 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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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에 님의 구수한 우리말로된 글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후반전도 볼랑께 빨리 써부쇼이
ㅎㅎㅎ 그대의 열정에 내가 숨이차도록 즐거우이...후반도 기대하고 있을랑께...
그 뒤로 우째되었어요?
친구에게 우리 팀이 5 : 0으로 이길 거라고 큰소리 쳤는데... ㅎㅎㅎ 그래도 이겼으니 다행입니다. 2탄이 너무도 궁금합니다. 재욱이 잘 있죠?
무승부면 연장전도 있드만...ㅎㅎㅎㅎㅎㅎㅎ
짝짝 짝 짝짝 오메~ 월드컵때 그 고함소리 들리는것 같소 지금도 가면 그 감동 느낄 수 있도록 사진을 징허게 많이 잘 도 해 놨씁디다. 난지도 쓰레기 산에 갈대는 분위기 쥑입디다.
참 맛나게 쓰셨네요
아따 몰디브전 이긴 이유가 다 있었구만이라................
안개여! 그날 안개 엄청 짙게 끼었으면 어떻게 됬을까...............
사과님이 축구좋아한다고 신문에 나왔띠만..참말이었네 ㅎㅎㅎ..게을러서 인자사 나는 들어와서 아주 후반꺼정 볼라요~~~^^*
님들! 그래서 지금 온 몸이 쑤셔서 죽겄네요. 그래도 옆지기한테는 아프단 소리 못하고...'ㅎㅎ 여보 토요일에는 k-리그 축구한디 그때는 어렵겠제이~~~" 또 콧소리...
아자아자.....인제사 들어와 사과님 응원하는중......
2편 먼저 몇 줄 읽다가 재미있을것 같아 1편으로 잽싸게 와서 읽었는데 축구 이야기 였구만요. 남자인 나도 상암구장 한 번도 못 가 보았는데 ... 그라고 사는 님이 무자게 부럽소야
티비로 봤는디요~~또이라고 완존 쌩중게를 봉께 더 잼나요이~~~하하하하하
너무 재미있어 바로 건너뛰어 1편으로 왔는디, 엊그제 생각이나네,,,,꼬마데리고 한여름에 상암경기장에,,,얼마나 덥던지,,,,집에서 전철역으로 5코스밖에 안되는데,,,,생고생해서 왔던 기억,,,,,애기사과~~~화~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