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재, 주거 21-15, 흙 침대로 할게요
박상재 아저씨가 여러 곳에 부탁하여 장롱을 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사를 앞두고 가구 구입에 부담을 느껴, 받아 사용하면 좋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정기예탁을 했기에 그 돈을 해약하기가 싫은 듯했다.
권사님이 소개한 장롱은 크기가 만만치 않다.
길이가 3미터를 넘는다.
아저씨가 쓰기에는 다소 부담되는 크기다.
아저씨가 거처할 방에는 놓을 만한 공간이 없어 만약 가져온다면 거실 한편에 두어야한다.
거실 한쪽을 장롱이 다 막는 격이어서 답답할 것 같다.
장롱을 제외한 침대와 서랍장, TV장과 식탁이 필요하기에 어떻게 구입할지 아저씨와 의논했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으나 직접 눈으로 확인이 어려우니 아저씨 마음에 들지가 걱정이다.
그래서 아저씨와 소개받은 가구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냥 둘러보고 가격만 비교하기로 했는데, 막상 가구를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아저씨의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많았고, 안내하는 사장님의 태도가 자상했다.
여러 가지 가구의 색상과 디자인, 가격 등을 꼼꼼히 비교한 후 최종 선택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의논하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궁리했다.
아저씨는 여러 디자인의 침대 중에서 흙 침대를 골랐다.
저절로 데워지는 기능이 있어 따로 전기매트를 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눈치다.
침대를 결정하고 한 칸짜리 옷장과 5단 서랍장, TV 얹을 3단 긴 서랍장을 골랐다.
거실을 비워두면 너무 집이 휑해서 소파를 두기로 했다가, 손님이 올 때든 식사할 때든 차를 마시든 두루 사용할 수 있는 6인용 식탁 세트를 구입하기로 했다.
식탁을 보는 순간, 아저씨는 "그래. 이거 해요. 와, 이거 놓으면 좋겠어요." 한다.
예상을 훌쩍 넘는 돈은 얼마 전 넣은 정기예탁을 해지해야만 지불 가능하다.
가구는 월요일 오전에 배송하기로 했고, 아저씨는 월요일에 은행에 들르기로 한다.
준다는 장롱은 받지 않기로 했고, 권사님에게는 따로 말씀드렸다.
가구를 보고 돌아오는 박상재 아저씨의 표정에서 만족감이 넘친다.
"그래. 이럴 때 쓰려고 돈 모았지. 그동안 열심히 저축한 보람이 있네."
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김향
와! 아저씨께서 이렇게 적극적이셨어요? '저축한 보람이 있네! 이럴 때 쓰려고 모았지!' 맞아요! 월평
첫댓글 강자경 아주머니 자취 시작할때 적금 해약하며 딸 시집보내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박상재 아저씨 마지막 말씀 듣고 김향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집니다. 저축한 보람~!! 깊이 공감합니다.